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최고의 환대(歡待), 토요타 알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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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애스턴마틴 초청으로 일본에 갔을 때 일이다. 의전 차량으로 토요타 알파드가 준비되었는데, 그동안 많이 봐왔지만 실제로 타본 건 처음이었다. 한국에는 없는 장르의 차여서 기대감도 무척 컸다.
일행은 네 명이었는데, 나는 3열 좌석에 앉았다. 보통 미니밴 3열 좌석은 승차감을 기대하기 힘들다. 승차공간이 가장 좁을뿐더러 차고가 높은 미니밴의 특성상 롤링과 피칭도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알파드는 좀 달랐다. 일단 3열 좌석치고는 공간이 넉넉했다. 키 177㎝ 성인이 앉았을 때 착좌감도 편했고 앞좌석에 무릎이 닿지 않았다.
무엇보다 승차감이 기대 이상이었다. 요철을 넘을 때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좌석에 잘 전달되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국산 미니밴의 2열 승차감에 견줘도 밀리지 않겠다.
그렇게 알파드에 관해 좋은 기억을 담고 돌아왔는데, 얼마 후 한국에 수입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일본에서야 좋은 인상을 준 차였지만, 한국에 수입되는 건 또 다른 의미였다. 과연 이 차가 한국에서 통할 것인지도 궁금했다.
알파드는 지난 9월 18일에 출시되었고 시승회는 20일에 열렸다. 시승기는 바로 작성하고 싶었으나, 타 업체에서도 연이어 시승회가 열려서 미뤄지고 말았다. 사실 이런 이유로 시승기 작성이 많이 밀리는 경우가 간혹 있고, 일부 차종은 아예 쓰지 못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알파드는 그렇게 잊힐 차가 아니었다.
9월에 열린 시승회에서는 특이하게도 2열 좌석을 체험하도록 운전기사가 제공됐다. 덕분에 업계 선배 기자와 함께 회장님 흉내를 내며 2열 좌석에 앉아서 반환점까지 이동했다.
알파드의 2열 좌석은 웬만한 최고급차 못지않게 안락하다. 구형보다 뒷좌석의 진동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게 토요타 측의 설명. 좌석 크기가 넉넉하고 좌우 암레스트도 갖춰져 있으며, 시트를 충분히 눕혀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앞뒤 슬라이딩 거리는 무려 480㎜. 센터 암레스트에는 폴딩 테이블이 있어서 차 안에서 간단한 업무를 보기에 좋다. 천장에는 접고 펼 수 있는 14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어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1열과 마찬가지로 2열에도 통풍과 열선 기능을 갖췄다. 이 기능은 요즘 한국차에는 거의 기본으로 장착되거나 옵션으로 꼭 마련되는 것이어서 막상 없으면 허전하다. 또, 2열에는 마사지 기능이 있어서 장거리 여행에 즐거움을 더한다. 이 기능은 2열 센터 암레스트에 마련된 터치 타입 컨트롤러로 작동하는데, 여기에는 한번의 터치로 시트 자세와 조명이 바뀌는 스마트 컨트롤 기능이 포함돼 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천장이 특이하다. 선루프가 좌우로 나뉜 듀얼 타입으로 이뤄진 것. 하늘을 통째로 바라볼 수는 없지만, 대신 좌우 승객이 개별적으로 선루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토요타 본사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각종 기능을 천장에서 조절할 수 있도록 버튼을 배열하기 위해서 이렇게 디자인했다는 대답을 해줬다.
반환점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차를 천천히 둘러봤다. 가만 보면 차의 비율이 좀 특이하다. 차 길이(5005㎜)와 높이(1950㎜)에 비해서 폭(1850㎜)이 좁아 보이는데, 일본에는 이런 차가 많다. 일본은 좁은 도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일정 기준 너비를 넘어서면 세금이 달라진다. 알파드는 이런 기준을 만족시키면서 미니밴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 비율을 택한 것이다.
이번엔 직접 운전석에 앉았다. 알파드 특유의 탁 트인 시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승차감과 주행안전성은 기대 이상으로 좋다. 차고가 높은 미니밴은 좋은 승차감을 내려다 자칫하면 울렁거리게 셋업하는 실수를 범하는데, 이 차는 그런 게 없다. 좋은 승차감은 1열과 2열이 비슷하다.
알고 보니 좋은 승차감의 비결이 있었다. 토요타 최초로 2열 시트 쿠션 프레임에 진동방지 고무 부싱을 적용해 시트의 좌우 움직임을 최소화했으며, 피치 보디 컨트롤(Pitch Body Control)을 통해 차체 상하 진동을 줄여 장시간 드라이빙에서 오는 탑승 피로감을 줄이고 편안한 승차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피치 보디 컨트롤은 중력과 관성의 법칙을 철저히 분석한 기술이다. 언덕이나 방지턱을 오를 때 차체 앞이 들리면 피치 보디 컨트롤이 작동해 앞이 덜 들리도록 눌러준다. 반대로 차체가 급격한 내리막에서 앞이 가라앉게 되면 차체를 뒤쪽으로 살짝 들어서 최대한 수평을 맞춰준다.
타이어는 앞/뒤 모두 225/55 R19 사이즈이고 미쉐린 제품이다. 차의 성격에 맞게 잘 고른 덕에 승차감과 안전성이 훌륭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더블 위시본 타입. 공간에서 불리한 더블 위시본 타입을 뒤에 적용한 것만 봐도 이 차가 승차감과 핸들링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앞 서스펜션에는 스트럿바를 더해서 조작성과 주행성능도 높였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5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엔진 최고출력은 190마력이고, 시스템 총 출력은 250마력. 최대토크는 4300~4500rpm에서 24.4㎏·m를 발휘한다. 시승회에서는 정원을 다 채우지 않고 두 명만 탔는데, 언덕길에서도 전혀 힘에 부치지 않았고 순간 가속력도 꽤 좋았다. 정원을 채우고 짐을 다 실었을 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은 구동력을 앞/뒤 100:0에서 20:80 범위에서 상황에 맞게 배분한다. 앞에 100% 집중되면 사실상 2WD나 마찬가지여서 연비를 올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 차의 인증 연비는 도심 14.3, 고속도로 12.7, 복합 13.5㎞/ℓ다. 토요타가 앞서 소개한 시에나 하이브리드의 복합 기준 연비는 2WD가 14.5㎞/ℓ, AWD는 13.7㎞/ℓ인 것과 비슷하다.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시승회 당시 연비 대결이 있었는데, 나는 21.75㎞/ℓ의 기록으로 참가자 중 1등을 차지한 바 있다. 알파드도 정속주행을 많이 할 경우 인증 연비보다 훨씬 좋은 수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알파드는 전반적으로 좋은 승차감과 뛰어난 정숙성이 일품인 차였다. 이날 시승한 다른 기자들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다만 가격에 관해서는 의견 차이가 좀 있다. 9920만원인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과 이 정도 가격은 수긍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알파드는 일본에서 다양한 가격과 라인업이 있는데, 한국에 들어온 모델은 가장 비싼 최고급형이다. 이런 고급 미니밴의 수요가 일본만큼 있지 않은 만큼, 기업 의전 수요를 주요 타깃으로 한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토요타에 물어보니 법인 고객이 약 80% 정도라고 하니, 일단 전략은 적중한 셈이다.
어떤 이는 6000만원대 시에나가 있는데 돈을 더 주고 이 차를 사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에나와 알파드는 차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시에나는 넓고 큰 차체를 충분히 활용하기 좋지만, 알파드보다 승차감은 살짝 떨어진다. 내장재의 품질이나 편의장비도 알파드가 훨씬 좋다. 알파드의 가격이 괜히 비싼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일본에서도 최근 알파드의 인기는 뜨겁다. 지난 10월에 일본을 다시 방문했을 때도 알파드는 고급 의전차로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승용차 대신 알파드의 신세계를 경험하는 이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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