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토요타 GR 수프라 “짙게 묻은 BMW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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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수프라는 낮은 수익성과 배출가스 규정 강화 등으로 2002년 단종 절차를 밟았다. 이후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다시 이름을 알리며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후속 모델 소식은 십수 년이 넘도록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 수프라가 지난해 5세대 모델로 부활했다. 다만, 토요타는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BMW와 협업을 진행했다. 즉, 신형 수프라는 BMW 3세대 Z4와 함께 개발된 이란성 쌍둥이다. 더욱이 오스트리아 슈타이어마르크주에 위치한 마그나 슈타이어 공장에서 함께 생산된다.
앞서 Z4 M40i에 이어 신형 수프라를 시승했다. 플랫폼부터 파워트레인까지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 형제는 무엇이 다를까.
신형 수프라는 언뜻 플랫폼을 공유한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Z4와 차별화된 외관을 갖췄다. 브랜드 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디자인은 칭찬 요소다.
강렬한 컬러는 공격적인 프론트 그릴 및 에어 인테이크와 어울리며 “나 잘 달리는 놈이야!”하고 외치는 듯하다. 여기에 요즘 차량에서 보기 드문 거대한 헤드램프를 통해 이전 세대 수프라의 느낌을 계승했다.
루프 양쪽이 솟아있는 형태의 ‘더블-버블 루프’와 검게 칠한 A필러 및 사이드미러가 차량의 멋을 더욱 살려준다. 외관에서 드러나는 BMW의 유일한 흔적은 사이드미러다. 일반적인 BMW 차량과 동일한 제품이 적용됐다. 좀 더 스포티한 디자인을 채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밖에 차량 곳곳에 위치한 에어 인테이크 더미는 튜닝을 위해 마련해 둔 자리다. 토요타는 애프터마켓 용품을 자유롭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이전 세대(A80)의 2JZ 엔진도 스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신발은 Z4와 동일한 255/35 ZR19(앞), 275/35 ZR19(뒤) 사이즈를 신었다. 투톤 컬러 처리한 경량 단조휠은 Z4보다 더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거대한 헤드램프와 달리 비교적 얌전한 리어램프와 덕테일 형태의 리어스포일러가 조화를 이룬다.
후면부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은 단연 범퍼 아랫 부분의 디퓨저다. 레이스카가 떠오르는 디퓨저 가운데 F1 머신에서나 볼 법한 후진등이 자리했다. 여기에 주먹 하나가 들어갈만한 대형 머플러가 양쪽에 자리잡아 안정적이면서도 공격적인 뒷태를 완성했다.
깔끔한 후면부를 해치는 부분은 바로 리어램프 사이 위치한 레터링. ‘TOYOTA’ 및 ‘SUPRA’ 문구에 이어 번호판까지 한 데 모여 다소 조잡한 느낌을 준다. ‘TOYOTA’ 레터링를 삭제한다면 한층 깔끔한 후면부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 트렁크는 별도의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다. 운전석에서 버튼을 누르거나 스마트키를 이용해야 한다.
실내 인테리어는 Z4의 승리다.
차별점을 둔 외관과는 달리 인테리어는 BMW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전반적인 센터페시아 레이아웃부터 인포테인먼트 그래픽, i드라이브, 전자식 기어 레버, 공조장치를 비롯한 각종 스위치까지 전부 BMW 제품이다. 심지어 스마트키까지 디자인을 공유한다. 시승 내내 토요타 수프라가 아닌 BMW 스포츠카를 몰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더욱이 최신 BMW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풀 LCD 계기판으로 무장한 Z4와 달리, 수프라는 한 세대 이전에 사용된 BMW 부품으로 마감했다. 마치 서자 취급 같았다.
화려한 외관 컬러에 비해 다소 칙칙한 실내 색상도 아쉽다. 메탈 소재와 더불어 다양한 색상의 가죽을 덧대 실내를 꾸민 Z4와 대조를 이룬다. 두 차량의 가격 차이를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여기에 Z4 플랫폼을 그대로 쓰는 탓에 이전 세대의 2+2시트 구조에서 뒷좌석을 삭제한 2인승 구조로 변경됐다.
아쉬운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알칸타라를 두른 하이백 스포츠시트는 Z4 가죽시트보다 더 몸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또한 Z4에서 제외됐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돼 보다 편안한 장거리 주행을 보장한다.
컵 홀더도 수프라가 한 수 위다. 센터 콘솔에 컵홀더가 숨어있는 형태였던 Z4와 달리, 수프라는 수납함을 과감히 삭제하고 그 위에 커다란 컵홀더 두 개를 마련했다. 스포츠카 다운 레이아웃이다.
이밖에 좌석 뒤 그물망이 전부인 Z4 수납공간에 비해, 수프라는 트렁크가 직접 보이는 해치백 구조를 갖춰 높은 활용성을 더했다. 단, 객실과 트렁크 사이로 사이로 굵직한 롤 바가 지나가기 때문에 부피가 큰 화물은 부담스럽다.
수프라는 Z4와 동일한 B58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여기에 8단자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은 340마력, 최대토크는 51.0kgf·m를 발휘한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Z4 M40i 모델과 비교해 토크는 대등한 수준이지만 출력은 47마력이나 낮다. 그럼에도 정지 상태에서 100km/h 가속시간이 4.3초로 Z4 M40i보다 0.2초 빠르다. 비교적 가볍고 강성 확보에 유리한 쿠페 형태를 취한 결과다. 최고 안전 속도는 두 차량 모두 250km/h로 제한된다. 복합 연비는 9.7km/l로 Z4(10.2km/l)보다 소폭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형 수프라는 일본 내수 전용 모델인 SZ-R 트림이 있다. 엔트리급 모델로, Z4 20i s드라이브의 토요타 버전이다. SZ-R에 들어가는 2.0리터 직렬 4기통 엔진 또한 BMW의 것이다. 트림 상관 없이 모두 BMW의 심장이 들어간다.
풀 LCD 계기판을 적용한 Z4에 비해 제공하는 정보의 양은 적다. 그러나 가운데 자리한 회전속도계는 Z4보다 한층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강력한 엔진이 우렁차게 깨어난다.
340마력 후륜구동 스포츠카이지만, 노멀 모드에서는 부드럽게 움직인다. 적절하고 부담없는 조작감을 선사한다. ZF가 만든 8단 자동변속기는 낮은 회전수에서 부지런히 변속을 이어간다. 단단한 승차감은 MINI 브랜드와 비슷하다.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 주행에 나섰다. 가속 페달을 조금 깊게 밟으니 그 성격이 바로 드러난다. 엔진회전수를 높이며 날렵하게 박차고 나간다. 속도를 높일수록 도로에 차분히 가라앉는다. 고속에서 되려 안정적인 느낌이다. 100km/h 정속 주행시에는 8단 기어에 1600rpm을 사용한다.
노면을 그대로 읽어내는 듯한 접지력이 인상적이다. Z4보다 한층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노면 상태를 그대로 전달한다. 정통 스포츠카다운 세팅이다.
수프라는 스포츠와 노멀 두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에코 모드는 과감히 삭제했다. 가상 엔진음을 제공하는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은 스포츠 모드에서 더 자극적으로 변모한다.
이어 산길을 향했다. 민첩한 조향 반응과 롱노즈의 독특한 핸들링 느낌이 운전 재미를 배가한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강하게 움켜쥐고 달리는 수프라는 마치 사륜구동 차량을 타는 듯한 착각을 준다.
GR수프라 개발을 진두지휘한 타다 테츠야 치프 엔지니어는 “일반 도로 80%, 서킷 20% 주행을 염두에 두고 개발해 거친 노면에서도 좋은 접지력을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산길을 달리며 그의 말을 상기하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ESC를 끄고 가속페달에 힘을 주니 여지없이 오버스티어링이 발생한다.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볍게 꽁무니를 흘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토요타는 “휠베이스·트레드·중심고의 세가지 요소를 조합해 최적의 핸들링을 구현했다”고 전한다. Z4와는 분명 다른 주행 감각을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스포츠카의 본질을 묻는다면, 단연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라 말할 수 있다. 과감함과 무모함 사이를 넘나드는 스포츠카를 바라보고 있자니 미소가 절로 새어 나온다.
토요타 GR 수프라는 2인승 스포츠카 시장에서 BMW Z4 M40i, 포르쉐 718 카이맨 등과 경쟁한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BMW의 엔지니어링,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은 충분히 경쟁력 있다.
시승차는 국내 30대 완판을 기록한 론치 에디션(개소세 인하 7230만원)이다. 이후 382마력으로 출력을 강화한 2021년형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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