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 718 박스터 G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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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가 4기통 엔진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아무래도 6기통과 4기통 엔진은 다를 수밖에 없다. 4기통 디젤 엔진은 그저 ‘겔겔’거리기만 하지만 같은 디젤이라도 6기통 엔진은 상당히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감각을 만들어 낸다. 디젤도 6기통이 좋은데 포르쉐는 자사의 중심이었던 6기통 가솔린 엔진을 4기통으로 바꿨다. 자연스레 걱정이 앞선다.
이는 718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의 포르쉐 엔트리급 모델 박스터와 카이맨은 4기통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갑자기 4기통으로 다운 시킬 수는 없으니 과거 레이싱 역사에서 크게 주목받은 718이라는 이름을 붙여 후계자라고 포장(?)도 했다. 참고로 718이란 1957년부터 1962년까지 각종 경기에 참가했던 4기통 경주용 차였다.
4기통 포르쉐… 정말 괜찮을까? 포르쉐니까 괜찮겠지? 르망을 제패한 919 하이브리드 경주용 차도 4기통이니까… 이렇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718 박스터 GTS를 만났다.
참고로 718이라는 이름 때문에 코드명이 변경된 것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하지만 718 박스터의 코드명은 982다. 전 세대 모델인 981을 기반으로 파워트레인 변경 정도를 중심에 둔 모델인데, 포르쉐는 모델 체인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4세대로 구분된다.
4세대라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헤드램프에는 918 스파이더에서 시작된 4 포인트 주간 주행등이 적용된다. 후면부 리어램프를 클리어 타입으로 바꾸고 내부 구성을 3차원 형태로 바꾼 정도가 전부다. 물론 718 이란 모델명도 넣었지만.
인테리어의 변화도 미미하다. 전과 동일한 계기판, 센터페시아와 기어 레버 주변 디자인도 같은 흐름을 따랐다. 물론 도어 디자인도 같다. 하지만 송풍구 디자인을 사각에서 원형으로 바뀌고 크로노 패키지 시계 장착 위치를 달리하는 등의 소소한 변화 정도는 추구했다.
반면 스티어링 휠이 달라졌다. 918 스파이더에서 시작된 디자인이다. 덕분에 마치 경주용 자동차를 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우측 하단에 다이얼도 달았다. 이 다이얼을 조작해 주행모드를 바꾼다. 중앙에는 버튼도 있는데, 이를 누르면 20초 동안 엔진, 터보차저, 변속기 반응이 최대한 빨라진다. 포르쉐는 이를 스포트 리스폰스(Sport Response) 기능이라 부른다. 기능을 작동시키면 계기판에 20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인 사이버 포뮬러를 연상시킨다. 다만 반응이 빨라진 나머지 조금 신경질적인 느낌도 들기 때문에 빠른 주행, 혹은 일상에서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스포트 톱을 보자. 열리고 닫히는데 10초 정도 소요된다. 빠르다. 최고 시속 70km에서도 작동시킬 수 있다. 성격이 급한 소비자라도 시원스러운 속도로 움직여주는 소프트톱에 만족할 듯하다.
테스트 모델은 박스터 중 최상급 모델인 GTS다. 기본형, 그리고 바로 위의 S 등급 대비 다른 외관을 갖고 있다. GTS 전용 범퍼, 공기를 흡입하는 부분과 휠, 모델명, 머플러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한 것이 특징이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도 어둡게 처리했으며, 휠도 20인치가 기본이다.
GTS 모델만의 구성이 돋보인다. 하위 모델에서는 옵션 사양인 스포츠 시트 플러스도 기본으로 달렸다. 전동 조작은 전후만 가능하고 등받이 각도는 수동식이다. 구성이 제한적이지만 몸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준다는 점이 좋다. 사실 뒷좌석이 없기에 시트백 각도를 조절할 일은 많지 않다. 2시터 모델이라면 꼭 전동식이 아니어도 된다는 얘기다.
시트와 도어 암레스트, 기어 레버에 쓰인 소재도 알칸타라가 기본이다. 또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도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다.
스티어링 휠 좌측으로 키를 꼽아 시동을 건다. 우렁찬 기계음이 실내를 감싼다. 엔진 사운드라기보다 동력을 만들어내는 기계 소리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등 뒤로 엔진의 진동도 느껴진다. 박스터는 차체 중앙에 엔진을 탑재한 미드십 구조를 갖는다.
시트 포지션부터 미묘한 긴장감을 부른다. 엉덩이는 지면과 최대한 가까이에 위치하며 다리는 거의 쭉 뻗는 자세가 된다. 시트 양옆이 몸을 눌러주며 엔진의 진동이 등과 엉덩이, 스티어링 휠까지 전달된다.
승용차의 기준에서 바라보면 그야말로 꽝이다. 시끄럽고 진동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카니까. 포르쉐니까 이러한 요소들이 운전자를 자극하는 요소로 탈바꿈한다.
참고로 아이들 상태의 정숙성을 측정한 결과 52.0 dBA로 확인됐다. 여기에 스포츠나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가변 배기 시스템이 작동하며 59.0 dBA 높아진다. 어지간한 승용차가 80km/h 전후의 속도로 달릴 때 들릴 수 있는 소음이다. 그렇다면 718 박스터 GTS가 80km/h로 달리는 환경에서 정숙성은 어떨까? 계측 결과 67.0 dBA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멋진 사운드다.
기어 레버를 바꾸고 가속페달을 살며시 밟는다. 다시금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한 1m 남짓 움직였을까? 겨우 1m의 움직임에서 포르쉐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조금은 뻣뻣하게 조작되는 기어 레버, 유격을 찾아볼 수 없는 스티어링 휠, 엔진과 변속기가 맞물려 휠을 굴리는 과정까지. 모든 순간이 기계적인 느낌을 만든다. 또한 즉각적이다. 일반적인 승용차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다.
물론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과거 포르쉐 대비 많이 가벼워졌다. 적당히 묵직한 느낌만 전하는 수준으로 보면 된다. 여성 운전자들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엔진은 수평대향 구조의 4기통, 2.5리터 배기량을 갖는다. 여기에 터보차저를 사용해 365마력의 출력, 최대토크 43.8kg.m를 낸다. GTS의 터보차저 부스트 압력은 하위 모델의 1.1bar에서 0.2bar 가량을 높인 1.3bar 수준이다. 전용 흡기 시스템을 적용한 것도 GTS의 특징 중 하나다.
엔진 사운드는 4기통치고는 강력하고 멋지다. AMG A45의 4기통 터보 엔진은 너무 인위적이었다. 그저 배기 사운드만 키운 느낌이 강했다. 벨로스터 N도 팝핑 사운드만 크게 부각시켰을 뿐 그저 그렇다. 폭스바겐 골프 R이나 아우디 S3의 4기통 엔진도 너무 밋밋했다.
반면 포르쉐의 4기통 사운드는 걱정을 충분히 날려줄 정도로 시원스럽다. 성량도 풍부하고 저렴한 느낌도 적다. 제법 박력 있는 느낌이다. 특유의 거친 음색도 여전하다. 물론 기존 6기통 포르쉐 소유자가 본다면 아쉬움이 나올 수 있겠지만 타사의 고성능 4기통 엔진에서 넘어온다면 모든 것이 신세계일 것이다.
잠시 기어를 중립 상태로 두고 가속페달만 밟는다. 순식간에 엔진 회전수가 솟구친다. 상승도 빠르고 하강도 빠르다. 이번에는 잽을 날리듯이 가볍게 툭 쳐봤다. 이 조건에서도 칼 같은 반응을 해준다. 포르쉐에게 터보랙이란 개념은 없나?
물론 터보랙이 있긴 하다. 일상 환경에서 주행을 하다 가속페달을 조금 더 지그시 누를 때다. 평상시 1500 rpm 전후에서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는데 이때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미약한 지연 현상이 발생시킨다. 이때뿐이다. 일단 2000 rpm만 넘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제원상 최대토크도 1900~5000 rpm 구간에서 구현된다.
일상 주행 상황. 어느 정도 찌그덕거리는 소리를 감내해야 한다. 지붕이 열리고 닫히는 연결 부위에서 뒤틀림까지 방지할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으로 많은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찌그덕거리는 소리가 큰 문제를 만들지는 않는다. 이를 통해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을 얻을 테니까.
이번에는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다. 우렁찬 엔진 사운드, 속도가 빠르게 상승한다. 가속 성능도 훌륭하지만 그보다 가벼운 움직임이 좋다.
718 박스터 GTS의 무게를 확인한 결과 1413 kg 수준이었다. 참고로 비슷한 무게를 갖는 모델은 아우디 TT 2.0 쿠페(1415 kg), 쉐보레 크루즈 1.6 디젤(1387 kg)이다. 소형차보다 조금 더 많은 무게에서 365마력을 발휘하는 만큼 출력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성능을 측정해 봤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모드. 차체자세제어장치인 PSM은 1단계만 해제시킨다. 이후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런치 컨트롤 기능이 활성화된다. 이상적인 발진 가속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일반적인 런치 컨트롤은 3000~4000 rpm 정도에서 활성화되는 것이 보통. 하지만 포르쉐는 화끈하게 6000 rpm까지 회전수를 높인다. 최근에 들어서? 아니다. 포르쉐의 런치 컨트롤은 탑재됨에 동시에 고회전 영역을 기본으로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능을 수십 번 연속으로 써도 된다는 사실이다. BMW는 물론 AMG 조차 런치 컨트롤 기능을 연속으로 쓰지 못한다. 내구에 대한 자신감만이 만들 수 있는 결과물로 보면 된다.
이제 박스터 GTS를 발진시켜 보자. 바퀴는 미끄러짐 없이 튕겨 나듯 나아간다. 휠 슬립은 정말 최소한이다. 이렇게 계측된 결과는 4.43초였다. 만약 타이어 온도가 더 높아 최상의 접지력이 만들어진 환경이었다면 제원상 기록인 4.1초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번에는 제동성능을 보자. 가속력만큼이나 제동성능도 인상적이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5.1m 내외였다. 테스트가 지속되어도 36m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성능의 지속은 운전자에게 신뢰도를 높여준다. 브레이크가 제 성능을 내주지 못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없다.
여담이지만 우리 팀이 테스트한 BMW M3는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낮은 서킷 최고속도를 갖고 있다. 엔진 출력이 부족해서? 아니다. 브레이크 성능이 부족하다 보니 드라이버가 코너 진입 전에 제동 시점을 크게 앞당겼기 때문이다.
잘 달리는 것보다 잘 멈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포르쉐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많은 칭찬을 받는다. 참고로 테스트 모델에 탑재된 브레이크 시스템은 기본 사양이다.
카본 세라믹 디스크도 아니며, 심지어 타공 디스크도 아니다. 밖에서 바라보면 20인치에 이르는 휠에 비해 브레이크 크기가 왜소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정확하게 멈춰준다. 멈추고 싶은 지점을 생각하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그대로 정지한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승용차와 유사한 유격도 느껴지는데 오히려 일반인들이 다루는 측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와인딩 로드에 접어든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속도 자체가 평소 주행하던 차량보다 빠르다. 그럼에도 타이어는 스키드 음을 내지 않고 쉽사리 코너를 돌아나간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P zero N1으로, 전륜 235mm, 후륜 265mm 규격을 사용한다. 여기서 N1이란 것이 뭘까? N 스펙으로 통하는 이 등급은 포르쉐가 신차 개발과정에서 함께 개발된 타이어임을 뜻한다. 같은 P zero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N이 들어간 타이어는 포르쉐 전용이라는 의미다. 다음 숫자는 일종의 세대수를 뜻한다. N0이 최초로 개발된 타이어라면 N1은 다음 세대, N2, N3, N4 등등으로 넘어간다.
포르쉐 전용 타이어인 만큼 성능은 뛰어나다. 다만 P zero 타이어 특성상 어느 정도 온도가 상승해야만 제 성능이 나온다. 타이어 온도가 낮은 환경이라면 스키드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한 번에 미끄러지는 느낌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놀랄 수도 있다.
스티어 특성은 흔히 말하는 뉴트럴한 성향이다. 사실 뉴트럴 성향이라는 말 자체가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라는 것을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하기에 성향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718 박스터 GTS는 정말 그렇게 움직여준다. 코너를 진입하면 소폭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후 코너 안쪽을 파고들 때 후륜이 살며시 움직이면서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려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미끄러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태로 코너를 깔끔하게 통과한다.
포르쉐의 PDK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극찬을 받아왔다. 현재도 여전히 좋다. 빠르고 정확하며 똑똑하다. 수동으로 패들이나 변속 레버를 작동시키면 지연 없이 순식간에 변속을 해준다. 패들을 당기는 순간 변속이 끝난다고 이해하면 된다. 아우디를 비롯한 폭스바겐, 현대 기아차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변속만 빠르고 실제로 동력이 연결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PDK는 바로 동력을 전달시킨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면 변속기는 더 똑똑해진다. 와인딩 로드나 서킷에서 수동으로 조작할 필요가 없다. 최적의 엔진 회전수에서 최적의 재가속이 가능한 상태로 알아서 변속한다. 오히려 어설프게 수동으로 조작하면 빨리 달리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물론 운전 재미 차원은 예외다. 이제는 더 빠른 기록을 만들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변속 조작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현실이 새롭게 다가온다.
잠시 스펙을 살펴보자. 718 박스터 GTS에는 지상고를 10mm 낮춘 서스펜션이 장착되는데 한층 단단한 설정을 갖는다. 여기에 안티롤바도 강화된 것을 넣어 빠른 속도로 달려도 차체가 안정적으로 수평을 유지시켜 준다. 그리고 그 이점은 코너링 때 살아난다.
PTV라는 이름의 토크 벡터링 시스템도 주목할 부분이다. 코너 안쪽 바퀴에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방식인 토크 벡터링 바이 브레이크(Torque Vectoring by Brake) 방식이 쓰인다. 하지만 단순히 브레이크만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식 LSD와 함께 연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완성도 측면에서 타사 제품과 성격을 달리하는 내용이다.
원래 포르쉐는 잘 달린다. 괜히 스포츠카 브랜드가 아니다. 여기에 GTS에는 위에서 언급된 내용 외에 다양한 전용 튜닝이 적용돼 있다. 그러니 얼마나 잘 달리겠는가? 실제로 뉘르부르크링 북쪽 서킷에서 7분 40초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벤츠 SLR 맥라렌 같은 슈퍼카들과 같은 수준의 기록이다. 4기통 엔진으로 말이다.
이렇게 잘 달린다는 것은 누가 운전해도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높은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도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안정적인 감각이 운전자에게 신뢰도를 준다. 이처럼 차를 믿고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하루 이틀 연구한다고 흉내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인상적인 부분에는 주행 연비도 포함된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만 하면 16.5km/L라는 수준급의 연비를 체험할 수 있다. 가감속만 크게 하지 않는다면 못해도 13km/L 이상의 연비를 쉽사리 뽑아낼 수 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정체구간에서도 9km/L 정도의 연비를 보여준다. 일반적인 승용차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는 연비다. 가벼운 차체와 효율 좋은 파워트레인 조합의 결과다. 물론 포르쉐를 연비 때문에 구입하는 소비자는 없겠지만 그래도 차주 입장에서 잘 달리는데 연비까지 좋다면 더 애정이 갈 것이다.
시승기를 쓰는 동안 칭찬 릴레이가 펼쳐졌다. 물론 718 박스터 GTS에게도 단점은 존재한다. 앞뒤에 위치한 트렁크는 대체 무엇을 싣고 다니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센터페시아 버튼 배치도 최악이다. 버튼 크기는 새끼손톱만큼 작을뿐더러 기능 실행을 위해 어떤 버튼을 조작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찾아봐야 한다. 스포츠 플러스 시트는 이름만큼이나 화려하지 않다. 조수석 대시보드에 숨겨져 있는 컵홀더는 눌러도 안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칭찬 일색이었던 것은 ‘목적에 충실한 차’이기 때문이다. 781 박스터 GTS는 잘 달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에 따라 정말 잘 달렸다. 인제 서킷에서는 우리 팀 레코드 기록을 큰 차이로 갈아치웠다.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다. 기계적인 체결감,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 이를 뒷받침하는 성능 모두가 만족스러웠다.
최근 포르쉐도 수익성 향상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칸이나 카이엔을 열심히 팔고 있으며, 양산 전기차도 내놓게 된다. 파나메라도 노멀 버전과 스포트 투리스모 버전으로 나누는 등 가치 치기 작업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수동변속기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거나 비싼 금액을 지불해야 다룰 수 있다. 아쉽지만 시대가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포르쉐가 예전 같지 않다’고. 그런데 과연 그럴까? 포르쉐는 포르쉐다. 시대가 바뀌고 있음에 따라 나름대로 발맞춰가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고작 718 박스터였다. 위로는 911 GT3도 있고 911 GT2 RS도 있다. 918 스파이더라는 하이퍼카도 있다. 이들 중 박스터는 가장 느리다. 그런데도 국내외 어떤 스포츠 카보다도 잘 달리고 또 빠르다. 이래도 포르쉐가 예전 같지 않을까?
테스트를 마치면서 팀장인 김기태 PD에게 질문했다. ‘과연 포르쉐의 주행 느낌을 타사들이 안 따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못 따라 하는 것일까?’ 대답은 ‘아마도 못할걸?’이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또 시간이 갈수록 서로 베끼고 베끼는 기술도 많아졌다. 하지만 포르쉐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역사면 역사, 기술력이면 기술력,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도 최상을 달린다. 다만 포르쉐 코리아가 더 많은 테스트 카를 운영해주길 바란다. 소수를 위한 차라도 그에 대한 갈증과 궁금증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718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의 포르쉐 엔트리급 모델 박스터와 카이맨은 4기통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갑자기 4기통으로 다운 시킬 수는 없으니 과거 레이싱 역사에서 크게 주목받은 718이라는 이름을 붙여 후계자라고 포장(?)도 했다. 참고로 718이란 1957년부터 1962년까지 각종 경기에 참가했던 4기통 경주용 차였다.
4기통 포르쉐… 정말 괜찮을까? 포르쉐니까 괜찮겠지? 르망을 제패한 919 하이브리드 경주용 차도 4기통이니까… 이렇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718 박스터 GTS를 만났다.
참고로 718이라는 이름 때문에 코드명이 변경된 것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하지만 718 박스터의 코드명은 982다. 전 세대 모델인 981을 기반으로 파워트레인 변경 정도를 중심에 둔 모델인데, 포르쉐는 모델 체인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4세대로 구분된다.
4세대라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헤드램프에는 918 스파이더에서 시작된 4 포인트 주간 주행등이 적용된다. 후면부 리어램프를 클리어 타입으로 바꾸고 내부 구성을 3차원 형태로 바꾼 정도가 전부다. 물론 718 이란 모델명도 넣었지만.
인테리어의 변화도 미미하다. 전과 동일한 계기판, 센터페시아와 기어 레버 주변 디자인도 같은 흐름을 따랐다. 물론 도어 디자인도 같다. 하지만 송풍구 디자인을 사각에서 원형으로 바뀌고 크로노 패키지 시계 장착 위치를 달리하는 등의 소소한 변화 정도는 추구했다.
반면 스티어링 휠이 달라졌다. 918 스파이더에서 시작된 디자인이다. 덕분에 마치 경주용 자동차를 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우측 하단에 다이얼도 달았다. 이 다이얼을 조작해 주행모드를 바꾼다. 중앙에는 버튼도 있는데, 이를 누르면 20초 동안 엔진, 터보차저, 변속기 반응이 최대한 빨라진다. 포르쉐는 이를 스포트 리스폰스(Sport Response) 기능이라 부른다. 기능을 작동시키면 계기판에 20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인 사이버 포뮬러를 연상시킨다. 다만 반응이 빨라진 나머지 조금 신경질적인 느낌도 들기 때문에 빠른 주행, 혹은 일상에서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스포트 톱을 보자. 열리고 닫히는데 10초 정도 소요된다. 빠르다. 최고 시속 70km에서도 작동시킬 수 있다. 성격이 급한 소비자라도 시원스러운 속도로 움직여주는 소프트톱에 만족할 듯하다.
테스트 모델은 박스터 중 최상급 모델인 GTS다. 기본형, 그리고 바로 위의 S 등급 대비 다른 외관을 갖고 있다. GTS 전용 범퍼, 공기를 흡입하는 부분과 휠, 모델명, 머플러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한 것이 특징이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도 어둡게 처리했으며, 휠도 20인치가 기본이다.
GTS 모델만의 구성이 돋보인다. 하위 모델에서는 옵션 사양인 스포츠 시트 플러스도 기본으로 달렸다. 전동 조작은 전후만 가능하고 등받이 각도는 수동식이다. 구성이 제한적이지만 몸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준다는 점이 좋다. 사실 뒷좌석이 없기에 시트백 각도를 조절할 일은 많지 않다. 2시터 모델이라면 꼭 전동식이 아니어도 된다는 얘기다.
시트와 도어 암레스트, 기어 레버에 쓰인 소재도 알칸타라가 기본이다. 또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도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다.
스티어링 휠 좌측으로 키를 꼽아 시동을 건다. 우렁찬 기계음이 실내를 감싼다. 엔진 사운드라기보다 동력을 만들어내는 기계 소리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등 뒤로 엔진의 진동도 느껴진다. 박스터는 차체 중앙에 엔진을 탑재한 미드십 구조를 갖는다.
시트 포지션부터 미묘한 긴장감을 부른다. 엉덩이는 지면과 최대한 가까이에 위치하며 다리는 거의 쭉 뻗는 자세가 된다. 시트 양옆이 몸을 눌러주며 엔진의 진동이 등과 엉덩이, 스티어링 휠까지 전달된다.
승용차의 기준에서 바라보면 그야말로 꽝이다. 시끄럽고 진동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카니까. 포르쉐니까 이러한 요소들이 운전자를 자극하는 요소로 탈바꿈한다.
참고로 아이들 상태의 정숙성을 측정한 결과 52.0 dBA로 확인됐다. 여기에 스포츠나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가변 배기 시스템이 작동하며 59.0 dBA 높아진다. 어지간한 승용차가 80km/h 전후의 속도로 달릴 때 들릴 수 있는 소음이다. 그렇다면 718 박스터 GTS가 80km/h로 달리는 환경에서 정숙성은 어떨까? 계측 결과 67.0 dBA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멋진 사운드다.
기어 레버를 바꾸고 가속페달을 살며시 밟는다. 다시금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한 1m 남짓 움직였을까? 겨우 1m의 움직임에서 포르쉐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조금은 뻣뻣하게 조작되는 기어 레버, 유격을 찾아볼 수 없는 스티어링 휠, 엔진과 변속기가 맞물려 휠을 굴리는 과정까지. 모든 순간이 기계적인 느낌을 만든다. 또한 즉각적이다. 일반적인 승용차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다.
물론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과거 포르쉐 대비 많이 가벼워졌다. 적당히 묵직한 느낌만 전하는 수준으로 보면 된다. 여성 운전자들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엔진은 수평대향 구조의 4기통, 2.5리터 배기량을 갖는다. 여기에 터보차저를 사용해 365마력의 출력, 최대토크 43.8kg.m를 낸다. GTS의 터보차저 부스트 압력은 하위 모델의 1.1bar에서 0.2bar 가량을 높인 1.3bar 수준이다. 전용 흡기 시스템을 적용한 것도 GTS의 특징 중 하나다.
엔진 사운드는 4기통치고는 강력하고 멋지다. AMG A45의 4기통 터보 엔진은 너무 인위적이었다. 그저 배기 사운드만 키운 느낌이 강했다. 벨로스터 N도 팝핑 사운드만 크게 부각시켰을 뿐 그저 그렇다. 폭스바겐 골프 R이나 아우디 S3의 4기통 엔진도 너무 밋밋했다.
반면 포르쉐의 4기통 사운드는 걱정을 충분히 날려줄 정도로 시원스럽다. 성량도 풍부하고 저렴한 느낌도 적다. 제법 박력 있는 느낌이다. 특유의 거친 음색도 여전하다. 물론 기존 6기통 포르쉐 소유자가 본다면 아쉬움이 나올 수 있겠지만 타사의 고성능 4기통 엔진에서 넘어온다면 모든 것이 신세계일 것이다.
잠시 기어를 중립 상태로 두고 가속페달만 밟는다. 순식간에 엔진 회전수가 솟구친다. 상승도 빠르고 하강도 빠르다. 이번에는 잽을 날리듯이 가볍게 툭 쳐봤다. 이 조건에서도 칼 같은 반응을 해준다. 포르쉐에게 터보랙이란 개념은 없나?
물론 터보랙이 있긴 하다. 일상 환경에서 주행을 하다 가속페달을 조금 더 지그시 누를 때다. 평상시 1500 rpm 전후에서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는데 이때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미약한 지연 현상이 발생시킨다. 이때뿐이다. 일단 2000 rpm만 넘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제원상 최대토크도 1900~5000 rpm 구간에서 구현된다.
일상 주행 상황. 어느 정도 찌그덕거리는 소리를 감내해야 한다. 지붕이 열리고 닫히는 연결 부위에서 뒤틀림까지 방지할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으로 많은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찌그덕거리는 소리가 큰 문제를 만들지는 않는다. 이를 통해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을 얻을 테니까.
이번에는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다. 우렁찬 엔진 사운드, 속도가 빠르게 상승한다. 가속 성능도 훌륭하지만 그보다 가벼운 움직임이 좋다.
718 박스터 GTS의 무게를 확인한 결과 1413 kg 수준이었다. 참고로 비슷한 무게를 갖는 모델은 아우디 TT 2.0 쿠페(1415 kg), 쉐보레 크루즈 1.6 디젤(1387 kg)이다. 소형차보다 조금 더 많은 무게에서 365마력을 발휘하는 만큼 출력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성능을 측정해 봤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모드. 차체자세제어장치인 PSM은 1단계만 해제시킨다. 이후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런치 컨트롤 기능이 활성화된다. 이상적인 발진 가속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일반적인 런치 컨트롤은 3000~4000 rpm 정도에서 활성화되는 것이 보통. 하지만 포르쉐는 화끈하게 6000 rpm까지 회전수를 높인다. 최근에 들어서? 아니다. 포르쉐의 런치 컨트롤은 탑재됨에 동시에 고회전 영역을 기본으로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능을 수십 번 연속으로 써도 된다는 사실이다. BMW는 물론 AMG 조차 런치 컨트롤 기능을 연속으로 쓰지 못한다. 내구에 대한 자신감만이 만들 수 있는 결과물로 보면 된다.
이제 박스터 GTS를 발진시켜 보자. 바퀴는 미끄러짐 없이 튕겨 나듯 나아간다. 휠 슬립은 정말 최소한이다. 이렇게 계측된 결과는 4.43초였다. 만약 타이어 온도가 더 높아 최상의 접지력이 만들어진 환경이었다면 제원상 기록인 4.1초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번에는 제동성능을 보자. 가속력만큼이나 제동성능도 인상적이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5.1m 내외였다. 테스트가 지속되어도 36m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성능의 지속은 운전자에게 신뢰도를 높여준다. 브레이크가 제 성능을 내주지 못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없다.
여담이지만 우리 팀이 테스트한 BMW M3는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낮은 서킷 최고속도를 갖고 있다. 엔진 출력이 부족해서? 아니다. 브레이크 성능이 부족하다 보니 드라이버가 코너 진입 전에 제동 시점을 크게 앞당겼기 때문이다.
잘 달리는 것보다 잘 멈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포르쉐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많은 칭찬을 받는다. 참고로 테스트 모델에 탑재된 브레이크 시스템은 기본 사양이다.
카본 세라믹 디스크도 아니며, 심지어 타공 디스크도 아니다. 밖에서 바라보면 20인치에 이르는 휠에 비해 브레이크 크기가 왜소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정확하게 멈춰준다. 멈추고 싶은 지점을 생각하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그대로 정지한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승용차와 유사한 유격도 느껴지는데 오히려 일반인들이 다루는 측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와인딩 로드에 접어든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속도 자체가 평소 주행하던 차량보다 빠르다. 그럼에도 타이어는 스키드 음을 내지 않고 쉽사리 코너를 돌아나간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P zero N1으로, 전륜 235mm, 후륜 265mm 규격을 사용한다. 여기서 N1이란 것이 뭘까? N 스펙으로 통하는 이 등급은 포르쉐가 신차 개발과정에서 함께 개발된 타이어임을 뜻한다. 같은 P zero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N이 들어간 타이어는 포르쉐 전용이라는 의미다. 다음 숫자는 일종의 세대수를 뜻한다. N0이 최초로 개발된 타이어라면 N1은 다음 세대, N2, N3, N4 등등으로 넘어간다.
포르쉐 전용 타이어인 만큼 성능은 뛰어나다. 다만 P zero 타이어 특성상 어느 정도 온도가 상승해야만 제 성능이 나온다. 타이어 온도가 낮은 환경이라면 스키드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한 번에 미끄러지는 느낌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놀랄 수도 있다.
스티어 특성은 흔히 말하는 뉴트럴한 성향이다. 사실 뉴트럴 성향이라는 말 자체가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라는 것을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하기에 성향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718 박스터 GTS는 정말 그렇게 움직여준다. 코너를 진입하면 소폭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후 코너 안쪽을 파고들 때 후륜이 살며시 움직이면서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려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미끄러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태로 코너를 깔끔하게 통과한다.
포르쉐의 PDK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극찬을 받아왔다. 현재도 여전히 좋다. 빠르고 정확하며 똑똑하다. 수동으로 패들이나 변속 레버를 작동시키면 지연 없이 순식간에 변속을 해준다. 패들을 당기는 순간 변속이 끝난다고 이해하면 된다. 아우디를 비롯한 폭스바겐, 현대 기아차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변속만 빠르고 실제로 동력이 연결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PDK는 바로 동력을 전달시킨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면 변속기는 더 똑똑해진다. 와인딩 로드나 서킷에서 수동으로 조작할 필요가 없다. 최적의 엔진 회전수에서 최적의 재가속이 가능한 상태로 알아서 변속한다. 오히려 어설프게 수동으로 조작하면 빨리 달리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물론 운전 재미 차원은 예외다. 이제는 더 빠른 기록을 만들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변속 조작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현실이 새롭게 다가온다.
잠시 스펙을 살펴보자. 718 박스터 GTS에는 지상고를 10mm 낮춘 서스펜션이 장착되는데 한층 단단한 설정을 갖는다. 여기에 안티롤바도 강화된 것을 넣어 빠른 속도로 달려도 차체가 안정적으로 수평을 유지시켜 준다. 그리고 그 이점은 코너링 때 살아난다.
PTV라는 이름의 토크 벡터링 시스템도 주목할 부분이다. 코너 안쪽 바퀴에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방식인 토크 벡터링 바이 브레이크(Torque Vectoring by Brake) 방식이 쓰인다. 하지만 단순히 브레이크만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식 LSD와 함께 연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완성도 측면에서 타사 제품과 성격을 달리하는 내용이다.
원래 포르쉐는 잘 달린다. 괜히 스포츠카 브랜드가 아니다. 여기에 GTS에는 위에서 언급된 내용 외에 다양한 전용 튜닝이 적용돼 있다. 그러니 얼마나 잘 달리겠는가? 실제로 뉘르부르크링 북쪽 서킷에서 7분 40초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벤츠 SLR 맥라렌 같은 슈퍼카들과 같은 수준의 기록이다. 4기통 엔진으로 말이다.
이렇게 잘 달린다는 것은 누가 운전해도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높은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도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안정적인 감각이 운전자에게 신뢰도를 준다. 이처럼 차를 믿고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하루 이틀 연구한다고 흉내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인상적인 부분에는 주행 연비도 포함된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만 하면 16.5km/L라는 수준급의 연비를 체험할 수 있다. 가감속만 크게 하지 않는다면 못해도 13km/L 이상의 연비를 쉽사리 뽑아낼 수 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정체구간에서도 9km/L 정도의 연비를 보여준다. 일반적인 승용차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는 연비다. 가벼운 차체와 효율 좋은 파워트레인 조합의 결과다. 물론 포르쉐를 연비 때문에 구입하는 소비자는 없겠지만 그래도 차주 입장에서 잘 달리는데 연비까지 좋다면 더 애정이 갈 것이다.
시승기를 쓰는 동안 칭찬 릴레이가 펼쳐졌다. 물론 718 박스터 GTS에게도 단점은 존재한다. 앞뒤에 위치한 트렁크는 대체 무엇을 싣고 다니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센터페시아 버튼 배치도 최악이다. 버튼 크기는 새끼손톱만큼 작을뿐더러 기능 실행을 위해 어떤 버튼을 조작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찾아봐야 한다. 스포츠 플러스 시트는 이름만큼이나 화려하지 않다. 조수석 대시보드에 숨겨져 있는 컵홀더는 눌러도 안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칭찬 일색이었던 것은 ‘목적에 충실한 차’이기 때문이다. 781 박스터 GTS는 잘 달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에 따라 정말 잘 달렸다. 인제 서킷에서는 우리 팀 레코드 기록을 큰 차이로 갈아치웠다.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다. 기계적인 체결감,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 이를 뒷받침하는 성능 모두가 만족스러웠다.
최근 포르쉐도 수익성 향상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칸이나 카이엔을 열심히 팔고 있으며, 양산 전기차도 내놓게 된다. 파나메라도 노멀 버전과 스포트 투리스모 버전으로 나누는 등 가치 치기 작업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수동변속기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거나 비싼 금액을 지불해야 다룰 수 있다. 아쉽지만 시대가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포르쉐가 예전 같지 않다’고. 그런데 과연 그럴까? 포르쉐는 포르쉐다. 시대가 바뀌고 있음에 따라 나름대로 발맞춰가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고작 718 박스터였다. 위로는 911 GT3도 있고 911 GT2 RS도 있다. 918 스파이더라는 하이퍼카도 있다. 이들 중 박스터는 가장 느리다. 그런데도 국내외 어떤 스포츠 카보다도 잘 달리고 또 빠르다. 이래도 포르쉐가 예전 같지 않을까?
테스트를 마치면서 팀장인 김기태 PD에게 질문했다. ‘과연 포르쉐의 주행 느낌을 타사들이 안 따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못 따라 하는 것일까?’ 대답은 ‘아마도 못할걸?’이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또 시간이 갈수록 서로 베끼고 베끼는 기술도 많아졌다. 하지만 포르쉐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역사면 역사, 기술력이면 기술력,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도 최상을 달린다. 다만 포르쉐 코리아가 더 많은 테스트 카를 운영해주길 바란다. 소수를 위한 차라도 그에 대한 갈증과 궁금증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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