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테슬라, 모델 S P10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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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아직까지 내연 기관 자동차가 중심을 잡고 있지만 수년이 지나면 상당수가 전기차로 대체될 예정이다. 수소 등의 차세대 연료가 주목받았던 적도 있지만 다시금 시대의 흐름은 전기차로 가고 있다. 전기차의 문제로 지목된 배터리의 효율성, 충전 문제가 한층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미국 테슬라는 전기차 부문에서 눈에 띄는 제조사다. 특히나 긴 주행거리를 내세우는 한편 성능에 대한 경쟁력으로 자사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물론 대중을 겨냥한 모델 3는 테슬라에게 큰 아픔이 되었지만 지금은 생산량이 일정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 과거와 같은 우려도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 우리 팀이 만나는 모델은 모델 S (Model S) 다. 테슬라를 대표하는 고급 세단이자 현 세대 전기차 중에서도 긴 주행거리를 가진 모델로 유명하다. 모델 S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75D, 100D 등으로 구분되는데, 오늘 만나는 모델 S P100D는 고성능을 추구한 테슬라의 플래그십이다.
모델 S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첫 번째 완성차다. 기존에 있던 로드스터는 로터스를 기반으로 개발됐는데, 이 때문에 독자 모델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모델 S는 차체부터 순수 테슬라가 개발한 모델로 꼽힌다. 테슬라는 이를 기초로 SUV인 모델 X (Model X), 그리고 크기를 줄이며 대중화를 지향한 모델 3(Model 3)를 만들어 냈다.
국내 시장에 들어온 테슬라 모델 S는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진 버전이다. 기존과 다른 전면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전기차 특성상 그릴이 없어 한층 매끈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다른 제조사 모델에서 보기 힘든 디자인 덕분에 미래지향적인 자동차라는 느낌도 짙다.
측면부에서는 쿠페를 연상시키는 루프라인이 돋보인다. 21인치에 달하는 거대한 휠도 눈길을 끈다. 휠 사이즈만 줄여도 효율이 좋아질 것 같은데, 아마도 여유로운 모터 출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계산하에 장착했을 것이다. 참고로 에어 서스펜션을 통한 지상고 조절도 가능하다.
테슬라의 옆면은 매끈한 느낌이다. 도어 핸들이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도어를 열 때는 전동식으로 작동하는 도어 핸들이 나오는 모습이 꽤나 멋스럽다. 참고로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벨라에도 이와 같은 전동식 도어 핸들이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달라진 전면. 하지만 뒷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클리어 타입의 리어램프와 머플러가 없는 후면 범퍼의 깔끔함이 좋다. 오늘 우리 팀이 만난 최상위 등급 P100D는 트렁크에 카본 스포일러도 장착돼 있다. 참고로 뒤 범퍼 밑으로는 아무것도 없다. 머플러가 없는 전기차이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인테리어는 깔끔하다. 아마도 이처럼 단순한 구조를 보여주는 차를 만나기도 힘들 것 같다. 운전석 앞에 놓인 스티어링 휠과 계기반. 그리고 센터페시아 중앙을 꽉 채운 17인치 디스플레이 패널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시동 버튼도 없다. 차 키를 들고 오른 뒤 브레이크 페달만 밟으면 자동으로 주행할 준비를 마치게 된다. 버튼은 비상등과 글로브박스를 열 때 사용하는 정도만 눈에 띈다. 참고로 윈도우 조작 스위치, 스티어링 휠 칼럼에 장착된 방향 지시등 레버나 오토파일럿 레버, 기어 레버 등이 익숙한데, 이는 모두 메르세데스-벤츠의 것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구조를 가진 인테리어. 자동차의 모든 기능은 센터페시아의 모니터 안에서 통제된다. 문을 열고 잠그는 것부터 선루프, 각종 라이트, 공조장치, 오디오 등의 모든 것을 이를 통해 설정한다. 차량 충전을 위해 충전 포트를 열고 닫는 것도 여기서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구글 지도를 기초로 만들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에 위성사진을 볼 수도 있다. 교통상황은 물론, 충전소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웹서핑도 가능하며 인터넷 라디오 청취도 된다. 항상 인터넷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모델 S에는 재미있는 기능도 있다. 상단 테슬라 로고를 누르면 비밀스러운 기능들이 나오는데, 계기반이 산타로 꾸며진다거나 지구 대신 화성을 촬영한 이미지도 보여준다. 심심하면 게임도 할 수 있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추천할 대상은 아니지만….
하지만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통해 구현되는 기능을 쓸 때 인내심이 필요하다. 시스템이 꽤나 느리다. 최신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그 답답함이 스트레스가 될지 모른다. 터치도 직관적이지 않다. 차는 첨단을 달리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직 시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을 통해 각종 기능을 제어해야 하기에 아쉬움이 더 커진다.
디스플레이 속에 보이는 메뉴들. 일부 메뉴에 베타 버전(?)이라 표기된 것들이 눈에 띈다. 자동차에서 베타 버전이란 말은 잘 쓰지 않는다. 물론 이 차의 성격과 특징이 일정 부분 전자제품과 같다지만 좋은 모습은 아니다. 미완성이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앞좌석 시트는 타이트하게 운전자를 잡는다. 체격이 큰 운전자라면 조금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 운전석 환경 자체는 무난하지만 미국 시장을 중시하는 차량 치고는 조금 타이트한 시트 설정이다. 뒷좌석은 여유롭다. 꽤나 넉넉하다. 레그룸(다리 공간)은 물론 헤드룸에 대한 아쉬움도 없다. 통상 쿠페 스타일의 루프를 갖게 되면 헤드룸이 부족한데, 모델 S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다.
트렁크도 충분하다. 여기에 뒷좌석 폴딩 기능도 있다. 참고로 모델 S에는 두 개의 트렁크가 존재하는데, 엔진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뒤쪽 트렁크 아래쪽으로 추가 공간이 더 있다. 공간에 대한 부족함을 느낄 소비자는 많지 않을 듯하다.
테슬라 모델 S는 세대를 넘어선 미래 자동차의 느낌을 보인다. 하지만 아직 대량 생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조립 품질에서 아쉬움을 보인다. 차량의 단차가 요즘 기준에서 매우 큰 편이며 마감 품질도 다소 떨어진다. 일부 버튼들이 말을 잘 안 듣기도 한다. 고무 마감이 들뜬 곳도 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테슬라는 대량 생산 경험이 많지 않다. 아무래도 이 영역까지 노하우를 쌓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델 S를 타야 한다면 그것은 명확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다시금 슈퍼카를 위협하는 가속성능까지 보유한 전기차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테슬라 모델 S의 존재의 이유를 만들어 준다.
우선 이번 시승 환경은 다른 때보다 짧았다. 때문에 시내 도로를 중심에 두고 일부 환경에서 가속력을 즐기는데 의미를 뒀다는 점을 명시한다.
차에 올라 기어 셀렉트 레버를 D로 내린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쓰이는 컬럼 타입인데, 익숙한 방식이라 쓰기 편하다. 그리고 시내 주행을 위해 컴포트 모드를 설정했다. P100D에는 3가지 주행 모드가 제공되는데, 일상을 위한 컴포트(Comport), 일정 수준 성능을 내주는 스포츠(Sport), 그리고 최고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는 루디크러스(Ludicrous) 모드가 있다. 뒤쪽으로 갈수록 성능이 좋아지지만 전력 사용량이 많아진다. 때문에 시내 주행 때는 컴포트 모드가 적당하다.
전기차는 탈 때마다 신선한 느낌을 전한다. 특히 소리 없이 부드럽게 밀고 나가는 가속감이 그렇다.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가 떼면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 것처럼 일정 수준의 저항을 보이며 차가 정지하는데, 이때 에너지를 흡수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그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감속에 걸리는 저항을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데, 단계를 너무 크게 하면 배터리 충전 효율은 높아지지만 멀미를 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일상 주행이라면 대부분의 기능을 노멀로 두는 것이 추천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가감속이 커질 때 멀미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덜하지만 보통 가감속 타이밍을 예측하지 못하는 동승자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주행은 편하다. 특별히 이질감이 드는 부분도 없다. 스티어링 시스템의 설정도 달리할 수 있는데, 스포츠 모드는 주행 감각을 높여주어 필요 이상의 반응성을 보여준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래도 중립적인 성향의 노멀 모드가 더 좋다. 차를 빨리 타는 경우도 조금 더 안정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편이다. 일부 하이브리드 모델들도 이런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깔고 있기에 다소 경직됐다는 느낌이 짙다. 또한 P100D는 고출력에 해당한다. 이 성능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조금 단단한 서스펜션 설정이 필요한데, 이 역시 승차감 확보에 불리한 셋업이다.
또한 노면에서 강한 쇼크가 전해질 때 차체에 가해진 진동이 일정 부분 머무는 시간이 긴 편인데, 이는 차체가 크기 때문이다. 사실 모델 S의 차체 길이는 4.97m에 달한다. 3cm 보태면 5m에 달한다는 얘기다. 즉, 차체의 구조적인 특성에 의해 발생되는 것들이기에 이를 명확한 단점이라 말하긴 어렵겠다.
간선도로에 들어서며 오토파일럿을 활성화시킨다. 전 CEO였던 일론 머스크가 자랑하던 기능이다. 일정 수준 만족감이 높다. 정확히 평하자면 다른 차량들의 시스템보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놓고 있는 시간을 길게 준다.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이나 앞차와의 거리 유지도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순수한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사실상 현재의 시스템은 자율 주행이라 말하기 어렵다. 타사의 반자율 주행 시스템보다 조금 나은 성능을 제공하는 정도로 보면 맞을 것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우선은 오차 범위가 매우 적은 고정밀 GPS가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맞춘 고정밀 지도 역시 필수다. 쉽게는 차량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GPS 장비와 실제와 차이 없는 고정밀 지도가 있어야만 완벽한 환경이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필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라이다 센서다. 라이다(RiDAR)는 레이저를 사용하는 레이더를 뜻한다. 주사식, 섬광식, AESA 등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라이다의 채용 목적은 차량 주변을 매우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통상 많은 제조사들이 말하는 반자율 주행 기능에 쓰이는 장비는 어떨까? 장거리, 중거리, 단거리 레이더와 초음파 센서 그리고 카메라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현재 이들을 통해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파악되는 것은 대략적인 것들이며 정확한 인식을 기대하긴 어렵다. 테슬라의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타사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카메라와 센서를 붙였다.
처음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경험한다면 꽤나 놀랄 수 있다. 자동차 스스로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앞차와 거리까지 유지하며 달려주기 때문이다. 다른 차들에서는 어려운, 인터체인지를 돌아나가는 것도 놀라움을 전한다. 또한 방향지시등을 켜고 스티어링 휠을 약간 움직여주면 스스로 차선도 바꾼다. 체감적으로 반자율 주행 시스템의 느낌이 짙다. 하지만 테슬라의 것도 결국 반자율 주행 시스템 이상이 되지는 못한다. 또한 아직 오류가 자주 목격되는 편이다.
차선을 바꾸는 도중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고 꺼지는 현상이 일어날 때도 있었으며 앞에 차가 끼어들기를 할 때도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했다.
테슬라는 모델 S의 계기반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 주변을 인식하는 것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도록 했는데, 이를 보면 아직까지 이 기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즉, 자율 주행이 아닌, 확장된 안전기능의 일부로 보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오토파일럿 사용 도중 스티어링 휠을 살짝 움직여 달라는 메시지가 나올 때가 있는데, 이를 수차례 무시하면 기능이 아예 해제되어 버린다. 시스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 중 하나다.
코너링 성능은 제법이다. 실측 결과 2.3톤에 달하는 차체를 가졌음에도 생각보다 코너링 성능이 좋다. 특히나 타이어 사이즈를 생각했을 때 그렇다. 모델 S에는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트가 쓰인다. 전륜에 245, 후륜에 265mm 급을 사용한다. 모터 출력을 생각하면 매우 작다고 생각되는데, 차가 달려나갈 때 불안감이 없다. 핸들링도 크게 떨어지는 편이 아니다. 적어도 전기차라는 특성을 감안하고 바라볼 때 코너링, 핸들링 성능은 수준급이라 평할 수도 있겠다.
물론 수백 마력대 출력을 가진 슈퍼카들과 비교되는 모델 S P100D이기에 그런 코너링 성능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 차는 일상에서 이용하는 전기차의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빠른 가속력을 옵션으로 추가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만 잘 달릴 뿐, 코너링 때 쉽사리 밀려나는 모습이 없어 좋았다.
이제 가속력을 확인해 보자. 사실상 이를 위한 시승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테니까. 비교를 위해 각 모드별 시험을 모두 진행했다. 우선은 컴포트 모드다. 시험 결과 모델 S는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8.49초 만에 도달하는 성능을 보였다. 체감적인 가속감은 200마력 전후의 터보차저 엔진을 장착한 차량들과 유사하다. 일상에서 부족함 없는 적정 수준의 성능이다.
이번에는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런치 컨트롤은 없다. 그냥 가속페달만 끝까지 밟으면 된다. 그렇게 측정된 시간은 4.68초. 8초대 중반을 달리던 가속력이 4초대로 대폭 축소된 것이다. 참고로 컴포트 모드에서 시속 60km까지 속도를 올리는데 소요된 시간이 4.49초였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4.68초를 소요시킬 뿐이다. 사실상 4초대 중반이라면 400마력대 스포츠 세단들과 견줄 성능이다. 하지만 한가지 모드가 더 남아있다. P100D를 위한 루디크러스 모드. 이 기능 사용을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한데, 차량 냉간 시라면 예열에 시간이 필요하다.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인 P100D의 가속력을 확인해 보자. 가속페달을 밟는다. 순간적으로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든다. 물론 잠시다. 사실 그 느낌은 딱 한 번 밖에 받지 못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이 빠른가 보다. 분명한 것은 그 강렬함. RPM 상승에 따라 막강한 토크로 밀어붙이는 내연 기관차와 다른 순수한(?) 가속감이다. 빠르고 또 빨랐다.
그리고 루디크러스 모드에서 모델 S P100D는 3.19초의 기록을 세웠다. 이는 우리 팀이 계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빠른 기록이다. 사실 테슬라가 발표한 기록은 100km/h 기준 2.7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나오기 어렵다. 마케팅 전략에 있어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일론 머스크는 다른 제조사들과 다른 테슬라만의 가속력 측정 방식으로 이를 계측했다. 즉, 계측 장비가 작동하는 조건 등을 계산해 가장 유리한 조건을 바탕으로 수치를 제시한 것이다.
즉, 테슬라 방식으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모두 부여해 계산한다면 우리 팀의 계측 기록도 대략 3.0초 정도를 기록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준이란 동일해야 한다. 그래야 비교가 된다. 즉, 우리 팀의 공식 기록은 3.19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치가 아니다. 매 시험마다 일정한 가속시간을 보여준다는 것. 이것도 전기차들의 장점이 된다. 계절에 따라 배터리 소모율에서 차이가 나지만 성능 구현에서 일관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다.
참고로 루디크러스 모드 위에 또 하나의 숨겨진 모드가 있는데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다. 이는 루디크러스 설정 버튼을 수초간 누르거나 디스플레이속 상단의 'T'로고를 눌러 설정할 수 있다.
최대 가속을 내는 모드인 만큼 배터리 예열에 시간이 걸리는데, 테스트 당일에는 시간이 빡빡해 이에 대한 공식 기록 측정은 하지 못했다. 다만 테스트와 촬영이 끝난 이후 이를 경험해 봤는데, 사실상 각 모드간 체감 차이가 크지 않았다. 기본적인 루디크러스 모드라 해도 엄청난 가속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단한 가속력, 그렇다면 이를 잠재우기 위한 제동 능력은 어떨까? 사실 테슬라의 파워트레인에는 정확한 제원이 표기돼 있지 않다. 때문에 각 미디어들의 수치도 제 각각이다. 다만 700마력대 내외의 성능을 갖는다는 것, 토크 100Kg.m 내외 혹은 그 이상의 효율을 낸다는 점에 변함은 없다. 그렇다면 이 성능을 잠재우기 위한 제동 시스템은? 통상 500~600마력대 스포츠카들의 제동거리는 34m 내외를 전후한다. 빠른 경우는 30m 대 초반인 경우도 있다.
P100D는 37m 내외의 제동거리를 보였는데 일정 부분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700마력대 성능을 내는 차량치고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반복된 시험에서 대부분 37~38m 내외의 성능을 보였기에 제동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참고로 245mm 급의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도 2.3톤에 달하는 차체를 방어하는데 일정 수준 힘을 보탰다.
우리 팀에게 있어 그리 길지 않은 테스트 시간이었다. 일정 시간을 쪼개 촬영에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실제 차를 타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장 멀리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차임과 동시에 가장 빠른 가속력을 가진 전기차였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차를 1억 8천만 원이나 주고 구입해야 하느냐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은 모델 S P100D가 가진 가속력이나 전기차가 가진 이미지에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소수의 소비자들이다. 전기차에 1억 이상을 투자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유사 가격대에서 포르쉐 911을 구입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더 쉽다. 특히나 대중 차를 바라 시각으로 P100D를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확한 매력을 알고 구입한 누군가에게는 멋진 차가 되어줄 것이다.
다만 충전시설 확장이 절실하다. 서울은 그렇다 해도 다른 중소도시에 충전 시설이 거의 없다. 모델 S의 충전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전용 충전기인 슈퍼차저만 있다면 1~2시간 이면 충전이 끝난다. 여기에 충전시설 이용 요금도 무료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을 준비할 때, 동선을 미리 정해야 한다는 것은 여행의 자유도를 떨어뜨린다. 고속도로의 중심 휴게소 몇 곳에만 충전 시설이 깔려도 불편함이 크게 사라질 것이다. 이는 테슬라 수입원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참고로 기존 충전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DC차데모 방식을 활용하는 것인데 테슬라 전용 충전기에 비해 충전 시간이 길다는 점이 단점이다.
미국 테슬라는 전기차 부문에서 눈에 띄는 제조사다. 특히나 긴 주행거리를 내세우는 한편 성능에 대한 경쟁력으로 자사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물론 대중을 겨냥한 모델 3는 테슬라에게 큰 아픔이 되었지만 지금은 생산량이 일정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 과거와 같은 우려도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 우리 팀이 만나는 모델은 모델 S (Model S) 다. 테슬라를 대표하는 고급 세단이자 현 세대 전기차 중에서도 긴 주행거리를 가진 모델로 유명하다. 모델 S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75D, 100D 등으로 구분되는데, 오늘 만나는 모델 S P100D는 고성능을 추구한 테슬라의 플래그십이다.
모델 S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첫 번째 완성차다. 기존에 있던 로드스터는 로터스를 기반으로 개발됐는데, 이 때문에 독자 모델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모델 S는 차체부터 순수 테슬라가 개발한 모델로 꼽힌다. 테슬라는 이를 기초로 SUV인 모델 X (Model X), 그리고 크기를 줄이며 대중화를 지향한 모델 3(Model 3)를 만들어 냈다.
국내 시장에 들어온 테슬라 모델 S는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진 버전이다. 기존과 다른 전면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전기차 특성상 그릴이 없어 한층 매끈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다른 제조사 모델에서 보기 힘든 디자인 덕분에 미래지향적인 자동차라는 느낌도 짙다.
측면부에서는 쿠페를 연상시키는 루프라인이 돋보인다. 21인치에 달하는 거대한 휠도 눈길을 끈다. 휠 사이즈만 줄여도 효율이 좋아질 것 같은데, 아마도 여유로운 모터 출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계산하에 장착했을 것이다. 참고로 에어 서스펜션을 통한 지상고 조절도 가능하다.
테슬라의 옆면은 매끈한 느낌이다. 도어 핸들이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도어를 열 때는 전동식으로 작동하는 도어 핸들이 나오는 모습이 꽤나 멋스럽다. 참고로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벨라에도 이와 같은 전동식 도어 핸들이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달라진 전면. 하지만 뒷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클리어 타입의 리어램프와 머플러가 없는 후면 범퍼의 깔끔함이 좋다. 오늘 우리 팀이 만난 최상위 등급 P100D는 트렁크에 카본 스포일러도 장착돼 있다. 참고로 뒤 범퍼 밑으로는 아무것도 없다. 머플러가 없는 전기차이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인테리어는 깔끔하다. 아마도 이처럼 단순한 구조를 보여주는 차를 만나기도 힘들 것 같다. 운전석 앞에 놓인 스티어링 휠과 계기반. 그리고 센터페시아 중앙을 꽉 채운 17인치 디스플레이 패널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시동 버튼도 없다. 차 키를 들고 오른 뒤 브레이크 페달만 밟으면 자동으로 주행할 준비를 마치게 된다. 버튼은 비상등과 글로브박스를 열 때 사용하는 정도만 눈에 띈다. 참고로 윈도우 조작 스위치, 스티어링 휠 칼럼에 장착된 방향 지시등 레버나 오토파일럿 레버, 기어 레버 등이 익숙한데, 이는 모두 메르세데스-벤츠의 것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구조를 가진 인테리어. 자동차의 모든 기능은 센터페시아의 모니터 안에서 통제된다. 문을 열고 잠그는 것부터 선루프, 각종 라이트, 공조장치, 오디오 등의 모든 것을 이를 통해 설정한다. 차량 충전을 위해 충전 포트를 열고 닫는 것도 여기서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구글 지도를 기초로 만들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에 위성사진을 볼 수도 있다. 교통상황은 물론, 충전소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웹서핑도 가능하며 인터넷 라디오 청취도 된다. 항상 인터넷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모델 S에는 재미있는 기능도 있다. 상단 테슬라 로고를 누르면 비밀스러운 기능들이 나오는데, 계기반이 산타로 꾸며진다거나 지구 대신 화성을 촬영한 이미지도 보여준다. 심심하면 게임도 할 수 있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추천할 대상은 아니지만….
하지만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통해 구현되는 기능을 쓸 때 인내심이 필요하다. 시스템이 꽤나 느리다. 최신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그 답답함이 스트레스가 될지 모른다. 터치도 직관적이지 않다. 차는 첨단을 달리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직 시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을 통해 각종 기능을 제어해야 하기에 아쉬움이 더 커진다.
디스플레이 속에 보이는 메뉴들. 일부 메뉴에 베타 버전(?)이라 표기된 것들이 눈에 띈다. 자동차에서 베타 버전이란 말은 잘 쓰지 않는다. 물론 이 차의 성격과 특징이 일정 부분 전자제품과 같다지만 좋은 모습은 아니다. 미완성이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앞좌석 시트는 타이트하게 운전자를 잡는다. 체격이 큰 운전자라면 조금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 운전석 환경 자체는 무난하지만 미국 시장을 중시하는 차량 치고는 조금 타이트한 시트 설정이다. 뒷좌석은 여유롭다. 꽤나 넉넉하다. 레그룸(다리 공간)은 물론 헤드룸에 대한 아쉬움도 없다. 통상 쿠페 스타일의 루프를 갖게 되면 헤드룸이 부족한데, 모델 S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다.
트렁크도 충분하다. 여기에 뒷좌석 폴딩 기능도 있다. 참고로 모델 S에는 두 개의 트렁크가 존재하는데, 엔진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뒤쪽 트렁크 아래쪽으로 추가 공간이 더 있다. 공간에 대한 부족함을 느낄 소비자는 많지 않을 듯하다.
테슬라 모델 S는 세대를 넘어선 미래 자동차의 느낌을 보인다. 하지만 아직 대량 생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조립 품질에서 아쉬움을 보인다. 차량의 단차가 요즘 기준에서 매우 큰 편이며 마감 품질도 다소 떨어진다. 일부 버튼들이 말을 잘 안 듣기도 한다. 고무 마감이 들뜬 곳도 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테슬라는 대량 생산 경험이 많지 않다. 아무래도 이 영역까지 노하우를 쌓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델 S를 타야 한다면 그것은 명확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다시금 슈퍼카를 위협하는 가속성능까지 보유한 전기차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테슬라 모델 S의 존재의 이유를 만들어 준다.
우선 이번 시승 환경은 다른 때보다 짧았다. 때문에 시내 도로를 중심에 두고 일부 환경에서 가속력을 즐기는데 의미를 뒀다는 점을 명시한다.
차에 올라 기어 셀렉트 레버를 D로 내린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쓰이는 컬럼 타입인데, 익숙한 방식이라 쓰기 편하다. 그리고 시내 주행을 위해 컴포트 모드를 설정했다. P100D에는 3가지 주행 모드가 제공되는데, 일상을 위한 컴포트(Comport), 일정 수준 성능을 내주는 스포츠(Sport), 그리고 최고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는 루디크러스(Ludicrous) 모드가 있다. 뒤쪽으로 갈수록 성능이 좋아지지만 전력 사용량이 많아진다. 때문에 시내 주행 때는 컴포트 모드가 적당하다.
전기차는 탈 때마다 신선한 느낌을 전한다. 특히 소리 없이 부드럽게 밀고 나가는 가속감이 그렇다.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가 떼면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 것처럼 일정 수준의 저항을 보이며 차가 정지하는데, 이때 에너지를 흡수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그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감속에 걸리는 저항을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데, 단계를 너무 크게 하면 배터리 충전 효율은 높아지지만 멀미를 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일상 주행이라면 대부분의 기능을 노멀로 두는 것이 추천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가감속이 커질 때 멀미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덜하지만 보통 가감속 타이밍을 예측하지 못하는 동승자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주행은 편하다. 특별히 이질감이 드는 부분도 없다. 스티어링 시스템의 설정도 달리할 수 있는데, 스포츠 모드는 주행 감각을 높여주어 필요 이상의 반응성을 보여준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래도 중립적인 성향의 노멀 모드가 더 좋다. 차를 빨리 타는 경우도 조금 더 안정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편이다. 일부 하이브리드 모델들도 이런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깔고 있기에 다소 경직됐다는 느낌이 짙다. 또한 P100D는 고출력에 해당한다. 이 성능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조금 단단한 서스펜션 설정이 필요한데, 이 역시 승차감 확보에 불리한 셋업이다.
또한 노면에서 강한 쇼크가 전해질 때 차체에 가해진 진동이 일정 부분 머무는 시간이 긴 편인데, 이는 차체가 크기 때문이다. 사실 모델 S의 차체 길이는 4.97m에 달한다. 3cm 보태면 5m에 달한다는 얘기다. 즉, 차체의 구조적인 특성에 의해 발생되는 것들이기에 이를 명확한 단점이라 말하긴 어렵겠다.
간선도로에 들어서며 오토파일럿을 활성화시킨다. 전 CEO였던 일론 머스크가 자랑하던 기능이다. 일정 수준 만족감이 높다. 정확히 평하자면 다른 차량들의 시스템보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놓고 있는 시간을 길게 준다.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이나 앞차와의 거리 유지도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순수한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사실상 현재의 시스템은 자율 주행이라 말하기 어렵다. 타사의 반자율 주행 시스템보다 조금 나은 성능을 제공하는 정도로 보면 맞을 것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우선은 오차 범위가 매우 적은 고정밀 GPS가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맞춘 고정밀 지도 역시 필수다. 쉽게는 차량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GPS 장비와 실제와 차이 없는 고정밀 지도가 있어야만 완벽한 환경이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필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라이다 센서다. 라이다(RiDAR)는 레이저를 사용하는 레이더를 뜻한다. 주사식, 섬광식, AESA 등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라이다의 채용 목적은 차량 주변을 매우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통상 많은 제조사들이 말하는 반자율 주행 기능에 쓰이는 장비는 어떨까? 장거리, 중거리, 단거리 레이더와 초음파 센서 그리고 카메라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현재 이들을 통해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파악되는 것은 대략적인 것들이며 정확한 인식을 기대하긴 어렵다. 테슬라의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타사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카메라와 센서를 붙였다.
처음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경험한다면 꽤나 놀랄 수 있다. 자동차 스스로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앞차와 거리까지 유지하며 달려주기 때문이다. 다른 차들에서는 어려운, 인터체인지를 돌아나가는 것도 놀라움을 전한다. 또한 방향지시등을 켜고 스티어링 휠을 약간 움직여주면 스스로 차선도 바꾼다. 체감적으로 반자율 주행 시스템의 느낌이 짙다. 하지만 테슬라의 것도 결국 반자율 주행 시스템 이상이 되지는 못한다. 또한 아직 오류가 자주 목격되는 편이다.
차선을 바꾸는 도중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고 꺼지는 현상이 일어날 때도 있었으며 앞에 차가 끼어들기를 할 때도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했다.
테슬라는 모델 S의 계기반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 주변을 인식하는 것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도록 했는데, 이를 보면 아직까지 이 기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즉, 자율 주행이 아닌, 확장된 안전기능의 일부로 보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오토파일럿 사용 도중 스티어링 휠을 살짝 움직여 달라는 메시지가 나올 때가 있는데, 이를 수차례 무시하면 기능이 아예 해제되어 버린다. 시스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 중 하나다.
코너링 성능은 제법이다. 실측 결과 2.3톤에 달하는 차체를 가졌음에도 생각보다 코너링 성능이 좋다. 특히나 타이어 사이즈를 생각했을 때 그렇다. 모델 S에는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트가 쓰인다. 전륜에 245, 후륜에 265mm 급을 사용한다. 모터 출력을 생각하면 매우 작다고 생각되는데, 차가 달려나갈 때 불안감이 없다. 핸들링도 크게 떨어지는 편이 아니다. 적어도 전기차라는 특성을 감안하고 바라볼 때 코너링, 핸들링 성능은 수준급이라 평할 수도 있겠다.
물론 수백 마력대 출력을 가진 슈퍼카들과 비교되는 모델 S P100D이기에 그런 코너링 성능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 차는 일상에서 이용하는 전기차의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빠른 가속력을 옵션으로 추가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만 잘 달릴 뿐, 코너링 때 쉽사리 밀려나는 모습이 없어 좋았다.
이제 가속력을 확인해 보자. 사실상 이를 위한 시승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테니까. 비교를 위해 각 모드별 시험을 모두 진행했다. 우선은 컴포트 모드다. 시험 결과 모델 S는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8.49초 만에 도달하는 성능을 보였다. 체감적인 가속감은 200마력 전후의 터보차저 엔진을 장착한 차량들과 유사하다. 일상에서 부족함 없는 적정 수준의 성능이다.
이번에는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런치 컨트롤은 없다. 그냥 가속페달만 끝까지 밟으면 된다. 그렇게 측정된 시간은 4.68초. 8초대 중반을 달리던 가속력이 4초대로 대폭 축소된 것이다. 참고로 컴포트 모드에서 시속 60km까지 속도를 올리는데 소요된 시간이 4.49초였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4.68초를 소요시킬 뿐이다. 사실상 4초대 중반이라면 400마력대 스포츠 세단들과 견줄 성능이다. 하지만 한가지 모드가 더 남아있다. P100D를 위한 루디크러스 모드. 이 기능 사용을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한데, 차량 냉간 시라면 예열에 시간이 필요하다.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인 P100D의 가속력을 확인해 보자. 가속페달을 밟는다. 순간적으로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든다. 물론 잠시다. 사실 그 느낌은 딱 한 번 밖에 받지 못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이 빠른가 보다. 분명한 것은 그 강렬함. RPM 상승에 따라 막강한 토크로 밀어붙이는 내연 기관차와 다른 순수한(?) 가속감이다. 빠르고 또 빨랐다.
그리고 루디크러스 모드에서 모델 S P100D는 3.19초의 기록을 세웠다. 이는 우리 팀이 계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빠른 기록이다. 사실 테슬라가 발표한 기록은 100km/h 기준 2.7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나오기 어렵다. 마케팅 전략에 있어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일론 머스크는 다른 제조사들과 다른 테슬라만의 가속력 측정 방식으로 이를 계측했다. 즉, 계측 장비가 작동하는 조건 등을 계산해 가장 유리한 조건을 바탕으로 수치를 제시한 것이다.
즉, 테슬라 방식으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모두 부여해 계산한다면 우리 팀의 계측 기록도 대략 3.0초 정도를 기록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준이란 동일해야 한다. 그래야 비교가 된다. 즉, 우리 팀의 공식 기록은 3.19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치가 아니다. 매 시험마다 일정한 가속시간을 보여준다는 것. 이것도 전기차들의 장점이 된다. 계절에 따라 배터리 소모율에서 차이가 나지만 성능 구현에서 일관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다.
참고로 루디크러스 모드 위에 또 하나의 숨겨진 모드가 있는데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다. 이는 루디크러스 설정 버튼을 수초간 누르거나 디스플레이속 상단의 'T'로고를 눌러 설정할 수 있다.
최대 가속을 내는 모드인 만큼 배터리 예열에 시간이 걸리는데, 테스트 당일에는 시간이 빡빡해 이에 대한 공식 기록 측정은 하지 못했다. 다만 테스트와 촬영이 끝난 이후 이를 경험해 봤는데, 사실상 각 모드간 체감 차이가 크지 않았다. 기본적인 루디크러스 모드라 해도 엄청난 가속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단한 가속력, 그렇다면 이를 잠재우기 위한 제동 능력은 어떨까? 사실 테슬라의 파워트레인에는 정확한 제원이 표기돼 있지 않다. 때문에 각 미디어들의 수치도 제 각각이다. 다만 700마력대 내외의 성능을 갖는다는 것, 토크 100Kg.m 내외 혹은 그 이상의 효율을 낸다는 점에 변함은 없다. 그렇다면 이 성능을 잠재우기 위한 제동 시스템은? 통상 500~600마력대 스포츠카들의 제동거리는 34m 내외를 전후한다. 빠른 경우는 30m 대 초반인 경우도 있다.
P100D는 37m 내외의 제동거리를 보였는데 일정 부분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700마력대 성능을 내는 차량치고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반복된 시험에서 대부분 37~38m 내외의 성능을 보였기에 제동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참고로 245mm 급의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도 2.3톤에 달하는 차체를 방어하는데 일정 수준 힘을 보탰다.
우리 팀에게 있어 그리 길지 않은 테스트 시간이었다. 일정 시간을 쪼개 촬영에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실제 차를 타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장 멀리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차임과 동시에 가장 빠른 가속력을 가진 전기차였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차를 1억 8천만 원이나 주고 구입해야 하느냐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은 모델 S P100D가 가진 가속력이나 전기차가 가진 이미지에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소수의 소비자들이다. 전기차에 1억 이상을 투자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유사 가격대에서 포르쉐 911을 구입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더 쉽다. 특히나 대중 차를 바라 시각으로 P100D를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확한 매력을 알고 구입한 누군가에게는 멋진 차가 되어줄 것이다.
다만 충전시설 확장이 절실하다. 서울은 그렇다 해도 다른 중소도시에 충전 시설이 거의 없다. 모델 S의 충전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전용 충전기인 슈퍼차저만 있다면 1~2시간 이면 충전이 끝난다. 여기에 충전시설 이용 요금도 무료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을 준비할 때, 동선을 미리 정해야 한다는 것은 여행의 자유도를 떨어뜨린다. 고속도로의 중심 휴게소 몇 곳에만 충전 시설이 깔려도 불편함이 크게 사라질 것이다. 이는 테슬라 수입원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참고로 기존 충전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DC차데모 방식을 활용하는 것인데 테슬라 전용 충전기에 비해 충전 시간이 길다는 점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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