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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캐딜락 CT5 "좋은데 안 팔리면 노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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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캐딜락은 과거를 탈피하기 위해 애써왔다. 본사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뉴욕으로 옮기고, 파격적인 디자인과 역동적인 주행 감성을 적극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젋고 스포티한 성향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날 것을 공언해왔다.

사실 201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그 시도가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다. ELR·SRX 등 디자인은 어딘가 괴상했고, DTS·XTS·BLS 등 전륜구동 라인업은 약속과 달리 지루했다.

CT5의 전신 CTS도 그랬다. 어딘가 부족한 주행 감각부터 촌스러운 인테리어, 어설픈 승차감까지 독일차와 비교해 무엇 하나 눈에 차지 않았다. 때문에 새로운 네이밍 시스템을 적용하고 디자인도 바꿨지만, CT5는 큰 기대가 들지 않았다.

# 지금까지 캐딜락은 잊어주세요!

CT5의 외형은 새로운 시대의 캐딜락을 담고 있다. 과거의 중후한 맛은 온데간데 없고,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들로 가득하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브랜드의 미래방향성을 담은 콘셉트카 '에스칼라'를 연상시킨다. 이전 세로형 램프는 주간주행등만 남기고, 가로 배치 형태로 바뀌었다. 여기에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단부에 위치한 에어 인테이크는 공격적인 인상을 더한다.

측면부에서는 전형적인 스포츠 세단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헤드램프부터 리어램프까지 길게 뻗은 캐릭터 라인은 단단한 인상을 강조하고, 볼륨감 있는 펜더는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도어 핸들에 조명을 넣어 나름의 기교를 부렸고, 독특한 형상의 윈도우 라인이 다채로움을 더한다.

후면부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마냥 공격적인 전면부와 달리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이 공존한다. 툭 튀어나온 리어 스포일러와 공격적인 리어 디퓨저는 스포티한 인상을 주고, T자형으로 설계된 테일램프는 에스칼라의 세련된 이미지를 담았다. 램프를 따라 이어진 캐릭터 라인은 팽팽하게 당겨진 옷감처럼 묘한 긴장감을 전한다.

수평 기조로 디자인된 실내는 이전 모델보다 한층 넓은 느낌이다. 그 공간은 고급 소재로 가득 채워졌다. 스웨이드 소재로 감싼 스티어링 휠과 엣지있는 마그네슘 패들 시프트는 손에 착 감긴다. 여기에 야들야들한 천연 가죽시트 소재도 만족스럽다. 

곳곳에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사양들로 가득하다. 열선·통풍 시트에 마사지 기능도 있다. 10인치 디스플레이로 구현되는 폰 커넥티비티 시스템부터 무선 충전, 오토 홀드, 보스 오디오 시스템 등도 기본이다. 어딘가 아쉬운 최신 독일차 옵션을 보면, 이쪽이 훨씬 더 낫다.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도 풍부하다. HD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전·후방 긴급 제동 시스템을 비롯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됐고, 기존 대비 300% 넓은 후방 시야를 제공하는 리어 카메라 미러가 추가 제공된다.

단점도 있다. 요즘은 흔한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이 없다. 디지털 클러스터를 썼던 CTS와 달리, CT5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경쟁 차종보다 비좁은 2열도 불만이다. 180cm이 넘는 체격에 소유자라면, 머리는 천정에 닿을 것이며 무릎 및 레그룸은 주먹 한 개 정도 공간이 겨우 나온다.

# 독일차 뺨치는 주행 감각

CT5는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기존 CTS와 비교하면 출력과 토크는 감소했지만, 최대토크의 발산 구간(1500~4000rpm)이 이전(3000~4500rpm)보다 더 풍부해졌다. 

그럼에도 도심에서는 조금은 답답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에서는 1500rpm을 넘어서기 전까지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결국 가속 페달을 조금 더 세게 밟을 수밖에 없다.

반면, 고속도로에서는 도심에서 느껴졌던 답답함을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다. 속도를 점차 높여나갈수록 여유가 넘친다. 고속 영역에서도 꾸준히 끊김없이 펀치력이 가해지는 느낌이 마치 자연흡기 엔진을 연상시킬 정도다.

고속 주행 안정성도 매우 인상적이다. 노면을 1/1000초 단위로 읽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덕분이다. 계기판을 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속도감에 둔해진다. 승차감은 적당히 단단한 편인데, 마냥 딱딱하기만 하던 CTS와 달리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모양새다.

핸들링 성능도 의외다. 스티어링 휠 감각은 가볍지만, 전반적인 차체 거동은 독일차처럼 절도있다. 마치 네 바퀴가 동시에 조향되는 듯 차체 앞·뒤가 일체감 있게 움직인다.  

토크컨버터 타입을 쓴 10단 자동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만큼 기민하게 반응한다. 특별히 패들시프트를 조작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스포츠모드를 체결한 상태에서는 코너 앞에서 브레이크만 밟아줘도 순식간에 기어 단수를 낮춘다. 마치 서킷처럼 언제든 다시 튀어나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 다 좋은데, 알아주는 이가 없다

CT5는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CTS보다 한층 더 내실있는 변화를 택했다. 한층 스포티해진 외형과 그에 걸맞는 운전의 재미, 아낌없이 쓴 고급 소재, 한층 풍부한 편의사양이 그렇다. 스포티한 성향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구한다던 새로운 캐딜락의 지향점에 꼭 맞다. 

가격 경쟁력도 독일차보다 한 수 위다. 시승 차량인 CT5 스포츠의 가격은 5921만원으로, 동급 2.0 터보 엔진을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E250(6450만~6890만원)이나 BMW 520i(6350만~6510만원)보다 저렴하다. 어딘가 옵션 한두개가 비어있는 요즘의 독일차에게 비수를 꽂을 가격 정책이다.

브랜드 인지도도 높고 차량 성능과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그런데 판매량은 바닥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CT5는 2020년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불과 179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잘 알려진 브랜드가 합리적인 가격표를 내놓았는데도 알아주는 이가 없다는 건 캐딜락코리아의 노력 부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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