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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페라리 GTC4 루쏘 T…가장 귀족적인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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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귀족들의 사교 모임은 사냥터에서 이뤄졌다. 귀족의 등급에 따라 사냥감이 구분되기도 했고, 사냥터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동물들을 사육하고 방생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냥에는 많은 인력이 투입됐고 돈도 많이 들었다. 귀족들의 가족이나 지인이 타는 마차는 더없이 고급스러워졌고, 사냥과 관련된 도구를 싣고 운반하는 마차 ‘슈팅 브레이크(Shooting Brake)’는 그 용도에 맞게 제작됐다. 귀족들이 타는 마차에 비해 작았지만, 움직임이 날랬고, 짐을 싣기도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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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의 시대가 끝나고, 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잔인한 사냥의 시대도 끝났다. 하지만 슈팅 브레이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 적응하며 가장 독특한 자동차 장르로 다시 태어났다. 단순히 짐차에 국한되지 않았고, 고급스러움과 풍요로움이 강조됐다. 성격은 조금 달라졌지만, 여전히 상류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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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GTC4 루쏘 T는 오늘날 슈팅 브레이크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차다. 전통적인 슈팅 브레이크의 개념과 자동차 시대의 슈팅 브레이크 정의가 모두 담겨있다. 상류층의 놀이문화가 사냥에서 레이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레이싱의 주인공은 488 GTB겠지만, 머나먼 서킷까지 떠나는 여정은 GTC4 루쏘 T가 책임진다. 연인, 가족, 동료 모두와 동승할 수 있고, 넓은 트렁크는 그들의 짐까지 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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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C4 루쏘 T는 어떤 페라리보다 실내 공간이 넓다. 페라리 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포츠카를 생각하더라도 GTC4 루쏘 T의 뒷좌석은 황송하다. 쿠페의 디자인 요소가 접목된 세단에 비해 머리공간도 넉넉하다. 수납공간도 마련됐고, 원형 송퐁구도 있다. 가죽 시트의 형상도 남다르다. 운전을 직접 하지 않을 뿐, 그 감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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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공간의 백미는 거대한 글라스 루프다. 그야말로 통유리다. 모두가 하늘을 훤히 볼 수 있다. ‘Low-E’ 코팅이 적용된 글라스 루프는 외부 온도가 높으면 태양광을 반사시켜 실내 온도를 낮게 만들고, 외부 온도가 낮아지면 열손실을 줄여 실내 온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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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시트는 반으로 접을 수도 있다. 바야흐로 페라리가 4시트를 만들고 시트 폴딩까지 지원하는 시대다. 뒷좌석 시트는 4:2:4 비율로 접힌다. 긴 짐을 넣을 수도 있고, 여행용 캐리어를 차곡차곡 쌓을 수도 있다. 굳이 시트를 접지 않아도 트렁크 공간은 꽤 넓다. 게이트도 하늘로 열리기 때문에 짐을 넣기도 수월하다. 그리고 트렁크 바닥 재질이나 마감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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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여느 페라리와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이 적용됐다. 그동안 우리를 흥분시켰던 페라리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피닌파리나가 디자인을 주도한 FF에서 이미 많은 혹평을 받았고, 페라리 인하우스 디자인팀은 소비자들의 혹평을 바탕으로 GTC4 루쏘 T를 만들었다. 다만 슈팅 브레이크의 고집을 꺾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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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루프 라인의 끝부분을 잡아당겼다. 볼록 솟았던 등이 평평해졌고, 더 늘씬해졌다. 페라리답지 않고, 우리가 왜건이나 슈팅 브레이크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GTC4 루쏘 T 체형은 꽤 섹시하다. 뒷휀더는 탄탄한 허벅지처럼 두툼하고, 루프 라인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깎였다. 괴팍했던 얼굴은 다소 얌전해졌지만, 강렬함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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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브레이크라도 페라리는 페라리다. 그래서 GTC4 루쏘 T는 빠르고, 힘이 넘친다. 못생겼다고 핀잔주다간 큰코 다친다. 페라리의 엔진 중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F154 3.9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은 610마력의 힘을 낸다. 엄연히 여느 스포츠카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힘만 센게 아니라 시속 320km로 달릴 수 있다. 에어로 다이나믹에 대한 연구와 그에 따른 설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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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추선 금속 페달을 꾹 밟으면, GTC4 루쏘 T에 대한 여러 비난과 놀림이 떠오르지 않게 된다. 계기바늘이 빨간구역에 가까워질수록 GTC4 루쏘 T는 본색을 드러냈다. 하드코어적인 감각은 크게 거세됐지만, 충분히 폭발적이었다. 7단 F1 DCT 변속기는 GTC4 루쏘 T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고속도로를 내달릴 땐 빠르고 절도있게 동작했고, 오른발에 힘이 덜 들어가면 엔진회전수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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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차체가 코너에서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뛰어난 트랙션을 지니고 있다. 특히 뒷바퀴 조향 시스템인 ‘리어 휠 스티어링(4WS)’이 탑재되면서 코너에서의 움직임이 한층 여유를 갖게 됐다. FF에 비해서 더 공격적으로 코너를 돌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이 향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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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페라리는 결핍이 많은 차였다. 명확한 장점이 수많은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차였다. 그런데 GTC4 루쏘 T는 부족함이 거의 없다. 심지어 도심에서도 편안했다. GTC4 루쏘 T의 컴포트 모드는 여느 페라리와도 달랐다. 마치 세단을 타는 느낌이었다. 노면의 굴곡을 부드럽게 지나쳤고, 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도 사뿐했다. 뒷바퀴도 리액션이 크지 않아서 뒷좌석의 승차감을 해치지 않았다. 네명이 탄다는게 핵심이 아니라, 모두가 편안하게 탈 수 있다는 것이 GTC4 루쏘 T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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