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토요타, 시에나 3.5 AWD

컨텐츠 정보

본문


토요타 시에나는 대중 브랜드가 내놓은 고급 미니밴의 대표주자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후발주자였지만 대표주자가 됐다.

사실 7인승 미니밴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이 유행을 이끈 모델이 국내에서 그랜드 보이저로 팔렸던 크라이슬러의 보이저(Voyager) 시리즈다. 1988년 등장해 현재는 타운 & 컨트리(Town & Country)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브랜드 중에서는 혼다가 1994년 오딧세이를 통해 이 시장에 진출했다. 토요타 시에나가 등장한 것은 이보다 늦은 1997년이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2083737489_k6ZHGFYm_fe8e80210f07f7e9a42d9271e5d4d6282264b85f.jpg


2013년만 해도 시에나는 인기는 있지만 동급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때만 해도 소비자들은 7인승 미니밴의 기준을 보이저 혹은 오딧세이로 생각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부터 시에나가 동급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신형 오딧세이가 나왔음에도 기존 모델에서 바뀌지 않은 시에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무엇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시에나에 대한 인식을 단번에 바꿔 판매량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일까?

현재의 시에나는 2011년 등장한 모델로 올해로 7년 차다. 차량 특성상 라이프 사이클이 긴 모델이라고 해도 꽤 오래된 모델에 속한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꾸준히 변신했다. 2011년 등장한 이후 2013년에 4기통 엔진을 없애고 2015년에는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첫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했다. 2017년에는 엔진을 새롭게 바꾸고 변속기도 6단에서 8단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이후 2018년형을 통해 2번째 페이스리프트를 더했다.

2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답게 디자인도 조금 바꿨다. 특히 최신 토요타 스타일인 사다리꼴 그릴 디자인, 하단에 립스포일러 형상을 넣어 차별화를 더했다. 덕분에 낮고 넓게 보이는 디자인을 갖게 됐는데 토요타는 이를 킨룩(Keen Look)이라 부른다.

측면부 변화는 크지 않다. 새로운 디자인의 휠과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한 정도다. 이 타이어의 특징이라면 사이드월에 쿨링핀을 넣어 주행 중 발생하는 타이어 온도 상승을 억제 시킨다는 것.

후면부 리어램프는 초창기 모델 대비 색 조합에서 차이를 보인다. 붉은색 부분은 흰색으로, 흰색 부분은 붉은색으로 바꿨다.

인테리어는 2015년형과 같다. 계기판에 4.2인치 모니터를 넣었고,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7인치 정도로 늘린 뒤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정도다. 토요타의 내비게이션은 수입차 것으로는 무난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 업체와의 협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에나의 진정한 가치는 2열 시트에 앉았을 때다. 넓고 안락해 럭셔리 리무진을 탄 것과 같은 안락함이 강점이다. 등받이 각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발 받침대도 있다. 2열 시트를 가장 뒤로 밀고 발 받침대를 펴면 편하게 누워서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카니발만큼 전후 이동거리가 길지는 않기 때문에 키가 180cm 넘는 탑승객이 다리까지 뻗고 앉으면 앞좌석에 발이 닿을 수도 있겠다. 이외에 뒷좌석을 위한 선셰이드와 공조장치도 갖췄다는 점도 좋다.

카니발 리무진과 달리 시에나는 2열 시트를 좌우로 움직일 수 없다. 전 후로만 움직일 뿐이다. 하지만 카니발보다 3열로 드나드는 공간이 더 넓다.

3열 시트의 만족감이 상당하다. 카니발 리무진의 경우 2열의 만족감은 매우 높았지만 3열 만족감은 많이 떨어졌다. 가죽 질감부터 쿠션도 그리 고급스럽지 않았다. 반면 시에나의 3열 시트는 2열처럼 꽤나 신경을 써서 만든 흔적이 보인다. 푹신한 시트에 2열과 동일한 가죽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분할 폴딩도 된다.

트렁크 공간은 충분하다. 3열을 수납 시키면 SUV 보다 월등한 공간이 펼쳐진다. 하지만 3열 공간을 사용하면 화물 적재 공간이 크게 줄어든다. 그래도 트렁크 하단부가 움푹 패어 어지간한 화물 적재에 문제는 없다.

초기형과 달리 각종 안전장비도 달렸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이나 긴급제동 보조, 차선이탈 경고, 오토 하이빔 등도 기본이다. 토요타는 이를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라 부른다. 이외에 사각 경고 및 후측방 경고 시스템도 있다. 일본계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와 같은 액티브 세이프티 장비 채용에 인색한 편인데 적어도 시에나는 적정 시점에 이 장비들을 달고 나왔다.

시에나는 비즈니스 미니밴으로 불린다. 운전자보다 뒷좌석을 배려한 미니밴이라는 얘기다. 뒷좌석이 중요한 모델이지만 우선 운전자 입장에서 살펴보자.

엔진은 매우 조용하다. 가솔린의 이점이기도 하지만 아이들링 상황이라면 꽤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엔진룸과 거리가 있는 2열 공간의 경쟁력이 커진다. 물론 달리는 상황에서도 무난한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는데 이때의 소음 수준은 58.5 dBA로 오딧세이와 같았다. 최근 많이 느끼는 점이지만 주행 소음을 줄이기 위한 각 브랜드들의 노력이 잘 느껴지곤 한다.

시에나는 3.5리터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실린더 내 연료를 분사할 때 간접 및 직접 분사가 가능한 D-4S 시스템을 기초로 한다. 사실 출력만으로 본다면 고급유를 사용할 것 같지만 일반유로도 충분한 성능을 낸다. 참고로 토요타가 보유한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일부 모델도 고급유가 아닌 일반유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좋은 성능을 이어간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이 장점은 지금까지 알려진 직분사 엔진의 단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3.5리터 가솔린 엔진은 301마력의 최고출력과 36.4Kg.m 수준의 최대토크를 낸다. 차량의 특성으로 본다면 마력이 조금 높은 편에 속한다. 오딧세이 엔진의 284마력과 비교해도 대략 16마력 정도가 높다. 다만 토크도 약간 높긴 하나 0.2kg.m 정도의 차이라면 오차 범위에 속한다.

가속페달을 밟아 RPM을 끌어올린다. 고회전 영역에 들어서도 부담이 없다. 통상 회전 질감이 떨어지는 엔진들은 고회전 사용 때 부담감을 키운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이전 사용되던 6단과 비교하자면 다단화에 이점이 있다. 다만 중간 기어비가 다소 애매하다. 실제 가용 구간 때는 6단과 유사한 모습이지만 최종 기어비를 넓혀 연비에 이점 둔 느낌이 짙다. 8단 다단화 변속기의 상징적 의미가 더 커 보인다는 얘기다. 변속 쇼크는 없다. 통상 다단화 변속기를 얹은 초기 시점에 저속 쇼크 등을 만드는 차량들도 있는데 시에나에서 이런 아쉬움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변속 레버는 센터페시아에 달려있다. 덕분에 조작이 편하다. 경쟁 차인 오딧세이는 스티어링 휠에 패들을 달았다. 이것이 오딧세이의 경쟁력이 되긴 하지만 이것이 없다고 다른 모델의 단점이라 말하긴 어렵겠다. 미니밴 운전자의 99% 이상은 수동모드를 이용하지 않을 테니까. 또한 변속기도 각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편이라 아쉬움은 크지 않다.

시에나의 가속력은 어떨까? 시험 결과 0-100km/h 가속 시간이 8.19초로 계측됐다. 반복된 테스트가 이뤄지면 약간 떨어지긴 하나 8초대 이상으로 벗어나지는 않았다. 지난번 테스트한 카니발이 10초 중반 정도를 기록했는데 이보다 여유롭다. 물론 카니발도 3.3리터 가솔린 엔진이 있는데 디젤 보다 나은 동력 성능을 확보하게 된다.

시에나의 몸놀림은 가볍다. 카니발이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다면 시에나는 경쾌하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른 반응도 좋다. 스티어링 휠 답력도 가벼운 편이다. 카니발은 유압식 치고도 무거워 조작성이 아쉬웠다. 특히나 저속 환경에서 조작이 많아지면 아쉬움이 커진다. 빠르게 U턴을 진행하다 각도가 나오지 않아 스티어링 휠을 반대로 돌리며 후진할 때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 사양에는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이 도입되는데 국내 사양도 바꿔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이 내수와 해외 사양 간 차이가 있다고 보는 소비자들을 늘리기 때문이다.

물론 시에나의 스티어링 시스템에도 아쉬움이 있다. 조작 때 소음을 들려주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저속 주행 때 ‘윙윙’거리는 소음이 운전자를 신경 쓰이게 한다. 물론 이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 발생하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스티어링 휠 작동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보완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

제동력은 어떨까? 테스트 기준 최단거리는 41.94m였다. 수치로 본다면 무난하다. 평균적으로는 42m 초반을 유지했다. 시험 막바지, 최대 거리는 43m 수준인데 제동력에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승객이 많이 탈수록 제동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가 커지기 때문이다.

승차감은 좋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이 부분만큼은 우위에 선다. 카니발은 차체가 전하는 무거운 움직임, 서스펜션도 뭔가 둔탁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시에나는 모든 것들을 가볍게 처리하려는 느낌을 전한다. 서스펜션의 움직임도 조금 더 부드럽다. 다만 차체에 잔진동이 들어왔을 때 진동을 조금 더 길게 남기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으로 본다면 오딧세이 쪽이 더 세련된 모습이다. 오딧세이는 최신 미니밴을 타는 느낌을 충실히 전했는데 시에나는 그보다 한 세대 이전의 차를 느낌을 줬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2열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시에나 쪽이 더 좋은 승차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나 두 차를 동일한 환경에 놓고 시험해 보면 1열 승차감은 오딧세이, 2열 승차감에서는 시에나가 나은 모습을 보였다.

시에나의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투란자 EL400이다. 성능은 보편적이다. 일부 세단에 쓰일 때는 다소 아쉬움을 줬지만 미니밴 특성상 큰 부족함은 없었다. 시에나는 미니밴이다. 코너링 보다는 장거리 투어에서의 만족감을 키워야 한다. 또한 장거리 주행에서도 마모율을 낮추는 것을 우선시 하고 있다. 다만 순수 타이어 성능만 보자면 혼다 오딧세이의 투란자 EL440이 낫다. 이는 EL400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국산 카니발은 컨티넨탈의 크로스컨택을 사용하는데 성능은 가장 아쉬웠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수입 타이어 채용 빈도를 늘리고 있는데, 수입이라고 꼭 성능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한국, 금호, 넥센 제품이 더 좋은 성능을 낼 때도 많다는 얘기다.

오늘 만난 시에나는 4륜구동 버전이다. 4륜 구동이 되면 미끄러운 노면에서 대처 능력이 향상된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보면 특정 상황에서의 이점이 크다.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초기 구동 때 유리함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모든 주행 환경에서 큰 이점이 생기지는 않는다. 통상 전륜구동 기반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평상시 전륜에 대부분의 토크를 보낸다. 이를 통해 연비를 높이는 것도 보통이다. 물론 급발진 등 일부 환경을 만나면 일시적으로 토크를 리어 휠로 보내 안정화를 취하긴 하지만 실제 이 시간이 긴 편은 아니다.

시에나 전륜구동 모델과 사륜구동 모델 간 가격 차이는 약 300만 원 내외다. 눈길 및 빙판이 두렵다면 차라리 윈터 타이어를 사용하는 편이 더 낫다. 직접적인 주행 안전에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입 및 국산 고급차 운전자들이 윈터 타이어 사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상용 타이어와 윈터 타이어의 이점을 인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간다는 얘기다. 또한 연비 측면에서도 전륜구동 모델이 소폭 유리하다. 또한 대도시 거주자라면 전륜구동 모델에서도 아쉬움을 만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만 눈이 많은 지역에 거주하거나 이런 환경에 자주 노출된다면 4륜 구동 버전을 택하고 다시금 윈터 타이어를 채용하는 것이 좋다. 이 방법보다 더 안전한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주행 연비를 확인해 보자. 시에나는 100km/h 내외의 속도로 정속 주행할 때 대략 13~14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시내 주행 연비는 대략 6~7km/L 수준이다. 아무래도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기 시내 주행 연비가 떨어지지만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채용한 미니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준은 된다.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좋은 편이다. 통상 미국 시장을 겨냥한 가솔린 엔진의 세단, SUV, 미니밴 등이 이 영역에서 이점을 보이곤 하는데 시에나의 장거리 주행 연비도 좋은 편에 속했다.

간단히 정리해보자. 혼다 오딧세이와 시에나를 비교한다면 어떨까? 사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오딧세이가 낫다. 확실히 최신 신차다운 면모를 잘 보여준다. 반면 2열 승객을 감안한다면 시에나 쪽이 우세하다. 만약 운전자가 출퇴근 등 혼자 차를 이용하는 시간이 많다면 오딧세이가 낫다는 얘기다. 반면 운전자의 입장 보다 주말용, 뒷좌석 가족을 배려해야 한다면 시에나 쪽의 주행 감각, 승차감의 이점이 커진다. 물론 그 차이가 매우 큰 것은 아니지만 동일 조건에서 타보면 그래도 이 영역에서 이 차가 조금 더 낫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 팀이 테스트를 했던 현장에는 시에나 뿐 아니라 카니발, 오딧세이도 있었다. 그리고 3가지 모델이 가진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만들었다. 조만간 각각의 모델이 가진 매력에 대해 한 번 더 조명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될 예정이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동차 시승기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