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편견을 잊어주세요! 시트로엥 DS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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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5’의 숨은 매력은 생각보다 꽤 많았다. 무심코 지나쳤던 세심한 디테일은 물론, 경쟁차종에는 없는 파격적인 구성, 발군의 주행성능 등이다. 무엇보다도 평범함을 거부하는 아방가르드 디자인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DS5만의 아름다움은 분명 다른 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강점이다.
아방가르드 디자인의 정수
프랑스어인 ‘아방가르드(Avant-garde)’는 기존의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파격적이면서 혁신적인 예술을 뜻한다. 이런 아방가르드한 모습은 DS5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ㄷ’자 모양의 공기흡입구와 안개등, 입체적인 헤드램프와 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차체 밑부분을 비롯해 램프 끝에서 유리창까지 이어진 두툼한 크롬장식은 이 차만의 특별함을 더한다.
부분변경 DS5는 화려함을 유지하면서도 한결 친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헤드램프와 연결된 그릴 모양은 한결 단정하게 다듬었고, 그릴 가운데에는 커다란 DS 배지가 붙어있다. 헤드램프 속 구성은 LED 제논타입으로 변경해 디자인과 기능적인 요소까지 모두 챙겼다. 배기구 디자인도 입체적으로 바꿨다.
DS5의 크기는 길이 4,530mm, 너비와 높이는 각각 1,870mm, 1,510mm다. DS 라인업 중 가장 크고 비싼 모델이지만 수치로 비교하면 국산 중형 세단과 비슷하다. 덩치 큰 국산차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프랑스에선 꽤 큰 차에 속한다. 프랑스는 오래 전 지어진 건물과 길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도시를 발전시켰다. 차선도 좁고 골목길도 많은 편이다. 도로 한 켠에 차를 세워두는 게 일반적이고, 일방통행 길도 많다. 게다가 강력한 환경규제 탓에 큰 차를 만드는 의미가 적고, 타고 다니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대신 감각적인 디자인을 그려 넣고 실내공간 활용성을 높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주력한다. DS5는 이런 환경 속에서 태어난 플래그십 모델이다.
파격적인 실내 속 세심한 디테일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 구성도 혁신적이고, 화려하다. 다른 차에서는 볼 수 없던 요소가 많은데 비행기 조종석에 영감을 받아 만든 탓이다. 그래서 센터페시아는 운전석을 중심으로 다양한 버튼이 자리했다. 처음엔 복잡해 보이지만, 나름 규칙이 있다. 익숙해지니 다루기가 쉬웠다. 변속기 뒤에는 창문 조절 버튼이 위치해 있고, 3조각으로 나뉜 개별 조절 썬루프와 천장 가운데에 있는 버튼들도 인상적이다.
특히 세심한 디테일과 소재가 감동을 준다. 몇몇 차들을 보면 눈에 보이는 화려함을 위해 반짝거리는 검은색 마감재를 가득 넣거나 운전 중 빛에 반사되는 위치에 크롬장식을 넣어 불편을 끼치는 일도 있다.
그러나 DS5에는 꼭 필요한 곳에 감각적인 소재를 입히고, 손에 닿는 곳과 시각적으로 자주 보는 부분의 소재 변화를 통해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살렸다. 문 손잡이를 비롯해 시트 디자인, 아날로그 시계, 각종 버튼들의 섬세함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심심한 가속감, 특출난 코너링
시트로엥 DS5에는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내는 4기통 2.0리터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가속감은 특별히 압도적이진 않지만 답답하거나 더디지도 않다. 어쨌든 ‘플래그십’이니 무난함 쪽에 무게를 둔 것 같다. 감각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에 비해 여유로운 가속 성능은 패밀리카의 성격이 짙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6단 자동변속기도 한결 차분하다. 한발 앞서 준비한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시점에 안정적인 변속을 통해 꾸준히 성능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부드러운 가속감과 함께 여유로운 운전을 가능케 해준다.
특히, 정속 주행 시 극도로 아끼는 엔진 회전수와 변속기 세팅이 눈에 띄었다. 시속 100km에서 1,400RPM 근처에서 머물렀다. 실제 시트로엥은 부분변경 DS5에 들어간 6단 자동변속기를 소개하며 “엔진값과 함께 변속기를 전부 손봐 내부마찰 감소 및 내구성을 강화했고, 그 중 효율에 가장 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의외의 매력은 탄탄한 하체에서 나왔다. 낮은 무게중심 덕에 코너에서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빠른 속도로 코너에 들어가도 정확한 곡선을 그리며 깔끔한 코너링을 보여줬다. 독일차에서 느꼈던 재미와 긴장감과는 다른 믿음직하고 편한 코너링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무척 안정적이고 부드럽다. 이상적인 차체 비율을 비롯해 모터스포츠로 단련된 PSA그룹의 기술력의 결과물을 보는 것 같다.
특별함을 원한다면
사람들은 프랑스차를 보며 ‘차가 정말 작아’, ‘버튼이 복잡하고 어려워’, ‘난해한 디자인 때문에 너무 어색해’ 등의 말을 자주 내뱉는다. 시트로엥 DS5도 그 중 하나다. 시트로엥 고급 브랜드 DS 모델 중 가장 높은 등급의 차지만 프랑스차의 깊은 고정관념이 박혀있다. 그래서 DS5의 진짜 매력이 묻히는 경우가 많다. 분명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른 차에는 없는 장점이 마구 나오는데 그늘에 가려진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서 진짜 숨은 매력을 찾기 위해 DS5를 다시 만났다.
시트로엥 DS5처럼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추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별함 속에 감춰진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편견을 버리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독일차, 나아가 다른 나라 자동차와는 다른 프랑스 차만의 오묘하면서도 끌리는 무언가가 있다. 이후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아보고, 자주 만지고, 사용하다 보면 프랑스 차가 주는 또 다른 감성적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다소 부담스러웠던 디자인을 익숙하게 고쳤고, 가격에 대한 아쉬움도 반영해 등급별로 약 200만원정도 값을 낮췄다. 이 차가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거나 인기가 있는 차는 아니다. 하지만 소수의 특별함을 원하는 소비자는 이 만한 차도 없을 것 같다. 프랑스차가 주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오롯이 갖고 있는 차가 바로 DS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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