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테슬라 모델 S로 1000km 달리기…충전은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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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S는 2012년 세상에 첫 발을 내디뎠다. 백 년 가까이 자동차를 만든 회사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뛰어난 가속 성능과 압도적인 주행 거리를 기록하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포르쉐 타이칸을 비롯한 강력한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오며, 테슬라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모델 S의 경우 업데이트는 꾸준하게 이뤄졌지만, 완전변경(풀 체인지)과 같은 혁신적인 변화는 없었다.
테슬라 모델 S는 여전히 혁신적일까? 모델 S 퍼포먼스 모델을 만나봤다.
시승차는 1억2914만7000원부터 시작하는 퍼포먼스 모델이다. 여기에 21인치 소닉 카본 트윈 터빈 휠(467만원)과 오크 우드 데코(193만원), 오토파일럿 풀 셀프-드라이빙 구현 기능(904만원) 등 모든 선택 사양을 포함해 1억4479만원의 몸 값을 자랑하는 ‘풀 옵션’ 차량이다.
모델 S는 2016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단행했다. 4년이 지난 디자인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없이 매끈한 보닛과 범퍼를 브랜드 T 로고가 가르고 있는 모습이다. 헤드램프 양 끝단에서 앞 펜더 부분까지 길게 이어진 범퍼는 마치 철판 하나로 만들어진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LED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 역시 여전히 세련됐다.
그에 반해 옆면 디자인은 다소 밋밋하다. 창문 테두리와 사이드스커트, 미러 아래쪽, 손잡이 등에 크롬이 적극적으로 사용됐지만 현대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나마 어두운 회색의 커다란 21인치 휠과 가라앉은 듯이 낮은 보닛 라인, 패스트백 스타일 루프 라인이 스포츠 세단의 느낌을 살렸다.
뒷면도 마찬가지다. 테일램프를 이어주는 크롬 장식과 트렁크 리드에 붙어있는 카본 소재의 스포일러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멋을 부리지는 않았다. 스포일러는 자그마해 얼마나 다운포스에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감성을 더해주기에 충분하다.
문을 열면, 거대한 센터 디스플레이에 압도된다. 업무용 노트북보다도 훨씬 큰 17인치 화면에 눈이 시원하다. 화면이 운전자 쪽을 향해 살짝 틀어져 있어 보기도 좋고 조작하기도 편하다.
디스플레이에서는 공조 장치부터 실내·실외 조명, 서스펜션, 주행 모드, 오토파일럿, 회생 제동 강도, 사이드미러, 적산 거리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차량 내 대부분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공조 장치는 스티어링 휠 다이얼을 통해 온도를 설정할 수 있게 만들어 운전 중 집중력을 잃지 않게 배려했다.
공조 장치에는 외기·내기 외에도 생화학 무기 방어 모드가 있다. 이는 실내 양압을 형성해 탑승자를 보호해준다. 이처럼 소위 ‘양키 센스’라고 불리는 미국식 유머 코드 혹은 일론 머스크의 괴짜적인 면모가 곳곳에 숨어있다. 예를 들면, 오토 파일럿 활성화 시 가장 적극적으로 차선을 변경 하는 설정의 명칭은 ‘매드맥스(MAD MAX)’다. 또한, 가장 강력한 주행 모드인 ‘루디크러스 플러스’를 실행할 때 승인·취소 버튼은 ‘까짓것, 한번 해 봅시다!’와 ‘아니요, 엄마한테 물어볼래요’로 표시된다.
실내는 가격에 걸맞게 고급스러운 소재가 사용됐다. 처음엔 버튼 없이 덩그러니 놓인 화면이 단조로운 느낌이었지만, 추가 사양으로 제공되는 나무 장식이 단조로움을 여백의 미로 끌어올린다. 실내 곳곳이 고급스러운 촉감의 가죽으로 마감해 여기저기 손맛도 좋다.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에 발을 얹었다. 별도 시동 버튼 없이 브레이크 페달만 밟아도 차량이 깨어난다. 무척이나 직관적이다.
모델 S 퍼포먼스는 앞·뒤축에 각각 모터가 탑재되어 사륜구동 시스템을 구성한다. 테슬라는 세부적인 모터 사양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국내 인증 자료에 따르면 앞축 모터는 298마력(ps), 뒤축 모터는 517마력(ps)의 성능을 발휘한다. 국내 도입 당시 주행 가능 거리는 480km로 인증받았지만,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 거리는 510km를 넘어선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루디크러스, 루디크러스 플러스 등이 있다. 일상 주행에서는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만으로도 충분히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회생 제동 정도와 정지 모드를 각각 설정할 수 있어 시내에서는 원페달 주행을, 고속도로에서는 관성 주행을 골라 탈 수 있다.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로 설정하면 차는 사나운 야수로 돌변한다. 에어 서스펜션 설정부터 가속 페달 반응 까지 금새 땅을 박차고 나갈 준비를 한다. 배터리도 최적화된 성능을 뿜어낼 수 있도록 적당히 달아오른다. 이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갈 정도로 강하게 튀어나간다.
테슬라가 공개한 0-100km/h 가속 성능은 2.5초다. 가격이 두 배에 가까운 타이칸의 최상위 모델인 터보 S보다도 0.3초 빠르다.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평가할 때 숫자로 표시된 스펙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 왔지만, 모델 S는 숫자가 확실히 체감된다.
단,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는 기어 박스 및 모터 수명에 좋지 않다는 무시무시한 경고 문구가 표시된다. 심리적 압박 때문에 자주 사용하진 못하겠다. 더욱이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배터리 가열에만 한시간 넘게 소요된다.
모터그래프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마포구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약 130km를 달린 후, 돌아오는 길에 가평에 위치한 슈퍼차저에 들렀다.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246km이며 배터리 잔량은 45%이다. 가평 슈퍼차저는 최초 30분 1000원, 이후 10분당 500원을 추가 지불해야 하는 유료 주차장 안에 있다.
내비게이션 목적지가 슈퍼차저일 경우 차량 스스로 도착 시간에 맞춰 배터리를 충전에 적합한 온도로 조절한다. 이 때문에 충전기를 연결하면 차량과 잠시 통신한 후 바로 최고 출력으로 충전할 수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슈퍼차저의 충전 상태는 약 110kW이다. 슈퍼차저는 최대 120kW까지 출력을 지원하지만, 추운 날씨에 제약이 걸렸다. 더욱이 배터리의 80%까지만 110kW 속도로 충전되고, 80%를 넘어서면 30~40kW까지 속도가 줄어든다.
기다리는 동안 17인치 디스플레이는 훌륭한 장난감으로 변신한다. 트위치, 유튜브, 넷플릭스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은 물론, 웹서핑까지 가능하다. 초기 로딩이 길지만 충전 대기 시간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정확히 한 시간을 충전한 후 배터리 잔량은 86%이다. 주행 가능 거리는 470km까지 늘어났다.
생각보다 충전이 빨라 장거리 운전을 계획했다. 서울에서 광양까지 왕복 약 700km 거리다. 다음날 배터리 잔량이 78%, 주행 가능 거리는 428km인 상태에서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어진 장시간 운전에 오토 파일럿은 큰 도움이 됐다. 방향지시등 레버 밑에 작게 숨어있는 오토 파일럿 레버를 한 번 당기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두 번 당기면 오토 스티어까지 적용된다. 차량 설정에서 오토 파일럿 내비게이션까지 켜면, 첨단 주행 보조 사양은 모두 활성화된 셈이다.
속도 기반 차선 변경 모드가 ‘보통’일 경우 운전대에 손만 얹고 있으면 차량이 모든 주행을 알아서 해준다. 앞차가 느리게 간다 싶으면 차선 변경을 권유하고, 방향 지시등만 켜준다면 스스로 추월 차선으로 이동한다. 추월이 끝나면 다시 주행 차선으로 변경할 것을 권유해주기까지 한다. 고속도로 진출로가 가까워지면 끝 차선으로 이동할 것을 추천한다. 이때도 방향지시등만 켜면 된다. 끝 차선을 달릴 때는 차량이 스스로 방향지시등을 켜고는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놀라지 않게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했다.
제네시스 GV80에서 경험해본 자동 차선 변경과는 느낌이 다르다. GV80은 여러 조건을 따져 안전할 때만 차선을 바꿔준다면, 모델 S는 앞·뒤·옆 차량과의 거리를 조절해 안전한 상황을 만든 다음에 차선을 바꿔준다. 차선 이동을 완료할 때까지 방향지시등은 6~7번 깜빡인다.
약 190km를 달려 논산 슈퍼차저에 도착했다. 논산 슈퍼차저는 호남고속도로 논산 IC 바로 앞, 천안논산고속도로 연무 IC에서는 10분 거리에 있다. 주차비는 무료다. 남은 배터리는 22%, 주행가능거리는 122km. 날씨가 영하인 데다 시내 주행 없이 고속도로만 쭉 달리다 보니 실제 주행한 거리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 상태에서 정확히 한 시간 충전을 진행했다. 충전 후 배터리는 95%, 주행 가능 거리는 522km까지 채워져 다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후 156km를 더 달려 목적지인 광양에 도착했다. 남은 배터리는 52%, 주행 가능 거리는 286km다. 다시 서울로 떠나기 위해서는 충전을 해야 하지만, 광양에서 가장 가까운 슈퍼차저는 광주에 있다. 광주 도심을 들른다면 서울까지 한참 돌아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테슬라 오너라도 항상 슈퍼차저만 찾아다닐 수는 없는 법이다. 최근 테슬라 차량 판매가 급증하며 서울 내 슈퍼차저에서는 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여러 계산 끝에 환경부 급속충전기에 충전하기로 결심했다.
환경부 급속충전기는 플러그 규격이 달라서 차량에 직접 연결할 수는 없다. 테슬라코리아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차데모 어댑터를 이용해야 한다. 충전 속도가 더 빠르고 표준 규격인 DC콤보 어댑터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다. 테슬라코리아가 DC콤보 어댑터 인증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는 만큼 빠른 도입을 기대한다.
차데모 어댑터는 무거워서 아래로 축 처진다. 차량에 흠집이 나거나, 연결 부분이 부러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래도 걱정과 달리 충전은 잘 된다. 400V 100A, 즉 40kW 속도로 충전된다. 단순 계산 시 한 시간 충전에 약 200km를 달릴 수 있다.
환경부 급속충전기의 충전 제한 시간인 40분이 지난 후 배터리 잔량은 74%, 주행 가능 거리는 405km까지 늘었고, 충전 요금은 7435원이 청구됐다. 다시 배터리 잔량이 충분해졌으니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는 중간 지점인 논산이 아닌, 더 멀리 있는 천안 슈퍼차저를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다시 열심히 달렸다.
고속에서 전기차 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내비게이션상 남은 거리보다 계기판상 주행 가능 거리가 더 빠르게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목적지인 천안 슈퍼차저까지 120km가 남은 상태에서 주행 가능 거리가 200km나 남아있는데도 차량은 속도를 줄이지 않을 경우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온다. 놀란 마음에 곧바로 히터를 끄고 속도도 약 10% 줄였다.
천안 슈퍼차저는 경부고속도로 목천 IC 인근에 위치한 리조트 주차장 안에 있고, 주차비는 무료다. 남은 배터리는 12%, 주행가능거리는 63km다. 광양에서부터 총 248.5km를 달려 겨우 천안 슈퍼차저에 도착했다.
천안에서도 정확히 한시간 동안 충전했다. 배터리양은 83%, 주행가능거리는 459km까지 늘었다. 이후 마지막 목적지인 서울 청담동으로 향했다.
천안 슈퍼차저에서 100km를 더 달려 청담동에 도착한 후 배터리는 59%, 주행가능거리는 326km인 상태에서 시승을 마쳤다. 종합하자면 총 935.8km를 달렸고, 221.8kWh의 전기를 소모했다. 이에 따른 평균 연비는 4.69km/kWh(237Wh/km)로, 표시연비(4.2km/kWh)와 비교하면 약 11.7%나 우수하다. 900여km를 달리며 소요된 충전 시간은 총 3시간 40분이다. 최대 250kW 속도로 충전하는 V3 슈퍼차저가 국내 도입된다면 충전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영하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에 히터를 켠 채 스포츠 및 루디크러스 모드를 자주 사용했고, 전기차가 취약한 고속도로에서 주로 달렸음에도 모델 S는 기대 이상의 주행 능력을 보였다.
단언컨대 테슬라 모델 S는 8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혁신적이다. 1시간 충전으로 500km를 달리고, 2.5초 만에 100km/h까지 도달한다. 더이상 무엇을 증명해야 할까. 일단 타보고 이야기하자.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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