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의 마법 911 GTS…카레라보다 맵고, GT3보다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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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에는 다양한 라인업이 있다. 가볍게(?) 타기 좋은 카레라부터 서킷 지향형 모델인 GT3와 전천후 슈퍼카인 터보 S까지. 같은 911이지만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번 8세대 911(992)에 GTS 라인업이 새롭게 추가됐다. GTS는 카레라와 GT3 사이에 포진하는 모델이다. 가속이나 주행 성능이 딱 중간에 위치한다. 카레라보다는 매우면서, GT3 보다는 달콤한 신형 911 GTS를 맛보기 위해 서울 시내와 강원도 속초를 왕복하는 장거리 주행에 나섰다.
시승차에 적용된 화사한 옐로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확실히 911과 같은 스포츠카는 흔한 무채색 보다 화려한 유채색이 더 잘 어울린다. 다만, 겉으로 보면 단번에 GTS 모델임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다소 부담스럽게 솟아난 리어 스포일러 옵션(에어로키트, 240만원)이 추가된 점을 제외하면, 911 카레라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일반 카레라보다 더 예뻐보이는 것은 그만큼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까맣게 칠한 눈동자는 PDLS 플러스(280만원)의 디자인 포인트이며, 마찬가지로 까맣게 마감된 루프는 무려 520만원짜리 경량 카본 옵션이다.
이 차의 백미는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옵션 가격만 경차 한대 가격(1310만원)에 달하는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PCCB) 시스템은 911 끝판왕인 터보 S에서 가져왔다. 어마무시한 브레이킹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되지만, 휠 사이로 비추는 커다란 캘리퍼의 존재감만으로 PCCB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짝을 이루는 휠 역시 범상치 않다. 포뮬러 원 등 레이스카에서나 볼 법한 센터 락 휠이 적용됐다. 일반적인 승용차는 5개 너트를 통해 휠을 고정하는 방식이지만, 센터 락 방식은 가운데 커다란 너트 하나만 사용해 보다 빠른 휠&타이어 교체가 가능하다. 이 역시 터보 모델에서 물려받은 고급 사양이다. 일반 도로를 달리는 스포츠카에겐 과분한 사양이지만, 역시나 디자인 포인트로서 훌륭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실내에도 큰 차이는 없다. 911의 상징인 5개 원형 계기판과 질 좋은 가죽으로 두른 수평형 대시보드, 날렵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 이제는 익숙한 미니 변속기 레버 등이 운전자를 반긴다.
그래도 GTS에는 레이스 텍스라 불리는 스웨이드 소재의 비중이 높았다. 글로브박스 주변부와 센터콘솔 덮개, 천정 부분을 부들부들한 재질로 덮어놓았다. 스포티한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늘 그렇듯 포르쉐의 18방향 시트(410만원)는 원하는 드라이빙 포지션을 찾기 쉽도록 돕는다. 바닥까지 내려가는 시트 포지션은 스포츠카의 참된 자세다. 시트를 끝까지 낮추더라도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 데 어렵지 않다.
차량을 둘러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 차례다. 스티어링 휠 좌측에 위치한 시동 레버를 돌리자 야수의 심장이 우렁차게 깨어난다. 수평대향 특유의 걸걸한 엔진음이 실내를 기분좋게 감싼다. 3.0리터 수평대향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90마력, 최대토크 58.2kgf·m의 성능을 발휘한다. 카레라 S와 같은 엔진을 사용하면서도 압축비를 조율해 출력을 약 40마력 높였다. 과거 997 터보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먼저 노멀 모드로 출발했다. 도로에 올라서는 순간부터 '결'의 차이가 느껴진다. 카레라 S는 노멀 모드에서 승용차와 비견될 만큼 편안한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는데, GTS는 '나 좀 달리는 놈이야!'라고 외치는 듯 단단한 세팅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순식간에 490마력 퍼포먼스가 살아난다. 40마력 차이가 체감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출력 이외에 각종 세팅값에 변화를 줘서 완전 다른 차를 타는 느낌이 든다.
포르쉐의 가변배기 옵션은 선택 1순위다(GTS는 기본 사양이다). 스포츠 모드를 체결하지 않아도 대시보드에 위치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언제든 걸걸한 배기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포르쉐는 911 GTS의 일부 인테리어 흡음재를 의도적으로 제거했다. 수평대향 배기음을 한층 가까이서, 더욱 자극적으로 경험하라는 배려다.
설레는 마음으로 스포츠 모드를 체결했다. 특정 rpm에서 부글부글 끓는 일명 '버블 사운드'가 크게 증폭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PDK의 장점이 눈에 띄게 살아난다. 패들 시프터를 조작하지 않아도 딱 적당한 엔진회전수를 유지한다. 포르쉐 차량들은 운전자가 원하는 변속 타이밍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스포츠모드라고 해서 부담스럽게 rpm을 높이지도 않는다. 확실히 포르쉐는 '스포츠'의 의미를 너무도 잘 이해하는 브랜드다.
굽잇길에 접어든 뒤 PDCC 버튼을 활성화했다. 서스펜션 값을 전자 제어해 차체 롤을 크게 줄여주는 기능이다. 왠만한 코너에서는 평지 달리듯 안정적으로 차체를 제어한다. 예상치 못한 거동에 기분 좋은 이질감까지 느껴진다. PDCC를 활성화하면 전반적인 세팅값도 단단해지기 때문에 노면이 좋지 못한 도로에서는 오히려 승차감이 나빠진다.
시승차에는 후륜조향 시스템(330만원)도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뒷바퀴도 함께 고개를 옆으로 까딱인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조향각을 줄여주고, 고속에서는 같은 곳을 향해 민첩한 몸놀림을 선사한다. 요리조리 코너를 돌아나갈 때 그 체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모드변경 다이얼을 한번 더 돌리면 최강 모드인 '스포츠 플러스'에 돌입한다. 공도에서 쓰기엔 부담스러운 세팅이다.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한 태도로 임한다. 오직 달리는 데만 집중하라는 의미다.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런치컨트롤도 사용할 수 있다. 사용법도 간단한데, 그저 브레이크 페달을 꾹 밟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된다. 브레이크를 떼는 순간 3.3초만에 100km/h를 돌파한다.
GTS를 충분히 즐긴 후 장거리 주행에 나섰다. 장시간 이어진 고속 주행에는 노면 소음이 불편하게 들린다. 305mm에 달하는 광폭 타이어는 최고의 접지력을 전달하지만,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소음까지 함께한다. 게다가 GTS 모델은 주행 감성을 위해 일부러 흡음재를 빼낸 스포츠 모델이다. 장거리 여행을 자주 계획한다면 GT보다는 카레라 S 모델이 더 적합할 듯하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시작 가격이 2억원을 넘는 데도, 250만원을 내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기능도 제한적이다. 앞·뒤 차량 간격만 조절해줄 뿐, 차선 중앙을 유지해주는 기능도 없다. 아무리 포르쉐 오너라도 편하게 달리고 싶은 순간은 분명 있을텐데, 이들을 위해 조금 더 배려가 있으면 좋을 듯하다.
그렇다고 장거리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의외로 연비가 좋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에서 리터당 13km 수준을 어렵지 않게 기록할 수 있다. 꽉 막히는 시내와 국도를 적절히 달린 구간에서도 8km/L 후반대 연비가 나온다. 500마력에 달하는 스포츠카에게서 보기 힘든 수치다. 복합연비는 7.9km/L다.
시승을 마칠때 쯤 비가 쏟아졌다. 빗소리를 감지한 차량은 웻 모드(Wet Mode)로 바꿀 것을 권장한다. 프론트 휠 하우징 내 위치한 음향 센서가 흩뿌려지는 물보라를 감지하기 때문에 비가 그친 이후에도 도로에 여전히 물이 남아있다면 웻 모드가 작동한다. 다만 엔진 출력이나 최고속도를 제한하지는 않기 때문에 과속은 절대 금물이다.
신형 911 GTS는 달리기 성능을 강화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포인트를 두르면서 카레라 S와 GT3의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카레라는 어딘가 부족하고, GT3는 부담스러웠던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포르쉐 911 카레라4 GTS 시작가격은 2억410만원이다. 시승차에는 무려 6500만원어치 옵션이 들어가 최종 2억7050만원이라는 몸값을 자랑한다. 가성비로 유명한 GTS인 만큼, 옵션은 필요한 만큼만 적절히 타협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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