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코나 일렉트릭, 또 한 번의 기회를 잡다
컨텐츠 정보
- 635 조회
- 목록
본문
“B 세그먼트 SUV 시장은 글로벌 메이커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시장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성급한 진출보다는 고객과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최적의 기술, 뜨거운 열정을 담아 코나만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인 2017년 6월 13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코나’ 발표회에 등장한 정의선 회장(당시 부회장)이 코나를 직접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신차발표회에 정의선 회장이 모습을 나타내는 경우도 흔치 않지만, 신차에 대해 직접 설명에 나선 일도 기자들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그만큼 현대자동차에서 코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는 기세를 몰아 2018년 1월에 순수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을 내놨다. 그해 판매목표는 1만2000대 이상. 그런데 계약 시작 한 달 만에 1만8000대 이상이 예약돼 접수를 중단했다. 그 정도로 코나의 인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2019년 중순부터 발생한 화재 사건이 이 차의 발목을 잡았다. 원인을 분석한 현대차와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관련 결함으로 보고 대규모 리콜을 시행했다. 완성차 업체의 리콜은 뼈 아픈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4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현대차는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을 내놨다. 내연기관을 설계하고 거기에 맞춰서 전기차를 만들었던 1세대와 달리, 2세대 모델은 처음부터 전기차를 먼저 고려해 설계한 차다. 무엇이 달라졌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멀리 속초로 달려갔다.
◆새롭지만 낯설다
현대차는 스타리아부터 일자형 주간주행등을 일관되게 선보이고 있다. 신형 그랜저가 그랬고, 부분 변경 쏘나타가 그랬으며 이번 신형 코나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여러 차종이 나왔음에도 아직 앞모습은 적응하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미래지향적인데, 또 어떤 면에서는 성의가 없고 지나치게 단순해 보이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보면 현대차임을 직감하겠지만, 차종별 구분은 잘 안 되는 느낌이다. 코나 내연기관과 비교하면 범퍼 하단에 픽셀 그래픽을 넣어 차별화한 정도다.
헤드램프는 범퍼 코너에 몰아 배치했다. 현대차가 최근 ‘애용하는’ 방식이다. 일관된 패밀리룩으로 이어가는 건 좋은데, 좁은 골목에서 회전할 때 헤드램프가 파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초보운전자라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인테리어는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연결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칼럼 타입 전자식 변속기, 오픈형 콘솔 스토리지 박스 등을 모두 공유한다.
2열 시트를 접으면 바닥이 완전히 평평해진다. ‘차박족’들에게 크게 환영받을 구성이다. 보닛 아래에는 27ℓ의 알찬 ‘프렁크’가 마련된다. 트렁크가 부족할 때 작은 가방을 넣으면 딱 좋다.
◆주행거리에 따른 다양한 선택지
1세대 코나 일렉트릭이 등장 때 눈길을 끈 건 400㎞가 넘는 1회 충전 주행거리였다. 그러나 일련의 화재 사태를 겪고 난 이후 무리한 주행거리 늘리기보다는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모두가 깨달았다. 신형 코나는 그 깨달음과 철저한 분석 이후에 나온 차다.
신형 코나는 48.6㎾h의 배터리를 단 스탠더드 모델과 64.8㎾h 배터리를 단 롱레인지 두 가지로 나온다. 시승차는 롱레인지 인스퍼레이션 트림으로, 보스 사운드, 파킹 어시스트, 와이드 선루프, 빌트인 캠, 에코 패키지가 추가된 모델이다. 세제 혜택 전 기준으로 5603만6860원이다. 옵션을 더하기 전 가격은 스텐더드가 4654만5660원(개소세 3.5% 기준, 이하 동일)이고 롱레인지 프리미엄은 4968만2160원, 인스퍼레이션은 5323만6860원이다.
각 모델은 배터리 용량에 따른 주행거리의 차이(복합 기준 스탠더드 311㎞, 롱레인지 368~417㎞)뿐 아니라 최고출력도 차이를 보이는데, 스탠더드가 135마력(99㎾), 롱레인지가 204마력(150㎾)이다. 스탠더드 모델도 도심 344㎞, 고속도로 270㎞의 인증 주행거리를 갖춰서 일상적으로 타기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장거리 주행이 많은 이라면 돈을 조금 더 주고 롱레인지 모델을 사는 게 속 편하다.
현대차는 한 집안 경쟁자인 기아 니로 EV와의 차별화에도 신경을 썼다. 니로 EV는 64.8㎾h 배터리 단일 기종만 나오고, 가격은 세제 혜택 전 기준으로 5076만~5353만원이다. 또한 니로 EV는 휠 사이즈가 17인치 한 종류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17인치, 19인치 두 가지가 마련된다.
◆더 부드럽고 조용해졌다
신형 코나 일렉트릭은 최고출력이 1세대 모델과 같은 204마력이지만, 공차중량은 35~55㎏ 무거워졌다. 17인치끼리 비교하면 35㎏ 무거워진 것인데, 혼자 탔을 때는 큰 차이가 안 느껴진다.
센터페시아에 달린 주행모드는 에코-노멀-스포츠 순으로 조절된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노멀 모드로도 매우 만족스러운데,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차체의 반응이 훨씬 빨라진다.
고속에서 인상적인 건 정숙성이다. 구형보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윈드 노이즈)이 훨씬 줄어서 실내가 더욱 고요해졌다. 실내가 조용하므로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60만원)를 고르면 만족도가 더욱 커진다. 이번 시승 때도 빵빵한 사운드 덕에 장거리 주행이 지루하지 않았다.
타이어는 두 종류다. 215/60 R17 넥센타이어는 프리미엄에 기본 장착이고, 235/45 R19 금호 마제스티9 타이어는 인스퍼레이션에 기본 장착된다. 프리미엄 모델은 스타일2 옵션을 고르면 19인치 휠 & 타이어와 풀 LED 램프 등이 함께 장착된다. 17인치 타이어는 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19인치 타이어의 접지력과 승차감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특히 흡음 기능은 19인치에만 있다는 것도 참고하면 좋겠다.
인증 전비는 17인치 기준으로 도심 6.1, 고속도로 5.0㎞/㎾h다. 덩치가 조금 더 큰 기아 니로 EV는 각각 5.9, 4.8로 코나보다 살짝 떨어진다. 니로 EV는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과 트렁크가 강점이고 코나 일렉트릭은 민첩함과 전비가 강점인 만큼, 각자 목적에 따라 선택하면 되겠다.
신형 코나 일렉트릭이 등장하면서 고객들은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전비, 다양한 실내 활용성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1세대 모델 같은 큰 결함만 없다면 국내외에서 좋은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 RPM9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