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타이칸·모델3·e-208, 전기차 3색 매력 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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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전기차 모델이 출시되면서 예비 오너들의 행복한 고민이 늘고 있다. 기존 브랜드들은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노하우를 전기차에 녹여내며 공격적인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고, 신생 브랜드들도 전동화 시대를 맞아 다양한 신차를 쏟아내고 있다.
모터그래프 세 명의 기자가 2021년 기준 국내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장 특색있는 전기차 3종을 모았다. 가장 빠른 전기차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성능과 주행거리 모두를 잡은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그리고 B세그먼트 시티카의 대명사 푸조 e-208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한발짝 다가온 전동화 시대의 선구자적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 전동화 시대에도 명성은 계속된다…포르쉐 타이칸 터보 S
포르쉐가 만든 전기차. 이 한마디로 타이칸의 모든 것이 정의된다. 전동화 시대에 스포츠카 브랜드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포르쉐는 과급기와 전혀 관계없는 전기차임에도 '터보'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포르쉐에게 있어 터보란 단순히 과급기를 뜻하는 것이 아닌, 한 모델의 최상위 라인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네이밍 기법은 7세대 911 부분변경 모델(991.2)부터 시작됐는데, 모든 라인업에 터보 차저를 탑재하고도 오직 최상위 모델에게만 '터보' 배지를 달아줬다.
둥글둥글한 외관은 한 눈에 봐도 포르쉐 패밀리임을 강조한다. 파나메라와 비교해 전장은 85mm 짧은데, 전고는 45mm 낮고 전폭은 30mm 넓다. 본격적인 스포츠카의 자세가 나온다. 포르쉐의 다른 내연기관차와 달리, 상위 모델이라고 더 특출나게 꾸민 곳은 없다. 단순한 시행착오일지,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일지는 두고봐야겠다.
굳이 옥에티를 찾자면 번호판을 꼽을 수 있겠다. 파란색 전기차 전용번호판이 디자인을 해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시승차에 적용된 프로즌블루 컬러는 번호판과 의도치 않은 '깔맞춤'을 선보인다.
타이칸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실내였다. 4도어 세단인만큼 파나메라 혹은 카이엔의 이미지를 기대했는데, 실상은 스포츠카인 911과 판박이다. 계기판의 형상과 낮은 시트포지션, 여기에 적절히 부족한(?) 수납공간까지 마치 911의 롱 바디 버전을 타고 있는 듯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흘끗 보이는 돌출형 보닛은 감성마력을 한껏 높여준다.
대부분의 조작은 터치 디스플레이로 한다.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면서 동시에 깔끔한 실내를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직관성은 다소 떨어지는데, 특히 에어컨 송풍 방향도 터치로 조작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투머치'다. 150만원을 내면 조수석에도 디스플레이를 설치할 수 있다. 실용성은 큰 의미가 없지만, 차량이 훨씬 비싸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름에 걸맞은 달리기 실력이야말로 타이칸 터보 S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상시 625마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오버부스트 시 761마력, 최대토크는 무려 107.1kgf·m가 뿜어져 나온다.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은 또 어떤가. 페달을 톡톡 밟으면 박자에 맞춰 동승자의 머리가 앞·뒤로 요동친다. 마치 전자제품의 전원을 껐다 켜듯,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속도를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다. 무지막지한 출력과 칼로 잰 듯한 반응속도에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에어 서스펜션과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 카본세라믹 브레이크(PCCB) 등 포르쉐가 자랑하는 다양한 주행보조장치들이 몽땅 들어갔다. 포르쉐 스포츠카의 주행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타이칸은 국내출시 당시 주행거리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터보 S 기준, 유럽에서는 1회 충전 시 412km 주행거리를 인증받았지만 국내에서는 289k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수입 전기차들이 대한민국 환경부 인증을 거치며 주행거리가 감소하는 경우는 흔했지만,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막상 배터리를 충전하면 300km가 훌쩍 넘는 숫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실주행도 마찬가지다. 크게 연비를 신경쓰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한 거리였다. 특히 에코모드에 해당하는 '레인지'를 체결하면 400km가 넘는 주행거리를 보였다. 포르쉐와 환경부 간 인증방식의 차이가 크다는 반증일까.
힘도 센데 먹는 것도 잘한다. 최근 현대차가 선보인 E-피트 충전소에서 실험해본 결과, 220kW 속도로 12%에서 80%까지 약 19분만에 충전을 마쳤다. 20분만에 300km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포르쉐라는 브랜드가 주는 가치와 넘쳐흐르는 성능, 여기에 부족함 없는 편의사양까지. 타이칸 터보 S는 모든 걸 갖춘 친환경 시대의 '엄친아'다. 지금까지 나온 전기차를 통틀어서 단 한대만 꼽으라하면 주저없이 이 차를 선택하겠다. 문제는 역시나 가격이다. 가진게 많은만큼 가격도 비싸다. 타이칸 터보 S 기본 가격은 2억3360만원, 여기에 수 많은 옵션이 더해진 시승차 가격은 2억6130만원에 달한다.
# 주행거리가 전부는 아니다? "그건 핑계지!"…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많은 이들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두고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고 한 번 충전으로 400km를 넘어 500km까지 달릴 수 있는 테슬라가 등장하자 이제는 "전기차에게 주행거리가 전부는 아니"란다. 테슬라는 늘 그런 존재였다. 많은 것을 이뤄내도 사람들은 늘 또 다른 트집거리를 찾아냈다.
결국,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빼어나져야 했고, 테슬라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지구력과 짧은 거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는 민첩함, 거기에 가성비까지 겸비한 모델3를 내놓았다. 테슬라의 라인업 중 가장 작고 저렴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막내다.
단정한 외모에 강력한 힘을 지녔다. 히어로 슈트를 양복 안에 숨겨놓고 사는 슈퍼맨의 느낌이랄까. 2021년형 리프레시 모델은 차량 전체를 두르고 있던 크롬을 삭제하고 매트 블랙 장식으로 바꾸며 고급스러운 멋을 한층 살렸다.
안에는 화려한 커브드 디스플레이도, 동승석 승객을 위한 제2의 디스플레이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에 위치한 단 하나의 15인치 터치스크린만으로 그 어떤 전기차보다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아무리 다이내믹한 전기차도 충전 시간의 지루함을 피할 수는 없는데, 모델3의 15인치 디스플레이는 그 시간을 인터넷 서핑이나 동영상 시청으로 훌륭하게 채워준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3.3초 만에 도달하는 뛰어난 달리기 실력을 지녔음에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80km에 달하는 모순적인 자동차다(좋은 쪽으로). 아무리 다른 차들이 "전기차에게 주행거리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외치며 각각의 장점을 내세우더라도 모델3 계기판에 찍혀있는 480km라는 엄청난 숫자 앞에서는 한낱 변명에 불과해진다.
풀 셀프 드라이빙(FSD) 역시 강점이다. 교통 상황에 맞게 속도 조절은 물론, 앞차가 느리다 싶으면 차선을 변경해 추월하고 이를 마치면 다시 원래 차선으로 돌아간다. 간선도로나 고속도로에서 마지막 차선을 달리고 있을 때는 스스로 빠져나가기까지 하니 스티어링 휠을 잘 붙잡고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
다만, 매번 지적받는 부실한 마감은 언제쯤 고쳐질지 모르겠다. 특히, 눈에 보이는 단차는 정말 기본적인 부분 아닌가. 테슬라가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지 벌써 13년이 넘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무려 38만6000여대에 달한다. 더 이상 '자동차를 만든 경험이 짧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이젠 가격과 판매 규모에 걸맞은 품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회생제동의 작동 여부나 강도를 조절할 수 없다는 점도 불만이다. 주행거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속도로에서조차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모델3는 급하게 멈춰 선다. 사실상 오토파일럿이나 FSD를 강제하는 느낌이다. '자유의 나라' 미국과 어울리지 않는다.
# 출퇴근길에 만끽하는 소확행! 푸조 e-208
우리가 전기차에 기대하는 것들을 나열해보자. 긴 주행거리, 폭발적인 가속 성능, '지금의 미래'로 요약할 수 있는 첨단 신기술들이 대표적이겠다. 그런데 우리는 전기차 이전에 '자동차'를 선택하는 거다. 위의 조건들만을 보고 차를 살 수만은 없는 일이다.
긴 주행거리와 폭발적인 가속 성능은 '더 많은 배터리'를 필요로 한다. 이는 차량 가격 상승과 충전 시간 증가로 귀결된다. 배터리가 많아져 차체가 무거워질수록 효율은 더 떨어지고, 결국 더 많은 배터리를 얹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타이칸은 너무 비싸다. 좋은 차라는 건 알지만, 일상적으로 타기엔 부담스럽다. 모델3의 넉넉한 배터리팩은 긴 충전 시간을 요구한다. 매일 30~40km 정도를 운행할 만큼의 적당한 성능을 갖춘 전기차를 찾는다면 두 모델은 분명 과하다.
그런 점에서 푸조 e-208은 시티카로 고려할만한 좋은 후보군이다. 작은 차체를 바탕으로 좁은 길이나 도심을 주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충분한 가속 성능은 출·퇴근길을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토션빔 구조의 서스펜션은 이 급에 꼭 맞는 탄탄한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B세그먼트 해치백 시장이 전멸한 지금, 보기 드문 잘 만든 해치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 있다.
주행거리는 국내 기준 244km, 복합 연비는 4.4km/kWh다. 요즘 나오는 전기차에 비해 초라한 건 사실이지만, 실 주행에서 체감되는 효율이 기대 이상이다. 에어컨을 켜고 고속도로를 주행해도 트립컴퓨터에 기록되는 연비는 6~7km/kWh 정도. 제한 속도 70km/h인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두 배에 육박하는 8.4km/kWh까지 치솟는다. 그대로 정속 주행만 이어간다면 300~400km는 거뜬히 주행할 수 있는 데다, 일주일 내내 충전 걱정도 없겠다.
충전 이야기가 나오니 짚고 넘어갈 대목이 또 있다. 타이칸을 시승한 권지용 기자, 모델3를 시승한 신화섭 기자는 시승 내내 슈퍼차저와 초급속 충전 시설들을 찾아다니기에 바빴다. 곳곳에 있는 급속 충전기로는 충전 속도가 성에 차지 않아서다. 반면 e-208은 환경부 급속 충전기만으로 10% 배터리를 80%까지 채우는데 30분도 소요되지 않았다. 넉넉한 배터리와 주행거리보다는 최적화된 배터리로 얼마만큼의 효율을 뽑아내는지가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다.
보이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인스팅트 콘셉트와 508에서 시작된 고유의 디자인 언어는 밋밋할 수 있는 B세그먼트 해치백에 위트와 역동성을 가미해 준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긴 주간주행등을 비롯해 볼륨감과 입체감을 강조한 후면부 형상은 특별함을 더한다. 덕분에 소형차임에도 다부진 체격이 인상적이다.
실내는 프랑스차 특유의 창조성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아이콕핏이 대표적이다. 콤팩트 스티어링 휠 위쪽으로 3D 디지털 클러스터를 위치시켜 시야감을 키웠다. 디스플레이는 운전자 쪽으로 틀어져있어 조작하기 편안하고, 2단 트레이 형태로 구성된 센터페시아 수납공간도 실용적이다.
푸조 e-208은 도시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위한 차다. 짧은 주행거리가 무색한 뛰어난 효율이 가장 큰 강점이다. 해치백이라는 장르에서 오는 실용성과 푸조만의 뛰어난 핸들링 실력도 재미를 더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회사와 집을 반복하는 지루한 일상에서 '소확행'을 주기에 충분하겠다. 국산 전기차를 구입할 가격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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