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CT6 3.6 AWD 플래티넘 (REBORN CT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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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6,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웰메이드(Wellmade) 세단’이 아닐까 싶다.
실내를 보자. 캐딜락 라인업의 기함급 모델인 만큼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썼다. 공간도 충분히 넓고 각종 편의 장비도 잘 갖춰져 있다. 편안함과 달리는 즐거움 사이에서 조율된 서스펜션도 만족감이 높다. 여기에 캐딜락 특유의 존재감, 가격 대비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내 소비자들도 이러한 부분에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국내에서 캐딜락을 구입하는 소비자 중 절반 정도가 CT6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지난 2018년 동안 캐딜락 브랜드는 총 2101대를 팔았다. 이중 CT6가 45%에 해당하는 951대나 판매됐다. 그만큼 CT6는 캐딜락코리아가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CT6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 것이 특징. 캐딜락도 이번 모델이 새롭게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아 ‘REBORN CT6’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로운 CT6가 캐딜락의 기대에 부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새로운 CT6를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멋지다”라는 말이 나온다. 원래 캐딜락 브랜드의 모델들은 특유의 디자인 덕에 존재감이 상당하다. 또한 길 위에서 그 존재감이 크게 부각된다. 한층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거듭나니 존재감도 강화된 모습이다. 특히 흰색의 CT6는 디자인에서 발산되는 매력이 크게 부각된다. 참고로 우리 팀의 누군가는 ‘캐딜락은 화이트 컬러가 진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팀이 GM 계열 차량의 디자인에 대해 호평한 것이 얼마만 일까? ‘기능을 기반으로 한 형태’를 강조하는 GM 차량들은 이따금 이해하기 힘든 디자인을 내놓기도 한다. CT6는 캐딜락이 꽤나 공들여 만든 차라고 자랑하던 모델이었다. 하지만 초기형은 CTS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갖췄었다.
캐딜락 하우스 서울에 전시되었던 에스칼라 컨셉트카
하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는 아우라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만족감을 높였다.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2016년 공개된 에스칼라(Escala) 컨셉트카의 디자인 요소를 따른다. 여담이지만 에스칼라는 강남에 위치한 캐딜락 하우스 오픈에 맞춰 한국 땅을 밟은 적 있는 컨셉트카다. 더욱이 이 컨셉트카는 파워트레인도 제대로 갖춰져 주행도 가능했다.
헤드 램프는 ‘ㄱ’자 형태다. 세로줄 주간 주행등을 유지하면서 헤드라이트 부분이 차지하는 면적을 키웠다. 덕분에 이색적인 눈매를 갖게 됐다. 그릴 디자인도 달라졌다. 점선 형태가 그릴을 구성하고 있는데, 자세히 바라보면 캐딜락을 상징하는 5각형이다.
범퍼의 디자인도 크게 달라졌다. 헤드램프 하단에 공기흡입구 디자인을 추가하고 범퍼 하단 모습도 바꿔 새로운 인상을 갖도록 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 측면부 실루엣이 기존과 같다. 반면 새로운 범퍼 디자인 덕분에 전체 길이는 기존 대비 42mm 길어졌다. 휠베이스(축간 거리)는 변화가 없다. 휠은 트림에 따라 19인치와 20인치가 쓰인다.
후면부 디자인도 달라졌다. 전면부처럼 ‘ㄱ’자 형태의 리어램프를 달았고 굵은 크롬 장식으로 멋을 냈다. 트렁크는 리어 스포일러 역할을 하도록 다듬었다. 범퍼에는 4개의 원형 머플러가 노출형으로 달린다. 이 부분만 봐도 타사의 기함급 세단보다 젊은 느낌이 크다.
캐딜락의 최상급 모델답게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썼다. 외관에 적용된 조명은 모두 LED다. 사용된 LED 개수만 200여 개가 넘는다. 야간에 CT6에게 다가가면 헤드램프와 실내, 도어에 조명이 들어온다. 타사에도 있는 기능인데, 특유의 외관 디자인 덕분에 더 감각적이다.
차량 뒤쪽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트렁크 하단부 근처에 캐딜락 엠블럼 조명이 나타난다. 단순히 멋을 낸것이 아니다. 이 부분에 발로 차는 움직임을 취하면 전동식 트렁크가 작동한다. 트렁크 오픈을 위한 센서 인식 부분을 센스 있게 표현한 것이다. 아마 타사에서도 이를 벤치마크할 것 같은데, 향후 트렌드가 될 것 같다.
그동안 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트렁크를 자동으로 열어주는 차들은 많았다. 하지만 트렁크 하단 어느 부분에 센서가 있는지 알기 힘들어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발을 차거나 휘저어도 센서가 없는 부분에 시도한다면 그저 운동에 불과할 뿐이다.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키만 소지한 상태서 트렁크 근처에 수 초간 머물 때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리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원치 않을 때 열리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CT6의 것은 엠블럼에 맞춰 발을 넣고 빼면 끝이다. 편하다.
실내는 기존과 유사하다. 하지만 부족함은 크지 않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을 비롯해 천장까지 모든 부위를 고급 소재로 덮었다. 메르세데스-벤츠 S560도 천장은 직물 소재를 쓴다. CT6 수준의 마감을 원한다면 AMG나 마이바흐 모델을 택해야 한다. 물론 CT6가 S-클래스와 맞먹는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고급 소재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급 가죽은 물론이고 원목, 알루미늄, 마그네슘, 카본도 쓰였다.
실내에도 일부 변화가 생기긴 했다. 기어 변속 레버 주변이 변한 것. 기계식 대신 전자식 기어 레버를 사용하며 터치패드 대신 로터리 다이얼을 달아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로 쓴다. 이에 맞춰 일부 버튼들의 자리도 옮겨졌다.
이에 불편함도 생겼다. 주행모드 변경 버튼과 ESP 해제 버튼, 오토홀드 버튼이 기어 변속 레버 앞에 위치하게 된 것. 물론 자주 사용하는 버튼은 아니지만 사용할 때 변속 레버에 걸려 불편하다. 로터리 다이얼은 기존 터치패드 방식보다 직관적이다. 하지만 조작 감각이 고급스럽지 않다. 보완이 필요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UE(Cadillac User Experience)도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UI도 조금 달라졌는데 완전히 새로운 인상은 아니다. 캐딜락만의 테마인 푸른색을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이 같기 때문. 하지만 한층 빨라진 반응성이 눈에 띈다. 먼저 시장에 나온 쉐보레 모델들을 통해 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응한 만큼 놀라움은 덜하지만 빠른 반응이 경쟁력임은 분명하다.
플래그십 세단답게 시트 구성도 뛰어나다. 앞좌석은 최대 20가지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전 좌석 통풍과 열선, 마사지 기능을 지원한다. 마사지 기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코스는 총 15가지. 꽤나 신경을 썼다. 단순히 진동만 주는 타입이 아니라 지압봉으로 꾹 눌러주는 느낌이라 의외로 시원하다. 자동차 시트라는 한계 속에서도 최대한의 성의를 느끼게 해준다.
기능 부분에도 변화가 있다. 열 감지 카메라를 활용해 야간에 전방 상황을 확인하게 해주는 나이트 비전 기능이 전 트림에 기본 장착됐다. 저속에서 사물을 확인할 때도 도움이 된다.
우리 팀은 기존 CT6를 테스트하며 후방 카메라와 전자식 리어 뷰 카메라의 화질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이 아쉬움이 해결됐다. 리어 카메라 미러(Rear Camera Mirror)는 화질이 개선되고 특히 야간 시인성이 크게 좋아졌다. 무엇보다 어두운 환경에서 후면 상황을 깨끗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밝기 조정을 비롯해 화면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기능도 추가됐으며, 위아래로 화면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활용성이 좋아진 만큼 사각지대 없는 환경에서 일반 거울을 활용할 때보다 약 3배 넓게 후방 상황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스마트폰 무선 패드도 보다 빠른 충전이 가능하도록 개선됐다. 다만 체감 속도 향상이 큰 편은 아니다. 서라운드 뷰,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연동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12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도 전 트림에 기본 사양으로 쓰인다.
대형 세단답게 뒷좌석은 넉넉하다. 최상급 트림인 플래티넘 모델에는 통풍과 열선, 마사지 기능과 시트 조절 기능이 탑재된다. 뒷좌석을 위한 2개의 10인치 디스플레이도 있다. 기능적으로 만족스럽지만 일부 기능에서 한계를 보인다.
뒷좌석 전동식 선셰이드는 후면 유리에만 적용된다. 측면 유리창은 수동으로 올렸다 내려야 한다. 또, 시트의 움직임에도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국산 대형 세단과 비교해도 움직임의 폭이 적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만회 시키는 요소가 있으니 사운드 시스템이다. 상급 모델인 플래티넘과 스포트 플러스 트림에는 보스의 파나레이(Bose Panaray)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34개의 스피커를 통해 화려한 음색과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파나레이 시스템은 보스 중에서도 최상급 라인업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시리즈에 해당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CT6만을 위한 전용 시스템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음악 장르는 클래식 혹은 신나는 댄스 음악이 어울린다. 특히 클래식을 들을 때 저 멀리서 들리는 미세한 현악기의 음색이 분리되어 들릴 만큼의 공간감이 인상적이었다. 반대로 저음 영역이 강조된 댄스 음악을 들을 때는 매우 박진감 있으면서 큰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하위 모델의 사운드 시스템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스피커 개수eh 10개고 센터포인트(Centerpoint) 기술도 지원한다. 참고로 현대차가 쏘나타를 내놓으며 센터포인트 기술이 쓰인다고 강조했는데, 사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대부분 모델에 채용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보스가 내세우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입체감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참고로 CT6의 보스 사운드 시스템에는 소음을 줄여주는 ANC(Active Noise Cancellation) 기능과 매력적인 엔진 음색을 강조해주는 ESE(Engine Sound Enhancement)이 지원된다. 덕분에 정숙한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자극적인 사운드를 만들어주는 것 모두가 가능하다.
아이들 정숙성은 37.0 dBA로 페이스리프트 전과 같았다. 조용함 이면에 6기통 3.6리터의 대배기량 엔진이 들려주는 기계적인 사운드가 은은하게 실내를 울린다는 장점도 있다. 시속 80km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의 정숙성은 56.0 dBA 수준으로 상당히 경쟁력 높은 정숙성을 갖추고 있다. 참고로 제네시스 EQ900 3.3T 모델이 57.0 dBA을 기록했다.
확실히 움직임이 가뿐하다. 주행을 하면서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경쾌함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새로운 CT6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1951 kg 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BMW 540i xDrive가 1826 kg이니 비교가 될 것이다. 참고로 제네시스 EQ900 3.3 T-GDi HTRAC은 2173.5 kg, 기아 K9 퀀텀이 2160.5 kg 수준이었다.
가벼운 무게를 위해 캐딜락은 많은 노력을 더했다. 이 부분은 제조사의 노하우와 연관된 것으로, 철저한 비밀이 유지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무게가 가벼워야 가속 성능, 제동 성능, 핸들링 성능, 연비 등 부분에서 경쟁사보다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볍게 만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쟁사의 신차에 맞서려면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차체 크기를 키워야 한다. 충돌 안전 성능도 중요하다. 소음과 진동을 낮추고 승차감도 좋게 만들어야 한다.
이에 캐딜락은 특수한 설계와 용접 방식을 CT6에 도입했다. 특히 전륜 펜더 부위와 후륜 구동축 안쪽에 부채꼴 형상의 구조물을 넣었다. 무게를 줄이면서 강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디자인이 사용된 것이다.
예전 기술 수준에 머물렀다면 35장의 금속을 겹쳐 용접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CT6는 이러한 형상 자체가 단일 부품으로 구성된다.
또 한가지 금속이 아니라 알루미늄을 차체의 62%까지 사용하고 나머지는 11가지 복합 소재를 활용해 플랫폼을 만들었다. 무게를 줄이면서 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승차감을 비롯해 소음과 진동을 잡기 위해 여러 성질의 금속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금속을 활용하지 않았다면 차체 무게가 100 kg은 늘었을 것이라는 것이 캐딜락의 주장이다.
성격이 서로 다른 11가지 금속을 연결하고 붙이기 위해 다양한 특허 기술도 개발했다. 또한 완성도 검증을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20만 번,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5천만 시간에 해당하는 노력도 보탰다.
덕분에 6기통 3.6리터 엔진과 4륜 시스템, 풀옵션에 해당하는 많은 편의 장비를 탑재했음에도 2톤 미만의 무게를 갖게 된 것. 또한 캐딜락은 효율성 강화를 위해 새로운 10단 변속기를 CT6에 이식했다. 이는 가속 성능과 연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우선 가속 성능부터 확인하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6.70초. 기존 모델이 7.28초였으니 꽤나 앞당겨진 기록이다. 이전 CT6 프리미엄은 6.70초라는 가속성능을 보였다. 기존 CT6 프리미엄과 100 kg 무게 차이를 이번 변속기가 극복해 낸 것이다. 이 변속기는 포드와 GM이 공동 개발한 것인데, 기존 대비 안정화되었다는 느낌이 짙다.
캐딜락이 쓰던 8단 자동 변속기는 꽤나 좋은 성능을 냈지만 신차일 때, 냉간 시 저속에서 가끔씩 쇼크를 전할 때가 있다. 사실 이 쇼크는 빠른 변속기 반응을 만들면서 발생되는 것인데 보통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쇼크가 나올 때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팀이 보유한 캐딜락 ATS를 예로 보자면 2.5만 km 이후 쇼크가 사라졌다. 반면 새로운 10단 변속기는 다양한 환경에서 만족감을 보였다. 이 변속기는 당분간 포드, GM의 주력 파워트레인이 될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체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가속력의 변화다. 덕분에 모든 장비를 갖춘 CT6 플래티넘은 꽤나 잘 달린다는 소리를 듣는 차들과 유사한 가속 성능을 갖게 됐다. 물론 기존의 CT6가 보여준 7초대 초반의 가속 성능도 느린 편은 아니다. 참고로 이 테스트는 고급 휘발유가 주유된 환경에서 진행됐으며, 우리 팀의 경험에 따르면 일반 휘발유가 들어가면 약 1초 또는 그 이상 시간이 지연된다.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편이다. 아무래도 댐퍼의 움직임이 짧은 MRC의 특성도 이 부분에 영향을 준다. CT6의 규정 공기압은 전륜 기준 32, 후륜에 35 PSI를 사용한다. 리어 쪽의 공기압이 높아질 경우 약간 튀는 성향이 나올 수 있는데, 만약 조금 더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원한다면 공기압을 낮추는 것도 좋겠다.
타이어는 20인치 규격이다. 컴포트한 성향을 지향하는 모델로는 다소 큰 사이즈다. 물론 최근 큰 사이즈의 휠을 사용하는 것이 대세라지만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19인치 휠을 마이너스 옵션으로 제공해 주면 좋겠다. 또한 CT6의 앞뒤 타이어는 모두 245mm라는 같은 규격을 사용하는데, 성능 중심으로 보기에도 조금 제한이 있다. 빠르게 코너링을 전개할 때 리어축이 살짝 밀려나는 경향이 나오기 때문. 타이어는 굿이어의 이글 투어링이라는 제품으로 일상 주행에 초점을 맞춘다. 즉, CT6의 모든 섀시는 운전자를 중심으로 운동성능에 초점을 맞추지만 타이어만큼은 일상 주행을 노린다는 점이 특이하다. 리어 타이어를 키우거나 경쟁사들처럼 프리미엄 스포츠 타이어만 써도 꽤나 좋은 성능을 낼 텐데.
타이어의 영향으로 코너링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살짝살짝 흐르는 리어 축의 움직임이 운전 재미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론 별걱정은 없다. CT6에 탑재된 4륜 구동 시스템이 꽤나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안정감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주행모드에 따라 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투어링 모드에서는 40:60 수준의 구동 배분을 보여준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20:80 수준으로 리어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준다. 4륜 구동이지만 후륜 차 같은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원인이다. 겨울철을 위한 스노우 모드에서는 50:50으로 구동력을 묶어 주는데, 빙판 등의 특별한 조건이 아니라면 투어링 모드로도 충분하다. CT6의 시스템은 안정감이라는 감각적 이점 보다 실제 안정감을 높이면서 주행 감각을 살리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보면 된다. 꽤나 탐나는 시스템이다.
핸들링은 좋다. 후륜 성향의 4륜 구동 시스템이 만드는 감각뿐 아니라 스티어링 시스템 자체가 보여주는 만족도 역시 충분하다. 대형급 세단이 가진 5m 이상의 차체 길이. 하지만 운전석에서 이를 체감하는 것은 주차를 할 때뿐이다. 요즘 차를 리프트에 올려 두고 하체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실 눈으로 보며 답을 낸다는 것에 대해 우리 팀은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다. 섀시의 존재 이유는 종합 성능에 있는 것이지 디자인처럼 들여 다 보라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 하지만 누군가가 CT6의 섀시를 보면 꽤나 놀라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서스펜션의 구조에.
앞서 MRC가 짧은 댐핑을 갖는다고 언급했다. 아무래도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이는 단단한 승차감을 만드는 1등 공신인데, 사실 모든 조건에서 단단함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MRC가 다소 불쾌한 승차감을 만드는 환경은 저속에서 작은 진동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환경이다. 가령 마감이 좋지 않은 도로를 저속으로 달릴 때 승차감이 아쉽다고 느끼게 된다. 반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승차감은 좋다. ‘이거 MRC 맞아?’ 하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속에서도 안정감과 동시에 적당히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 낸다. 즉, 저속 특정 조건에서의 승차감 저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이와 같은 환경에 자주 노출된다면 공기압 조정, 또는 컴포트한 성향의 타이어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영상을 플레이하면 MRC 서스펜션 설명 부분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제동력을 확인해 보자. 캐딜락의 제동력 시험은 안 해봐도 알 것 같다. V처럼 특별한 모델이 아니라면 대부분 38m를 전후하는 성능을 보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CT6도 그랬고, 이번 CT6도 역시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냈다. 제조사마다 타깃으로 잡는 제동거리가 있는데 캐딜락은 38m 전후로 잡은 것 같다. 참고로 일본계 제조사들이 다소 보수적인 모습인데, 토요타나 렉서스 모델들은 40m를 전후하는 성능을 낼 때가 많다. 반면 국산차들은 일정하지 않은 성능을 보인다. 어떤 경우엔 매우 짧은, 어떤 경우엔 당황스러울 정도로 밀려날 때가 있는데, 기준점을 잡아주면 좋겠다.
CT6의 브레이크 페달은 초반부터 적당한 힘의 통제를 통해 후반까지 제어되는 타입이다. 보통 선형적으로 제어된다고 말하는데, 이 같은 셋업은 부드럽게 차를 제어하거나, 빠르게 차를 세워야 할 때 이점이 된다. 캐딜락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렘보 것을 기초로 하는데 고성능 치고 분진이 많지 않아 휠의 오염이 적은 편이다. 또한 끽끽거리는 소음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제동거리를 더 줄일 수 있음에도, 종합 성능의 유지, 소음진동 억제, 분진을 줄이면서 종합적 만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주행 연비는 어땠을까? 과거 CT6를 테스트했을 때 보다 약 0.4km/L 정도가 개선됐다. 물론 이 정도의 수치는 오차 범위 안에 들어간다. 하지만 다양한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소폭 나아졌다는 느낌이 짙다. 아무래도 10단 변속기의 탄력성이 가속 성능과 연비에 도움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디자인에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새로운 변속기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CT6는 가족용 세단이다. 그리고 대형 세단에 걸맞은 넉넉한 공간을 제공해 준다. 다루는 재미, CT6가 보여주는 대표적인 매력이다. 저속 일부 구간에서 승차감 저하가 나오지만 이때 가속페달에서 살며시 발을 놓으면 쇼크가 줄어준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자동차의 무게 중심은 뒤로 이동한다. 여기에 전륜 대비 높은 리어 타이어의 공기압, 리어 축으로 넘어간 무게가 조금 더 리어 타이어를 압박하게 된다. 이 상태로 거친 노면에 들어가면 MRC는 안정감을 살리려 단단한 모습으로 차체를 지지한다. 반면 가속페달을 놓으면 부드러워지는 만큼 뒷좌석 승객이 있는 경우라면 상황에 따라 가속페달을 놓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형급 세단 시장에서 CT6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같은 최고급 대형 세단과 경쟁한다고 보기 어렵다. 가격대에서도 나타나지만 BMW 540i x-Drive 또는 E400 4MATIC과 같은 모델과 직접 경쟁한다. 사실 S-클래스와 견주기에는 갭이 너무 크다. 또한 S-클래스의 중심이 되는 S560과 비교한다면 가격 차이도 2배 정도 난다. 애초 비교 대상이 아니다. 컴포트 중심으로 보면 S-클래스는 넘사벽이다. 하지만 1억 원 안팎의 가격을 가진 중형 세단에서 누릴 수 없는 대형차의 장점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 또한 대형 세단임에도 컴팩트, 또는 중형급의 운전 재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이런 장점이 CT6의 존재 이유를 한층 더 키워낸다고 보면 된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페이스리프트가 나오면서 2.0터보 트림이 사라졌다는 것. 2.0 터보 엔진은 효율이 최우선이다. V6 엔진이 보여주는 감성적 측면의 만족도를 누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CT6로 접근하려는 다수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으로 보면 꽤나 의미가 있다. 캐딜락 코리아는 적극적인 자세로 시장에 임하는 중이다. 확실히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이 여세를 몰아 더 다양한 모델들을 투입해 주면 안 될까? 고급차에 어울리는 파워트레인도 중요하지만 접근성이란 것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내를 보자. 캐딜락 라인업의 기함급 모델인 만큼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썼다. 공간도 충분히 넓고 각종 편의 장비도 잘 갖춰져 있다. 편안함과 달리는 즐거움 사이에서 조율된 서스펜션도 만족감이 높다. 여기에 캐딜락 특유의 존재감, 가격 대비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내 소비자들도 이러한 부분에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국내에서 캐딜락을 구입하는 소비자 중 절반 정도가 CT6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지난 2018년 동안 캐딜락 브랜드는 총 2101대를 팔았다. 이중 CT6가 45%에 해당하는 951대나 판매됐다. 그만큼 CT6는 캐딜락코리아가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CT6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 것이 특징. 캐딜락도 이번 모델이 새롭게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아 ‘REBORN CT6’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로운 CT6가 캐딜락의 기대에 부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새로운 CT6를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멋지다”라는 말이 나온다. 원래 캐딜락 브랜드의 모델들은 특유의 디자인 덕에 존재감이 상당하다. 또한 길 위에서 그 존재감이 크게 부각된다. 한층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거듭나니 존재감도 강화된 모습이다. 특히 흰색의 CT6는 디자인에서 발산되는 매력이 크게 부각된다. 참고로 우리 팀의 누군가는 ‘캐딜락은 화이트 컬러가 진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팀이 GM 계열 차량의 디자인에 대해 호평한 것이 얼마만 일까? ‘기능을 기반으로 한 형태’를 강조하는 GM 차량들은 이따금 이해하기 힘든 디자인을 내놓기도 한다. CT6는 캐딜락이 꽤나 공들여 만든 차라고 자랑하던 모델이었다. 하지만 초기형은 CTS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갖췄었다.
하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는 아우라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만족감을 높였다.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2016년 공개된 에스칼라(Escala) 컨셉트카의 디자인 요소를 따른다. 여담이지만 에스칼라는 강남에 위치한 캐딜락 하우스 오픈에 맞춰 한국 땅을 밟은 적 있는 컨셉트카다. 더욱이 이 컨셉트카는 파워트레인도 제대로 갖춰져 주행도 가능했다.
헤드 램프는 ‘ㄱ’자 형태다. 세로줄 주간 주행등을 유지하면서 헤드라이트 부분이 차지하는 면적을 키웠다. 덕분에 이색적인 눈매를 갖게 됐다. 그릴 디자인도 달라졌다. 점선 형태가 그릴을 구성하고 있는데, 자세히 바라보면 캐딜락을 상징하는 5각형이다.
범퍼의 디자인도 크게 달라졌다. 헤드램프 하단에 공기흡입구 디자인을 추가하고 범퍼 하단 모습도 바꿔 새로운 인상을 갖도록 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 측면부 실루엣이 기존과 같다. 반면 새로운 범퍼 디자인 덕분에 전체 길이는 기존 대비 42mm 길어졌다. 휠베이스(축간 거리)는 변화가 없다. 휠은 트림에 따라 19인치와 20인치가 쓰인다.
후면부 디자인도 달라졌다. 전면부처럼 ‘ㄱ’자 형태의 리어램프를 달았고 굵은 크롬 장식으로 멋을 냈다. 트렁크는 리어 스포일러 역할을 하도록 다듬었다. 범퍼에는 4개의 원형 머플러가 노출형으로 달린다. 이 부분만 봐도 타사의 기함급 세단보다 젊은 느낌이 크다.
캐딜락의 최상급 모델답게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썼다. 외관에 적용된 조명은 모두 LED다. 사용된 LED 개수만 200여 개가 넘는다. 야간에 CT6에게 다가가면 헤드램프와 실내, 도어에 조명이 들어온다. 타사에도 있는 기능인데, 특유의 외관 디자인 덕분에 더 감각적이다.
차량 뒤쪽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트렁크 하단부 근처에 캐딜락 엠블럼 조명이 나타난다. 단순히 멋을 낸것이 아니다. 이 부분에 발로 차는 움직임을 취하면 전동식 트렁크가 작동한다. 트렁크 오픈을 위한 센서 인식 부분을 센스 있게 표현한 것이다. 아마 타사에서도 이를 벤치마크할 것 같은데, 향후 트렌드가 될 것 같다.
그동안 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트렁크를 자동으로 열어주는 차들은 많았다. 하지만 트렁크 하단 어느 부분에 센서가 있는지 알기 힘들어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발을 차거나 휘저어도 센서가 없는 부분에 시도한다면 그저 운동에 불과할 뿐이다.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키만 소지한 상태서 트렁크 근처에 수 초간 머물 때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리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원치 않을 때 열리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CT6의 것은 엠블럼에 맞춰 발을 넣고 빼면 끝이다. 편하다.
실내는 기존과 유사하다. 하지만 부족함은 크지 않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을 비롯해 천장까지 모든 부위를 고급 소재로 덮었다. 메르세데스-벤츠 S560도 천장은 직물 소재를 쓴다. CT6 수준의 마감을 원한다면 AMG나 마이바흐 모델을 택해야 한다. 물론 CT6가 S-클래스와 맞먹는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고급 소재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급 가죽은 물론이고 원목, 알루미늄, 마그네슘, 카본도 쓰였다.
실내에도 일부 변화가 생기긴 했다. 기어 변속 레버 주변이 변한 것. 기계식 대신 전자식 기어 레버를 사용하며 터치패드 대신 로터리 다이얼을 달아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로 쓴다. 이에 맞춰 일부 버튼들의 자리도 옮겨졌다.
이에 불편함도 생겼다. 주행모드 변경 버튼과 ESP 해제 버튼, 오토홀드 버튼이 기어 변속 레버 앞에 위치하게 된 것. 물론 자주 사용하는 버튼은 아니지만 사용할 때 변속 레버에 걸려 불편하다. 로터리 다이얼은 기존 터치패드 방식보다 직관적이다. 하지만 조작 감각이 고급스럽지 않다. 보완이 필요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UE(Cadillac User Experience)도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UI도 조금 달라졌는데 완전히 새로운 인상은 아니다. 캐딜락만의 테마인 푸른색을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이 같기 때문. 하지만 한층 빨라진 반응성이 눈에 띈다. 먼저 시장에 나온 쉐보레 모델들을 통해 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응한 만큼 놀라움은 덜하지만 빠른 반응이 경쟁력임은 분명하다.
플래그십 세단답게 시트 구성도 뛰어나다. 앞좌석은 최대 20가지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전 좌석 통풍과 열선, 마사지 기능을 지원한다. 마사지 기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코스는 총 15가지. 꽤나 신경을 썼다. 단순히 진동만 주는 타입이 아니라 지압봉으로 꾹 눌러주는 느낌이라 의외로 시원하다. 자동차 시트라는 한계 속에서도 최대한의 성의를 느끼게 해준다.
기능 부분에도 변화가 있다. 열 감지 카메라를 활용해 야간에 전방 상황을 확인하게 해주는 나이트 비전 기능이 전 트림에 기본 장착됐다. 저속에서 사물을 확인할 때도 도움이 된다.
우리 팀은 기존 CT6를 테스트하며 후방 카메라와 전자식 리어 뷰 카메라의 화질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이 아쉬움이 해결됐다. 리어 카메라 미러(Rear Camera Mirror)는 화질이 개선되고 특히 야간 시인성이 크게 좋아졌다. 무엇보다 어두운 환경에서 후면 상황을 깨끗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밝기 조정을 비롯해 화면을 확대하고 축소하는 기능도 추가됐으며, 위아래로 화면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활용성이 좋아진 만큼 사각지대 없는 환경에서 일반 거울을 활용할 때보다 약 3배 넓게 후방 상황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스마트폰 무선 패드도 보다 빠른 충전이 가능하도록 개선됐다. 다만 체감 속도 향상이 큰 편은 아니다. 서라운드 뷰,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연동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12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도 전 트림에 기본 사양으로 쓰인다.
대형 세단답게 뒷좌석은 넉넉하다. 최상급 트림인 플래티넘 모델에는 통풍과 열선, 마사지 기능과 시트 조절 기능이 탑재된다. 뒷좌석을 위한 2개의 10인치 디스플레이도 있다. 기능적으로 만족스럽지만 일부 기능에서 한계를 보인다.
뒷좌석 전동식 선셰이드는 후면 유리에만 적용된다. 측면 유리창은 수동으로 올렸다 내려야 한다. 또, 시트의 움직임에도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국산 대형 세단과 비교해도 움직임의 폭이 적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만회 시키는 요소가 있으니 사운드 시스템이다. 상급 모델인 플래티넘과 스포트 플러스 트림에는 보스의 파나레이(Bose Panaray)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34개의 스피커를 통해 화려한 음색과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파나레이 시스템은 보스 중에서도 최상급 라인업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시리즈에 해당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CT6만을 위한 전용 시스템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음악 장르는 클래식 혹은 신나는 댄스 음악이 어울린다. 특히 클래식을 들을 때 저 멀리서 들리는 미세한 현악기의 음색이 분리되어 들릴 만큼의 공간감이 인상적이었다. 반대로 저음 영역이 강조된 댄스 음악을 들을 때는 매우 박진감 있으면서 큰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하위 모델의 사운드 시스템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스피커 개수eh 10개고 센터포인트(Centerpoint) 기술도 지원한다. 참고로 현대차가 쏘나타를 내놓으며 센터포인트 기술이 쓰인다고 강조했는데, 사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대부분 모델에 채용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보스가 내세우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입체감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참고로 CT6의 보스 사운드 시스템에는 소음을 줄여주는 ANC(Active Noise Cancellation) 기능과 매력적인 엔진 음색을 강조해주는 ESE(Engine Sound Enhancement)이 지원된다. 덕분에 정숙한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자극적인 사운드를 만들어주는 것 모두가 가능하다.
아이들 정숙성은 37.0 dBA로 페이스리프트 전과 같았다. 조용함 이면에 6기통 3.6리터의 대배기량 엔진이 들려주는 기계적인 사운드가 은은하게 실내를 울린다는 장점도 있다. 시속 80km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의 정숙성은 56.0 dBA 수준으로 상당히 경쟁력 높은 정숙성을 갖추고 있다. 참고로 제네시스 EQ900 3.3T 모델이 57.0 dBA을 기록했다.
확실히 움직임이 가뿐하다. 주행을 하면서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경쾌함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새로운 CT6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1951 kg 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BMW 540i xDrive가 1826 kg이니 비교가 될 것이다. 참고로 제네시스 EQ900 3.3 T-GDi HTRAC은 2173.5 kg, 기아 K9 퀀텀이 2160.5 kg 수준이었다.
가벼운 무게를 위해 캐딜락은 많은 노력을 더했다. 이 부분은 제조사의 노하우와 연관된 것으로, 철저한 비밀이 유지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무게가 가벼워야 가속 성능, 제동 성능, 핸들링 성능, 연비 등 부분에서 경쟁사보다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볍게 만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쟁사의 신차에 맞서려면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차체 크기를 키워야 한다. 충돌 안전 성능도 중요하다. 소음과 진동을 낮추고 승차감도 좋게 만들어야 한다.
이에 캐딜락은 특수한 설계와 용접 방식을 CT6에 도입했다. 특히 전륜 펜더 부위와 후륜 구동축 안쪽에 부채꼴 형상의 구조물을 넣었다. 무게를 줄이면서 강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디자인이 사용된 것이다.
예전 기술 수준에 머물렀다면 35장의 금속을 겹쳐 용접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CT6는 이러한 형상 자체가 단일 부품으로 구성된다.
또 한가지 금속이 아니라 알루미늄을 차체의 62%까지 사용하고 나머지는 11가지 복합 소재를 활용해 플랫폼을 만들었다. 무게를 줄이면서 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승차감을 비롯해 소음과 진동을 잡기 위해 여러 성질의 금속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금속을 활용하지 않았다면 차체 무게가 100 kg은 늘었을 것이라는 것이 캐딜락의 주장이다.
성격이 서로 다른 11가지 금속을 연결하고 붙이기 위해 다양한 특허 기술도 개발했다. 또한 완성도 검증을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20만 번,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5천만 시간에 해당하는 노력도 보탰다.
덕분에 6기통 3.6리터 엔진과 4륜 시스템, 풀옵션에 해당하는 많은 편의 장비를 탑재했음에도 2톤 미만의 무게를 갖게 된 것. 또한 캐딜락은 효율성 강화를 위해 새로운 10단 변속기를 CT6에 이식했다. 이는 가속 성능과 연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우선 가속 성능부터 확인하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6.70초. 기존 모델이 7.28초였으니 꽤나 앞당겨진 기록이다. 이전 CT6 프리미엄은 6.70초라는 가속성능을 보였다. 기존 CT6 프리미엄과 100 kg 무게 차이를 이번 변속기가 극복해 낸 것이다. 이 변속기는 포드와 GM이 공동 개발한 것인데, 기존 대비 안정화되었다는 느낌이 짙다.
캐딜락이 쓰던 8단 자동 변속기는 꽤나 좋은 성능을 냈지만 신차일 때, 냉간 시 저속에서 가끔씩 쇼크를 전할 때가 있다. 사실 이 쇼크는 빠른 변속기 반응을 만들면서 발생되는 것인데 보통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쇼크가 나올 때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팀이 보유한 캐딜락 ATS를 예로 보자면 2.5만 km 이후 쇼크가 사라졌다. 반면 새로운 10단 변속기는 다양한 환경에서 만족감을 보였다. 이 변속기는 당분간 포드, GM의 주력 파워트레인이 될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체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가속력의 변화다. 덕분에 모든 장비를 갖춘 CT6 플래티넘은 꽤나 잘 달린다는 소리를 듣는 차들과 유사한 가속 성능을 갖게 됐다. 물론 기존의 CT6가 보여준 7초대 초반의 가속 성능도 느린 편은 아니다. 참고로 이 테스트는 고급 휘발유가 주유된 환경에서 진행됐으며, 우리 팀의 경험에 따르면 일반 휘발유가 들어가면 약 1초 또는 그 이상 시간이 지연된다.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편이다. 아무래도 댐퍼의 움직임이 짧은 MRC의 특성도 이 부분에 영향을 준다. CT6의 규정 공기압은 전륜 기준 32, 후륜에 35 PSI를 사용한다. 리어 쪽의 공기압이 높아질 경우 약간 튀는 성향이 나올 수 있는데, 만약 조금 더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원한다면 공기압을 낮추는 것도 좋겠다.
타이어는 20인치 규격이다. 컴포트한 성향을 지향하는 모델로는 다소 큰 사이즈다. 물론 최근 큰 사이즈의 휠을 사용하는 것이 대세라지만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19인치 휠을 마이너스 옵션으로 제공해 주면 좋겠다. 또한 CT6의 앞뒤 타이어는 모두 245mm라는 같은 규격을 사용하는데, 성능 중심으로 보기에도 조금 제한이 있다. 빠르게 코너링을 전개할 때 리어축이 살짝 밀려나는 경향이 나오기 때문. 타이어는 굿이어의 이글 투어링이라는 제품으로 일상 주행에 초점을 맞춘다. 즉, CT6의 모든 섀시는 운전자를 중심으로 운동성능에 초점을 맞추지만 타이어만큼은 일상 주행을 노린다는 점이 특이하다. 리어 타이어를 키우거나 경쟁사들처럼 프리미엄 스포츠 타이어만 써도 꽤나 좋은 성능을 낼 텐데.
타이어의 영향으로 코너링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살짝살짝 흐르는 리어 축의 움직임이 운전 재미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론 별걱정은 없다. CT6에 탑재된 4륜 구동 시스템이 꽤나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안정감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주행모드에 따라 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투어링 모드에서는 40:60 수준의 구동 배분을 보여준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20:80 수준으로 리어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준다. 4륜 구동이지만 후륜 차 같은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원인이다. 겨울철을 위한 스노우 모드에서는 50:50으로 구동력을 묶어 주는데, 빙판 등의 특별한 조건이 아니라면 투어링 모드로도 충분하다. CT6의 시스템은 안정감이라는 감각적 이점 보다 실제 안정감을 높이면서 주행 감각을 살리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보면 된다. 꽤나 탐나는 시스템이다.
핸들링은 좋다. 후륜 성향의 4륜 구동 시스템이 만드는 감각뿐 아니라 스티어링 시스템 자체가 보여주는 만족도 역시 충분하다. 대형급 세단이 가진 5m 이상의 차체 길이. 하지만 운전석에서 이를 체감하는 것은 주차를 할 때뿐이다. 요즘 차를 리프트에 올려 두고 하체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실 눈으로 보며 답을 낸다는 것에 대해 우리 팀은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다. 섀시의 존재 이유는 종합 성능에 있는 것이지 디자인처럼 들여 다 보라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 하지만 누군가가 CT6의 섀시를 보면 꽤나 놀라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서스펜션의 구조에.
앞서 MRC가 짧은 댐핑을 갖는다고 언급했다. 아무래도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이는 단단한 승차감을 만드는 1등 공신인데, 사실 모든 조건에서 단단함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MRC가 다소 불쾌한 승차감을 만드는 환경은 저속에서 작은 진동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환경이다. 가령 마감이 좋지 않은 도로를 저속으로 달릴 때 승차감이 아쉽다고 느끼게 된다. 반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승차감은 좋다. ‘이거 MRC 맞아?’ 하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속에서도 안정감과 동시에 적당히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 낸다. 즉, 저속 특정 조건에서의 승차감 저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이와 같은 환경에 자주 노출된다면 공기압 조정, 또는 컴포트한 성향의 타이어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영상을 플레이하면 MRC 서스펜션 설명 부분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제동력을 확인해 보자. 캐딜락의 제동력 시험은 안 해봐도 알 것 같다. V처럼 특별한 모델이 아니라면 대부분 38m를 전후하는 성능을 보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CT6도 그랬고, 이번 CT6도 역시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냈다. 제조사마다 타깃으로 잡는 제동거리가 있는데 캐딜락은 38m 전후로 잡은 것 같다. 참고로 일본계 제조사들이 다소 보수적인 모습인데, 토요타나 렉서스 모델들은 40m를 전후하는 성능을 낼 때가 많다. 반면 국산차들은 일정하지 않은 성능을 보인다. 어떤 경우엔 매우 짧은, 어떤 경우엔 당황스러울 정도로 밀려날 때가 있는데, 기준점을 잡아주면 좋겠다.
CT6의 브레이크 페달은 초반부터 적당한 힘의 통제를 통해 후반까지 제어되는 타입이다. 보통 선형적으로 제어된다고 말하는데, 이 같은 셋업은 부드럽게 차를 제어하거나, 빠르게 차를 세워야 할 때 이점이 된다. 캐딜락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렘보 것을 기초로 하는데 고성능 치고 분진이 많지 않아 휠의 오염이 적은 편이다. 또한 끽끽거리는 소음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제동거리를 더 줄일 수 있음에도, 종합 성능의 유지, 소음진동 억제, 분진을 줄이면서 종합적 만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주행 연비는 어땠을까? 과거 CT6를 테스트했을 때 보다 약 0.4km/L 정도가 개선됐다. 물론 이 정도의 수치는 오차 범위 안에 들어간다. 하지만 다양한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소폭 나아졌다는 느낌이 짙다. 아무래도 10단 변속기의 탄력성이 가속 성능과 연비에 도움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디자인에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새로운 변속기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CT6는 가족용 세단이다. 그리고 대형 세단에 걸맞은 넉넉한 공간을 제공해 준다. 다루는 재미, CT6가 보여주는 대표적인 매력이다. 저속 일부 구간에서 승차감 저하가 나오지만 이때 가속페달에서 살며시 발을 놓으면 쇼크가 줄어준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자동차의 무게 중심은 뒤로 이동한다. 여기에 전륜 대비 높은 리어 타이어의 공기압, 리어 축으로 넘어간 무게가 조금 더 리어 타이어를 압박하게 된다. 이 상태로 거친 노면에 들어가면 MRC는 안정감을 살리려 단단한 모습으로 차체를 지지한다. 반면 가속페달을 놓으면 부드러워지는 만큼 뒷좌석 승객이 있는 경우라면 상황에 따라 가속페달을 놓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형급 세단 시장에서 CT6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같은 최고급 대형 세단과 경쟁한다고 보기 어렵다. 가격대에서도 나타나지만 BMW 540i x-Drive 또는 E400 4MATIC과 같은 모델과 직접 경쟁한다. 사실 S-클래스와 견주기에는 갭이 너무 크다. 또한 S-클래스의 중심이 되는 S560과 비교한다면 가격 차이도 2배 정도 난다. 애초 비교 대상이 아니다. 컴포트 중심으로 보면 S-클래스는 넘사벽이다. 하지만 1억 원 안팎의 가격을 가진 중형 세단에서 누릴 수 없는 대형차의 장점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 또한 대형 세단임에도 컴팩트, 또는 중형급의 운전 재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이런 장점이 CT6의 존재 이유를 한층 더 키워낸다고 보면 된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페이스리프트가 나오면서 2.0터보 트림이 사라졌다는 것. 2.0 터보 엔진은 효율이 최우선이다. V6 엔진이 보여주는 감성적 측면의 만족도를 누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CT6로 접근하려는 다수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으로 보면 꽤나 의미가 있다. 캐딜락 코리아는 적극적인 자세로 시장에 임하는 중이다. 확실히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이 여세를 몰아 더 다양한 모델들을 투입해 주면 안 될까? 고급차에 어울리는 파워트레인도 중요하지만 접근성이란 것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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