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페라리 포르토피노 M "이쯤되면 막내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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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엔트리 모델 포르토피노 M을 시승할 기회가 생겼다. 고성능 컨버터블을 몰고 서킷부터 공도까지 다양한 코스가 포함된 기회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시승 장소로 출발했다. 그런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은 시승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빗방울까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궂은 날씨에 시승한 적은 많지만, 600마력 넘는 컨버터블이다. 더군다나 젖은 노면의 서킷에서 고성능차를 몰아야하기에 살짝 긴장이 올라왔다. 한두 방울씩 비가 내리던 날, 페라리 포르토피노 M을 몰아봤다.
포르토피노M은 2008년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2012년 캘리포니아 30, 2014년 캘리포니아 T, 2017년 포르토피노 등을 거쳐 발전해온 페라리 2도어 GT 스파이더 모델이다. 대대로 하드톱을 열었을 때는 매력적인 스파이더 스타일을 지녔고, 닫은 후에는 영락없는 2도어 쿠페로 변신해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포르토피노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포르토피노 M은 전작보다 한층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더불어 날카로워진 전면 디자인이 특징이다. 휠 아치 앞에 새로운 공기흡입구를 배치해 항력을 줄이면서도 디자인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포르토피노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측면 공기흡입구는 멈춰있어도 달리는 듯 보여 역동성을 더욱 강조한다.
실내는 날렵함과 부드러움, 유연함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더욱 얇아진 대시보드가 상·하로 나뉘어 있으며, 그 사이는 알루미늄 블레이드가 가로지르고 있다. 위쪽에는 송풍구가 자리 잡은 가운데 아래에는 10.25인치 터치스크린과 함께 각종 조작 버튼이 배치된다.
마그네슘 프레임으로 둘러싸인 시트는 부위마다 다른 밀도의 쿠션으로 마감되어 몸을 감싼다. 이 시트는 열선을 비롯해 통풍 기능까지 적용되어 박진감 넘치는 주행을 할 때도 등이 땀 범벅이 되어 주는 것을 막아준다.
페라리가 판매하는 자동차 중 가장 저렴하지만, 성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포르토피노 M은 4년 연속 올해의 엔진 상을 수상한 3.9L V8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620마력을 발휘한다. 전작인 포르토피노와 비교하면 배기량은 엇비슷하지만, 20마력이나 더 강해졌다.
한층 강력해진 심장은 8단 변속기와 맞물린다. 페라리 오픈 톱 모델 중에서는 처음이다.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8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기존 7단 변속기 대비 모듈 크기는 20% 축소됐지만, 토크 전달력이 35%나 향상되며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시동을 걸면 우렁찬 엔진음과 배기음이 앞뒤로 요동친다. 특히, 머플러 팁의 소음기가 제거되어 강렬한 배기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페라리는 두 개의 후방 소음기를 없애고 바이패스 밸브를 타원형으로 가공하는 방식을 채택해 배기관 내 압력을 줄이고 소리를 증폭시켰다. 특히, 가변 배기 모드가 켜지고 꺼지는 두 가지 단계만 존재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지속적으로 밸브를 조절해 주행 상황에 따라 배기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서킷은 다양한 코너와 확실한 고저차를 뽐내는 용인 에버랜드 AMG스피드웨이다.
포르토피노 M에는 컴포트, 스포츠, 레이스, ESC-OFF, 웨트(WET) 등 다섯가지 모드로 구성된 마네티노가 탑재됐다. 이는 페라리의 GT 스파이더 중 처음으로, 상황에 따라 핸들링과 접지력을 적합하게 설정할 수 있어 보다 차량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
특히, 새로 추가된 레이스 모드에서는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FDE)가 적용되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각 브레이크 캘리퍼의 제동 압력이 조절된다. 이로 인해 차량의 좌우 움직임이 개선되며, 옆으로 미끄러지는 움직임을 제어해 준다.
덕분에 낯선 차량으로 과감하게 서킷을 공략해도 몸만 이리저리 흔들릴 뿐 차량은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긴 직선 구간을 지난 다음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노즈 다이브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피칭 억제 능력이 뛰어나다.
그럼에도 스포츠카는 역시 스포츠카다. 낮게 깔린 루프라인은 밖에서 바라볼 때는 한없이 아름답지만, 183cm인 기자가 헬멧까지 쓰고 운전석에 앉으면 비좁다. 코너를 돌 때마다 헬멧이 시트 헤드레스트부터 천장, 창문까지 이곳저곳을 때린다.
새롭게 설계된 배기 시스템은 가뜩이나 긴장되는 서킷 주행에 박진감을 더해준다. 톱을 닫고 헬멧까지 썼는데도 불구하고 요동치는 엔진음과 배기음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요란한 소리에 몸을 맡기다 보면 계기판의 숫자는 어느덧 200km/h를 넘어선다.
그때쯤 이 차가 컨버터블이라는 점이 다시금 떠올랐다. 컨버터블임에도 차체 강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200이라는 숫자가 그다지 부담스럽지도 않다. 전작 대비 약 10% 줄어든 브레이크 페달 작동 구간 덕에 브레이크 반응이 재빠르고 즉각적이기 때문에 원한다면 언제든 멈출 수도 있다.
짧고 굵은 트랙 시승을 마치고 AMG스피드웨이 인근 공도 주행에 나섰다.
컴포트 모드의 포르토피노 M은 방금 트랙에서 탄 차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편안하다. 비가 그친 맑은 하늘에 하드톱까지 벗어던지면 가슴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차오르는 기분이다.
다만, 컴포트 모드에서는 페라리라고 하기에 감성이 2% 부족하다. 스포츠 모드로 체결한 이후 스티어링 휠 왼쪽에 위치한 범피 로드 버튼을 눌렀다. 단단하지만 편안한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GT카로 변신한다. 배기음은 사납고 가속 페달 반응도 칼 같은 데, 과속 방지턱을 사뿐하게 넘는 경험은 신기하면서도 재밌다. 사나운 배기음과 안락한 주행 모두 포기할 수 없다면 스포츠 모드와 범피 로드 모드 조합을 추천한다. 한적한 시골 도로에서 탑을 열고 바람을 가르며 끝없이 달리고 싶다는 욕구가 끓어오른다.
포르토피노 M은 페라리 라인업에서 막둥이다. 그러나 엔트리라고 치부하기에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와 편안한 승차감, 시원하게 열리는 뚜껑까지 모두 갖췄으면서도 달리고 싶을 때 신나게 보폭을 맞춰주는 차는 페라리가 아니면 누가 만들 수 있을까.
※ 해당 차량은 FMK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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