[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40주년 에디션, 소박한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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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어느새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됐다. 폭스바겐은 골프의 불혹을 기념해 특별한 40주년 기념 모델을 내놨다. 지나친 기대를 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골프가 폭스바겐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에 비해 기념 모델의 특별함은 소박하다. 그저 골프 최고급 트림 정도로 불려야 적당해보인다.
# 40년간 헌신한 골프가 받은 선물
40주년 기념 모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싶어도 워낙 단출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는 편이 낫겠다. 이 차는 ‘비엔나(Vienna)’ 가죽 시트, 17인치 휠 등이 적용된 골프 프리미엄보다 90만원 비싼데, 가죽 시트는 갈색의 고급 나파가죽과 알칸타라로 업그레이드 됐다. 또 시트에는 폭스바겐그룹의 본사이자 골프의 고향인 ‘볼프스부르크’의 문양이 새겨졌다.
나파 가죽의 부드러움과 포근함은 일찍이 골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이다. 단순히 색상에서 오는 따뜻함이 아니다. 여느 폭스바겐의 가죽 시트와 달리 표면이 반들반들하다. 여기에 알칸타라를 함께 적용함으로 고급스러움까지 높였다. 알고보면 알칸타라는 진짜 가죽이 아니지만, 웬만한 천연가죽보다 비싸다. 스티어링휠과 기어노브, 암레스트 등을 갈색실로 바느질 한것도 특징이다. 은은한 조명이 켜지는 도어 실 플레이트도 추가됐다.
막상 열거해보니 실내의 변화는 꽤 된다. 또 실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시트의 재질 및 색상을 변경해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변화'를 '특별함'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아무도 신경써서 보지 않을 것 같은 소심한 ‘에디션’ 엠블럼이 팬더에 붙었다. 외관 색상으로 ‘오릭스 화이트’가 적용됐는데, 가까이 들여다 봐야 풍부한 펄이 보인다. 한마디로 겉만 봐선 이차가 기념 모델인지 알기 힘들다. 그러니 에디션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게 마음이 편하다.
# 40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어쨌든 한결 고급스러워진 골프도 여전히 도로 위에선 경쾌하다. 2.0 TDI 엔진과 DSG 변속기의 궁합은 서수남·하청일도 울고 갈 정도. ‘아’하면 ‘어’하는게 아니라 동시에 ‘아’하고 ‘어’한다. 엔진회전수가 올라감에 따라 신속하게 속도계 바늘도 움직인다. 시차는 거의 없다. 디젤 엔진은 의외로 회전수를 높게 가져가고, 변속기는 이를 바로바로 앞바퀴에 전달한다. 힘이 새어나갈 구석이 없다.
판단력은 강점이다. 일반적인 가속 상황에서는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기어를 높이다가도 순간적인 가속을 위해 페달을 깊게 밟으면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순식간에 기어를 두어단 낮춰 힘을 끌어모은다.
수동모드는 엔진회전수가 한계에 달하면 자동으로 변속해버리지만, 분명 운전재미를 극대화하는 매력을 가졌다. 그 핵심은 반응이다. 임의적인 수동 변속에서도 계기바늘은 절도있게 제위치에 들어선다. 역시나 망설임은 없다. 마치 진짜 수동변속기처럼 손동작을 하는 순간 변속된다. 꽉 움켜잡히는 기어 노브도 손맛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패들시프트가 생략됐지만 있어도 기어노브를 직접 조작하는 경우가 많을 듯 싶다.
골프 2.0 TDI은 빠름을 추구하는 차는 아니지만, 운전 재미는 충분하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무게를 덜었고, 저중심 설계에도 공을 들였다. 이전 세대 골프의 핸들링도 충분히 입가에 미소를 띄게 만드는데, 신형 골프는 더 나아가 피를 빨리 돌게끔 한다.
급제동과 곧바로 이어지는 선회와 가속이 매끄럽다. 차체 뒷부분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해치백임에도 흔들림이 크지 않다. 스포츠카만큼 빠른 속도는 아닐지언정, 움직임이나 과정은 역동이란 표현을 쓰기에 부끄럽지 않다.
그간 골프 TSI, TDI, GTI, GTD, 그리고 e-골프까지 골프란 골프는 다 타봤지만 모두 각 위치에서 맡은 역할에 충실하다. 2.0 TDI 블루모션은 1.6 TDI 블루모션보다 호쾌하고, 1.4 TSI에 비해 연료효율성이 우수하다. 가장 표준적인 골프라 할 수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꾸준하게 폭스바겐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끌어올리려 시도하고 있고, 신형 골프는 그 선봉에 있다. 그리고 S클래스에나 적용되는 나파 가죽으로 실내를 도배한 40주년 기념 모델은 마치 골프를 이용한 사전 시장 조사라는 느낌도 든다. 전통적인 프리미엄 브랜드가 소형차 시장에 앞다퉈 신차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40주년 기념 모델은 새로운 도전자들에게 결정적인 한방을 선물하며 이 골목의 대장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것 같다. 엠블럼만 고급인 ‘깡통’ 소형차를 탈 것인가, 40년 전통 소형차를 탈 것인가. 선택은 자유다.
* 장점
1. 실내는 눈에 띄게 고급스러워졌다.
2. 탄탄한 기본기. 가끔 핸들링에 놀랄때가 있다.
3. 90만원이면 크게 비싼 가격 상승도 아니다.
* 단점
1. 4주년 기념 모델 같다.
2. 주행 모드 변경이 밋밋하다. 있는 것도 감지덕지지만.
3. 신형 골프엔 전동식 시트가 추가됐는데 국내선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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