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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포드, 머스탱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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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카마로 SS에 이어 오늘은 머스탱 GT다. 앞서 테스트한 카마로는 인상적인 달리기 성능을 뽐냈다. 그 때문인지 쟁쟁한 라이벌인 머스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특히나 이번 머스탱은 확실히 달라졌다.

카마로 SS가 머스탱의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일까? 머스탱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열심히 칼날을 갈았다.

국내 사양에 퍼포먼스 패키지 레벨 1 사양을 추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대용량 라디에이터, 스포티하게 튜닝된 전륜 서스펜션, 브렘보의 6피스톤 캘리퍼,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 S 타이어가 갖춰지며 스티어링 시스템, ABS 개입 시기의 튜닝과 더불어 LSD가 추가된다.

미국에는 퍼포먼스 패키지 레벨 2까지 있다. 이것을 선택하면 후륜 305mm 너비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타이어가 장착되며, 에어로 다이내믹 부분이 더욱 강화된다. 레벨 2 사양은 서킷에서 기록을 0.1초라도 줄이기 위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와 같은 조건이라면 레벨 1 정도가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머스탱이 카마로를 의식한 결과다. 그만큼 카마로는 기본적으로 달리기 성능이 우수했고, 머스탱의 자리까지 넘봤다. 물론 아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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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지난 3년간 미국산 스포츠카의 판매량을 비교한 것이다. 숫자가 나타내듯 판매량에서 머스탱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2017년에 들어서며 격차가 줄었다. 카마로나 챌린저의 인기는 유사했지만 머스탱이 하락한 것.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고, 포드는 그것을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구현하고 했다.

퍼포먼스 패키지가 적용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외관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크지 않다. 머스탱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아니면 차이점을 모를 것이다. 보다 날렵해진 헤드램프와 새로운 범퍼, 고성능을 상징하는 엔진 후드와 리어 윙 등이 차별화 포인트 정도일 뿐이다. 물론 새롭게 장착한 가변 배기 시스템으로 아이들 소음을 감소시킨다는 특징이 있긴 하다.

우리 팀은 로드테스트 영상 내에서 머스탱 GT의 스트라이프에 대해 지적했다. 포드 측은 런칭쇼를 위해 임의적으로 부착한 것일 뿐, 시판되는 차량에는 스트라이프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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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차를 상징하듯 투박한 디자인을 갖지만 그래도 멋스럽다. 때문에 우리 팀 모두 인테리어 측면에서 카마로 보다 머스탱의 손을 들어줬다. 실내를 감싼 소재 측면에서는 카마로가 소폭 앞선다. 머스탱은 일부 장난감 같은 감각을 보여준다.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 소재도 많이 썼다. 하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머스탱이 더 멋있다. 소재의 중요성도 있지만 포장을 하는 방식에서 이점을 취한 것이다.

변화의 초점은 계기판에 맞춰진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 계기판에서 디스플레이 계기판으로 변경됐다. 주행모드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으로 변하며, 색상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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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위한 각종 기능들도 계기판 속 메뉴에서 구현된다. 드래그 레이스 신호등이 등장해 출발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도 재미있다. 초록불이 들어오고 몇 초 만에 가속을 시작했는지 알려주는 기능이다.

가속 타이머 기능은 차량이 출발한 이후에 시속 100km 혹은 200km까지 몇 초 만에 도달했는지 측정하는 기능이다. 우리 팀이 보유한 고정밀 계측장비와 비교한 결과 0.1초가량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면 자체 계측 장비로는 의미 있다. 재미를 위한 것이지만 그래도 쓸 만한 기능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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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거리 측정 기능은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의 이동 거리를 나타내 준다. 의외인 것은 꽤나 믿을 만한 수치를 보여준다는 것. 소수점 자리까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터 단위는 거의 들어맞았다.

전륜 브레이크만 잠궈 후륜 번아웃을 도와주는 라인락 기능도 있다. G-포스미터와 공연비 게이지 등의 정보 구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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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포드의 싱크 3다. 우리 팀이 과거 테스트한 머스탱 2.3 모델 때만 해도 구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했었다. 새로운 싱크 3는 더 이상 불편한 시스템이 아니다. 직관적이며 사용하기 쉽다. 특히 터치 반응성이 향상됐다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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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보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칭찬하고 싶다. 새로운 머스탱에는 단순한 맵 차원을 넘어 실제 이미지를 3D 형태로 구현해준다. 항공 이미지와 지도 데이터를 합쳤다고 해야 할까? 대부분의 수입사들이 내놓은 어설픈 본사 개발 내비게이션보다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앞좌석 시트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통풍과 열선 기능을 지원하지만 등받이 각도를 수동으로 조작한다. 수동 조작 자체는 불만이 없다. 하지만 뒷좌석 탑승을 위해 앞좌석 시트를 밀어내는 과정이 불편하다. 시트를 접는 레버의 조작성은 그렇다 해도 앞좌석의 슬라이딩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등받이 각도 조절 레버를 사용하면 시트 조작이 더 거추장스러워진다. 앞좌석의 착석감은 무난하지만 기능성에서 감점 요인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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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형식적인 공간이다. 때문에 성인 탑승자가 상당히 불편하다. 트렁크 공간도 협소하다. 덩치는 이렇게 큰데… 물론 경쟁차 카마로의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은 경쟁 모델보다 우위에 선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사각 경고 시스템도 있다.

새로운 머스탱과 함께 주행 테스트에 나설 차례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8기통 5리터 엔진을 통한 박력 있는 배기 사운드가 뿜어진다. 냉간 시동이라면 소리는 더 커진다. 이럴 때 가변 배기 사운드를 활용하면 조용해진다. 애초에 시동이 걸 때 가변 배기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도 있다. 새벽에 조용히 나가야 할 때 도움이 될 요소다.

대배기량 머슬카가 그러하듯 아이들 정숙성은 떨어진다. 수치로 보면 48dBA 수준으로, 카마로 SS의 47.5dBA보다 소폭 높게 측정됐다. 카마로 보다 머스탱 쪽이 저음을 강조한 음색이다. 가변 배기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면 아이들 소음은 41.5dBA까지 떨어진다. 일반 디젤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 되는 것. 시속 80km 주행 때의 정숙성은 62.5dBA 수준이며 가변 배기 시스템을 활용하면 61.5dBA까지 낮을 수 있다.

아무래도 카마로 SS를 경험한 이후라 체감적인 비교 부분에서 궁금증이 커진다. 머스탱은 카마로 SS 대비 배기량이 1.2리터 정도 작다.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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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을 밟는다. 4000rpm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힘을 쏟아내더니 7500rpm까지 시원스러운 엔진 회전을 이어간다. 카마로 SS가 중저속 토크를 바탕으로 강력한 가속성능을 냈다면 머스탱 GT는 고회전 영역 활용을 통해 마력을 앞세우려는 느낌이 크다.

역시 배기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카마로 SS는 기계적인 느낌의 건조한 배기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물론 고회전 영역에서는 미국 드래그 레이스카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를 만들지만 대중들은 이런 사운드에 익숙지 않다. 하지만 머스탱 GT는 우리가 영화에서 봤던 그런 사운드를 실제로 구현해 준다. 익숙하며 멋스럽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확인해본다.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 다시 2단에서 3단으로 넘어갈 때마다 변속기는 무식하게 기어를 바꾸고 이때마다 타이어에서 ‘끼기긱’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측정된 기록은 4.75초. 카마로 SS의 4.86초보다 빠른 기록이다.

머스탱 GT가 이렇게 빠르게 달릴 수 있었던 원인은 새로워진 엔진과 변속기 덕분이다. 머스탱 GT에는 3세대로 변경된 새로운 엔진이 탑재된다. 코요테 엔진이고 8기통에 5.0리터의 배기량을 갖는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배기량이 달라졌다. 실린더 보어를 늘려 배기량을 키우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보어 직경은 92.2mm에서 93mm로 늘었다. 배기량도 4,951cc에서 5,035cc로 증가했다. 세금 차이는 1만 6천 원 안팎이라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은 없을 것이다.

실린더벽에는 플라즈마 코팅 기법을 도입했다. 벤츠에서는 나노 슬라이드라고 부른다. 피스톤과 실린더벽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줄여 성능, 소음, 연비, 내구성을 높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포트 분사 방식에서 포트 분사와 직분사를 함께 사용하는 듀얼 분사 시스템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성능을 높이면서 연료도 아낄 수 있다. 무엇보다 카본 축적 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점이 강점이 된다.

직분사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압축비는 12:1로 높아졌다. 엔진도 7,500rpm까지 돌린다. 회전 관성에서 불리한 대배기량 8기통 엔진을 7,500rpm까지 돌린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엔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속기다. 후륜구동 10단 변속기가 머스탱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 변속기는 포드와 GM이 함께 개발했다. 10단이지만 부피는 얼마 전까지 사용했던 6단, GM이 사용하는 8단 변속기와 유사하다. 하지만 2개의 기어가 추가된 만큼 각 단을 촘촘하게 나눠 전체적인 기어비를 넓힐 수 있었다. 물론 가속성능의 향상도 이뤄진다.

여기에 동력을 끊고 엔진 회전수를 올린 이후 다시 동력을 연결하는 디클러칭 기능과 각 기어를 2단으로 갈아타는 변속 기능도 지원된다. 5단에서 4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3단으로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포드가 내세우는 새 변속기의 장점은 변속 속도다. 포드와 GM의 자료를 보면 포르쉐 PDK보다 빠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료에 따르면 1단에서 2단으로 변속될 때의 시간이 PDK보다 36% 빠르다. 2단에서 3단으로 바뀌는 속도는 27% 빠르며, 3단에서 4단으로 바꿀 때 PDK보다 26% 빠른 성능을 낸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머스탱의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패들을 당겨보자. 조작 이후 변속기가 반응하기까지 저금 시간이 걸린다. 원인은 핑(ping)이다. 핑은 네트워크 용어로, 데이터 프로그램을 사용자가 지정한 호스트에 보내고 응답을 기다리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핑이 빠르면 네트워크가 응답성이 빨라진다.

변속기의 반응 속도 역시 2가지로 구분해야 한다. 첫 번째는 운전자가 패들을 조작할 때의 전기신호가 변속기로 보낸 후 작동할 때까지 시간이다. 둘째로 명령을 받은 후 실제로 기계적으로 각단을 오가는 시간이다.

포드와 GM이 PDK보다 빠르다는 것은 기계적인 변속 시간이다. 즉, 변속기 내부에서의 변속은 빠르지만 패들을 조작해 변속기가 반응할 때까지의 시간 자체가 매우 빠른 편은 아니다. 반대로 기계적인 변속 속도 자체는 정말 빠르다. 때문에 수동 조작보다 자동 모드에서의 반응성이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이것을 역이용한 회사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폭스바겐의 DSG다. 사실 DSG는 기계적인 변속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하지만 패들 조작을 하면 즉각적으로 타코미터의 바늘부터 움직인다. 운전자는 변속기의 반응이 매우 빠르다고 느끼게 된다. 많은 소비자들도 이에 감탄했다. 최근에는 현대차도 이런 시각적인 반응성을 높이는 모습을 보인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GM의 스타일이다. 가령 말리부 터보를 비롯해 캐딜락 일부 모델은 실제 변속기의 반응 속도 보다 타코미터의 바늘이 늦게 움직임이 늦다. 체감적으로 더 늦어 보인다.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참고로 새로운 10단 변속기는 일반 변속기 오일이 아닌 초저점도 변속기 오일(ultra-low viscosity transmission fluid)을 사용한다. 전용 사양이기에 아무것으로 바꾸면 안 된다.

이 변속기는 상당한 매력을 보였다. 하지만 2~5단 사이에서 다운 쉬프트가 이뤄질 때 의외로 큰 충격을 줄 때가 있다. 벤츠가 초기 7단을 내왔을 때, 인피니티가 5단에서 7단으로 넘어갔던 시절처럼 저속에서의 변속 때 큰 쇼크를 만들 때가 많다. 구체적으로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겠지만 특정 조건에서 임의적으로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쇼크는 변속기의 내구에 그리 좋지 않다. 개선이 필요하다.

코너링은 진입, 회전, 그리고 재가속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머스탱은 코너에 진입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의외로 경쾌한 모습을 보인다. 카마로 SS 보다 무거운 차체지만 감각 자체는 경쾌하다. 이유는 스티어링 기어비에 있다. 머스탱은 카마로 SS보다 타이트한 기어비를 사용한다. 즉, 스티어링 휠을 적게 회전시켜도 휠의 움직임을 빠르게 만든다. 경쾌한 느낌을 만드는 대목이다. 반면 리어휠이 따라오는 감각은 카마로 SS 대비 더디다. 이는 서스펜션 셋업 때문인데 머스탱의 서스펜션이 조금 더 부드러움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2018년형 포드 머스탱에도 MRC(Magnetic Ride Control)가 탑재된다. 이를 통해 승차감과 성능 두 가지 요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머스탱은 그저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부담을 키웠다. 서킷과 같은 조건이라면 모르지만 일상에서, 특히 고속주행에서 불안감을 키웠다. 특히나 살짝 거친 노면을 만날 때 두려움이 커졌다.

반면 MRC가 탑재된 머스탱은 각종 노면에 대한 탄력성이 좋아졌다. 노멀 모드와 스포츠 모드에서의 변화도 뚜렷하게 체감된다. 참고로 고속주행은 노멀 모드로 하는 것이 좋다. 일부 마니아들은 단순 단단한 서스펜션에서 안정감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불안정한 노면에서 차가 튕겨 나간다면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된다. 바디롤이 적은 차가 좋다는 식의 이론을 펼치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 이론이 통해야 한다면 레이싱팀은 서스펜션 조율을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다. 그 차 규격에 맞는 가장 단단한 서스펜션을 끼워 바디롤만 막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서스펜션 셋업은 자동차에서도 가장 어려운 개발 영역이다.

멋진 배기 사운드, 그리고 일반 도로에서의 밸런스도 좋아졌다. 리어휠이 조금 느슨하게 따라온다는 느낌이 있지만 여기엔 장단점이 공존한다. 타이트한 스티어링 기어비로 코너 진입 때의 반응성을 키웠지만 후륜이 뒤늦게 따라온다는 점이 약간의 이질감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이 셋업이 더 유리하다. 재가속 때 가속페달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동 시스템도 좋다. 피스톤 개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실제적인 성능이 좋았다. 머스탱 GT는 100km/h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35.18m 이란 거리를 기록했다. 테스트가 반복되더라도 제동거리는 35.5m 대를 유지했다. 카마로 SS가 기록한 34.42m보다는 길었지만 충분히 좋은 제동력, 제동 내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도로에서의 주행을 마친 후 서킷으로 향했다. 카마로 SS 테스트 직후 이뤄진 경쟁차 머스탱 GT의 실력을 보기 위해서다.

서킷 테스트를 담당한 전인호 기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전인호 기자 : 머스탱의 댐퍼는 카마로 SS보다 부드럽다. 이로 유추한다면 서킷 랩타임에서는 카마로가 유리한 모습을 갖는다. 그래도 결과는 달려봐야 안다.

서킷을 달리는 중이다. 머스탱은 후륜의 기울어짐이 조금 더 많이 허용돼 가속 페달을 밟는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미끄러짐이 발생하더라도 차체의 흐트러짐이 비교적 쉽게 제어되는 편이다. 그 결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운동 성향이 구현된다. 카마로 SS와 머스탱 GT, 두 차량은 같은 매커니즘의 서스펜션 시스템(MRC)을 사용하지만 다른 성격을 지향한다.

머스탱에는 최신 10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기에 서킷에서의 운용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물론 운전자보다 차량 스스로 더 정확하고 정교한 변속을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최근 뉘르부르크링에서 타임어택을 실시하는 일부 모델들은 업 쉬프트를 차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환경에서 다단화 변속기를 다루며 얻어진 결과일 것이다. 참고로 업쉬프트 타이밍을 놓쳐 엔진 허용범위 초과, 일시적인 연료 차단에 들어간다면 기록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다운 쉬프트는 패들을 통해 운전자가 담당한다. 아직까지는 주행 상황에서의 변수 대응에 인간이 앞서기 때문이다. 우리도 같은 전략으로 변속기를 D 레인지에 위치시키고 다운 쉬프트만 제어하기로 했다. 이전 테스트한 카마로 SS는 수동 또는 자동 모드 등 두 가지 선택권만 제공했다. 물론 ‘성능 쉬프트’라는 모드가 제공되지만 자동으로 쉬프트업을 진행해주는 머스탱 쪽의 것이 조금 더 유리해 보인다. 주행모드는 트랙에 설정했다.

서킷을 달린 결과 변속기의 운용 전략이 잘 매칭 됐다. 촘촘한 기어비를 가진만큼 서킷의 짧은 직선에서도 엔진 출력을 잘 활용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변속기 제어에 대한 신경을 놓고 브레이킹이나 코너링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머스탱의 타이어는 미쉐린의 PS4 S다. 일반 도로는 물론 서킷에서도 좋은 접지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열이 오르는 시간이 빠르다. 카마로의 OE 타이어 대비 한계가 빨리 찾아온다는 것이다. 특히 전륜 타이어의 한계가 빨리 다가왔다.

머스탱은 정차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엔진룸의 열기를 강렬하게 뿜어낸다. 그 때문인지 주행에 앞서 전륜 타이어의 공기압이 오르는 광경도 목격됐다.

6 피스톤 캘리퍼를 갖춘 머스탱 GT의 제동 감각도 수준급이었다.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 다루기엔 페달의 답력이 많이 묵직하다. 또 브레이크 페달의 움직임, 스트로크도 짧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정확한 피드백과 강력한 제동성능이 나온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참고로 ABS의 개입도 늦은 편이다. 이 역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다. 급제동과 더불어 휠이 락되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숙련된 운전자 입장에서는 이쪽이 더 선호된다. 시스템의 개입 이전까지 폭넓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셋업은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운전자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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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머스탱은 1분 53초 35라는 기록을 냈다. 지난번 테스트한 카마로에 소폭 뒤처지는 기록이다. 하지만 성능 차이는 미미했다. 이 정도의 차이는 운전자의 실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내용이다. 기존 머스탱 GT는 카마로 SS의 성능에 뒤처졌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 이후의 머스탱은 카마로 SS와 같은 수준의 성능을 갖게 됐다. 배기량을 생각해 보면 최신 파워트레인의 승리라 볼 수도 있다. 환경 변수를 감안해도 어느 차가 더 뛰어나다 말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이와 같은 성능이라면 1억 원대 스포츠카에 준하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특히나 6천만 원대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경쟁력이 상당하다. 다만 카마로 SS와 비교하면 가격차이가 크다. 실내의 아기자기한 요소, 일부 장비들이 카마로 SS의 것을 앞선다 해도 그 차이가 1천만 원 이상까지의 가치로 비치지는 않는다. 포드코리아와 한국지엠은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하지만 동급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금 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보여주면 좋겠다.

머스탱은 잘 달렸다. 과거 아쉬움을 주었던 서스펜션을 벗어던지며 승차감을 키웠다. 일상에서도 조금 더 편하게 탈 수 있다.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로 거듭난 것.

머스탱은 고속도로 기준 12.3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동일 조건에서 카마로 보다 부족했는데 일정 속도에서 작동하는 카마로 SS의 휴면 기능(4기통 운영)이 조금의 경쟁력을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수입사들의 연비에서도 머스탱이 소폭 불리한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배기량을 감안한다면 무난한 수준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연료 탱크가 너무 작다. 의외로 주유소를 자주 방문해야 한다는 느낌이 짙다. 연료 소모 대비 어울리지 않은 작은 연료탱크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울 수 있는 요소다. 하루빨리 키워주면 좋겠다.

우리 팀은 카마로와 머스탱의 테스트를 연이어 진행하면서 경쟁 모델로서 어떤 모델이 우위에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막상 두 차량을 모두 접하니 의외로 성격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쉐보레 카마로 SS는 진지하다. 아메리칸 머슬카 중 가장 빠른 차로 남겠다는 욕심을 보인다. 정교한 핸들링 성능, 불필요한 거동 없이 최대한 접지력을 살려 빠르게 코너를 도는데 특화돼 있다. 기본적으로 서킷 주행에 대비한 모든 튜닝을 마쳤다는 점도 진지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반면 머스탱은 보다 여유롭다. 상남자의 마초적인 성격을 갖췄지만 과거 미국차에서 봤던 약간의 허술함도 보인다. 드래그 레이스, 또는 뒷바퀴만 태우거나 제동거리를 측정해보는 등 자동차로 놀 수 있는 요소들도 많다. 남자를 위한 재미난 장난감의 성격을 갖췄다는 것이다.

어쩌면 머스탱의 이 같은 성격은 시장 1위가 갖는 여유일 수 있다. 아직도 도전자의 입장인 쉐보레 카마로 SS는 무조건 머스탱보다 빠르고 싶어 한다. 그 결과 억대 독일산 스포츠카도 능가하는 실력을 갖게 됐다. 반면 머스탱은 ‘그러지 말자고 친구, 이 타이어로 바닥부터 신나게 문질러 보자고!’라며 여유를 부리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빠르다. 머스탱 쪽이 미국 스포츠카에 더 가깝다. 그리고 머스탱에게도 최고 성능을 지향하는 모델이 있다. 쉘비 GT350R과 같은 모델. 보다 다양한 포드의 상품들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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