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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카푸치노’ 같은 르노 XM3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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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카푸치노’ 같은 르노 XM3 하이브리드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등장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XM3 E-테크 하이브리드(이하 XM3 하이브리드)가 그 주인공이다.

◆F1 단골손님이 만든 하이브리드카는?

르노는 F1 월드 그랑프리 챔피언십의 터줏대감이다. 현재 순위는 레드불과 페라리, 메르세데스에 이은 4위. 10개 팀이 경쟁하는 무대에서 이 정도 자리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XM3 하이브리드에는 바로 이 르노 F1 경주차에 쓰인 기술이 접목됐다.

현재의 F1 경주차들은 V6 1.6ℓ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얹어, 과거 V12부터 V10, V8 방식 대(大) 배기량 엔진보다 확실히 다운사이징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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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3 하이브리드가 앞서 나왔던 수많은 하이브리드카와 가장 다른 부분은 싱크로메쉬 클러치 대신 도그 클러치를 썼다는 점이다. 현대차 그룹의 하이브리드는 병렬형 하이브리드 구조로, 엔진과 모터 사이에 클러치가 장착돼 있고, 모터가 한 개다. 그래서 EV 모드를 임의로 작동시킬 수 없고, 저속 구동과 정차 시에만 하이브리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에 XM3 하이브리드는 1.6ℓ MPI 86마력 가솔린 엔진에 두 개의 모터를 장착하고 도그 클러치를 이용한다. 구조상으로는 직·병렬식으로 분류된다. 15㎾(약 20마력)의 고전압 시동모터 겸 발전기(HSG)가 시동과 출발을 돕고, 36㎾(약 49마력)의 구동 모터로 도심 구간에서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달린다. 이는 동력 손실의 원인이 되는 싱크로메쉬 클러치 대신 도그 클러치를 쓴 덕분이다.

도그 클러치는 ‘개의 이빨’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F1에도 이용된다. 초기 기술과 달리 F1에서는 전자 제어 방식을 이용하며, XM3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다. 기존 방식보다 구조적으로 간단하면서 경량화한 덕에 50㎏의 무게밖에 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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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V의 고전압으로 작동하는 HSG는 1.2㎾h의 배터리 용량의 8분의 1 이상만 있으면 시속 50㎞ 정도까지 전기모터로만 움직인다. 덕분에 현대차 계열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없는 EV 모드를 임의로 작동시킬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도 이 차의 연비를 높이는 건 어렵지 않다. 이번 시승에서 내가 기록한 연비는 20.2㎞/ℓ, 돌아올 때 운전한 동승 기자의 연비는 21.2㎞/ℓ였다. 모두 인증 연비(17인치는 복합 17.4㎞/ℓ, 18인치는 17.0㎞/ℓ)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연비가 특별히 경제 운전에만 집중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승 전에 르노코리아 홍보팀 관계자에게 “이번엔 왜 연비 챌린지를 안 하느냐”라고 물었는데, 그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은 연비가 나온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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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비 챌린지가 시작되면 너무 무리하게 연비에만 집중하는 시승자들이 많고, 실제 연비와 너무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르노코리아는 그런 점을 고려했을뿐더러, 무엇보다 연비에 자신이 있어서 이런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그런 의도는 아주 적절했다. 이번에 시승한 대부분 기자들이 리터당 20㎞가 넘는 연비를 기록했으니 말이다. XM3 하이브리드에 장착된 B 모드를 활용하면 더 좋은 연비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B 모드는 회생제동 성능을 극대화한 것으로, 일부 전기차와 달리 회생제동이 부드럽게 느껴져서 좋았다.

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할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의 경우, 18인치 휠 모델의 복합 인증 연비는 18.8㎞/ℓ인데, 기아가 시승회에서 마련한 ‘연비 챌린지’에서 나는 28.8㎞/ℓ를 기록했다. 이 역시 연비 운전에만 몰두한 결과는 아니다. 두 차 모두 전기차가 아쉽지 않을 정도로 실제 연비가 매우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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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에 장착된 타이어는 215/55 R18 사이즈이고, 금호타이어 솔루스 TA31 제품이다. 승차감과 노면 소음, 주행안전성 등을 고려하면 최상의 선택으로 보인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모든 제품이 그렇듯이, 이 차도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연비는 정말 훌륭하지만, 급가속 때는 반응이 다소 밋밋하다. 동급의 현대차나 기아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경우 스포츠 모드를 작동하면 가속력이 호쾌해지는 데 비해, XM3는 꾸준하게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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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는 인테리어다. 외장 컬러는 일렉트릭 오렌지와 웨이브 블루가 새롭게 추가됐으나, 실내는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면 뭔가 친환경적인 요소를 강조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밝은 베이지 톤 컬러나 블루 톤의 시트와 도어 트림, 대시보드를 적용했더라면 훨씬 더 돋보였을 것 같다. 이런 걸 현대차와 기아는 참 잘 매칭하는데, 르노코리아도 참고하면 좋겠다.

XM3의 가격은 RE 트림 3094만원, 인스파이어 3308만원, 인스파이어 e 시프터 3337만원이고, 최고급 모델에 일렉트릭 오렌지, 클라우드 펄, 소닉 레드 컬러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15만원이 추가된다. 여기에 블랙 가죽 시트 패키지Ⅱ, TFT 클러스터& 프레임리스 룸미러,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인스파이어 디자인 패키지를 고르면 275만원이 추가된다. 리어 스포일러 디자인 패키지(15만원)까지 더하면 가격은 3642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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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말하는 기자들이 많았으나, 시승한 뒤로는 의견이 약간 달라졌다. 생각보다 완성도가 좋아서 가격 정책이 이해된다는 기자들이 많았다.

XM3 하이브리드는 한마디로 ‘카푸치노 커피’ 같았다. 변속은 카푸치노 거품처럼 부드러웠고, 푹신한 승차감은 아주 달달했다. 쿠페형 SUV 스타일의 멋진 디자인과 넓은 트렁크도 이 차의 매력 포인트다. 르노코리아가 이 기술을 잘 살려서 앞으로 나올 SM6 후속 중형차와 QM6 후속 중형 SUV에 적용하는 것도 좋겠다.
부산=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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