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추앙하라, 렉서스의 전동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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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토요타가 내놓은 프리우스는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자동차였다. 오늘날 ‘하이브리드카 제국’을 완성한 토요타가 전동화의 첫 발자국을 내딛는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이후 약 25년 만인 올해 2월, 토요타는 전동화 모델(하이브리드(HEV),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순수 전기차(BEV), 수소 전기차(FCEV)) 누적 판매 2000만 대를 돌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순수 전기차 양산에 적극적인 경쟁사들에 비하면, 토요타는 상대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에 쏠려있었다. 그러자 토요타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토요타자동차는 이런 우려를 일거에 불식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에서의 첫 행보는 렉서스 PHEV가 추가된 신형 NX와 순수 전기차 UX300e를 내놓는 것이었다. 이 따끈따끈한 신차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로 날아갔다.
◆놀라운 핸들링과 승차감, UX300e
30대가 마련된 시승차 가운데 UX300e는 모두 타볼 수 있지만, 돌아오는 길에 타는 NX는 HEV와 PHEV가 섞여 있었다. 그래서 제비뽑기를 했는데, 나는 HEV가 배정됐다. 그렇게 렉서스 최초의 PHEV를 만나볼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먼저 탄 UX300e는 이전에 나왔던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해 외관상 큰 차이가 없다. 단단하고 옹골찬 인상의 외관은 크게 손 볼 일이 없긴 한데, 그래도 기존 모델과 차별화를 더 이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UX300e는 UX250h에 얹었던 2.0ℓ 183마력 가솔린 엔진을 걷어내고, 대신 204마력의 전기모터를 보닛 아래 장착했다. 차체 중앙 하부에는 54.35㎾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배치했고, 한국에서 인증받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33㎞, 전비는 도심 5.0㎞/㎾h, 고속도로 4.3㎞/㎾h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좀 짧아 보인다.
이 차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안정감이 뛰어난 서스펜션이었다. UX300e는 높이가 제각각인 우리나라의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고 안정감 있게 넘어갔고, 도로에 밀착되는 주행안전성 또한 일품이었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동급 전기 SUV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비결은 EV 전용 서스펜션이었다. 렉서스는 UX300e 프런트 서스펜션의 기어박스에 브레이스를 추가 장착해 조향 응답성을 향상했고, 전륜의 쇼크업쇼버는 스프링에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화해 승차감을 개선했다. 타이어와의 궁합도 빼놓을 수 없다. 225/50 R18 사이즈의 타이어는 미쉐린 프리머시3로, 매끄러운 승차감과 주행안전성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정숙성은 렉서스답게 주행 중에도 고요하다. 대신, 주행 모드에 따라 다른 사운드를 제공하는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 기능을 추가해 운전의 묘미를 줬다. 에코나 노멀 모드에서는 조용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특유의 스포티한 모터 작동음이 들려온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조절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아 EV6나 제네시스 GV60의 경우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기능이 있어서 가상의 음을 ‘강하게, 보통, 약하게, 끄기’ 등 네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회생제동은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강한 회생제동을 선택해도 몸으로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경쟁사의 경우 회생제동 기능을 높이면 몸이 울컥할 정도로 차의 속도로 줄어드는데, UX300e는 그 정도는 아니다. 이는 운전 중에 울컥거리는 불쾌감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승 중에 기록한 전비는 ㎾h당 5.7㎞였다. 국내 인증 전비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주로 스포츠 모드를 놓고 달린 것을 감안하면 꽤 좋은 전비다. 이를 바탕으로 총 주행 가능 거리를 환산해보면 약 309㎞가 나온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인증 주행거리인 233㎞보다 훨씬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UX300e의 가격은 5490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인 UX250h 2WD(4640만원)나 UX250h F 스포츠(5180만원)보다는 비싸고, UX250h 4WD(5580만원)보다는 약간 저렴하다. 개인적으로는 UX300e의 주행 감각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충전 인프라 접근이 불편할 때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천한다. 소위 말하는 ‘집밥(가정용 충전기)’의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사용 편의성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만난 NX350h는 2세대 풀 체인지 모델이다. 기존 NX와 비교하면 전장과 전폭이 각각 20㎜, 휠베이스는 30㎜ 더 길어졌다. 디자인 콘셉트는 역동성(Vital)과 첨단 기술(Tech)을 융합한 ‘Vital x Tech Gear’. 외관은 구형과 비슷하지만, 실내는 ‘천지개벽’ 수준이다. 특히 렉서스 최초로 적용된 14인치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 덕에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다.
구형과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렉서스 최초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뽑기에 실패하면서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시승하게 됐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보통 도심에서만 진기가 드러난다고 알고 있지만, 실은 고속도로 주행 때도 좋은 연비를 보인다. NX350h는 약 90여 분 동안 달리면서 리터당 14.5㎞의 연비를 기록했다. 대부분 스포츠 모드로 달리고, 급가속을 여러 번 시도한 악조건에서 나온 뛰어난 연비다.
직렬 4기통 2.5ℓ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은 정속 주행 때 훌륭한 정숙성을 자랑한다. 복합 출력은 242마력. 다만 급가속 때는 상대적으로 엔진 소음이 크게 들린다. 이번에 시승하지 못한 NX450h+는 최고출력이 307마력에 이르기 때문에 한결 매끄러운 가속력을 갖췄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엔 시승한 기자들은 파워트레인이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서스펜션은 UX300e보다 살짝 부드럽다. 이 때문에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상대적으로 상하 움직임이 더 크다.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이 장착된 NX450h+ F 스포츠는 주행안정감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NX의 가격은 △NX 350h 프리미엄 6500만원 △NX 350h 럭셔리 7440만원 △NX 450h+ 프리미엄 7100만원 △NX 450h+ F SPORT 7800만원이다. 경쟁차의 경우, 2022년식 벤츠 GLC 300e 4매틱은 7970만원(신형 데뷔 시기는 미정), BMW X3 X드라이브 30e는 8070~8640만원이다. 아우디는 동급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고, 가솔린 엔진을 얹은 Q5 45 TFSI이 6496만6000원~7085만6000원이다.
전반적으로 NX의 출력이 높고 가격은 낮은 편이지만, 앞으로 나올 신형 GLC PHEV는 전기 주행거리만 100㎞ 이상이어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반나절 동안의 짧은 시승이었지만, 렉서스의 장기를 체감하기엔 충분했다. 특히 25년 동안 하이브리드 모델을 만들면서 큰 결함이 없었다는 건 토요타와 렉서스의 큰 자산이다. 이 정도면 렉서스 하이브리드는 추앙받을 만한 자격을 갖췄다.
제주=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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