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포르쉐, 3세대 카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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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외계인이 만든다’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차를 잘 만든다는 의미다. 차를 잘 만든다는 것은 빠르면서 안전하고, 동시에 스포티한 포르쉐만의 감각을 잘 전달해 준다는 의미다. 성능이면 성능, 내구성이면 내구성, 감각이면 감각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스포츠카 911이나 718은 특수한 차다. 대중 브랜드 및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그리 욕심내지 않는 분야다. 벤치마킹을 하더라도 전념을 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포르쉐가 SUV를 만드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 럭셔리 브랜드와도 일부 겹친다. 대중 브랜드에게는 아주 좋은 교보재가 될 것이다. 나아가 프리미엄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 연구소에서도 한 번쯤 카이엔의 모든 것을 뜯어봤을 것이다. 벤치마크를 위해서다. 비슷한 부품, 다 아는 구조로 만들었는데 왜 포르쉐가 만들면 결과물이 달라질까? 그런 포르쉐의 SUV, 앞으로 중심이 될 3세대 카이엔을 파헤쳐 보자.

포르쉐에게 카이엔은 너무 예쁜 자식이다. 이는 판매량이 말한다. 지난 2018년, 전 세계 판매 실적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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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최상급 SUV 카이엔이 라인업 내 2번째로 잘 팔렸다. 전 세계에서 팔린 포르쉐 10대 중 3대가 카이엔이었다. 마칸까지 합하면 포르쉐 모델 중 SUV 판매 비율은 61%가 넘는다.

디자인은 포르쉐 특징을 이어간다. 한눈에 카이엔이라는 것을 알게 하지만 과거 모델과 확연히 다른 느낌은 아니다. 현 세대 마칸과도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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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의 절반가량은 공기흡입구가 차지하는데 이 덕에 대담한 인상을 갖게 됐다. 공기흡입구 안쪽에는 액티브 셔터 그릴도 있다. 헤드램프의 4점식 조명은 이제 포르쉐의 핵심 디자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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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부는 쿠페를 연상시키는 SUV의 실루엣이다. 참고로 카이엔 쿠페는 이 디자인을 기초로 한 번 더 지붕을 낮췄다. 우리가 만난 테스트카는 21인치 휠을 썼다. 다른 브랜드의 차였다면 과하다고 지적했겠지만 포르쉐니까(?) 적당해 보인다. 스포츠카 브랜드이기 때문인데, 역시 고정관념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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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측면이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면 후면은 상황이 다르다. 최근 다양한 모델에 파생되는 일자로 연결된 리어램프를 중심으로 하는데, 포르쉐 레터링이 램프 안쪽에 위치한다. 대담한 범퍼와 머플러 디자인도 고성능 모델임을 보여주는 듯, 포르쉐답게 마무리했다.

크게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전체적인 비율이 조금씩 조정됐다. 차체 길이가 63mm 길어졌고 높이는 9mm가량 낮아졌다. 휠베이스는 같다. 중국 시장을 생각하면 조금 더 넓어질 필요도 있을 텐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계산인 것일까? 어쩌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계산일 수도 있다. 차체 길이, 휠베이스를 손대면 성능이 달라질 수 있는데, 포르쉐 연구진이 바라는 이상적인 성능이 구현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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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과 달리 인테리어는 크게 변했다. 이제 포르쉐의 실내에서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고급 가죽과 박음질 마무리, 금속과 하이그로시(고광택) 블랙 패널 장식 등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반영됐다.

그럼에도 수수한 독일인이 화려한 프랑스나 이탈리아 패션을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선과 면 처리를 간결하게 하는 등 어딘가 모르게 투박한 느낌도 든다. 물론 그런 투박함이 포르쉐의 특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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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5개의 원형 구성을 유지한다. 전통이다. 하지만 아날로그 계기판은 중앙 타코미터 뿐이다.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7인치 디스플레이 2개가 대신한다. 이들은 타코미터 좌우에 배치됐다. 여기서 구동 배분이나 G 포스, 지도를 확인할 수 있고, 크로노그래프가 적용된 모델은 랩타임 표기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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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도 최신 디자인을 쓴다. 옵션 선택에 따라 주행모드를 변경 할 수 있는 다이얼도 있다. 패들도 있는데 기계를 다루는 것 같은 조작감을 만든다. 열선 버튼이 스티어링 휠의 6시 부분에 숨겨져 있다. 카이엔을 타면서 열선 기능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작동 버튼을 찾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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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 모니터는 12.3인치 크기다. 해상도를 비롯해 터치 반응이 빨라서 좋다. 다만 일부 한글화 완성도와 인터페이스의 직관성은 떨어진다. 예를 들어 공조장치 부분을 ‘기후’(Climate), 멀티미디어를 매체(Multimedia)로 표현한 것이 예다. 과거 마세라티가 스포츠 서스펜션을 스포츠 현탄액으로 표현했는데, 세심하지 못한 한글화 작업의 결과물들이다. 포르쉐답지 않게 허술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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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레버 주위는 다양한 버튼들로 꾸며진다. 어떤 버튼은 터치에 햅틱 피드백을 전달하는가 하면 다른 버튼은 물리적으로 눌리기도 한다. 오디오 볼륨 조절 다이얼은 생각보다 크다.

포르쉐에 익숙한 소비자가 아니라면 카이엔을 접했을 때 어떤 버튼을 어떻게 조작할지 고민할 것 같다. 인터페이스가 좋지 못하기 때문인데, 기능을 사용하고 싶을 때 실내의 버튼들을 살펴봐야 하고 메뉴에 메뉴를 들어가며 헤매야 할 때도 있다. 그만큼 복잡하고 직관적이지 못하다. 하긴 과거에 스티어링 휠에 패들이 아닌 버튼으로 수동 변속을 하게 만들던 제조사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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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18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고 통풍과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통풍 기능이 시원한 편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는데, 포르쉐의 대부분의 것들은 옵션으로 구성된다. 우리 팀이 얘기하는 것은 일정 옵션이 들어간 테스트카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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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은 배터리가 엔진룸이나 트렁크가 아닌 조수석 바닥에 숨겨져 있다. 조수석 승객이 커피나 음료를 쏟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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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넉넉하다. 휠베이스가 늘지 않았지만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넉넉한 수준이다. 독립식 공조장치도 지원한다. 시트 슬라이드와 시트백 각도 조절도 있어 국내 소비자들이 반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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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형급 이상 큰 모델임에도 뒷좌석 유리창이 많이 내려가지 않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도어 설계 구조상 혹은 안전 등 이유는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다소 성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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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반듯한 트렁크 공간은 전 세대 모델 대비 100리터 증가한 770리터 크기다. 짐을 편하게 싣고 내리기 위한 지상고 조절 시스템도 있다.

이외에 포르쉐 최초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달린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시스템도 장거리 여행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차선 유지 기능은 빠졌다.

그밖에 2중 접합 유리가 눈에 띈다. 정숙성 향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지금까지 설명했던 상당수 기능들이 대부분 옵션이다. 포르쉐는 차량별 옵션을 개별 오더 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이 큰 장점도 있는 반면, 기본 제공되는 편의 장비가 적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 팀이 테스트한 카이엔에 적용된 옵션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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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으로 차 한대 값이 들어갔다. 그랜저 풀옵션, 제네시스 G70을 노려볼 수 있는 가격이다. 역시 돈은 이렇게 버는가 보다. 참고로 포르쉐는 3세대 카이엔에 더 많은 옵션들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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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칼럼 왼편 다이얼을 돌려 시동을 건다. 6기통 가솔린이지만 묵직한 음색이 전해진다. SUV이기에 기본적으로는 조용함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2중 접합유리도 쓴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36.5dBA 수준이었다. 상당한 수준의 정숙성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300, 쉐보레 임팔라 2.5, 현대 아슬란 G330 등 정숙성이 강조된 모델과 동일한 수준이다. 80km/h 속도에서는 59.0dBA 내외로 평균 또는 동급 모델 대비 약간 조용한 수준을 보였다. 결과로 보자면 포르쉐라고 무조건 시끄럽지는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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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환경에서 엔진 회전수는 650rpm 전후.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800rpm까지 상승한다. 여기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900rpm으로 상승한다. 주행모드를 바꿀 때마다 에어 서스펜션도 지상고를 바꾼다. 단순히 주행모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운전자를 신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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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주행을 해보면 포르쉐가 어떻게 대중과 타협했는지 알 수 있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 기계를 조작하는 것 같은 기어 레버, 묵직한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 엔진과 바퀴가 직결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다른 포르쉐 일원과 달리 한 번씩 걸러진 느낌을 맛보게 된다. 마칸만 해도 감각적 요소를 조금 살렸는데, 카이엔은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 어느 소비자를 공략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포르쉐는 포르쉐다. 운전 재미가 잘 살아나기 때문. 스티어링 휠이 조금 가벼워졌지만 노면 정보를 전하는데 부족함은 없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답력도 적당하며 유격이 많지 않아 긴장감을 높여준다. 브레이크 조작만 봐도 일반적인 차들 기준 1/2~1/3 수준의 유격을 가질 정도다.

신기한 것은 아우디나 폭스바겐도 사용하는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쓰면서도 포르쉐의 동력 전달감이 다르다는 점이다. 구조적으로 락업 구간이 어떻다는 문제를 떠나 포르쉐 모델들은 엔진에서 만든 힘을 손실 없이 바퀴로 전달해준다는 느낌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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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의 엔진은 V6 3.0리터 가솔린 트윈터보다. 여기에서 340마력과 45.9kgf·m의 토크를 뽑아낸다. 1세대 카이엔 S가 V8 4.5리터 가솔린 엔진에서 340마력을 발휘했으니 성능의 상향 평준화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마력이 어떻고 토크가 어디서 발휘되는지를 떠나 운전을 할 때의 힘찬 느낌이 좋다. 차체의 무게감도 크지 않고 속도계 바늘도 빠르게 상승한다. 터보랙도 크지 않아 엔진의 힘이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모습이다. 과거 4.5리터 V8 자연흡기 엔진과 비교해도 아쉬움 없는 성능이다.

가속 페달을 깊이 밟는다. 폭발적이지 않지만 꾸준하게 힘을 내고 있다. 디젤처럼 초반에 토크를 쏟아내고 밋밋해지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이제 기본 성능을 보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테스트 모델은 크로노 패키지까지 적용된 사양. 공식 제원상 5.9초의 가속 성능을 갖는다.

테스트 결과 5.83초. 포르쉐 모델들은 대부분 공식 발표 수치와 동일하거나 조금 더 빠른 기록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식 수치 대비 0.07초 앞선 카이엔도 그랬다. 메르세데스-AMG의 GLC 43 쿠페가 5.4초, 마세라티 르반떼 S Q4가 5.03초를 기록하고 있으니 기본형 카이엔의 성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다. 더욱이 이 카이엔은 시작점이다. 위로 S를 비롯해 GTS 등등의 파생 모델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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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단 자동변속기는 런치 컨트롤 모드도 지원한다. 이 모드에서는 변속을 할 때마다 일정 수준의 충격이 만들어진다. PDK 변속기에서 런치 컨트롤 모드를 작동시킬 때와 유사한 모습을 갖도록 개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조금 차이가 있는데, PDK는 마치 때리는 듯한 감각이었고, 카이엔의 자동변속기는 그보다는 부드럽게 밀어준다는 느낌이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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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의 크루징. 안정성은 뛰어나다. 역시 스포츠카 브랜드다운 능력이다. 100km/h를 넘어서는 속도에서도 밋밋하다고 느낄 만큼 안정적이다. 어떤 속도에서건 여유가 있다. 섀시, 차체, 엔진 출력도 ‘한 번 더’를 외치는 것 같다. 바람과 노면을 통해 만들어지는 소음은 크다. 하지만 엔진과 배기 사운드가 의외로 조용하다. 앞서 살펴 본 정숙성이 크루징 상황에서도 이점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제법 스포티한 음색을 토하긴 한다.

테스트카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달려 있다. 덕분에 차간 거리를 조절해나며 편안한 장거리 이동을 도왔다. 하지만 차선 유지 기능이 없었다. 이것도 옵션이다.

스포츠카 브랜드의 일원, 제동 성능은 어떨까? 결과적으로 매우 아쉬웠다. 아니 실망했다는 표현이 맞다. 브레이크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거나 길들이기 문제가 아니다. 원인은 타이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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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에 장착된 것은 피렐리의 Scorpion VERDE all season. 전륜 285mm에 후륜에 315mm 너비 스펙의 타이어를 끼웠다. 4계절이라도 너비가 충분하니 기본적인 성능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압박하는 순간 카이엔은 시원스럽게 쭉 미끄러져나갔다. 그 소리가 너무나도 컸기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대체 언제 멈출까?’라는 생각도 했다. 강한 캘리퍼가 타이어를 압박하자, 타이어는 본색을 드러내며 미끄러져 나간 것이다.

100km/h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 상태까지 멈추는데 이동한 최단거리는 39.79m다. 일반적인 SUV라면? 무난한 수치다. 적어도 욕먹을 수치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포르쉐 카이엔인데. 더욱이 테스트에 따라 40m 이상으로 거리를 늘려 나갔다. 반복된 테스트로 타이어가 열받으면 45m 대 수준의 제동거리도 보였다. 역대급이다. 타이어는 ‘포르쉐’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능을 보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포르쉐가 이 OE 타이어 장착을 승인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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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의 OE 타이어는 종으로 받는 힘을 그렇게 흘려버렸다. 그렇다면 횡으로 힘을 받는 와인딩 로드에서는 어땠을까?

여느 때와 달리 도로 폭이 좁게 느껴지는 와인딩 로드를 달리고 있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니 타이어가 비명을 지른다.

‘네 명성은 이미 제동 테스트를 통해 알고 있었다’

스티어링 휠을 부드럽게 돌린다. 처음 진입이었기에 한계를 낮춰잡았다. 하지만 마찰음을 내며 슬쩍 미끄러져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속도가 빠르지 않았는데. 복합된 코너에서도 차체는 타이어를 탓하며 살짝 미끄러졌다. 결국 OE 타이어의 성능은 카이엔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타이어 성능으로 전체 성능을 높인 기아 KT G3, 타이어 성능 문제로 주행 안전성이 떨어졌던 기아 K9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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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잠시 잊고 다음 코너에 도전해 본다. 코너 중반 이후 가속 페달을 밟으며 탈출을 시도하는 중이다. 후륜이 살짝 미끄러지며 스티어링 휠 보정을 요구한다. 쉽게 약간의 카운터 스티어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물론 예민한 스포츠카처럼 급작스러운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미있다고 느낄 소비자도 있을 것. 다만 후륜 타이어의 사이즈가 315mm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역시 의외의 모션이긴 하다.

타이어를 논외로 카이엔은 짜임새 있는 주행 성능을 보였다. 성능뿐 아니라 감각적으로도 좋았다. 타이어 성능 문제로 제동거리는 늘어났지만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감, 캘리퍼가 작동하는 느낌도 준수했다. 코너링 속도는 낮았지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포르쉐 특유의 감각을 일정 부분 살려 놨다는 점도 좋다. 다른 SUV 대비 민감한 느낌이지만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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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방식은 4륜이 기본. 주행 상황에 따라 후륜에 동력을 적극적으로 보낸다. 이 특성은 후륜차와 유사한 감각을 유도하는 요소다. 또한 기계적 다판클러치 방식을 기반에 두고 전후륜 토크를 배분하고 있어 보다 빠르고 적극적인 구동력 제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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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모드도 다양하다. 포르쉐답게 기본 모드를 시작으로 스포츠와 스포츠+, 인디비주얼 모드로 나눴다. 스포츠 모드에는 서스펜션도 단단해지고, 스포츠+ 모드는 한 번 더 조이도록 구성했다. 일반 모드가 편안한 SUV라면 스포츠+ 모드는 잘 달리는 해치백 느낌이 들었다. 각 모드별 차이가 분명한 것도 특징. 일반 도로에서 적당히 달리는 정도라면 스포츠 모드 정도가 좋다. 변수가 많은 일반 도로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갖기 위함이다.

드라이브 셀렉트 다이얼 중앙에 스포츠 리스펀스(Sport Response) 버튼도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엔진의 반응성을 최고 단계로 끌어올린다. 이때 계기판에 20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데, 이 시간 동안 운전자는 한층 박진감 넘치는 주행을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테스트한 718 박스터 GTS 때처럼 큰 차이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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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구조적 특성을 보자. 3세대 카이엔은 폭스바겐 그룹의 MLB Evo를 기초로 한다. MLB는 폭스바겐 그룹의 후륜 구동형 플랫폼이며 Evo는 고급 모델을 위한 별도의 것이다. 한마디로 조금 더 진화한 더 비싼 차체를 쓴다는 것.

차체 대부분은 알루미늄으로 구성되며, 나머지 부분을 초고장력 강판으로 마무리한다. 특히 고강도 저합금강 또는 마이크로 알로잉 강(Micro Alloying Steel)이라고 불리는 HSLA(High Strength Low Alloy)를 쓰고 있다. 새로운 차체 구조는 무게를 65kg 가량 줄이고 차체 강성을 20%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부가적으로 강철 서브 프레임을 알루미늄 서브 프레임으로 바꾸는 등 세부적인 변화도 가미했다.

재미있는 것은 경량화 발표 수치다. 다른 제조사들은 최대한 무게를 줄인 결과만 발표한다. 때문에 대폭적인 경량화가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반면 포르쉐는 차체에서 135kg을 줄였음에도 65kg만 줄었다고 말한다. 최근 동향에 맞춰 다양한 신기술(장비)을 넣었더니 최종 무게 감량이 65kg 정도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솔직한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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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8단 자동. 2세대 카이엔은 아이신 8단을 썼다. 이번에는 ZF의 8단 자동이다. 1단 기어비를 4% 짧게 만들고 최고 속도를 6단에서 나오게 했다. 7단과 8단은 크루징에서의 연비 향상을 위한 것이다. 시내 연비 개선에 도움을 주는 오토 스탑 기능도 있다.

섀시에도 변화가 있다. 새로운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된 것. 포르쉐는 3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라고 말하는데, 그동안의 에어 서스펜션 대비 2배 높은 강성을 만들어낸다. 또, 기존 보다 빠른 반응을 만들어 편안함과 스포티한 성능을 구현해 낸다. 지상고 조절은 최저 16.2cm에서 최대 24.5cm까지 가능하다.

카이엔 최초로 후륜 조향 시스템도 달았다. 후륜 조향 각도는 3도까지다. 덕분에 시속 80km 미만에서 차량이 민첩하게 움직인다. U턴을 할 때도 도움이 되는데, 회전반경이 12.1m에서 11.5m로 줄었다. 시속 80km 이상에서는 스티어링 조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직진 안정성이 향상된다.

4D 섀시 컨트롤이라는 기술도 있다. 지금까지의 섀시 시스템은 각각 독립적으로만 작동했지만 4D 섀시 컨트롤은 중앙 제어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모든 시스템들이 함께 제어된다.

하지만 이 스펙들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구조와 부품들이 조화롭게 구성되는 것이다. 쉽게는 완성도의 향상. 이미 알려진 기술을 구현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한 노하우 그것이 포르쉐의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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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는? 물론 좋지 않은 편이다. 고속도로에서 100km/h의 속도로 주행할 때 11.6km/L 수준을 보였는데, 300마력대 가솔린 SUV이니 이해해야 한다. 이 연비는 조금 더 고출력이었던 마세라티 르반떼 모델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료탱크는 90리터인데, 그 덕에 연료 게이지가 빨리 떨어진다는 느낌이 적었다. 다만 연료를 채울 때 지갑이 쉽게 털린다.

3세대 카이엔은 역시나 포르쉐 일원이었다. 타이어 성능이 부족했지만 소비자 취향에 따라 고성능 타이어로 바꾸면 된다. 옵션의 포르쉐 아니던가? 보다 좋은 타이어라면 강력한 접지 성능을 바탕으로 한층 빠른 성능을 내줄 것이다. 물론 카이엔 소비자 다수는 여름용 타이어보다 4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타이어를 선호할 것 같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은 카이엔의 입문형 모델이다.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등장할 고성능 모델에는 한층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섀시 컨트롤 시스템, 강화된 브레이크와 타이어 등이 달린다.

소비자들이 고가 자동차에 높은 비용을 내는 이유가 뭘까? 돈을 낸 만큼 가치를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여기엔 성능이나 다른 차에서 느끼기 어려운 경험이 속한다. 그런 측면에서 3세대 카이엔은 소비자들에게 ‘돈값은 한다’라는 말을 듣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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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옵션이 채용된 지금의 카이엔에 4점(5점 만점)을 줬다. 1억 중반대의 SUV에 이 같은 평점을 준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도 엔트리 모델이니까. 하지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충분했고, 적어도 스포츠카 브랜드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카이엔 소비자들이 제 성능의 50% 이상을 쓸 일이 없긴 해도, 잘 짜인 섀시는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현재 카이엔 기본형의 가격 자체가 만족스럽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포르쉐 코리아 설립, 마칸의 등장과 함께 이유 없는 가격 상승이 이뤄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고급 상품의 가치에는 가격도 포함된다. 하지만 고급 상품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 소비자들은 한 번 더 칭찬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포르쉐 상품 기획 담당자가 조금 더 친 소비자 중심이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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