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ATS 2.0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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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우리 팀은 캐딜락 ATS의 테스트를 진행했었다. 당시 다른 모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적이며 스포티한 주행감에 매료된 바 있다. 그리고 어느새 4년이 흘렀다. ATS에게도 작은 변화들이 주어졌다. 사실 페이스리프트라고 말하지만 겉보기에는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2013년형 ATS는 우리 팀에게 4.5점을 받았다. 뒷좌석만 아니었다면 5점 만점을 받았을 수 있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 팀의 평가 기준은 더 높아졌다. 과연 ATS가 과거만큼의 높은 평점을 받아낼 수 있을까?
우선 내 외관의 차이를 살펴보자. 부분적으로 달라졌다지만 차이는 크지 않다. 자동차에 관심이 크지 않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변화를 찾기 힘들 것이다. 아마도 틀림그림 찾기 정도로 느껴질 수 있다.
먼저 캐딜락 엠블럼이 달라졌다. 엠블럼을 감싸던 월계수 장식이 생략되고 방패 문양을 키웠다. ATS 쿠페에서 시작된 새로운 엠블럼이 세단에도 적용된 것. 참고로 방패의 붉은색은 용감함을, 은색은 순결함을, 푸른색은 기사의 무용을 뜻한다고 한다.
그릴은 가로줄을 강조한다. 덕분에 엠블럼이 더 강조돼 보인다. 자세히 보면 전면 범퍼 디자인이 기존 3분할 형식에서 하나로 연결된 모습으로 변했다. 범퍼에 금속 장식도 추가됐다.
나머지 모습은 동일하다. 각진 형태의 디자인은 측면을 지나 후면부까지 이어진다. 특히 트렁크 리드는 평평하지 않고 중앙을 향해 뾰족하게 돌출된 모습이다. 중앙을 향해 모여있는 듀얼 머플러도 스포티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2013년 당시만 해도 그리 작아 보이지 않았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니 ATS는 꽤나 컴팩트한 모습이다. 그동안 경쟁 모델들이 모델 체인지를 거치면서 몸집을 불린 탓이다.
어쩌다 보니 동급 경쟁 모델 중 가장 작은 크기를 갖게 됐다. 특히 C-클래스는 중형차라고 해도 무리 없을 만큼 커졌다. 다음 세대 ATS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테리어 변화는 없다. 하지만 기능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다소 아쉬운 구성이던 스티어링 휠 조절 레버를 전동식으로 바꿨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오픈형 패널을 올리면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널이 나온다. 충전 때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기 위한 통풍구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큰 사이즈의 스마트폰 충전에는 제한이 따른다. 참고로 삼성 갤럭시 S8의 경우 케이스를 씌운 상태로는 충전이 안 된다.
이외에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전방 추돌 경고, 차선이탈 경고, 위험을 알려주는 햅틱 시트 등 구성적인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와 같은 다양한 장비들은 2013년 출시 당시에도 갖춰져 있었다. 지금도 동급에서 가장 많은 장비를 갖췄다. 당시 캐딜락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ATS에도 뚜렷한 단점이 있다. 바로 공간이다. 앞좌석은 무난하지만 뒷좌석에 대한 말들이 많다. 같은 공간이라도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넓어 보일 수도, 아니면 좁아 보일 수도 있다. ATS 공간은 분명 좁아 보인다. 시트도 두껍고 센터 돌출 부위도 높으며, 시트 아랫부분이 불룩 튀어나와 시각적인 아쉬움을 키운다.
물론 착석 때 큰 불편함은 없다. 시트도 깊고 시트백도 어느 정도 누워있어 편하다. 절대적인 공간이 경쟁 모델보다 좁다. 특히 레그룸이 부족하다. 트렁크 공간도 아쉽다. 돌출 공간이 많다. 뒷좌석 시트 폴딩을 통해 공간을 넓힐 수 있지만 연결 통로 역시 좁은 편이다.
이제 ATS와 달려볼 차례. 272마력과 40.7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2리터 터보 엔진과 새롭게 추가된 8단 자동변속기가 뒷바퀴를 굴린다. 출력과 토크 모두 동급 최강이다. 물론 AWD 버전도 있지만 이 세그먼트에서 재미(?)를 보려면 후륜구동이 제격이다.
위 표에서처럼 ATS는 동급 가솔린 모델 중 가장 높은 출력과 토크를 갖는다. 물론 경쟁사들의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타사들이 효율성을 중심으로 적당한 성능을 내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ATS는 조금 더 성능 부분에 집중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우선 272마력과 40.7kg.m의 토크가 휠까지 잘 전달되는지 확인했다. 섀시 다이나모 위에서 측정된 ATS의 출력과 토크는 각각 224마력과 35.3kg.m 내외였다. 각각 17.6%와 13.2%의 손실률을 기록한 것. 참고로 테스트카는 고급유와 일반유를 혼용해 사용되었다. 순수 고급유만을 사용해 관리한다면 이보다 더 높은 출력과 토크를 발휘할 것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보다 촘촘한 기어비의 8단 자동변속기 덕분에 빠른 가속을 보였을 것으로 기대했다. 측정 결과는 6.89초. 참고로 전기형은 7.1초를 기록했는데 당시 모델은 일반유로만 관리된 차였다. 물론 온전히 고급유만 사용했다면 기록은 더 단축됐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정리해 본다면 이번 변속기는 가속성능 보다 효율을 올리는데 초점을 맞춘 듯하다.
이번에는 제동 성능이다. ATS의 전륜에는 브렘보의 브레이크 시스템이 탑재된다. 하지만 제동력을 초기에 끌어내는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모든 힘이 몰리는 타입이다. 즉, 초기에는 다소 둔하다 느낄 소비자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고루 분포된 캘리퍼의 압력은 보다 섬세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8.22m였다. 순수 제동거리 자체는 무난한 편. 브렘보 정도를 사용하면서 생각보다 제동거리가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욱이 타이어도 막강한 성능을 내고 있다. 정확히 ATS의 제동 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영역은 제동 내구 영역이다. 즉,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이어가도 38m 대 이상을 기록하지 않게 해준다.
일반적인 승용형 모델들은 지속된 테스트에서 제동거리를 2~3m 정도 늘려나간다. 하지만 ATS 만큼은 제동 시스템에 스트레스가 가해져도 최대 1m 이상 밀려나지 않았다. 제동 내구 부분은 빠른 달리기를 추구함에 있어 운전자에게 신뢰도를 높여주는 영역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이어가 보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엔진의 회전 질감이 좋다. 하지만 엔진 사운드 자체는 조금 둔탁한 느낌을 보인다. 무엇보다 고 RPM까지 이어지는 엔진의 힘이 좋다. 과거 우리 팀은 캐딜락의 4기통 엔진의 회전 질감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한 바 있다. 현재는 렉서스의 2.0 터보 엔진과 벤츠의 4기통 터보 엔진이 이 자리를 꿰찼지만 캐딜락의 4기통 엔진도 좋은 감각을 내는 엔진으로 분류됨에 있어 부족함이 없다.
새로운 8단 자동변속기는 무감각하게 빠른 변속 감각을 보인다. 최근 ZF나 아이신이 만든 변속기들은 변속 때 듀얼 클러치와 같은 충격을 만들어 운전자에게 스포티한 감각을 전달해 준다. 하지만 GM은 충격 없이 부드러운 변속감을 만드는데 중심을 두는 듯하다. 때문에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변속기의 반응 속도 자체는 빠른 편이다. 여기에 기존 6단 변속기 대비 한층 촘촘해진 기어비를 갖는다. 이와 같은 촘촘한 기어비는 0-100Km/h 발진 가속력 같은 특정 조건보다 연비를 개선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출력을 끌어 쓰는데 유리하다.
코너에 진입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ATS의 핸들링은 여전히 최고다. 확실히 동급 컴팩트 세단보다 우위에 서는 감각이다. 세단형 승용차이지만 운전의 재미를 끌어올린 성격이 마음에 든다.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차량의 반응이 자극적이다. 민첩하다. 후미도 잘 따라온다. 스티어링 휠 답력이 조금 묵직한 편인데 빠른 조작이 필요할 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코너링 성능도 물론 좋다. 특히 MRC가 빛을 발한다. MRC(Magnetic Ride Control)의 설정도 스포티함에 초점을 맞춘다. 조금 과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파워트레인 성능을 감안한다면 이 셋업 방향이 맞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부담을 키우는 편도 아니다. 참고로 투어(tour)모드와 스포츠(Sport)모드 간에 승차감 차이도 난다.
이와 같은 MRC는 코너링에서 발생하는 바디롤 억제에 도움을 준다. 특히 복합적인 코너에서 이점이 크다.
MRC도 양산화가 이뤄진 지 15년이 지났다. 1990년대 GM과 델파이에 의해 개발됐고 2002년 캐딜락 STS를 통해 처음으로 탑재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3세대 MRC가 쓰인다.
간단하게 원리를 설명하면 MRC 댐퍼에는 오일이 담겨있고 이 오일에는 자기장에 반응하는 미세 입자가 섞여있다. 이 오일이 작은 구멍을 통과하면서 스프링의 움직임을 상쇄시키며 댐퍼의 역할을 해낸다. 오일이 구멍을 통과할 때 자기장을 발생시키면 오일의 점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해 댐퍼가 단단해진다. 다시 자기장을 풀어주면 댐퍼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만약 자기장을 강하게 발생시키면 댐퍼는 더 단단해진다. 이러한 방법으로 댐퍼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MRC가 갖는 장점은 크게 5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가장 먼저 1초에 천 번이나 댐핑 압력을 바꿀 수 있다. 1초에 천 번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노면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댐핑 압력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전자기장을 활용하기 때문에 매우 간단하게 댐핑 압력을 바꿀 수 있으며, 이때 필요한 에너지도 건전지로 작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적다. 물론 전력을 사용하긴 하지만 다른 가변 댐핑 시스템과 비교하자면 매우 적은 에너지로 분류된다. 에어 서스펜션을 예로 들어보자. 압력을 바꾸기 위해 별도의 컴프레셔를 돌려 압축공기를 만든 후 댐퍼의 성격을 바꾼다. 하지만 MRC 서스펜션은 전기만 전달하면 끝이다.
전기신호를 전달하기에 단순한 구조로 만들 수 있다. 실제 구조를 살펴보면 너무나 평범해 보인다. 뭔가 독특한 부수적인 장비조차 없다. 당연히 부피도 작다. 그리고 가볍다. 전자제어 서스펜션 중 가장 가벼운 수준으로 봐도 무방하다.
구조가 단순하니 내구성도 좋다. 사실 내구성이 좋다기 보다 망가질 부수적인 부품이 없다고 봐도 좋을 듯싶다. 다른 전자제어 서스펜션이나 에어 서스펜션은 밸브나 컴프레셔, 부츠와 같은 부품 관리가 필요하다. 정비성도 나쁘다. 하지만 MRC는 복잡한 기계 자체가 없어 망가질 부품도 없다.
마지막 장점은 간단하기 때문에 부품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이는 분명 유지 보수 면에서도 이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튜닝용 서스펜션으로 MRC를 장착하기도 한다.
물론 MRC에게도 단점은 있다. 전기 신호를 지속적으로 댐퍼 오일에 전달한다는 태생적인 특성으로 댐핑 스트로크를 길게 만들기 어렵다. 때문에 안락한 승차감을 우선시하는 대형 세단에 매칭 되기 힘든 편이다.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ATS와 MRC 서스펜션은 좋은 궁합을 보인다. 차체 강성도 좋은 편이라 주행 때 만족감이 크다. 느끼기에 따라서 조금은 경직되지 않나 싶은 정도인데 차체 강성이 받혀주니 스포티한 성격의 서스펜션을 사용해도 승차감 부분에서 잃는 것이 적다.
그렇다면 스포츠 세단임을 강조하는 ATS를 서킷에서 달려보면 어떨까?
인제 서킷에서 ATS 테스트를 담당한 전인호 기자의 코멘트를 살펴보자.
“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적당하다. 초기부터 적당한 힘으로 패드를 압박할 수 있다. 동급 차량 대비 브레이크 페달 조작감이 좋았다. 유격도 적었다. 조금은 타이트하게 느껴지는 감각은 정교하게 제동력을 끌어낼 때 도움이 된다. 차량의 속도를 급격히 줄이는 가혹한 서킷 환경에서도 아쉬운 모습은 없었다. ABS 작동에 답력 편차도 적다. 제동 감각은 세련된 편에 속한다.
스티어링 휠의 답력은 조금 무거운 수준이다. 마치 유압 스티어링을 사용할 때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자세제어장치인 ESC를 끄고 리어 휠을 미끄러뜨리다 보면 카운터 스티어를 쓰는 환경을 자주 맞는데 이때도 아쉬움은 없었다.
서킷 주행에서 만나는 다양한 코너들은 차량의 극적인 움직임을 많이 만든다. ATS는 다양한 코너에서도 롤과 피치를 억제하는 능력을 보였다. 그저 댐퍼와 스프링이 단단한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마치 탄성이 강한 두꺼운 안티롤바(스테빌라이저)가 장착된 것 같은 느낌이다.
MRC와 조합된 서스펜션은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운전자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와인딩 로드, 서킷 할 것 없이 코너링이 시작되는 찰나부터 유격 또는 시간차 없이 타이어에 고스란히 하중을 실어준다. 타이어의 접지력을 즉각 느끼게 해준다. 사이드월이 단단한 런플랫 타이어의 특성까지 맞물려 조종성 측면에서 강점도 보인다. 접지력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 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좌우 기울어짐(바디롤)에 대한 저항이 강한 만큼 범프가 많은 노면에서는 일시적으로 불안정한 감각이 전해지기도 한다. 특히 코너링 중 범프를 만났을 때 후면부가 신경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운동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후 가속 페달을 밟으면 후륜이 바로 따라오기 시작한다.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후륜축을 미끄러뜨리기도 쉽다. ATS에는 LSD도 장비된다.
롤에 대한 강한 저항 그리고 LSD 덕분에 ATS는 코너 중간부터 탈출까지 지루한 언더스티어가 아닌 후륜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즐거운 오버스티어를 더 많이 경험하게 해준다. 지루할 틈이 없다.
스포티한 감성의 세단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주행할 때 얻는 경험 자체로 본다면 스포츠 모델 못지않다. 또한 오버스티어가 발생했을 때 차량의 거동 변화가 빠른 편이므로, 카운터 스티어를 생각해 두는 것이 좋겠다. 물론 자세제어장치인 ESC를 껐을 경우다. 이 시스템이 켜진 경우라면 제법 뉴트럴한 성향을 보인다.
스포츠 주행 때 ATS는 운전자를 바쁘고 흥분되는 상태로 만들어 준다. 코너 진입 때의 날카로운 감각과 코너 탈출 때 손실 없이 뒷바퀴로 출력을 전하는 LSD 덕분이다. 그리고 후륜의 미끄러짐이 불안감을 만들지 않는다. LSD가 미끌림 조차도 안정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운전자를 돕기 때문이다.
ATS가 보인 연비는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약 14.5km/L, 80km/h 정속 주행 시 17km/L 전후를 보였다. 평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 결과는 7.2km/L 수준. 물론 디젤 엔진과 비교하자면 나쁜 연비다. 하지만 이만큼의 성능을 내는 가솔린 세단으로는 충분히 수긍할 효율이다.
물론 가솔린 터보 엔진을 압박하면 연비는 하락한다. 즐거운 주행의 대가가 연비로 나올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주행 환경을 거친 결과 ATS는 약 9.5km/L를 전후하는 연비를 보였다. 조금 더 연비가 높았으면 좋겠지만 동급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는 차에게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것도…
2.0리터 엔진으로 높은 출력과 토크를 만들어내는 만큼 아무래도 메인터넌스 이슈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캐딜락은 서비스센터도 많은 편이 아니다. 우리 팀에도 수입차를 운영하는 스태프들이 있다. 하지만 항상 고민이 따른다. 성능을 꺼내 쓰는 만큼 고장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것. 우리 팀 스태프도 ATS를 고려하다 보증기간(워런티) 이후의 수리비를 감안해 구입을 포기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부담을 생각해야 할까? 우리는 가격 조사를 통해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타사와 비교해 적게는 절반, 많게는 1/3까지 부품값이 저렴하다. 물론 파워트레인이 쉽게 고장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고장률이 전무한 것도 아니다. 특히나 변속기 고장으로 수리, 교체하는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참고로 내구성 좋다는 닛산 VQ 엔진도 실린더 헤드 쪽에 문제가 생기면 400만 원 이상의 견적을 내준다.
수입차를 운영하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유지 관리다. 이 부분 때문에 국산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캐딜락의 부품 가격이 국산차만큼 저렴하다는 뜻은 아니다. 분명 국산차보다 비싸다. 하지만 그 비싼 정도가 수긍할 수준은 된다고 보면 될 듯하다.
특히나 ATS 같은 입문형 차의 소비자들은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걱정을 이유로 200~3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추가해 파워트레인에 대한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저렴한 만큼 질 떨어지는 부품을 사용했다고 의심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GM은 다임러, 토요타와 더불어 파워트레인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체다. 국산 현대차도 자체적으로 파워트레인을 만드는 회사다. 인터넷에서는 무시당하지만 매우 의미 있는 기술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캐딜락 ATS. 잘 달리며 많은 것들을 갖췄다. 부품값도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보인다. 뒷좌석과 트렁크가 좁고 브랜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운전 재미와 성능에 관심 있는 소비자에게 이만한 차도 없을 듯하다.
이제 캐딜락이 가진 자체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서비스 네트워크를 더 확장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방권 네트워크의 강화가 필요하다. 가격 안정화도 필요하다. 초기 가격을 높게 설정하기 보다 애초 적정 가격 설정을 통해 착한 가격을 가진 차로 포장하는 것도 좋겠다.
이번 ATS 테스트만큼 즐거운 때도 없었던 것 같다. 과거엔 BMW 330i, 335i, 아우디 A4 3.0콰트로 등이 있었고 이들은 우리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지금의 컴팩트 세단들은 너무나 평범해졌다. 그렇기에 ATS에 더 특별해 보였다.
우선 내 외관의 차이를 살펴보자. 부분적으로 달라졌다지만 차이는 크지 않다. 자동차에 관심이 크지 않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변화를 찾기 힘들 것이다. 아마도 틀림그림 찾기 정도로 느껴질 수 있다.
먼저 캐딜락 엠블럼이 달라졌다. 엠블럼을 감싸던 월계수 장식이 생략되고 방패 문양을 키웠다. ATS 쿠페에서 시작된 새로운 엠블럼이 세단에도 적용된 것. 참고로 방패의 붉은색은 용감함을, 은색은 순결함을, 푸른색은 기사의 무용을 뜻한다고 한다.
그릴은 가로줄을 강조한다. 덕분에 엠블럼이 더 강조돼 보인다. 자세히 보면 전면 범퍼 디자인이 기존 3분할 형식에서 하나로 연결된 모습으로 변했다. 범퍼에 금속 장식도 추가됐다.
나머지 모습은 동일하다. 각진 형태의 디자인은 측면을 지나 후면부까지 이어진다. 특히 트렁크 리드는 평평하지 않고 중앙을 향해 뾰족하게 돌출된 모습이다. 중앙을 향해 모여있는 듀얼 머플러도 스포티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2013년 당시만 해도 그리 작아 보이지 않았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니 ATS는 꽤나 컴팩트한 모습이다. 그동안 경쟁 모델들이 모델 체인지를 거치면서 몸집을 불린 탓이다.
어쩌다 보니 동급 경쟁 모델 중 가장 작은 크기를 갖게 됐다. 특히 C-클래스는 중형차라고 해도 무리 없을 만큼 커졌다. 다음 세대 ATS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테리어 변화는 없다. 하지만 기능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다소 아쉬운 구성이던 스티어링 휠 조절 레버를 전동식으로 바꿨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오픈형 패널을 올리면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널이 나온다. 충전 때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기 위한 통풍구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큰 사이즈의 스마트폰 충전에는 제한이 따른다. 참고로 삼성 갤럭시 S8의 경우 케이스를 씌운 상태로는 충전이 안 된다.
이외에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전방 추돌 경고, 차선이탈 경고, 위험을 알려주는 햅틱 시트 등 구성적인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와 같은 다양한 장비들은 2013년 출시 당시에도 갖춰져 있었다. 지금도 동급에서 가장 많은 장비를 갖췄다. 당시 캐딜락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ATS에도 뚜렷한 단점이 있다. 바로 공간이다. 앞좌석은 무난하지만 뒷좌석에 대한 말들이 많다. 같은 공간이라도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넓어 보일 수도, 아니면 좁아 보일 수도 있다. ATS 공간은 분명 좁아 보인다. 시트도 두껍고 센터 돌출 부위도 높으며, 시트 아랫부분이 불룩 튀어나와 시각적인 아쉬움을 키운다.
물론 착석 때 큰 불편함은 없다. 시트도 깊고 시트백도 어느 정도 누워있어 편하다. 절대적인 공간이 경쟁 모델보다 좁다. 특히 레그룸이 부족하다. 트렁크 공간도 아쉽다. 돌출 공간이 많다. 뒷좌석 시트 폴딩을 통해 공간을 넓힐 수 있지만 연결 통로 역시 좁은 편이다.
이제 ATS와 달려볼 차례. 272마력과 40.7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2리터 터보 엔진과 새롭게 추가된 8단 자동변속기가 뒷바퀴를 굴린다. 출력과 토크 모두 동급 최강이다. 물론 AWD 버전도 있지만 이 세그먼트에서 재미(?)를 보려면 후륜구동이 제격이다.
위 표에서처럼 ATS는 동급 가솔린 모델 중 가장 높은 출력과 토크를 갖는다. 물론 경쟁사들의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타사들이 효율성을 중심으로 적당한 성능을 내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ATS는 조금 더 성능 부분에 집중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우선 272마력과 40.7kg.m의 토크가 휠까지 잘 전달되는지 확인했다. 섀시 다이나모 위에서 측정된 ATS의 출력과 토크는 각각 224마력과 35.3kg.m 내외였다. 각각 17.6%와 13.2%의 손실률을 기록한 것. 참고로 테스트카는 고급유와 일반유를 혼용해 사용되었다. 순수 고급유만을 사용해 관리한다면 이보다 더 높은 출력과 토크를 발휘할 것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보다 촘촘한 기어비의 8단 자동변속기 덕분에 빠른 가속을 보였을 것으로 기대했다. 측정 결과는 6.89초. 참고로 전기형은 7.1초를 기록했는데 당시 모델은 일반유로만 관리된 차였다. 물론 온전히 고급유만 사용했다면 기록은 더 단축됐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정리해 본다면 이번 변속기는 가속성능 보다 효율을 올리는데 초점을 맞춘 듯하다.
이번에는 제동 성능이다. ATS의 전륜에는 브렘보의 브레이크 시스템이 탑재된다. 하지만 제동력을 초기에 끌어내는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모든 힘이 몰리는 타입이다. 즉, 초기에는 다소 둔하다 느낄 소비자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고루 분포된 캘리퍼의 압력은 보다 섬세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8.22m였다. 순수 제동거리 자체는 무난한 편. 브렘보 정도를 사용하면서 생각보다 제동거리가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욱이 타이어도 막강한 성능을 내고 있다. 정확히 ATS의 제동 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영역은 제동 내구 영역이다. 즉,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이어가도 38m 대 이상을 기록하지 않게 해준다.
일반적인 승용형 모델들은 지속된 테스트에서 제동거리를 2~3m 정도 늘려나간다. 하지만 ATS 만큼은 제동 시스템에 스트레스가 가해져도 최대 1m 이상 밀려나지 않았다. 제동 내구 부분은 빠른 달리기를 추구함에 있어 운전자에게 신뢰도를 높여주는 영역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이어가 보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엔진의 회전 질감이 좋다. 하지만 엔진 사운드 자체는 조금 둔탁한 느낌을 보인다. 무엇보다 고 RPM까지 이어지는 엔진의 힘이 좋다. 과거 우리 팀은 캐딜락의 4기통 엔진의 회전 질감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한 바 있다. 현재는 렉서스의 2.0 터보 엔진과 벤츠의 4기통 터보 엔진이 이 자리를 꿰찼지만 캐딜락의 4기통 엔진도 좋은 감각을 내는 엔진으로 분류됨에 있어 부족함이 없다.
새로운 8단 자동변속기는 무감각하게 빠른 변속 감각을 보인다. 최근 ZF나 아이신이 만든 변속기들은 변속 때 듀얼 클러치와 같은 충격을 만들어 운전자에게 스포티한 감각을 전달해 준다. 하지만 GM은 충격 없이 부드러운 변속감을 만드는데 중심을 두는 듯하다. 때문에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변속기의 반응 속도 자체는 빠른 편이다. 여기에 기존 6단 변속기 대비 한층 촘촘해진 기어비를 갖는다. 이와 같은 촘촘한 기어비는 0-100Km/h 발진 가속력 같은 특정 조건보다 연비를 개선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출력을 끌어 쓰는데 유리하다.
코너에 진입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ATS의 핸들링은 여전히 최고다. 확실히 동급 컴팩트 세단보다 우위에 서는 감각이다. 세단형 승용차이지만 운전의 재미를 끌어올린 성격이 마음에 든다.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차량의 반응이 자극적이다. 민첩하다. 후미도 잘 따라온다. 스티어링 휠 답력이 조금 묵직한 편인데 빠른 조작이 필요할 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코너링 성능도 물론 좋다. 특히 MRC가 빛을 발한다. MRC(Magnetic Ride Control)의 설정도 스포티함에 초점을 맞춘다. 조금 과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파워트레인 성능을 감안한다면 이 셋업 방향이 맞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부담을 키우는 편도 아니다. 참고로 투어(tour)모드와 스포츠(Sport)모드 간에 승차감 차이도 난다.
이와 같은 MRC는 코너링에서 발생하는 바디롤 억제에 도움을 준다. 특히 복합적인 코너에서 이점이 크다.
MRC도 양산화가 이뤄진 지 15년이 지났다. 1990년대 GM과 델파이에 의해 개발됐고 2002년 캐딜락 STS를 통해 처음으로 탑재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3세대 MRC가 쓰인다.
간단하게 원리를 설명하면 MRC 댐퍼에는 오일이 담겨있고 이 오일에는 자기장에 반응하는 미세 입자가 섞여있다. 이 오일이 작은 구멍을 통과하면서 스프링의 움직임을 상쇄시키며 댐퍼의 역할을 해낸다. 오일이 구멍을 통과할 때 자기장을 발생시키면 오일의 점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해 댐퍼가 단단해진다. 다시 자기장을 풀어주면 댐퍼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만약 자기장을 강하게 발생시키면 댐퍼는 더 단단해진다. 이러한 방법으로 댐퍼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MRC가 갖는 장점은 크게 5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가장 먼저 1초에 천 번이나 댐핑 압력을 바꿀 수 있다. 1초에 천 번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노면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댐핑 압력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전자기장을 활용하기 때문에 매우 간단하게 댐핑 압력을 바꿀 수 있으며, 이때 필요한 에너지도 건전지로 작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적다. 물론 전력을 사용하긴 하지만 다른 가변 댐핑 시스템과 비교하자면 매우 적은 에너지로 분류된다. 에어 서스펜션을 예로 들어보자. 압력을 바꾸기 위해 별도의 컴프레셔를 돌려 압축공기를 만든 후 댐퍼의 성격을 바꾼다. 하지만 MRC 서스펜션은 전기만 전달하면 끝이다.
전기신호를 전달하기에 단순한 구조로 만들 수 있다. 실제 구조를 살펴보면 너무나 평범해 보인다. 뭔가 독특한 부수적인 장비조차 없다. 당연히 부피도 작다. 그리고 가볍다. 전자제어 서스펜션 중 가장 가벼운 수준으로 봐도 무방하다.
구조가 단순하니 내구성도 좋다. 사실 내구성이 좋다기 보다 망가질 부수적인 부품이 없다고 봐도 좋을 듯싶다. 다른 전자제어 서스펜션이나 에어 서스펜션은 밸브나 컴프레셔, 부츠와 같은 부품 관리가 필요하다. 정비성도 나쁘다. 하지만 MRC는 복잡한 기계 자체가 없어 망가질 부품도 없다.
마지막 장점은 간단하기 때문에 부품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이는 분명 유지 보수 면에서도 이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튜닝용 서스펜션으로 MRC를 장착하기도 한다.
물론 MRC에게도 단점은 있다. 전기 신호를 지속적으로 댐퍼 오일에 전달한다는 태생적인 특성으로 댐핑 스트로크를 길게 만들기 어렵다. 때문에 안락한 승차감을 우선시하는 대형 세단에 매칭 되기 힘든 편이다.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ATS와 MRC 서스펜션은 좋은 궁합을 보인다. 차체 강성도 좋은 편이라 주행 때 만족감이 크다. 느끼기에 따라서 조금은 경직되지 않나 싶은 정도인데 차체 강성이 받혀주니 스포티한 성격의 서스펜션을 사용해도 승차감 부분에서 잃는 것이 적다.
그렇다면 스포츠 세단임을 강조하는 ATS를 서킷에서 달려보면 어떨까?
인제 서킷에서 ATS 테스트를 담당한 전인호 기자의 코멘트를 살펴보자.
“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적당하다. 초기부터 적당한 힘으로 패드를 압박할 수 있다. 동급 차량 대비 브레이크 페달 조작감이 좋았다. 유격도 적었다. 조금은 타이트하게 느껴지는 감각은 정교하게 제동력을 끌어낼 때 도움이 된다. 차량의 속도를 급격히 줄이는 가혹한 서킷 환경에서도 아쉬운 모습은 없었다. ABS 작동에 답력 편차도 적다. 제동 감각은 세련된 편에 속한다.
스티어링 휠의 답력은 조금 무거운 수준이다. 마치 유압 스티어링을 사용할 때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자세제어장치인 ESC를 끄고 리어 휠을 미끄러뜨리다 보면 카운터 스티어를 쓰는 환경을 자주 맞는데 이때도 아쉬움은 없었다.
서킷 주행에서 만나는 다양한 코너들은 차량의 극적인 움직임을 많이 만든다. ATS는 다양한 코너에서도 롤과 피치를 억제하는 능력을 보였다. 그저 댐퍼와 스프링이 단단한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마치 탄성이 강한 두꺼운 안티롤바(스테빌라이저)가 장착된 것 같은 느낌이다.
MRC와 조합된 서스펜션은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운전자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와인딩 로드, 서킷 할 것 없이 코너링이 시작되는 찰나부터 유격 또는 시간차 없이 타이어에 고스란히 하중을 실어준다. 타이어의 접지력을 즉각 느끼게 해준다. 사이드월이 단단한 런플랫 타이어의 특성까지 맞물려 조종성 측면에서 강점도 보인다. 접지력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 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좌우 기울어짐(바디롤)에 대한 저항이 강한 만큼 범프가 많은 노면에서는 일시적으로 불안정한 감각이 전해지기도 한다. 특히 코너링 중 범프를 만났을 때 후면부가 신경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운동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후 가속 페달을 밟으면 후륜이 바로 따라오기 시작한다.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후륜축을 미끄러뜨리기도 쉽다. ATS에는 LSD도 장비된다.
롤에 대한 강한 저항 그리고 LSD 덕분에 ATS는 코너 중간부터 탈출까지 지루한 언더스티어가 아닌 후륜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즐거운 오버스티어를 더 많이 경험하게 해준다. 지루할 틈이 없다.
스포티한 감성의 세단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주행할 때 얻는 경험 자체로 본다면 스포츠 모델 못지않다. 또한 오버스티어가 발생했을 때 차량의 거동 변화가 빠른 편이므로, 카운터 스티어를 생각해 두는 것이 좋겠다. 물론 자세제어장치인 ESC를 껐을 경우다. 이 시스템이 켜진 경우라면 제법 뉴트럴한 성향을 보인다.
스포츠 주행 때 ATS는 운전자를 바쁘고 흥분되는 상태로 만들어 준다. 코너 진입 때의 날카로운 감각과 코너 탈출 때 손실 없이 뒷바퀴로 출력을 전하는 LSD 덕분이다. 그리고 후륜의 미끄러짐이 불안감을 만들지 않는다. LSD가 미끌림 조차도 안정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운전자를 돕기 때문이다.
ATS가 보인 연비는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약 14.5km/L, 80km/h 정속 주행 시 17km/L 전후를 보였다. 평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 결과는 7.2km/L 수준. 물론 디젤 엔진과 비교하자면 나쁜 연비다. 하지만 이만큼의 성능을 내는 가솔린 세단으로는 충분히 수긍할 효율이다.
물론 가솔린 터보 엔진을 압박하면 연비는 하락한다. 즐거운 주행의 대가가 연비로 나올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주행 환경을 거친 결과 ATS는 약 9.5km/L를 전후하는 연비를 보였다. 조금 더 연비가 높았으면 좋겠지만 동급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는 차에게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것도…
2.0리터 엔진으로 높은 출력과 토크를 만들어내는 만큼 아무래도 메인터넌스 이슈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캐딜락은 서비스센터도 많은 편이 아니다. 우리 팀에도 수입차를 운영하는 스태프들이 있다. 하지만 항상 고민이 따른다. 성능을 꺼내 쓰는 만큼 고장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것. 우리 팀 스태프도 ATS를 고려하다 보증기간(워런티) 이후의 수리비를 감안해 구입을 포기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얼마만큼의 부담을 생각해야 할까? 우리는 가격 조사를 통해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타사와 비교해 적게는 절반, 많게는 1/3까지 부품값이 저렴하다. 물론 파워트레인이 쉽게 고장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고장률이 전무한 것도 아니다. 특히나 변속기 고장으로 수리, 교체하는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참고로 내구성 좋다는 닛산 VQ 엔진도 실린더 헤드 쪽에 문제가 생기면 400만 원 이상의 견적을 내준다.
수입차를 운영하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유지 관리다. 이 부분 때문에 국산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캐딜락의 부품 가격이 국산차만큼 저렴하다는 뜻은 아니다. 분명 국산차보다 비싸다. 하지만 그 비싼 정도가 수긍할 수준은 된다고 보면 될 듯하다.
특히나 ATS 같은 입문형 차의 소비자들은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걱정을 이유로 200~3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추가해 파워트레인에 대한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저렴한 만큼 질 떨어지는 부품을 사용했다고 의심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GM은 다임러, 토요타와 더불어 파워트레인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체다. 국산 현대차도 자체적으로 파워트레인을 만드는 회사다. 인터넷에서는 무시당하지만 매우 의미 있는 기술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캐딜락 ATS. 잘 달리며 많은 것들을 갖췄다. 부품값도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보인다. 뒷좌석과 트렁크가 좁고 브랜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운전 재미와 성능에 관심 있는 소비자에게 이만한 차도 없을 듯하다.
이제 캐딜락이 가진 자체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서비스 네트워크를 더 확장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방권 네트워크의 강화가 필요하다. 가격 안정화도 필요하다. 초기 가격을 높게 설정하기 보다 애초 적정 가격 설정을 통해 착한 가격을 가진 차로 포장하는 것도 좋겠다.
이번 ATS 테스트만큼 즐거운 때도 없었던 것 같다. 과거엔 BMW 330i, 335i, 아우디 A4 3.0콰트로 등이 있었고 이들은 우리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지금의 컴팩트 세단들은 너무나 평범해졌다. 그렇기에 ATS에 더 특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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