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토요타, 캠리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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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캠리의 인기가 뜨겁다. 2017년 10월 출시 이후 11월 말까지 누적 계약 3,000대를 돌파했을 정도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가 상당하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캠리의 누적 판매 대수는 1,419대. 이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835대나 팔렸다. 캠리를 구매하는 소비자 중 70%가 하이브리드 버전을 선택한 것이다. 그만큼 하이브리드가 익숙해졌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이 되는 가솔린 모델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상당한 완성도로 돌아온 캠리. 아무리 하이브리드 모델이 잘 팔리더라도 기본은 가솔린 모델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은 660만 원 저렴하다. 또한 대중성에서는 여전히 가솔린 모델이 앞선다. 때문에 캠리 가솔린 모델의 테스트도 진행했다. 한국토요타는 2018년 한해 동안 캠리를 5,500대 팔겠다는 계획이다.
외적인 부분의 차이는 크지 않다.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으로 구분하지 않은 덕에(?) 하이브리드 모델과 가솔린 모델 간 확인이 어렵다. 하지만 킨 룩(Keen Look)이라고 불리는 디자인 테마 덕분에 존재감 만큼은 강하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모두 LED를 사용한다. 새로운 헤드램프도 독특한 형상인데 야간 주행 때 존재감이 상당하다. 엠블럼은 내연기관에 사용되는 검은색 바탕이다. 그릴의 역할을 겸하는 범퍼는 아발론과 비슷한 느낌을 보인다.
18인치 휠과 235mm 너비의 브리지스톤 EL440 타이어가 장착됐다는 점도 하이브리드 모델과 같다. 기존 모델의 경우 215/55R17 규격의 타이어를 사용했다. 이번 모델에서 휠을 키우고 타이어 너비를 넓힌 것이다.
후면부 하이브리드 배지가 빠졌다. 배지 이외에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차이를 알게 해주는 부분이 있는데 머플러의 위치가 다르다. 하이브리드는 왼쪽, 가솔린 모델은 오른쪽에 자리한다.
가솔린 모델이라고 차량의 비율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기존 캠리 대비 엔진 후드는 40mm, 루프를 25mm 가량 낮췄다. 여기에 30% 향상된 차체 비틀림 강성과 서스펜션의 구조 강성을 높여 주행성능을 올렸다.
인테리어도 하이브리드 모델과 동일하다. 폭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대시보드에서 센터 콘솔까지 내려오는 라인, 무광의 크롬 장식, 보석의 종류인 타이거아이에서 영감을 얻은 우드 트림도 같다. 지금까지의 캠리가 기능성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다른 행보다. 센터페시아 버튼들도 세련되게 변했다. 실내 넓은 부분에 소프트 터치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도 만족감을 높여준다. 투박한 인테리어로 유명한 GM과 토요타가 최근 멋을 내기 시작한 것.
하이브리드 모델과의 차이점이라면 계기판이 일반적인 형태의 구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에너지 흐름 게이지 대신 타코미터로 대체됐다. 하이브리드 모델 테스트 때도 느꼈지만 계기판 중앙의 7인치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낮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불만이 될 것이다.
나머지 구성은 좋다. 우선 편하다. 복잡하고 화려한 것은 빼고 필요한 것만 간단하게 활용하게 만들었다. 기능을 작동시키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볼 필요가 없어 좋다. 왠지 여기 있을 것 같은 기능이라 생각하고 바라보면 분명 거기에 위치한다. 한마디로 직관성이 좋다는 것.
사실 현대 기아차는 이 부분에 강하다. 이외에 수입차 중에는 토요타 정도가 유일하다. 스티어링 휠 버튼이 보여주는 쫀득한 느낌은 아우디를 연상시킨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8인치다. 한글화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 화면을 4가지로 분할시킬 수도 있다. 대신 화면을 4등분 하면 내비게이션을 확인할 수 없기에 3등분을 추천한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여전히 아틀란이다. 토요타 렉서스 브랜드에 사용되는 아틀란 맵은 완성도가 뛰어나며 직관적이다. 또 빠르다. 어설픈 정보를 담은 본사 개발 내비게이션 보다 월등한 완성도가 빛을 발한다.
사운드 시스템은 JBL의 9개 스피커를 기초로 한다. 음질은 동급 모델 대비 평균적인 수준이다.
공간적인 매력은 여전하다. 50mm 넓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이 여유롭다. 트렁크 공간은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모두 같다. 뒷좌석은 시트 폴딩도 된다. 하지만 시트 전체가 아닌 일부만 접히기 때문에 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되는 통로가 넓지는 않다.
도어가 묵직하다. 전 세대 모델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다소 거친 감각의 엔진 사운드가 전달된다. 최근 직분사 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가솔린 엔진들도 아이들 소음이 증가해 가는 추세다. 물론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가솔린 모델 특유의 정숙성에 큰 의미를 두고 접근한 소비자라면 불만을 낼 수도 있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 41dBA로 확인됐다. 현대 쏘나타 1.7 디젤과 동일한 수준이다. 물론 쏘나타는 정숙성에 특화된 모델이다. 하지만 가솔린 엔진과 디젤이 유사한 정숙성을 보였다는 점은 아쉬움이 된다.
물론 주행 중에는 소음에 대한 불만이 없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 중 때 정숙성은 58dBA 수준을 기록했다. 준대형 세단과 비교해도 아쉬울 것 없다. 다만 속도가 높아지면 A-필러 쪽에서 약간의 풍절음이 부각되기도 한다.
캠리 하이브리드가 하이브리드 시스템 특유의 이질감을 최소화시켰다면 캠리 가솔린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거한 대신 자동차 본연의 기계적인 움직임에 충실한 모습이다.
감각적인 부분의 가장 큰 변화는 동력계통이 보여주는 직결감이다. ‘토크컨버터가 없나?’ 혹은 ‘듀얼 클러치 변속기인가?’라고 느낄 정도다. 과장은 있지만 그만큼 동력이 잘 전달되는 느낌이다.
비밀은 변속기에 있다. 새로운 8단 자동변속기에는 다판 클러치로 이뤄진 락업 클러치를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1단부터 락업이 이뤄져 8단까지 그대로 변속을 진행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토크컨버터가 하는 일이 축소된 것. 달라진 변속기 감각은 여기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저속 영역대에서 가속페달을 밟아도 굼뜨다는 느낌이 생긴다. 락업클러치로 동력이 연결되면 가속페달을 밟아도 엔진 회전수가 상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토크컨버터 변속기의 특징인 토크 증폭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하지만 굼뜬 느낌이 스트레스를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민감한 소비자들은 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이 특성을 미리 알고 접근할 것을 추천한다.
토요타는 새로운 변속기가 즉각적인 반응뿐 아니라 초기 발진 가속 성능까지 개선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과거 6단 변속기 대비 촘촘해진 기어비의 역할도 크다. 8단 변속기지만 부피를 6단 변속기 수준으로 줄인 것도 장점이 된다.
일상 주행 때 가볍게 움직여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게감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엔진 힘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500cc 차이지만 2.0리터 엔진을 탑재한 중형 세단과 감각적인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무게의 영향은 없었을까? 캠리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는 1,565kg. 과거 캠리가 1,473kg였으니 무게 증가 폭이 꽤 있다. 카본 차체도 양산화 시키는 설비를 갖춘 토요타인데.
하지만 이런 무게 증가는 강성에 쓰였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도 튼튼하게 받아줘 좋다. 전 세대 캠리는 차체의 견고함 측면에서 큰 이점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차체 개선을 진행하며 만족감을 높였다. 하지만 모델 체인지 이후 업계 평균 이상의 강성이라고 할 수준의 견고한 느낌을 주고 있다.
무게는 증가했지만 주행 감각은 더욱 경쾌해진 캠리 가솔린의 발진 가속 성능을 확인해봤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을 확인한 결과 8.11초를 기록했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7.94초보다는 느렸지만 최근 테스트한 기아 스팅어 2.0 터보 RWD(8.05초)와 거의 비슷한 기록을 냈다. 또한, 전 세대 캠리가 기록한 8.63초와 대비 0.5초가량 빨라졌다.
성능 향상에 있어 변속기의 도움도 컸지만 엔진 자체의 변화도 있었다. 기존 캠리 가솔린은 181마력과 23.6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을 지녔지만 신모델은 207마력과 24.8kg.m의 토크를 확보했다. 자연흡기 엔진 치고는 수치가 많이 올랐다. 제원만 바뀐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성능을 얻기 위해 엔진 자체를 다시 개발했다.
밸브와 맞물리는 밸브 시트가 레이저로 가공돼 밀폐성, 흡배기 성능을 높였다. 이는 효율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흡기 밸브와 배기 밸브 간 협각은 31도에서 41도로 넓어졌다. 여기에 흡기관과 배기관 통로를 직선화된 형태로 바꿨다. 공기가 들어오고 나오는 통로에서 저항을 줄이기 위함이다.
흡기 부분에 엣지 처리를 해 공기를 한쪽 방향으로 빨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소용돌이의 일종인 텀블유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텀블유동은 내연기관 엔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공기를 불규칙적으로 빨아들이면 연료 입가도 불규칙적으로 한쪽에 뭉쳐있거나 비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화염이 균일하지 않게 전파되면서 완전연소를 어렵게 한다. 텀블유동을 이끌어내면 연료 입자가 고르게 퍼져 이상적인 연소가 가능하게 돕는다. 이를 통해 성능과 효율이 높이는 것.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도 오일 압력에 의한 변화가 아닌, 전기모터가 캠의 변화량을 직접 바꿔주는 형태로 변했다. 더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해진 것. 또한 직분사 시스템에 멀티홀 분사 장치를 추가됐다. 인젝터당 6개의 분사 구멍을 갖는데, 이를 통해 한층 더 미세하게 연료를 뿌려 연료 찌꺼기를 남기지 않게 한다.
또한 피스톤 정 중앙부에서 점화가 이뤄지도록 미세한 조율을 했다. 이는 성능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내구 관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내용들이다. 피스톤의 한쪽에서만 폭발이 일어나면 균형이 깨지고, 이는 피스톤, 크랭크축, 실린더 벽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참고로 엔진 압축비는 가솔린 모델이 13:1, 하이브리드 모델은 14:1로 설정돼 있다.
여기에 밸브 타이밍 시스템과 워터 펌프, 가변 오일펌프 등을 모터 구동으로 바꿔 엔진 부담을 줄였다.
성능을 높이면서 연비까지 높인다는 것은 어렵다.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밥을 적게 먹으면서 큰 힘을 내야 한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전기모터를 추가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이미 발전할 정도로 발전한 내연기관 엔진에서 추가적인 발전에는 제한이 따른다. 결국 많은 기술이 투입되어야 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이야 원래 토요타가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졌으니 어쩌면 가장 좋아야 할 부분일 수 있다. 그보다 내연기관 엔진 자체에서 이렇게 다양한 기술을 더해 성능과 효율을 높였다는 것. 토요타라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 기술력을 갖췄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될 것 같다.
파워트레인의 성능이 수치만으로 높아진 것은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시원스럽게 속도를 올리는데, 특히 엔진 회전수가 후반 영역으로 갈수록 가속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진다. 한마디로 밀어주는 느낌이 좋다는 것인데, 체감적으로 3.0리터 엔진과 유사하다고 느낄 정도다. 통상 보편적으로 쓰이는 2.4~2.5리터 엔진은 2.0리터 엔진 대비 체감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조금 더 여유로운 편이지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어느 정도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캠리에서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실제 구동되는 성능을 확인해봤다. 참고로 우리 팀은 토요타나 렉서스 차량의 다이노 테스트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측정이 잘 안될뿐더러 결과가 나오더라도 토크 확인이 안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캠리도 그랬다. 다이나모 테스트 자체는 성공했지만 출력은 5,000rpm 부근까지만 측정됐고, 토크는 측정되지 못했다.
이렇게 계측된 결과는 약 159마력. 제원상 6,600rpm에서 최고 출력이 발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정쩡한(?) 부분에서 출력이 계측이 종료된 것이다. 이 데이터를 공식 기록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다. 신형 캠리는 5,000rpm 부근의 출력만으로도 기존 모델의 정상 측정 출력(155마력)보다 높은 성능을 가졌다는 것을 입증한 것.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본다. 캠리 하이브리드 때 느꼈지만 가솔린 모델 역시 고속 주행 안정성이 좋아졌다. 확실히 최근 등장하는 일본 차들은 고속 안정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또한 이를 운전자나 탑승자 모두 쉽게 느낄 수 있다.
캠리의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확인했다. 우선 전방 차량에 따라 거리는 물론 정차 및 재출발까지 가능한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된다. 인식 범위가 어느 정도 넓어 끼어드는 차량도 곧잘 인식했다.
스티어링 휠 보조가 가능한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기능은 차선에 가까워지면 개입하는 방식이다. 차선 중앙까지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면 좋겠지만 토요타는 어디까지나 이 기능을 반자율 주행이 아닌, 안전을 위한 기능이라 말한다. 스티어링 시스템도 갑자기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살며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외에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 오토매틱 하이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주행 장소를 와인딩 로드로 옮겼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이 도로를 꽤나 재미나게 달리게 해줬다. 이에 가솔린 모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세련된 스티어링 휠 감각은 새로운 캠리의 장점 중 하나다. 적당히 묵직한 감각,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차량이 반응하는 느낌도 좋다. 단순히 답력만 무거워지는 감각과는 다르다.
기존 캠리는 가족을 위한, 어쩌면 아저씨를 위한 차 같은 느낌도 줬다. 하지만 지금의 캠리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무딘 감각이 아닌 민첩성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서스펜션의 변화도 한몫한다. 기존 캠리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 댐퍼 변화로 주행 감각을 키워냈다. 이번 캠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조금 더 조여진, 다시 말해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포티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젊어졌다. 좋은 느낌의 세련된 감각이다.
차량의 거동에서도 세련된 부분이 강조된다. 코너를 빠르게 돌 수 있는 능력을 떠나 차량의 앞 부분이 선회한 후 뒷부분이 따라올 때의 일체감이 좋다. 서스펜션은 분명 편안한 쪽에 초점을 맞췄지만 롤이나 피칭을 제법 잘 억제해 낸다. 특히 범프 구간을 지날 때 깔끔하다는 인상을 준다.
토요타가 항상 그래왔듯 변속기의 반응 속도는 평균적 수준이다. 아이신 전륜 8단 변속기 대비 느리긴 하지만 차량 등급을 감안할 때 단점은 아니다. 빠른 것은 아니지만 느리지도 않기 때문.
235mm 너비의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40(Turanza EL440)이라는 모델이다. EL400의 후속 모델로, 기존 모델 대비 내마모성과 승차감 개선이 이뤄졌다. 여기에 접지 성능이 높아져 우리 팀의 좋은 점수를 이끌어냈다. 빠르게 코너에 들어서면 초반부터 스키드음을 크게 발생시킨다. 하지만 이후에도 접지력을 잃지 않고 성능을 이어나간다. 무엇보다 감각을 명확하게 이끌고 간다. 한계를 읽기 쉽다고 보면 된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거리를 측정했다. 최단 제동기록은 39.72m. 프리우스는 39.52m, 프리우스 V가 39.93m, 캠리 하이브리드는 39.43m를 기록한 바 있다. 토요타의 대부분 모델의 제동 성능이 39~40m 대를 유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테스트가 반복되더라도 제동거리는 1m 범위 내에서 결정됐다. 이 역시 토요타 스타일이다.
한층 젊어진 주행 감각,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주행 연비였다. 사실 중형급의 세단 연비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하지만 캠리 가솔린은 연비 부분의 개선을 보여줬다. 시속 100~110km 구간의 고속도로 연비를 확인한 결과 17.8km/L의 연비를 기록해 냈다. 8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니 20.7km/L의 연비를 보였다.
다만 평속 15km/h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에서는 7.2km/L 수준을 보여 차량 등급과 배기량의 한계까지 뛰어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체구간을 벗어나 속도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연비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부분은 와인딩 로드에서 확인한 연비였다. 통상 이 구간에 들어서면 빠른 가속과 감속이 반복된다. 차량에 따라 3~6km/h 수준으로 연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캠리는 중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8~9km/h대 연비를 보였다.
다양한 테스트 이후 최종적으로 확인된 캠리의 연비는 13km/L 수준이었다. 고속도로 주행 비율이 높다면 이보다 높은 연비를 기록할 것이다. 그런데 이 복합연비가 낯설지 않다. 찾아보니 우리 팀이 현대 아반떼 가솔린을 테스트했을 때 실측 연비 결과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물론 테스트 환경 변화에 따른 일부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렇듯 캠리 가솔린은 3.0리터 급 체감 성능에 1.6리터 급 효율을 보였다. 주행감각은 보다 젊어졌고 한층 견고한 차체 강성과 향상된 고속 안정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최신 기술을 집대성한 엔진은 성능과 효율에서 만족감을 높였지만 아이들링 소음 부분에서 아쉬움을 줬다. 또, 디테일에 대해 다소 무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계기판 디스플레이의 적당한 화질, 편의 장비도 적당한 수준, 변속기 성능도 적당한 빠르기, 제동 시스템도 적당한 수준. 분명 더 잘 할 수 있는데 평균점을 잡아 놓고 그 지점에서 타협한 것 같다. 물론 평균 이하는 없다지만 뭔가 더 잘할 수 있는 제조사라는 점을 알기에 아쉬움이 커진다.
전 세계적으로 SUV가 인기다. 세단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중이다. 토요타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장기적으로 세단 시장은 어둡다는 전망도 냈다. 세단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단한 혁신 혹은 누가 선택해도 무난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캠리의 선택은 여전히 무난함이다. 여기에 젊어진 양념을 추가한 것이다.
신형 캠리 가솔린 모델에 대해 ‘대단한 차’, 혹은 ‘최고의 차’라는 수식어는 붙이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캠리는 무난하다. 젊고 세련된 감각과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진이 특징이지만 여전히 무난한 세단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립적인 무난함. 그것이 캠리를 선택하는 다수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새로운 어코드가 시장에 나온다. 캠리와 어코드가 직접 맞붙기 이전까지 시장의 최고 경쟁자 자리는 캠리가 지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이 되는 가솔린 모델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상당한 완성도로 돌아온 캠리. 아무리 하이브리드 모델이 잘 팔리더라도 기본은 가솔린 모델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은 660만 원 저렴하다. 또한 대중성에서는 여전히 가솔린 모델이 앞선다. 때문에 캠리 가솔린 모델의 테스트도 진행했다. 한국토요타는 2018년 한해 동안 캠리를 5,500대 팔겠다는 계획이다.
외적인 부분의 차이는 크지 않다.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으로 구분하지 않은 덕에(?) 하이브리드 모델과 가솔린 모델 간 확인이 어렵다. 하지만 킨 룩(Keen Look)이라고 불리는 디자인 테마 덕분에 존재감 만큼은 강하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모두 LED를 사용한다. 새로운 헤드램프도 독특한 형상인데 야간 주행 때 존재감이 상당하다. 엠블럼은 내연기관에 사용되는 검은색 바탕이다. 그릴의 역할을 겸하는 범퍼는 아발론과 비슷한 느낌을 보인다.
18인치 휠과 235mm 너비의 브리지스톤 EL440 타이어가 장착됐다는 점도 하이브리드 모델과 같다. 기존 모델의 경우 215/55R17 규격의 타이어를 사용했다. 이번 모델에서 휠을 키우고 타이어 너비를 넓힌 것이다.
후면부 하이브리드 배지가 빠졌다. 배지 이외에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차이를 알게 해주는 부분이 있는데 머플러의 위치가 다르다. 하이브리드는 왼쪽, 가솔린 모델은 오른쪽에 자리한다.
가솔린 모델이라고 차량의 비율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기존 캠리 대비 엔진 후드는 40mm, 루프를 25mm 가량 낮췄다. 여기에 30% 향상된 차체 비틀림 강성과 서스펜션의 구조 강성을 높여 주행성능을 올렸다.
인테리어도 하이브리드 모델과 동일하다. 폭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대시보드에서 센터 콘솔까지 내려오는 라인, 무광의 크롬 장식, 보석의 종류인 타이거아이에서 영감을 얻은 우드 트림도 같다. 지금까지의 캠리가 기능성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다른 행보다. 센터페시아 버튼들도 세련되게 변했다. 실내 넓은 부분에 소프트 터치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도 만족감을 높여준다. 투박한 인테리어로 유명한 GM과 토요타가 최근 멋을 내기 시작한 것.
하이브리드 모델과의 차이점이라면 계기판이 일반적인 형태의 구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에너지 흐름 게이지 대신 타코미터로 대체됐다. 하이브리드 모델 테스트 때도 느꼈지만 계기판 중앙의 7인치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낮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불만이 될 것이다.
나머지 구성은 좋다. 우선 편하다. 복잡하고 화려한 것은 빼고 필요한 것만 간단하게 활용하게 만들었다. 기능을 작동시키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볼 필요가 없어 좋다. 왠지 여기 있을 것 같은 기능이라 생각하고 바라보면 분명 거기에 위치한다. 한마디로 직관성이 좋다는 것.
사실 현대 기아차는 이 부분에 강하다. 이외에 수입차 중에는 토요타 정도가 유일하다. 스티어링 휠 버튼이 보여주는 쫀득한 느낌은 아우디를 연상시킨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8인치다. 한글화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 화면을 4가지로 분할시킬 수도 있다. 대신 화면을 4등분 하면 내비게이션을 확인할 수 없기에 3등분을 추천한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여전히 아틀란이다. 토요타 렉서스 브랜드에 사용되는 아틀란 맵은 완성도가 뛰어나며 직관적이다. 또 빠르다. 어설픈 정보를 담은 본사 개발 내비게이션 보다 월등한 완성도가 빛을 발한다.
사운드 시스템은 JBL의 9개 스피커를 기초로 한다. 음질은 동급 모델 대비 평균적인 수준이다.
공간적인 매력은 여전하다. 50mm 넓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이 여유롭다. 트렁크 공간은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모두 같다. 뒷좌석은 시트 폴딩도 된다. 하지만 시트 전체가 아닌 일부만 접히기 때문에 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되는 통로가 넓지는 않다.
도어가 묵직하다. 전 세대 모델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다소 거친 감각의 엔진 사운드가 전달된다. 최근 직분사 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가솔린 엔진들도 아이들 소음이 증가해 가는 추세다. 물론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가솔린 모델 특유의 정숙성에 큰 의미를 두고 접근한 소비자라면 불만을 낼 수도 있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 41dBA로 확인됐다. 현대 쏘나타 1.7 디젤과 동일한 수준이다. 물론 쏘나타는 정숙성에 특화된 모델이다. 하지만 가솔린 엔진과 디젤이 유사한 정숙성을 보였다는 점은 아쉬움이 된다.
물론 주행 중에는 소음에 대한 불만이 없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 중 때 정숙성은 58dBA 수준을 기록했다. 준대형 세단과 비교해도 아쉬울 것 없다. 다만 속도가 높아지면 A-필러 쪽에서 약간의 풍절음이 부각되기도 한다.
캠리 하이브리드가 하이브리드 시스템 특유의 이질감을 최소화시켰다면 캠리 가솔린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거한 대신 자동차 본연의 기계적인 움직임에 충실한 모습이다.
감각적인 부분의 가장 큰 변화는 동력계통이 보여주는 직결감이다. ‘토크컨버터가 없나?’ 혹은 ‘듀얼 클러치 변속기인가?’라고 느낄 정도다. 과장은 있지만 그만큼 동력이 잘 전달되는 느낌이다.
비밀은 변속기에 있다. 새로운 8단 자동변속기에는 다판 클러치로 이뤄진 락업 클러치를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1단부터 락업이 이뤄져 8단까지 그대로 변속을 진행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토크컨버터가 하는 일이 축소된 것. 달라진 변속기 감각은 여기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저속 영역대에서 가속페달을 밟아도 굼뜨다는 느낌이 생긴다. 락업클러치로 동력이 연결되면 가속페달을 밟아도 엔진 회전수가 상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토크컨버터 변속기의 특징인 토크 증폭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하지만 굼뜬 느낌이 스트레스를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민감한 소비자들은 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이 특성을 미리 알고 접근할 것을 추천한다.
토요타는 새로운 변속기가 즉각적인 반응뿐 아니라 초기 발진 가속 성능까지 개선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과거 6단 변속기 대비 촘촘해진 기어비의 역할도 크다. 8단 변속기지만 부피를 6단 변속기 수준으로 줄인 것도 장점이 된다.
일상 주행 때 가볍게 움직여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게감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엔진 힘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500cc 차이지만 2.0리터 엔진을 탑재한 중형 세단과 감각적인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무게의 영향은 없었을까? 캠리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는 1,565kg. 과거 캠리가 1,473kg였으니 무게 증가 폭이 꽤 있다. 카본 차체도 양산화 시키는 설비를 갖춘 토요타인데.
하지만 이런 무게 증가는 강성에 쓰였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도 튼튼하게 받아줘 좋다. 전 세대 캠리는 차체의 견고함 측면에서 큰 이점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차체 개선을 진행하며 만족감을 높였다. 하지만 모델 체인지 이후 업계 평균 이상의 강성이라고 할 수준의 견고한 느낌을 주고 있다.
무게는 증가했지만 주행 감각은 더욱 경쾌해진 캠리 가솔린의 발진 가속 성능을 확인해봤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을 확인한 결과 8.11초를 기록했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7.94초보다는 느렸지만 최근 테스트한 기아 스팅어 2.0 터보 RWD(8.05초)와 거의 비슷한 기록을 냈다. 또한, 전 세대 캠리가 기록한 8.63초와 대비 0.5초가량 빨라졌다.
성능 향상에 있어 변속기의 도움도 컸지만 엔진 자체의 변화도 있었다. 기존 캠리 가솔린은 181마력과 23.6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을 지녔지만 신모델은 207마력과 24.8kg.m의 토크를 확보했다. 자연흡기 엔진 치고는 수치가 많이 올랐다. 제원만 바뀐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성능을 얻기 위해 엔진 자체를 다시 개발했다.
밸브와 맞물리는 밸브 시트가 레이저로 가공돼 밀폐성, 흡배기 성능을 높였다. 이는 효율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흡기 밸브와 배기 밸브 간 협각은 31도에서 41도로 넓어졌다. 여기에 흡기관과 배기관 통로를 직선화된 형태로 바꿨다. 공기가 들어오고 나오는 통로에서 저항을 줄이기 위함이다.
흡기 부분에 엣지 처리를 해 공기를 한쪽 방향으로 빨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소용돌이의 일종인 텀블유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텀블유동은 내연기관 엔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공기를 불규칙적으로 빨아들이면 연료 입가도 불규칙적으로 한쪽에 뭉쳐있거나 비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화염이 균일하지 않게 전파되면서 완전연소를 어렵게 한다. 텀블유동을 이끌어내면 연료 입자가 고르게 퍼져 이상적인 연소가 가능하게 돕는다. 이를 통해 성능과 효율이 높이는 것.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도 오일 압력에 의한 변화가 아닌, 전기모터가 캠의 변화량을 직접 바꿔주는 형태로 변했다. 더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해진 것. 또한 직분사 시스템에 멀티홀 분사 장치를 추가됐다. 인젝터당 6개의 분사 구멍을 갖는데, 이를 통해 한층 더 미세하게 연료를 뿌려 연료 찌꺼기를 남기지 않게 한다.
또한 피스톤 정 중앙부에서 점화가 이뤄지도록 미세한 조율을 했다. 이는 성능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내구 관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내용들이다. 피스톤의 한쪽에서만 폭발이 일어나면 균형이 깨지고, 이는 피스톤, 크랭크축, 실린더 벽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참고로 엔진 압축비는 가솔린 모델이 13:1, 하이브리드 모델은 14:1로 설정돼 있다.
여기에 밸브 타이밍 시스템과 워터 펌프, 가변 오일펌프 등을 모터 구동으로 바꿔 엔진 부담을 줄였다.
성능을 높이면서 연비까지 높인다는 것은 어렵다.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밥을 적게 먹으면서 큰 힘을 내야 한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전기모터를 추가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이미 발전할 정도로 발전한 내연기관 엔진에서 추가적인 발전에는 제한이 따른다. 결국 많은 기술이 투입되어야 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이야 원래 토요타가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졌으니 어쩌면 가장 좋아야 할 부분일 수 있다. 그보다 내연기관 엔진 자체에서 이렇게 다양한 기술을 더해 성능과 효율을 높였다는 것. 토요타라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 기술력을 갖췄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될 것 같다.
파워트레인의 성능이 수치만으로 높아진 것은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시원스럽게 속도를 올리는데, 특히 엔진 회전수가 후반 영역으로 갈수록 가속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진다. 한마디로 밀어주는 느낌이 좋다는 것인데, 체감적으로 3.0리터 엔진과 유사하다고 느낄 정도다. 통상 보편적으로 쓰이는 2.4~2.5리터 엔진은 2.0리터 엔진 대비 체감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조금 더 여유로운 편이지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어느 정도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캠리에서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실제 구동되는 성능을 확인해봤다. 참고로 우리 팀은 토요타나 렉서스 차량의 다이노 테스트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측정이 잘 안될뿐더러 결과가 나오더라도 토크 확인이 안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캠리도 그랬다. 다이나모 테스트 자체는 성공했지만 출력은 5,000rpm 부근까지만 측정됐고, 토크는 측정되지 못했다.
이렇게 계측된 결과는 약 159마력. 제원상 6,600rpm에서 최고 출력이 발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정쩡한(?) 부분에서 출력이 계측이 종료된 것이다. 이 데이터를 공식 기록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다. 신형 캠리는 5,000rpm 부근의 출력만으로도 기존 모델의 정상 측정 출력(155마력)보다 높은 성능을 가졌다는 것을 입증한 것.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본다. 캠리 하이브리드 때 느꼈지만 가솔린 모델 역시 고속 주행 안정성이 좋아졌다. 확실히 최근 등장하는 일본 차들은 고속 안정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또한 이를 운전자나 탑승자 모두 쉽게 느낄 수 있다.
캠리의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확인했다. 우선 전방 차량에 따라 거리는 물론 정차 및 재출발까지 가능한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된다. 인식 범위가 어느 정도 넓어 끼어드는 차량도 곧잘 인식했다.
스티어링 휠 보조가 가능한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기능은 차선에 가까워지면 개입하는 방식이다. 차선 중앙까지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면 좋겠지만 토요타는 어디까지나 이 기능을 반자율 주행이 아닌, 안전을 위한 기능이라 말한다. 스티어링 시스템도 갑자기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살며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외에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 오토매틱 하이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주행 장소를 와인딩 로드로 옮겼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이 도로를 꽤나 재미나게 달리게 해줬다. 이에 가솔린 모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세련된 스티어링 휠 감각은 새로운 캠리의 장점 중 하나다. 적당히 묵직한 감각,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차량이 반응하는 느낌도 좋다. 단순히 답력만 무거워지는 감각과는 다르다.
기존 캠리는 가족을 위한, 어쩌면 아저씨를 위한 차 같은 느낌도 줬다. 하지만 지금의 캠리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무딘 감각이 아닌 민첩성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서스펜션의 변화도 한몫한다. 기존 캠리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 댐퍼 변화로 주행 감각을 키워냈다. 이번 캠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조금 더 조여진, 다시 말해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포티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젊어졌다. 좋은 느낌의 세련된 감각이다.
차량의 거동에서도 세련된 부분이 강조된다. 코너를 빠르게 돌 수 있는 능력을 떠나 차량의 앞 부분이 선회한 후 뒷부분이 따라올 때의 일체감이 좋다. 서스펜션은 분명 편안한 쪽에 초점을 맞췄지만 롤이나 피칭을 제법 잘 억제해 낸다. 특히 범프 구간을 지날 때 깔끔하다는 인상을 준다.
토요타가 항상 그래왔듯 변속기의 반응 속도는 평균적 수준이다. 아이신 전륜 8단 변속기 대비 느리긴 하지만 차량 등급을 감안할 때 단점은 아니다. 빠른 것은 아니지만 느리지도 않기 때문.
235mm 너비의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40(Turanza EL440)이라는 모델이다. EL400의 후속 모델로, 기존 모델 대비 내마모성과 승차감 개선이 이뤄졌다. 여기에 접지 성능이 높아져 우리 팀의 좋은 점수를 이끌어냈다. 빠르게 코너에 들어서면 초반부터 스키드음을 크게 발생시킨다. 하지만 이후에도 접지력을 잃지 않고 성능을 이어나간다. 무엇보다 감각을 명확하게 이끌고 간다. 한계를 읽기 쉽다고 보면 된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거리를 측정했다. 최단 제동기록은 39.72m. 프리우스는 39.52m, 프리우스 V가 39.93m, 캠리 하이브리드는 39.43m를 기록한 바 있다. 토요타의 대부분 모델의 제동 성능이 39~40m 대를 유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테스트가 반복되더라도 제동거리는 1m 범위 내에서 결정됐다. 이 역시 토요타 스타일이다.
한층 젊어진 주행 감각,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주행 연비였다. 사실 중형급의 세단 연비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하지만 캠리 가솔린은 연비 부분의 개선을 보여줬다. 시속 100~110km 구간의 고속도로 연비를 확인한 결과 17.8km/L의 연비를 기록해 냈다. 8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니 20.7km/L의 연비를 보였다.
다만 평속 15km/h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에서는 7.2km/L 수준을 보여 차량 등급과 배기량의 한계까지 뛰어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체구간을 벗어나 속도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연비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부분은 와인딩 로드에서 확인한 연비였다. 통상 이 구간에 들어서면 빠른 가속과 감속이 반복된다. 차량에 따라 3~6km/h 수준으로 연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캠리는 중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8~9km/h대 연비를 보였다.
다양한 테스트 이후 최종적으로 확인된 캠리의 연비는 13km/L 수준이었다. 고속도로 주행 비율이 높다면 이보다 높은 연비를 기록할 것이다. 그런데 이 복합연비가 낯설지 않다. 찾아보니 우리 팀이 현대 아반떼 가솔린을 테스트했을 때 실측 연비 결과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물론 테스트 환경 변화에 따른 일부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렇듯 캠리 가솔린은 3.0리터 급 체감 성능에 1.6리터 급 효율을 보였다. 주행감각은 보다 젊어졌고 한층 견고한 차체 강성과 향상된 고속 안정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최신 기술을 집대성한 엔진은 성능과 효율에서 만족감을 높였지만 아이들링 소음 부분에서 아쉬움을 줬다. 또, 디테일에 대해 다소 무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계기판 디스플레이의 적당한 화질, 편의 장비도 적당한 수준, 변속기 성능도 적당한 빠르기, 제동 시스템도 적당한 수준. 분명 더 잘 할 수 있는데 평균점을 잡아 놓고 그 지점에서 타협한 것 같다. 물론 평균 이하는 없다지만 뭔가 더 잘할 수 있는 제조사라는 점을 알기에 아쉬움이 커진다.
전 세계적으로 SUV가 인기다. 세단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중이다. 토요타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장기적으로 세단 시장은 어둡다는 전망도 냈다. 세단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단한 혁신 혹은 누가 선택해도 무난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캠리의 선택은 여전히 무난함이다. 여기에 젊어진 양념을 추가한 것이다.
신형 캠리 가솔린 모델에 대해 ‘대단한 차’, 혹은 ‘최고의 차’라는 수식어는 붙이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캠리는 무난하다. 젊고 세련된 감각과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진이 특징이지만 여전히 무난한 세단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립적인 무난함. 그것이 캠리를 선택하는 다수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새로운 어코드가 시장에 나온다. 캠리와 어코드가 직접 맞붙기 이전까지 시장의 최고 경쟁자 자리는 캠리가 지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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