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패밀리 SUV를 찾는다면, 폭스바겐 I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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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그룹은 어느 자동차 브랜드보다 전동화에 적극적이다. ID.3부터 ID.4, ID5, ID.6(중국 전용 모델), ID.7, ID.버즈(Buzz) 등의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전망도 밝다. 특히 폭스바겐의 본거지인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진행되는 '트리니티 프로젝트(Trinity vehicle project)'를 통해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전체 확장이 가능한 시스템 플랫폼(SSP)을 만들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이를 바탕으로 늦어도 2033년 말까지 볼프스부르크에서 전기차만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전동화에 속도를 내는 폭스바겐이지만, 한국에서의 행보는 조금 아쉽다. 그렇게 다양한 전동화 라인업을 갖췄음에도 시판하는 전기차는 ID.4 한 가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가을 한국에 등장한 ID.4는 매끈한 스타일과 넓은 실내공간, 뛰어난 정숙성과 승차감,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판매 면에서도 성공을 거뒀고, 많은 전문가로부터 인정도 받았다. 2023년에는 총 933대가 팔리며 흥행을 이어갔다.
지난해 6월에는 주행거리를 늘린 2023년형 ID.4를 선보였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 421㎞로, 기존 405㎞ 대비 16㎞가 늘어났으며, 도심 기준 주행거리는 451㎞로 기존 426㎞ 대비 25㎞ 증가했다. 특히 저온 주행거리가 향상되어 전기차의 취약점으로 알려진 겨울철 주행거리도 향상했다.
새로워진 ID.4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별시승 기회가 마련되어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외관은 처음 만났을 때와 달라진 게 없다.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사이즈보다 차체가 더 커 보인다는 것. ID.4의 차체 길이는 4585㎜인데,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4655㎜)보다 짧지만, 전고가 1615㎜로 아이오닉5보다 10㎜ 높은 덕에 차체가 더 커 보인다.
똑같은 최고출력(150㎾, 201마력)을 지닌 기아 니로에 비해서도 모든 사이즈가 다 크고, 특히 휠베이스는 45㎜ 길다. 또한 최고출력은 니로와 같지만, 최대토크는 ID.4가 31.6㎏·m, 니로는 26.0㎏·m으로 차이가 크다.
수입차 중에는 메르세데스-벤츠 EQA와 사이즈가 비슷하다. ID.4는 EQA보다 차체가 120㎜ 길고 높이는 10㎜ 낮고, 휠베이스는 36㎜ 길다. EQA의 최고출력은 188마력으로 ID.4보다 열세지만, 최대토크는 38.2㎏·m으로 우월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앞서 언급한 비교 차종 중에서 ID.4가 균형감에서 가장 앞선다. 특히 뒷좌석에 가족을 자주 태울 패밀리 SUV를 고르는 이에게는 이 차가 가장 어울린다.
인테리어는 '심플함' 그 자체다. 콤팩트한 클러스터를 스티어링 휠 앞에 배치하고, 대시보드 중앙에는 12인치(프로 라이트는 10인치) 스크린을 배치했다. 근접 센서와 터치 슬라이드 기능을 적용한 덕에 돌출된 물리 버튼은 모두 없애 깔끔해 보인다.
다만 국내에 시판되는 모델은 무선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가 적용되지 않아 아쉽다. 유선 연결은 가능하지만, 신차 같은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에 오너들의 불만이 있다. 폭스바겐코리아에서 하루빨리 무선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추가할 필요가 있겠다.
수납공간은 아주 넉넉하다. 두 개의 컵홀더가 중앙에 마련됐고, 그 뒤에 스마트폰 충전장치가 비스듬하게 설치돼 있다. 덕분에 스마트폰을 넣고 빼기가 아주 쉽다. 충전장치 뒤에도 별도의 수납공간이 있고, 여기에 슬라이드 방식 덮개를 마련해 더욱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다.
시동은 스티어링 휠 오른쪽 아래 마련된 버튼을 누르면 되고, 기어는 스티어링 휠 앞쪽 클러스터 오른쪽에 붙어 있는 셀렉터로 조작한다. 밀면 전진(D), 당기면 후진(R)이어서 매우 직관적이다. 특히 스티어링 휠에 클러스터가 붙어 있어서 각도 조절을 하더라도 항상 클러스터가 잘 보이도록 했다.
주행감각은 비교 차종 모두 훌륭한 수준이다. ID.4는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가속감이 일품이다. 정지에서 시속 100㎞ 가속 시간은 8.5초로 빠른 편은 아니지만, 소음이 거의 없는 데다 실제 가속감이 더 빨라서 부족함이 없다.
회생제동 조절 기능은 초기 모델과 마찬가지로 없다. 대신 D(드라이브) 모드에서 타력 주행을 강화한 코스팅 기능을, B(브레이크) 모드에서는 회생제동 기능을 강화하도록 했다.
승차감은 앞뒤 좌석이 조금 차이를 보인다. 운전할 때는 뒷바퀴가 약간 단단하다고 느끼게 하는데, 실제로 뒤에 앉아보면 그리 불편하진 않다. 다만 많은 독일차가 그렇듯이 등받이 각도 조절이 안 되는 건 아쉽다. 차체 높이와 길이가 충분하므로 각도 조절 기능을 추가하면 더 좋겠다.
ID.4의 장점 중 하나는 경쟁차 중 가장 넓은 트렁크다. 길이와 높이, 너비에서 경쟁차 중 가장 크기 때문에 캠핑을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키를 지닌 채 트렁크 아래쪽에 발을 대면 트렁크 도어가 열리는 기능도 갖췄다.
ID.4의 급속충전 용량은 135㎾로, 350㎾까지 지원하는 현대 아이오닉5, 6, 기아 EV6, EV9보다 느리고, 250㎾(슈퍼차저)까지 지원하는 테슬라보다도 열세다. 이 점은 앞으로 폭스바겐이 개선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D.4는 배터리가 5% 남은 상태에서 최대 급속충전 속도로 충전 시 약 36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어서 준수한 속도를 보인다.
정부 공인 에너지 소비 효율은 구형이 복합 기준 4.7㎞/㎾h였는데, 신형은 복합 4.9, 도심 5.3, 고속도로 4.5㎞/㎾h로 각각 향상됐다. 시가지와 간선도로를 두루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5.5㎞/㎾h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도 타력 주행을 잘 활용한다면 400㎞ 이상 달리는 건 문제 없을 듯하다.
ID.4의 가격은 프로 라이트가 5490만원, 프로가 5990만원이다. 올해 기준으로 수입 승용 전기차 중에 가장 많은 492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3월 말까지는 600만원 할인도 주어진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을 더하면, 프로 라이트는 경상남도(보조금 600만~1150만원)에서는 3798만~3248만원에 구매가 가능하고, 충남과 전북(보조금 700만원)은 3698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보조금이 가장 적은 서울시에서는 프로 라이트를 4218만원에, 프로는 4718만원에 살 수 있다.
결론적으로 4000만원대의 중형 SUV를 구매하려는 고객이라면 ID.4가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ID.5의 인증을 받아놓고도 아직 공식적인 판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인데, ID.4의 고성능 모델(GTX)과 ID.5를 들여오면 판매 확대에 더욱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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