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판을 깨러온 쉐보레의 야심작..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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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소형 SUV 시장을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소개한 쉐보레. 그러나 판을 벌여놓고 재미를 본 주인공은 따로 있었으니 쉐보레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을 터.
씁쓸한 미소를 짓고있던 쉐보레에게 모처럼 단비같은 신차가 출시됐다. 트랙스로 소형 SUV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경험을 깨우쳐 소형 SUV와 준중형 SUV의 경계를 교묘하게 파고든 ‘트레일블레이저’가 그 주인공.
힘겨운 경영정상화와 노사관계의 꼬인 매듭까지 풀어야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세상에 나온 트레일블레이저는 그동안 쉐보레가 내놓은 신차에서 수없이 지적받던 가격정책과 상품성 문제를 개선하고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옵션 구성 등으로 판을 뒤집기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 NO! 베이비 블레이저, 3가지 개성을 가진 트레일블레이저
한국GM이 디자인과 설계, 생산까지 국내에서 진행한 트레일블레이저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디자인이 포인트다. 머슬카 카마로를 연상케하는 전면부 디자인은 윗급인 블레이저를 자연스레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쉐보레는 트레일블레이저가 결코 베이비 블레이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쉐보레의 새로운 SUV 패밀리룩이 적용된 트레일블레이저는 도드라지는 듀얼포트 라디에이터 그릴과 크롬 및 하이그로시 재질의 각기 다른 3가지 타입의 디자인으로 톡톡튀는 개성을 보여준다.
전면부 디자인 만큼은 기존 소형 SUV인 트랙스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내고도 충분한 수준. 눈을 돌려 측면으로 다가가면 제법 당당한 SUV의 풍채를 느낄 수 있다. 정통 SUV에서도 쉽사리 볼 수 없는 각진 휠하우스 디자인과 그 안을 채운 17~18인치 휠은 성능과 디자인 사이에서 이상적인 타협을 이룬 모습이다.
밖에서 바라보는 그린하우스는 SUV 치고 크지 않아 개방감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스포티한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듯 싶다. 후면부는 전면부에서 느껴지던 존재감 넘치는 모습대비 수수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크롬 머플러와 디퓨저 등으로 한껏 스포티한 멋을 살린 RS 트림의 경우라도 2% 아쉬운 여백은 향후 램프류의 그래픽 디자인 변경 등으로 아쉬움을 달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차체크기는 전장 4410mm(액티브, RS 트림 4425mm), 전폭 1810mm, 전고 1635mm(액티브, RS 트림 1660mm), 휠베이스 2640mm로 기존 소형 SUV 범주에서는 상당히 큰 크기를 자랑한다. 트랙스와 이쿼녹스 사이에 위치하게 될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과 준중형 SUV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차체크기로 틈새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려는 모습이다.
문을 열고 마주친 실내에서는 달라진 쉐보레의 마음가짐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지난 2013년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트랙스를 떠올려보면 그야말로 ‘환골탈태’ 수준. 단순이 눈에 보이는 디자인을 넘어 곳곳에 사용된 소재와, 버튼류의 조작감, 인포테인먼트의 완성도는 비교불가 수준이다.
물론 차급이 한급 위로 올라선만큼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와의 비교는 무의미하지만 쉐보레가 그동안 내놓은 신차들을 떠올려 본다면 트레일블레이저는 이제서야 경쟁사의 다양한 SUV들과 당당한 대결을 펼칠 수 있게됐다.
중앙에 위치한 터치 디스플레이는 반응성과 응답성에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반박자 느린 터치 디스플레이는 안전운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에 쉐보레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참고했으면 한다.
여기에 무선 카플레이 시스템과 안드로이드 오토는 국산차에서 보지 못한 구성이다. 구글의 정책에 따라 당장은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없지만 쉐보레는 앞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놨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거란 판단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통풍시트 및 운전대 열선, 2열 열선 등이 빠짐없이 장착됐다. 디자인 완성도 뿐만 아니라 옵션과 상품구성 측면에서도 쉐보레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뒷좌석은 밖에서 보이는 시각적 크기보다 제법 만족스러운 공간을 연출한다. 성인 4명이 앉더라도 무릎공간의 부족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으며, 각진 루프 디자인 덕에 머리공간도 제법 넉넉하다. 적재공간 또한 네모 반듯한 형상에 가까워 부담없이 짐을 싣을 수 있다.
■ 3기통 터보엔진으로 맛볼 수 있는 경쾌함, 배기량을 무색케 하는 운동성능
트레일블레이저에는 3가지 타입의 외관 디자인과 함께 2종류의 엔진이 탑재된다. 1.2리터 배기량을 가진 하위트림과 1.35 배기량을 가진 상위 트림으로 나눌 수 있다. 두 엔진 모두 다운사이징 정책에 따라 배기량을 낮추고 터보시스템을 더해 작지만 부족함 없는 출력을 뽑아낸다.
이 가운데 시승차인 RS 트림의 경우 1.35리터 배기량의 엔진과 9단 변속기가 탑재된다. 여기에 4륜구동 옵션이 추가돼 Z-링크 리어 서스펜션까지 갖춘 모델이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f.m의 힘을 발휘하는 엔진은 바퀴가 구르기 시작할 때부터 경쾌한 감각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크기가 큰 대형 SUV와 중형 SUV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감각이다. 운전대의 무게감도 적당한 수준. 손가락으로도 휙휙 돌아가는 가벼운 전동식 시스템과 달리 이질감을 줄여 제법 운전의 즐거움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다.
국내 기준 제한속도 내에서는 배기량에 따른 걱정은 접어도 좋다. 폭발적인 가속성능을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시종일관 원하는대로 속도상승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여기에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일정한 안정감을 전달하는 덕분에 고속주행에서의 부담감도 없는 편이다.
대배기량에 어울릴 것만 같았던 9단 변속기도 알뜰살뜰 효율을 챙긴다. 속도 변화에 따른 변속 충격도 없는 편이며, 빠른 가속과 감속이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도 허둥대거나 쉽사리 지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쉐보레 차량들이 꾸준하게 잘해오던 장점들은 고스란히 트레일블레이저에도 녹아들었다. 새롭게 설계된 차체는 노면의 충격에도 쉽사리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차급을 생각한다면 기분좋게 요철의 충격을 삼켜낸다.
■ 시작과 다른 경쟁상황..그래도 해볼만한 상품성
처음 쉐보레가 소형 SUV 시장을 열었을땐 마땅한 경쟁자도 시장에 대한 성공 가능성도 불확실의 연속이였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완성체 업체가 1개 이상의 모델들을 소형 SUV 시장에 내놓으며, 그 어떤 세그먼트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티볼리, 코나, 셀토스 등 시장에서 인기있는 모델들의 성공을 바라만 봐야했던 쉐보레는 트레일블레이저 출시로 인해 경쟁자들과의 당당한 대결을 선포할 수 있게 됐다. 부족했던 편의사양, 반자율주행 시스템을 비롯한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 말끔한 디자인 등을 모두 꾹꾹 눌러담은 상품성은 동급 최고 수준의 반열에 오르기에도 충분하다. 이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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