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 911 카레라, 덤으로 받은 터보 · PA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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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카 이한승 기자 ] 포르쉐 뉴 911 카레라를 시승했다. 뉴 911은 전 라인업에 터보엔진을 적용해 출력과 연비를 높였다. 특히 전 모델에 전자식 댐핑 컨트롤(PASM)을 기본으로 적용해 상품성을 높였으며,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스포츠 응답 버튼은 만화처럼 20초간 최고의 파워를 이끌어낸다.
포르쉐는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터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터보는 포르쉐의 모델 라인업에서 최상급 모델을 상징하는 단어다. 그런 터보를 모든 911에 적용하고, 박스터와 카이맨에도 적용했다. 터보를 적용하면서 911에는 6기통 엔진을 유지한채 배기량을 줄였고, 박스터와 카이맨에는 기존 6기통에서 두 개의 실린더를 덜어내 4기통 엔진으로 전향했다.
포르쉐가 911 전 라인업에 터보엔진을 적용한 것이 알려지며, 포르쉐 골수팬들은 공냉식 엔진이 수냉식으로 변경된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컬컬한 공냉식 엔진이 수냉식으로 변경되고, 자연흡기 엔진이 터보엔진으로 변경되며 가장 아쉬울 부분은 엔진 사운드다.
반면, 이미 양산형 자연흡기 엔진에서 독보적인 출력과 성능을 보이던 포르쉐는 터보차저를 통해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음으로서 성능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고, 911에는 고가의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를 기본으로 제공, 카레라 S에는 GT3에 적용됐던 리어 액슬 스티어링까지 옵션으로 제공하는 등의 선심을 썼다.
■ 911 터보의 디테일 적용
포르쉐 뉴 911의 외관은 페이스리프트에 걸맞는 소소한 변화가 눈에 띈다. 전면에서는 범퍼 하단의 공기 흡입구를 키우고 방향지시등을 슬림하게 변경했다. 헤드램프에는 포르쉐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잡은 4 포인트형 미등이 적용됐다. 포르쉐는 991 MK2를 통해 기존 MK1 모델의 불만스러웠던 디테일을 모두 해소한 듯 하다.
후면에서는 리어램프의 디테일을 변경하고 입체감을 강조했다. 특히 범퍼 하단 좌우에 공기 배출구를 마련한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그 밖에 범퍼 하단 반사판의 위치를 좌우 끝단으로 이동시켜 넓은 폭을 강조하고 디퓨저의 형상도 일부 변경했다. 리어 윈도우 하단 공기흡입구의 형상은 기존 가로형에서 세로형 핀으로 변경, 보조 제동등은 한결 길어졌다.
실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스티어링 휠의 변경이다. 투박한 디자인으로 인해 옵션 추가를 유도했던 기존과 달리 날렵하다. 스포크 우측 하단에 위치한 로터리 스위치는 차의 주행모드를 변경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로터리 스위치 중앙의 작은 버튼은 스포츠 응답 버튼이다. 7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터치 기능을 지원하며 해상도가 좋아졌다.
■ 추가 옵션만 3400만원
시승한 모델에는 기본형 911 카레라에 대략 확인한 것만 약 3400만원의 옵션이 추가된 모델이다. 170만원의 메탈릭 보디컬러를 비롯해, 350만원의 20인치 휠, 560만원의 투톤 실내가죽, 320만원의 전동시트, 370만원의 PDLS+ LED 헤드램프 등이 추가됐다.
또한 230만원의 전후방 주차보조 및 후방카메라, 320만원의 글래스 썬루프가 적용됐으며, 열선시트 조차 옵션으로 추가해야 한다. 특히 290만원의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는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필수 옵션으로 주행모드 셀렉트와 스포츠 응답 버튼이 포함된다.
시승한 모델은 포르쉐 911 카레라로 3리터 수평대향 6기통 터보엔진이 탑재됐다. 6500rpm에서 최고출력 370마력, 1700-5000rpm에서 최대토크 45.9kgm를 발휘한다. 911 카레라의 터보엔진은 일반적인 자연흡기 엔진의 한계 회전을 넘어서는 7500rpm까지 허용한다.
리어 축에 위에 위치한 엔진으로 뒷바퀴를 굴리는 RR 레이아웃과 7단 PDK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다. PDK 적용시 공차중량은 1525kg다. 최고속도는 293km/h,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4.4초,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선택시 4.2초로 단축된다. 복합연비는 9.4km/ℓ(도심 8.4, 고속 11.0)다.
■ 이상적인 시트포지션
포르쉐 911의 운전석은 스포츠카 답게 아주 낮은 포지션을 갖는다. 차에 올라탄다는 표현보다는 내려 앉는다는 표현이 적합해 보인다. 평범해 보이는 시트는 앉았을때 등과 허벅지를 단단히 감싼다. 페달의 위치는 밟는 것보다는 밀어내는 타입으로 카트의 그것과 닮았다. 이상적인 포지셔닝을 지원하는 실내 레이아웃은 탁트인 전방 시야를 제공한다.
911 카레라의 6기통 엔진은 냉간시 진동과 울림이 상당하다. 고성능 스포츠카 특유의 설정이다. 엔진이 뒤에 있어 엔진음과 배기음이 함께 전달되는 점은 911 만의 특징이다. 리어 엔진 레이아웃을 통해 미드십 모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뒷좌석 공간까지 확보했다.
냉간시 상당했던 엔진 사운드는 엔진이 따듯해지면서 잦아든다. 그럼에도 유지되는 수평대향 엔진 특유의 간헐적 진동은 V8 엔진과는 다른 매력이다. PDK 변속기는 저속에서 다소 거친 모습을 보이는데, 가다 서다가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피곤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으면 동작되는 오토 홀드 시스템은 벤츠와 유사한 설정이다.
■ 전 모델에 PASM 기본 적용
뉴 911에는 전자식 댐핑 컨트롤 시스템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각 모드 별로 댐퍼의 단단함이 변경되며, 기어 셀렉트 레버 쪽 스위치를 통해 단단함의 선택도 가능하다. 기존 모델의 댐핑 컨트롤 시스템은 3단계인 반면 새로운 시스템은 2단계 만 제공한다. 911은 일상주행에서도 단단한 승차감을 갖는데, 저속에서의 노면 충격은 의외로 잘 소화해내기도 한다.
일상주행에서는 드라이브 모드를 노멀에 놓는 것이 적합하다. 낮은 엔진회전과 정차시 아이들링 스탑, 그리고 항속주행에서의 코스팅 기능을 제공한다. 스포츠 모드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아이들링 스탑과 코스팅 기능이 해제된다. 아이들링 스탑은 10km/h 이하에서 정차 직전 동작하는 방식인데 엔진 정지와 재가동이 아주 매끄럽다.
고속주행에서는 911의 진가가 나타난다. 낮은 무게중심과 단단한 하체, 그리고 끈끈한 그립의 고성능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노면과의 그립력이 대단하다. 고속주행 시 차체의 안정감을 크게 떨어뜨리는 범프에서는 어떤 스포츠카보다 강하게 차체를 끌어내린다. 초고속에서는 승차감이 오히려 부드럽게 느껴진다. 특히 체감속도가 아주 낮게 느껴지는 점은 포르쉐의 특기다.
911의 성격을 파악하기에는 굽이진 와인딩로드가 제격이다. 스포츠플러스 모드로 설정하면 엔진은 3000rpm 부근에서 대기하다 가속페달의 조작에 따라 순식간에 4000rpm으로 튀어오른다. 노멀 모드에서의 반응은 떨어진 반면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의 반응은 오히려 빠르고 강력하다.
■ 만화같은 스포츠 응답 버튼
뉴 911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스포츠 응답 버튼이다. 드라이빙 모드 스위치 중앙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치의 출력을 20초간 보장한다. 손을 더듬어 주행모드를 변경하거나 다른 설정을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그저 버튼만 누르면 모든 설정이 가장 스포츠하게 변경된다. 개발자의 어린시절 만화 포뮬러원에서 배운 것이 분명하다.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는 차의 모든 것이 예민해진다. 가속페달 조작에 따른 엔진의 반응과 탁월한 기어 단수의 선택으로 차의 상태는 오롯이 운전자의 명령 만을 기다린다. 이런 짜임새 있는 반응을 차와의 일체감이 높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터보랙이라고 말하는 초기 가속시의 지연 현상은 극히 짧다. 노멀 주행모드에서 연비 주행을 위해 반응성이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면 그외의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터보엔진 임을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민첩하다. 터보엔진 임에도 배기 사운드를 잘 살려놨지만, 4000-6000rpm의 엔진 회전 상승에서는 엔진이 조용해지기도 한다.
가속을 시작하면 차는 운전자의 의도를 너무나 잘 파악한다. 가속페달을 밟는 양과 밟는 속도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는 서로 다른 조합을 제공한다. 코너 직전 패들시프트를 통한 다운시프트 이후 팽팽하게 유지됐던 엔진 회전은 매뉴얼 모드에서도 자동적으로 시프트업을 진행해 최적의 가속력을 유지한다. 운전자가 놓친 변속 타이밍을 기계가 보완하는 설정이다.
■ 신뢰감 높은 주행감각
시승차에 옵션으로 적용된 20인치 휠에는 전륜 245mm, 후륜 305mm의 고성능 타이어가 적용된다. 낮고 넓은 차체와 상대적으로 짧은 휠베이스, 반칙에 가까운 초광폭 타이어는 독특한 주행감각을 만들어내는데, 다른 스포츠카와 달리 정사각형의 차체를 조정하는 것과 같은 감각이 전달된다.
리어 엔진, 리어 휠 구동의 911 카레라는 전륜보다 후륜에 무게가 몰려있다. 전후륜 50:50 무게 배분을 외치는 브랜드와는 다른 설정이다. 실제 코너 진입 시에는 강한 제동이 수반되기 때문에 전륜에 무게가 몰리는데, 후륜에 무게를 더한 911의 설정이 빠른 코너링 스피드는 물론 전륜 타이어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기타 RR의 단점은 전자제어가 통제한다.
고회전을 유지하며 코너를 공략하는 상황은 운전자의 아드레날린이 가장 많이 분출되는 상황이다. 짜릿한 엔진 사운드와 빠른 변속으로 마음껏 코너를 요리하는 상황에서 가장 믿음직한 부분은 차체의 움직임이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속페달의 온오프나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라 미세하게 언더와 오버스티어를 오가는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신뢰감이 대단하다.
후륜구동 임에도 코너에서의 그립은 상당하다. 305mm의 후륜은 물론 비교적 왜소한 245mm의 전륜 타이어 조차 그립을 좀 처럼 놓지 않는다. 일반적인 세단 모델 베이스의 퍼포먼스 세단이 보이는 그립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이 높다. 또한 2단과 3단의 기어비 구성이 좋아 와인딩로드에서 맥빠지는 가속 구간은 경험하기 어렵다.
포르쉐 뉴 911에서는 기본형 카레라의 매력이 높아졌다. 터보의 적용으로 인한 파워 향상과 PASM의 기본 적용을 통해 주행성능은 기존 911 카레라 S 수준에 근접했다. 911 카레라 S에는 더 많은 기능이 제공되나 대부분 추가 옵션 임을 감안하면 911 카레라를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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