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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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아발론은 1세대부터 그레이 임포터를 통해 국내에 들어왔었다. 그리고 우리 팀에서 최초로 아발론을 경험한 것은 지난 2008년경이었다.
토요타 3세대 아발론
당시 수입차 사업도 했던 SK네트웍스가 3세대 모델을 들여왔던 것인데 그 모델을 시승했었다. 김기태 PD는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직선 크루징이 인상적이었고,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을 느꼈던 차”라며 당시 모델을 회상했다.
이후 한국 토요타를 통해 들어온 것은 4세대 모델이었는데, 3.5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기초로 했다.
토요타 4세대 아발론
토요타 1세대 아발론
토요타 2세대 아발론
과거 아발론은 캠리를 기초로 한 준대형 세단이었다. 그런 아발론이 큰 변화를 겪은 것은 4세대 모델부터다. 캠리가 아닌 렉서스 ES와 플랫폼을 공유하며 실내가 커지고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였는데, 4940만 원이란 가격표가 붙었다. 돈을 조금 더 보태면 렉서스 ES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비슷한 가격이면 토요타 대신 렉서스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게 4세대 아발론은 깔끔하게 망했다. 하지만 아발론은 좋은 차였다. 승차감이나 편의성도 무난했는데, 초기 가격이 아발론의 앞길을 망쳐 놓았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아발론이 5세대로 진화했다. 기존 4세대 모델은 가솔린 모델만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하이브리드 모델만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4세대에 붙던 4940만 원이란 가격이 4660만 원으로 낮아졌다. 이 정도면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풀옵션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 덕분에 렉서스 ES300h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한층 저렴한 가격을 가진 아발론 하이브리드라는 변수가 생겨버린 것. 과연 두 모델 간 차이라는 것이 있을까? 아발론 테스트지만 ES300h를 중심에 두고 테스트를 해 봤다.
사실 아발론이라는 모델은 미국 시장을 위한 모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디자인과 개발, 생산까지 모두 미국에서 이뤄진 미국차다. 합리적인 가격에 크고 편안한 차를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을 갖췄기에 일본 내수용 고급화 모델인 크라운과 성격이 다르다.
외적인 디자인은 보다 각진 형태로 다듬어졌다. 4세대 모델이 둥글둥글했다면 5세대 모델은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미했다. 덕분에 조금 더 강한 인상을 전달한다. 토요타는 5세대 아발론의 디자인 테마를 ‘Technical Beauty’라고 말한다. 참고로 토요타는 앞으로 내놓을 신차들에 이 같은 디자인 특징을 계속 적용시킬 예정이다.
토요타와 렉서스를 보자. 모두 그릴을 크게 확대시키는데 재미든 것 같다. 이번 아발론도 ES와 다른 방면으로 그릴을 키웠다. 디자인이 멋지고 이상하고를 떠나 확실히 도로에서 튄다. 범퍼 양 측면에 마련된 공기흡입구는 공기 저항을 줄이면서 고성능 모델 같은 이미지도 전한다.
측면을 보자. 준대형 세단 치고 꽤나 스포티하게 변했다. 굵은 캐릭터 라인도 눈에 띈다. 로커패널에도 굵은 라인이 적용돼 있다. 준대형 세단 답지 않게 윈도 프레임 형상도 날카롭게 디자인됐다. 이외에 A-필러에 있던 사이드 미러를 도어로 옮기며 전방 시야도 개선했다. 휠은 17에서 19인치까지 사용되는데, 국내 판매 모델은 18인치만 쓴다.
후면부는 서로 연결된 모습의 3차원 디자인의 LED 리어램프에서 시작된다. 다부진 형태로 각을 세운 범퍼 디자인도 좋다. 트렁크 리드부터 트렁크까지 연결되는 실루엣 덕분에 < 같은 형태를 보인다는 점도 독특하다.
신형 아발론은 렉서스의 7세대 ES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차량 길이도 기존 대비 15mm 길어졌다. 휠베이스도 50mm 가량 늘었다. 폭도 15mm 넓어졌다. 토요타와 렉서스가 강조하는 레이저 스크루 용접으로 구조 강성도 높였다. 공기저항 계수도 0.27Cd로 전 세대의 0.28Cd보다 낮아졌다.
인테리어 배치가 상당히 독특하다. 대시보드는 수평, 센터페시아는 수직으로 배치됐다. 대시보드 디자인을 완성시킨 다음 센터페시아를 살짝 얹은 느낌이다.
디자인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소재의 고급화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싶다. 대시보드를 비롯해 도어트림, 암 레스트, 센터 콘솔 측면 등은 부드러운 패드 재질로 마감했다. 가죽 질감도 좋다. 원목 장식은 트림에 따라 구분되는데, 미국에서 판매되는 최상급 트림에는 야마하가 제공하는 리얼 우드 트림이 쓰인다. 하지만 국내 사양은 하위 트림이라 나무 느낌만 전달하는 우드 트림을 사용한다. 반면 일부 금속 트림은 실제 알루미늄을 깎아 썼다. 차체를 렉서스와 공유하는 만큼 실내의 고급화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물론 렉서스 ES와 토요타 아발론을 직접 비교한다면 ES 쪽이 확연히 고급화에서 앞서지만 말이다.
계기판에 7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사용됐고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9인치 크기로 시원스럽다는 인상을 보여준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좋지만 계기판 모니터 화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뭔가 뿌옇고 가독성도 좋지 않은 것이 저가형 패널을 쓴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도 렉서스와 차이가 난다.
해외 사양에는 10인치 크기의 초대형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쓰였는데, 국내 사양에서는 볼 수 없다. 반면 최근 토요타가 적극 탑재하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은 있다.
시트 구성에서도 불만이 생긴다. 앞좌석 통풍 기능이 빠졌고 뒷좌석엔 열선 기능조차 없다. 열선 기능을 넣은 스티어링 휠도 없다. 미국 시장을 위한 모델이긴 해도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함급 모델인데 구성이 다소 약해 보인다. 국내 판매 사양은 미국에서 팔리는 기본형 트림에 일부 옵션을 넣은 것이다. 참고로 우리 팀에게 아발론 하이브리드 구입을 문의했던 독자님도 이런 구성을 따지다 구입을 포기했다. 그래도 뒷좌석 공간은 넓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455리터 크기를 갖는다.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뒷좌석 시트 하단에 있어 트렁크 공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으며, 시트 폴딩도 된다. 하지만 연결되는 공간 자체는 제한적이다. 그래도 기능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이제 독특한 생김새의 아발론 하이브리드가 갖춘 주행 능력을 알아보자. 엔진과 변속기는 렉서스 ES300h와 같다. 새로 개발된 4기통 2.5리터 가솔린 엔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그대로 쓴다. 사실 이 부분만 봐도 아발론의 가치는 충분하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의 회전은 없다. 엔진이 작동할 때는 엔진 열이 너무 식었을 경우, 배터리를 충전할 때 정도다. 참고로 엔진이 구동되는 환경에서의 엔진 회전수는 1280rpm 수준이었다. 참고로 ES300h는 딱 1000rpm을 사용했는데, 아발론 쪽이 조금 더 높게 나온 것은 날씨 변수 때문일 수도 있다.
배터리 충전 모드에서 엔진이 구동할 때의 정숙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44.5 dBA라는 수치를 보였다. 아무래도 전기모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시킬 때는 일반 승용차 보다 아이들 rpm이 높아져 소음이 커지게 된다.
참고로 ES300h 테스트 때는 42.5 dBA을 보였었다. 엔진 회전수 변수도 있었지만 아발론 보다 흡차음재를 많은 부위에 쓰는 ES300h의 정숙성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행할 때도 차이가 느껴진다. 아발론 하이브리드가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 59.0 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이는 포드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와 동일이다. 참고로 일반적인 세단 기준에서 충분히 좋은 정숙성이긴 하다. 하지만 ES300h는 같은 환경에서 56.0 dBA을 보였다. 분명 차이가 난다.
사실 정숙성 부분에서만 차이를 보인다면 충분히 타협을 할 수 있다. 같은 플랫폼에 동일한 파워트레인, 똑같은 배터리를 가지면서 적게는 1천만 원, 많게는 2천만 원 가까이 저렴하다면 경쟁력이 커진다.
그렇다면 아발론을 사면 이득 아닌가? 그러나 기업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이제 렉서스의 중심 모델 ES와 토요타의 최상급 모델 간의 차이를 알아보자. 우선 앞서 언급한 내장재의 고급화나 각종 흡차음재 보강에서 차이가 난다. 사실 차체부터 차이가 나는데, 둘의 플랫폼은 동일하다. 하지만 구조 강성에서 렉서스 쪽이 더 강화됐다. 두 차량 모두 주요 부위에 레이저 스크루 용접과 구조용 접착제를 쓴다. 하지만 렉서스 쪽의 사용량이 더 많다.
또 ES에는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의 공간에 ‘V’자 형상의 구조물이 추가돼 있다. 때문에 ES는 시트 폴딩이 불가능하다. 반면 이 보강대가 없는 아발론은 폴딩이 된다. 그리고 이 구조물은 차체 강성에서 차이를 만들어 준다.
서스펜션도 다른데, 구조는 전륜 맥퍼슨, 후륜 트레일링 암 기반 멀티링크로 동일하다. 하지만 ES에는 다이내믹 컨트롤 쇼크 댐퍼가 들어간 어댑티브 가변 서스펜션이 탑재된다. 이 사양은 해외에서 팔리는 최상급 트림의 아발론에만 쓰인다. 하지만 해외 사양으로 보자면 ES의 상급 모델에는 퍼포먼스 댐퍼라는 구성이 쓰이면서 스태빌라이저 바가 변경된다.
차체를 비롯해 섀시까지 다르다. 이것이 아발론과 ES의 차이다.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골격이고 설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툴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어떻게 구조 강성을 달리하고 어떤 부품을 써서 어떻게 완성시키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차가 된다.
아발론 하이브리드로 달려보며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 성능도 확인했다.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오토 하이빔,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을 갖추고 있다. 토요타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묶어 TSS(Toyota Safety Sense)라고 부른다.
먼저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은 ES300h에서도 느꼈지만 차간 거리를 꽤나 넉넉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차간 거리를 가장 좁게 설정해도 다소 멀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 때문에 다른 차량들이 끼어드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역시나 토요타는 보수적이다. 소비자들의 답답함 보다 자신들의 스타일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한다. 정확히는 문제 발생 시 빠져나갈 구멍을 크게 뚫어 놓는 스타일이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기능도 소극적이다. 차선 중앙은 유지시켜주지 않고 차선을 넘지 않을 정도만 스티어링 휠이 개입한다. 개입하는 힘도 적은 편이다. 어디까지나 운전의 책임은 운전자가 맡아야 하고 시스템은 사고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성격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이것 자체가 단점은 아니다. 차량이 차선 중앙을 유지하려는 힘이 강하다 보면 운전에 개입하는 일이 잦아지는데, 상황에 따라 이것이 운전자에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보수적인 시스템들이 미국의 IIHS나 NHTSA와 같은 안전 기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데 좋긴 하다. 운전자를 놀라게 하거나 불안하게 만들지 않고 운전자의 개입도 폭넓게 허용해 운전의 주도권을 항상 운전자에게 주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하고 소극적으로 작동한다고 느끼게 된다. 어디까지나 성격이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외에 드라이브 스타트 컨트롤이라는 기능이 있다. 가속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변속레버를 조작할 때 출발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물리적인 변속기가 없기에 가능한 안전기술이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니지만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기능성 확장이라 이해하면 된다.
4세대 아발론은 3.5리터 엔진을 바탕으로 했다. 여유로운 엔진의 힘이 좋았다. 반면 지금의 아발론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초로 효율성이 무기다. 때문에 시내 주행을 할 때 연비 부분에서 이득이 많았다. 시내 주행에서 리터당 10km/L 이상을 쉽사리 넘보는 준대형차를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다. 고속도로에서도 22km/L 이상의 연비를 어렵지 않게 뽑아냈다. 요즘엔 꼭 디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커진다.
좋은 수준의 연료 소모율. 그렇다고 가속이 답답한 것도 아니다. 여기서 잠시 아발론의 가속성능부터 확인해 보자. 우리 팀이 시험한 결과 아발론은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8.1초만을 소요시켰다. 이 성능은 우리 팀이 지난 2016년 테스트한 렉서스 IS200T(8.05초)과 유사한 성능이다. 유사한 성능을 내는 차로는 기아 스팅어 2.0T 모델이 있다. 이 밖에도 8.11초를 기록한 2018년형 캠리 가솔린 모델과도 유사한 성능이다.
넘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불편함, 답답함을 만들지 않는 성능이라는 점이 좋다. 참고로 캠리 하이브리드(7.94초)보다는 소폭 느리지만 차량 체급을 생각한다면 충분한 성능이다.
코너를 바라보면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렉서스 ES300h보다는 살짝 부족한 감각이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드는 수준은 아니다. 단지 상급 모델이 조금 더 나은 모습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만족감이 든다면 과거 아발론 보다 차체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점이다. 최근 토요타는 한층 공격적인 스타일의 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디자인뿐 아니라 성능 측면을 강화 시킨 것도 특징인데, 특히 핸들링이나 코너링 성능의 향상이 눈에 띈다.
다른 토요타 모델처럼 자세제어 장치는 끌 수 없다. 그래도 아발론이 보유한 특성이 언더스티어라는 것만큼은 분명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기본 특성을 읽어내는 순간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이 이뤄져 일정 수준 이상의 궤도 이탈이 되지 않도록 막아낸다. 다만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사실 이 시스템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하지만 눈길에서 ABS가 강하게 걸릴 때나 느껴지는 ‘꾸르륵’거리는 소음과 진동을 운전자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렉서스 ES300h 때도 이점을 지적한 바 있은데, 개입의 세련미를 높일 필요가 있겠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40을 쓴다. EL400의 후속인데, 당시의 것은 성능에서 다소 아쉬움이 컸다. 반면 최근에 쓰이는 EL440은 적정 수준의 성능과 효율성을 보여줘 아쉬움이 크지 않다. 이 타이어는 최근 렉서스 및 토요타 일부 모델에 쓰이는데, 차량 성격을 비롯해 주요 시장인 북미 시장의 특성까지 잘 맞췄다는 점이 장점이 된다.
이번에는 제동력을 활성화시켜 보자.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이질감이 적다.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이질감의 해소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먼저 선보인 브랜드답게 이질감 해소 측면에서 최고를 달린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내연기관 차들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국산차에도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나오는데, 아직 이질감 해소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에게 토요타의 시스템은 벤치마크에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동 성능은 어떨까?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41.32m를 기록했다. 계측 장비의 최대 오차 범위를 감안하면 약 41.3m 내외라 보면 된다. 이 수치는 평균을 중심으로 하위권에 속한다. 우리 팀은 대략 40m를 전후하는 성능을 기준으로 본다. 상용차를 비롯해 특별한 경우라면 42m 미만일 때 승용차로는 보편적인 성능으로 보곤 하는데, 토요타는 40~42m 내외의 성능을 보여줄 때가 많다. 물론 이 성능 자체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제조사의 동급 상품과 비교했을 때 조금 부족한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최근 토요타는 성능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인데, 아키오 사장이 제동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를 해줬으면 한다.
승차감은 무난하다. 렉서스 ES300h만큼 세련된 것은 아니지만 대중 브랜드의 준대형급으로 손색없는 수준을 보여준다. 가벼운 쇼크에 대한 처리 능력이나 고속주행 때의 승차감도 좋은 편이다.
오랜 시간 아발론 하이브리드를 타보며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분명한 것은 렉서스 ES300h와 비교되기 어렵다는 사실. 플랫폼이 같다고는 하지만 그건 정말 최소한일 뿐이다. 차체가 보여주는 견고함. 이론에 얽매이지 않아도 타보면 승차감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난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의 차체 반응. 분명 이 두 모델 간의 차이는 컸다. 하지만 가격이란 측면에서 보면 아발론이 앞선다. 고급화된 주행 느낌보다 실리를 추구한다면 아발론의 경쟁력이 더 커진다. 특히나 고급 하이브리드 세단이 보여주는 다양한 장점의 상당수를 그대로 가져간다는데 의미가 있기도 하다. 다만 4천만 원대 중반의 가격은 좋았지만 일부 장비의 부재는 아발론 판매의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다.
국내 소비자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소비자들과 다르다. 우리 문화는 시각적인 만족도를 중시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더 많은 것들이 갖춰졌을 때 만족한다. 사실 어렵지 않은 것들이다. 통풍 시트나 열선을 넣는데 수백, 수천만 원의 원가 상승은 이뤄지지 않는다. 수입차 상품 기획자들은 때때로 이런 점들을 놓친다. 이것으로 인해 소비자들을 잃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쌍용차를 보자. 아직 쌍용차는 기술의 이점을 내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이 무기일까? 일부 편의 장비들이다. 시각적 가치. 지금 우리 시장에서는 그것들이 먹힌다.
시장마다 특수성이란 것이 있다. 그리고 가격 정책이나 패키징은 그 시장의 특성에 맞춰져야 한다. 아발론은 토요타를 대표하는 최고급 세단이다.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은 좋았지만 과연 우리 시장에서의 아발론이 토요타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20년형 모델에서는 작은 것들이 조금 더 충실하게 채워졌으면 한다.
하지만 공간과 내구성을 중심에 두고, 고연비를 원하며 시내 주행 빈도가 높은 소비자에게 아발론은 좋은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다. 적어도 시내 주행이란 조건이 붙었을 때 디젤 이상의 특화된 연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하이브리드 세단을 타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당시 수입차 사업도 했던 SK네트웍스가 3세대 모델을 들여왔던 것인데 그 모델을 시승했었다. 김기태 PD는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직선 크루징이 인상적이었고,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을 느꼈던 차”라며 당시 모델을 회상했다.
이후 한국 토요타를 통해 들어온 것은 4세대 모델이었는데, 3.5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기초로 했다.
과거 아발론은 캠리를 기초로 한 준대형 세단이었다. 그런 아발론이 큰 변화를 겪은 것은 4세대 모델부터다. 캠리가 아닌 렉서스 ES와 플랫폼을 공유하며 실내가 커지고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였는데, 4940만 원이란 가격표가 붙었다. 돈을 조금 더 보태면 렉서스 ES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비슷한 가격이면 토요타 대신 렉서스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게 4세대 아발론은 깔끔하게 망했다. 하지만 아발론은 좋은 차였다. 승차감이나 편의성도 무난했는데, 초기 가격이 아발론의 앞길을 망쳐 놓았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아발론이 5세대로 진화했다. 기존 4세대 모델은 가솔린 모델만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하이브리드 모델만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4세대에 붙던 4940만 원이란 가격이 4660만 원으로 낮아졌다. 이 정도면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풀옵션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 덕분에 렉서스 ES300h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한층 저렴한 가격을 가진 아발론 하이브리드라는 변수가 생겨버린 것. 과연 두 모델 간 차이라는 것이 있을까? 아발론 테스트지만 ES300h를 중심에 두고 테스트를 해 봤다.
사실 아발론이라는 모델은 미국 시장을 위한 모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디자인과 개발, 생산까지 모두 미국에서 이뤄진 미국차다. 합리적인 가격에 크고 편안한 차를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을 갖췄기에 일본 내수용 고급화 모델인 크라운과 성격이 다르다.
외적인 디자인은 보다 각진 형태로 다듬어졌다. 4세대 모델이 둥글둥글했다면 5세대 모델은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미했다. 덕분에 조금 더 강한 인상을 전달한다. 토요타는 5세대 아발론의 디자인 테마를 ‘Technical Beauty’라고 말한다. 참고로 토요타는 앞으로 내놓을 신차들에 이 같은 디자인 특징을 계속 적용시킬 예정이다.
토요타와 렉서스를 보자. 모두 그릴을 크게 확대시키는데 재미든 것 같다. 이번 아발론도 ES와 다른 방면으로 그릴을 키웠다. 디자인이 멋지고 이상하고를 떠나 확실히 도로에서 튄다. 범퍼 양 측면에 마련된 공기흡입구는 공기 저항을 줄이면서 고성능 모델 같은 이미지도 전한다.
측면을 보자. 준대형 세단 치고 꽤나 스포티하게 변했다. 굵은 캐릭터 라인도 눈에 띈다. 로커패널에도 굵은 라인이 적용돼 있다. 준대형 세단 답지 않게 윈도 프레임 형상도 날카롭게 디자인됐다. 이외에 A-필러에 있던 사이드 미러를 도어로 옮기며 전방 시야도 개선했다. 휠은 17에서 19인치까지 사용되는데, 국내 판매 모델은 18인치만 쓴다.
후면부는 서로 연결된 모습의 3차원 디자인의 LED 리어램프에서 시작된다. 다부진 형태로 각을 세운 범퍼 디자인도 좋다. 트렁크 리드부터 트렁크까지 연결되는 실루엣 덕분에 < 같은 형태를 보인다는 점도 독특하다.
신형 아발론은 렉서스의 7세대 ES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차량 길이도 기존 대비 15mm 길어졌다. 휠베이스도 50mm 가량 늘었다. 폭도 15mm 넓어졌다. 토요타와 렉서스가 강조하는 레이저 스크루 용접으로 구조 강성도 높였다. 공기저항 계수도 0.27Cd로 전 세대의 0.28Cd보다 낮아졌다.
인테리어 배치가 상당히 독특하다. 대시보드는 수평, 센터페시아는 수직으로 배치됐다. 대시보드 디자인을 완성시킨 다음 센터페시아를 살짝 얹은 느낌이다.
디자인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소재의 고급화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싶다. 대시보드를 비롯해 도어트림, 암 레스트, 센터 콘솔 측면 등은 부드러운 패드 재질로 마감했다. 가죽 질감도 좋다. 원목 장식은 트림에 따라 구분되는데, 미국에서 판매되는 최상급 트림에는 야마하가 제공하는 리얼 우드 트림이 쓰인다. 하지만 국내 사양은 하위 트림이라 나무 느낌만 전달하는 우드 트림을 사용한다. 반면 일부 금속 트림은 실제 알루미늄을 깎아 썼다. 차체를 렉서스와 공유하는 만큼 실내의 고급화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물론 렉서스 ES와 토요타 아발론을 직접 비교한다면 ES 쪽이 확연히 고급화에서 앞서지만 말이다.
계기판에 7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사용됐고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9인치 크기로 시원스럽다는 인상을 보여준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좋지만 계기판 모니터 화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뭔가 뿌옇고 가독성도 좋지 않은 것이 저가형 패널을 쓴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도 렉서스와 차이가 난다.
해외 사양에는 10인치 크기의 초대형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쓰였는데, 국내 사양에서는 볼 수 없다. 반면 최근 토요타가 적극 탑재하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은 있다.
시트 구성에서도 불만이 생긴다. 앞좌석 통풍 기능이 빠졌고 뒷좌석엔 열선 기능조차 없다. 열선 기능을 넣은 스티어링 휠도 없다. 미국 시장을 위한 모델이긴 해도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함급 모델인데 구성이 다소 약해 보인다. 국내 판매 사양은 미국에서 팔리는 기본형 트림에 일부 옵션을 넣은 것이다. 참고로 우리 팀에게 아발론 하이브리드 구입을 문의했던 독자님도 이런 구성을 따지다 구입을 포기했다. 그래도 뒷좌석 공간은 넓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455리터 크기를 갖는다.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뒷좌석 시트 하단에 있어 트렁크 공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으며, 시트 폴딩도 된다. 하지만 연결되는 공간 자체는 제한적이다. 그래도 기능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이제 독특한 생김새의 아발론 하이브리드가 갖춘 주행 능력을 알아보자. 엔진과 변속기는 렉서스 ES300h와 같다. 새로 개발된 4기통 2.5리터 가솔린 엔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그대로 쓴다. 사실 이 부분만 봐도 아발론의 가치는 충분하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의 회전은 없다. 엔진이 작동할 때는 엔진 열이 너무 식었을 경우, 배터리를 충전할 때 정도다. 참고로 엔진이 구동되는 환경에서의 엔진 회전수는 1280rpm 수준이었다. 참고로 ES300h는 딱 1000rpm을 사용했는데, 아발론 쪽이 조금 더 높게 나온 것은 날씨 변수 때문일 수도 있다.
배터리 충전 모드에서 엔진이 구동할 때의 정숙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44.5 dBA라는 수치를 보였다. 아무래도 전기모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시킬 때는 일반 승용차 보다 아이들 rpm이 높아져 소음이 커지게 된다.
참고로 ES300h 테스트 때는 42.5 dBA을 보였었다. 엔진 회전수 변수도 있었지만 아발론 보다 흡차음재를 많은 부위에 쓰는 ES300h의 정숙성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행할 때도 차이가 느껴진다. 아발론 하이브리드가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 59.0 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이는 포드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와 동일이다. 참고로 일반적인 세단 기준에서 충분히 좋은 정숙성이긴 하다. 하지만 ES300h는 같은 환경에서 56.0 dBA을 보였다. 분명 차이가 난다.
사실 정숙성 부분에서만 차이를 보인다면 충분히 타협을 할 수 있다. 같은 플랫폼에 동일한 파워트레인, 똑같은 배터리를 가지면서 적게는 1천만 원, 많게는 2천만 원 가까이 저렴하다면 경쟁력이 커진다.
그렇다면 아발론을 사면 이득 아닌가? 그러나 기업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이제 렉서스의 중심 모델 ES와 토요타의 최상급 모델 간의 차이를 알아보자. 우선 앞서 언급한 내장재의 고급화나 각종 흡차음재 보강에서 차이가 난다. 사실 차체부터 차이가 나는데, 둘의 플랫폼은 동일하다. 하지만 구조 강성에서 렉서스 쪽이 더 강화됐다. 두 차량 모두 주요 부위에 레이저 스크루 용접과 구조용 접착제를 쓴다. 하지만 렉서스 쪽의 사용량이 더 많다.
또 ES에는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의 공간에 ‘V’자 형상의 구조물이 추가돼 있다. 때문에 ES는 시트 폴딩이 불가능하다. 반면 이 보강대가 없는 아발론은 폴딩이 된다. 그리고 이 구조물은 차체 강성에서 차이를 만들어 준다.
서스펜션도 다른데, 구조는 전륜 맥퍼슨, 후륜 트레일링 암 기반 멀티링크로 동일하다. 하지만 ES에는 다이내믹 컨트롤 쇼크 댐퍼가 들어간 어댑티브 가변 서스펜션이 탑재된다. 이 사양은 해외에서 팔리는 최상급 트림의 아발론에만 쓰인다. 하지만 해외 사양으로 보자면 ES의 상급 모델에는 퍼포먼스 댐퍼라는 구성이 쓰이면서 스태빌라이저 바가 변경된다.
차체를 비롯해 섀시까지 다르다. 이것이 아발론과 ES의 차이다.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골격이고 설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툴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어떻게 구조 강성을 달리하고 어떤 부품을 써서 어떻게 완성시키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차가 된다.
아발론 하이브리드로 달려보며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 성능도 확인했다.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오토 하이빔,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을 갖추고 있다. 토요타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묶어 TSS(Toyota Safety Sense)라고 부른다.
먼저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은 ES300h에서도 느꼈지만 차간 거리를 꽤나 넉넉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차간 거리를 가장 좁게 설정해도 다소 멀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 때문에 다른 차량들이 끼어드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역시나 토요타는 보수적이다. 소비자들의 답답함 보다 자신들의 스타일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한다. 정확히는 문제 발생 시 빠져나갈 구멍을 크게 뚫어 놓는 스타일이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기능도 소극적이다. 차선 중앙은 유지시켜주지 않고 차선을 넘지 않을 정도만 스티어링 휠이 개입한다. 개입하는 힘도 적은 편이다. 어디까지나 운전의 책임은 운전자가 맡아야 하고 시스템은 사고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성격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이것 자체가 단점은 아니다. 차량이 차선 중앙을 유지하려는 힘이 강하다 보면 운전에 개입하는 일이 잦아지는데, 상황에 따라 이것이 운전자에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보수적인 시스템들이 미국의 IIHS나 NHTSA와 같은 안전 기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데 좋긴 하다. 운전자를 놀라게 하거나 불안하게 만들지 않고 운전자의 개입도 폭넓게 허용해 운전의 주도권을 항상 운전자에게 주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하고 소극적으로 작동한다고 느끼게 된다. 어디까지나 성격이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외에 드라이브 스타트 컨트롤이라는 기능이 있다. 가속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변속레버를 조작할 때 출발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물리적인 변속기가 없기에 가능한 안전기술이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니지만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기능성 확장이라 이해하면 된다.
4세대 아발론은 3.5리터 엔진을 바탕으로 했다. 여유로운 엔진의 힘이 좋았다. 반면 지금의 아발론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초로 효율성이 무기다. 때문에 시내 주행을 할 때 연비 부분에서 이득이 많았다. 시내 주행에서 리터당 10km/L 이상을 쉽사리 넘보는 준대형차를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다. 고속도로에서도 22km/L 이상의 연비를 어렵지 않게 뽑아냈다. 요즘엔 꼭 디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커진다.
좋은 수준의 연료 소모율. 그렇다고 가속이 답답한 것도 아니다. 여기서 잠시 아발론의 가속성능부터 확인해 보자. 우리 팀이 시험한 결과 아발론은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8.1초만을 소요시켰다. 이 성능은 우리 팀이 지난 2016년 테스트한 렉서스 IS200T(8.05초)과 유사한 성능이다. 유사한 성능을 내는 차로는 기아 스팅어 2.0T 모델이 있다. 이 밖에도 8.11초를 기록한 2018년형 캠리 가솔린 모델과도 유사한 성능이다.
넘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불편함, 답답함을 만들지 않는 성능이라는 점이 좋다. 참고로 캠리 하이브리드(7.94초)보다는 소폭 느리지만 차량 체급을 생각한다면 충분한 성능이다.
코너를 바라보면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렉서스 ES300h보다는 살짝 부족한 감각이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드는 수준은 아니다. 단지 상급 모델이 조금 더 나은 모습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만족감이 든다면 과거 아발론 보다 차체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점이다. 최근 토요타는 한층 공격적인 스타일의 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디자인뿐 아니라 성능 측면을 강화 시킨 것도 특징인데, 특히 핸들링이나 코너링 성능의 향상이 눈에 띈다.
다른 토요타 모델처럼 자세제어 장치는 끌 수 없다. 그래도 아발론이 보유한 특성이 언더스티어라는 것만큼은 분명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기본 특성을 읽어내는 순간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이 이뤄져 일정 수준 이상의 궤도 이탈이 되지 않도록 막아낸다. 다만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사실 이 시스템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하지만 눈길에서 ABS가 강하게 걸릴 때나 느껴지는 ‘꾸르륵’거리는 소음과 진동을 운전자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렉서스 ES300h 때도 이점을 지적한 바 있은데, 개입의 세련미를 높일 필요가 있겠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40을 쓴다. EL400의 후속인데, 당시의 것은 성능에서 다소 아쉬움이 컸다. 반면 최근에 쓰이는 EL440은 적정 수준의 성능과 효율성을 보여줘 아쉬움이 크지 않다. 이 타이어는 최근 렉서스 및 토요타 일부 모델에 쓰이는데, 차량 성격을 비롯해 주요 시장인 북미 시장의 특성까지 잘 맞췄다는 점이 장점이 된다.
이번에는 제동력을 활성화시켜 보자.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이질감이 적다.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이질감의 해소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먼저 선보인 브랜드답게 이질감 해소 측면에서 최고를 달린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내연기관 차들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국산차에도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나오는데, 아직 이질감 해소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에게 토요타의 시스템은 벤치마크에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동 성능은 어떨까?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41.32m를 기록했다. 계측 장비의 최대 오차 범위를 감안하면 약 41.3m 내외라 보면 된다. 이 수치는 평균을 중심으로 하위권에 속한다. 우리 팀은 대략 40m를 전후하는 성능을 기준으로 본다. 상용차를 비롯해 특별한 경우라면 42m 미만일 때 승용차로는 보편적인 성능으로 보곤 하는데, 토요타는 40~42m 내외의 성능을 보여줄 때가 많다. 물론 이 성능 자체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제조사의 동급 상품과 비교했을 때 조금 부족한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최근 토요타는 성능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인데, 아키오 사장이 제동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를 해줬으면 한다.
승차감은 무난하다. 렉서스 ES300h만큼 세련된 것은 아니지만 대중 브랜드의 준대형급으로 손색없는 수준을 보여준다. 가벼운 쇼크에 대한 처리 능력이나 고속주행 때의 승차감도 좋은 편이다.
오랜 시간 아발론 하이브리드를 타보며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분명한 것은 렉서스 ES300h와 비교되기 어렵다는 사실. 플랫폼이 같다고는 하지만 그건 정말 최소한일 뿐이다. 차체가 보여주는 견고함. 이론에 얽매이지 않아도 타보면 승차감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난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의 차체 반응. 분명 이 두 모델 간의 차이는 컸다. 하지만 가격이란 측면에서 보면 아발론이 앞선다. 고급화된 주행 느낌보다 실리를 추구한다면 아발론의 경쟁력이 더 커진다. 특히나 고급 하이브리드 세단이 보여주는 다양한 장점의 상당수를 그대로 가져간다는데 의미가 있기도 하다. 다만 4천만 원대 중반의 가격은 좋았지만 일부 장비의 부재는 아발론 판매의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다.
국내 소비자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소비자들과 다르다. 우리 문화는 시각적인 만족도를 중시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더 많은 것들이 갖춰졌을 때 만족한다. 사실 어렵지 않은 것들이다. 통풍 시트나 열선을 넣는데 수백, 수천만 원의 원가 상승은 이뤄지지 않는다. 수입차 상품 기획자들은 때때로 이런 점들을 놓친다. 이것으로 인해 소비자들을 잃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쌍용차를 보자. 아직 쌍용차는 기술의 이점을 내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이 무기일까? 일부 편의 장비들이다. 시각적 가치. 지금 우리 시장에서는 그것들이 먹힌다.
시장마다 특수성이란 것이 있다. 그리고 가격 정책이나 패키징은 그 시장의 특성에 맞춰져야 한다. 아발론은 토요타를 대표하는 최고급 세단이다.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은 좋았지만 과연 우리 시장에서의 아발론이 토요타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20년형 모델에서는 작은 것들이 조금 더 충실하게 채워졌으면 한다.
하지만 공간과 내구성을 중심에 두고, 고연비를 원하며 시내 주행 빈도가 높은 소비자에게 아발론은 좋은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다. 적어도 시내 주행이란 조건이 붙었을 때 디젤 이상의 특화된 연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하이브리드 세단을 타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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