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켜가야 할 강인함, 더 뉴 모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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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로를 거칠게 나아갈 때마다 원초적인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창문 밖으로 펼쳐진 임진강의 눈부신 경치는 덤. 그런 분위기에 취했고, 오랜 시간 원숙미를 쌓아온 큼직한 SUV에 매료됐다. 단단한 프레임 바디와 강력한 토크를 내뿜는 V형 6기통 엔진이 오프로더다운 주행질감을 만들어냈다. 그런 강인한 움직임 속에서 겉모양의 적은 변화는 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한방이 있는 차였다. 새롭게 태어난 더 뉴 모하비는 콘셉트에 충실했으며, 구형이 쌓아 올린 틀 안에서 완성도 높은 매력으로 가득했다.
견고함을 품은 부드러움
지난 2월23일,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부분 변경된 모하비의 시승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반짝반짝 광이 난 수 십대의 시승차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 모양새가 가히 압도적이었다. 대형 SUV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시승은 엠블호텔에서 임진강 자갈뜰을 왕복하는 120km, 2시간 코스로 진행됐다. 도심과 고속, 험로 구간이 골고루 섞여 있어 차의 온오프로드 성능을 모두 체험하기에 알맞았다. 두 명이 한 차를 탔고 복귀 길에 운전대를 잡았다. 갈 때는 조수석에 앉아 차의 승차감을 느껴봤다. 포장도로 주행질감의 전체적인 느낌은 불편보다는 편안에 가까웠으며, 비포장도로에서는 불규칙한 노면 상태에 따라 몸이 편치는 않았지만, 불안감은 크지 않았다.
크고 작은 자갈이 바둑알처럼 펼쳐진 임진강의 한 강변에서 더 뉴 모하비 운전석에 앉았다. 높은 시야 덕분에 전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이아몬드 퀼팅이 들어간 갈색 가죽 시트는 몸을 잘 감싸줬고, 새롭게 바뀐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은 만족스러웠다. 아울러 블랙하이그로시와 나무 느낌 패널로 마감된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운 감성을 느끼게 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뒷바퀴 두 개가 자갈밭 위를 힘차게 굴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노면 흐름에 따라 차가 쉴새 없이 흔들렸고, 덩달아 몸이 덩실덩실 춤을 췄다. 포장된 도로가 아니기에 발생하는 당연한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자갈길을 지나 잡초가 무성하고 다양한 크기의 돌이 박혀있는 도로로 들어갔다. 일반적인 차로 경험할 수 없는 길이라 겁부터 났지만, 듬직한 느낌이 가득한 더 뉴 모하비를 믿어보기로 했다. 기어노브를 D에서 매뉴얼 2단으로 옮겼다.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오프로드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몰면 몰수록 안정적이었다. 처음 마음속에 있던 두려움도 점차 사라졌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가속 페달에 들어간 힘도 더 커졌다. 사이드미러에 비친 후면은 뒷바퀴가 힘차게 돌며 튄 흙뭉치들이 날고 있었다. 이어 마주친 측사면도로도 거뜬히 통과했다. 차가 오른쪽으로 깊이 기울어졌지만 쉽게 균형을 잃지 않았다. 등판력을 알아볼 수 있는 30% 경사로는 시시할 정도로 쉽게 정복했다. 더 가파른 경사도 얼마든지 올라갈 듯했다. 이는 강력한 파워트레인에서 시작된 동력성능과 탄탄한 하체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었다. 물 만난 물고기였다.
이 차의 서스펜션 세팅은 프론트 더블 위시본, 리어 멀티 링크. 원활한 험로 돌파를 위해 강성과 내구성을 챙긴 모양새다. 여기에 오프로드 주행 시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로 줄이고 승차감을 끌어올리는 유압식 리바운드 스프링도 적용됐다.
온로드에서는 부드럽지만 때때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 차에 탑재된 엔진은 최고출력 260마력(@3,800rpm), 최대토크 57.1kg.m(@1,500~3,000rpm)의 힘을 내는 3.0리터 V6 디젤 엔진. 변속기는 8단 자동이 맞물린다. 저속 구간에서는 대형 세단 부럽지 않은 주행질감을 보여줬다. 넉넉한 출력에서 오는 여유로움, 신속한 변속감, 흡차음재를 보강한 N.V.H 성능 덕이었다. 특히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말끔히 잡은 점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미국산 대형 SUV만큼이나 정숙했다.
가속은 답답함이 없었다. 저회전 영역부터 터지는 풍부한 토크로 맹렬한 질주본능을 드러냈다. 물론 이 차는 스포츠카가 아니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맛은 없다. 하지만 2,170kg에 이르는 무게를 잊게 할 만큼 가뿐한 운동 성능을 자랑했다. 고속 안정성 역시 좋았다. 속도계 바늘이 높은 숫자를 가리키고 있어도 크게 겁나지 않았다. 다만 급격한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롤링이 느껴졌다. 무게중심이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승용차보다 위에 있고 서스펜션 세팅이 오프로드에 초점이 맞춰져 상하 움직임이 큰 탓이겠다.
실 연비는 약 60km를 주행하고 리터당 9.0km를 기록했다. 시승차였던 더 뉴 모하비 4WD 7인승 모델의 복합연비가 리터당 10.2km(도심연비 리터당 9.0km, 고속연비 리터당 12.2km)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치였다. 짧은 시승 시간 안에 차가 주는 다양한 주행질감을 알아보기 위해 연비 주행은 하지 않았다.
담백함이 전해지는 디자인
변화의 폭이 작다고 하지만 이 차는 어디까지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풀체인지 급으로 달라질 필요는 없다는 게 주관적인 의견이다. 게다가 모하비는 이미 디자인 완성도 면에서 높은 호평을 받던 차다. 그런 생김새를 굳이 뜯어고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앞면은 입체감이 살아있는 새로운 범퍼와 스키드 플레이트 장착으로 볼거리를 줬다. 이와 함께 LED 주간주행등을 새롭게 추가해 안전은 물론 세련미를 강조했다. 밋밋했던 그릴도 그물형 패턴으로 변화를 줘 디테일을 살렸다. 뒷면은 면발광 LED 테일램프를 장착해 크고 고급스러운 SUV에 걸맞은 화려함을 드러냈다.
인테리어의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각종 부품 디자인을 바꿔 고급감을 높였다. 가죽 시트에는 다이아몬드 퀼팅을 넣었고, 나무와 금속 재질 느낌이 물씬 풍기는 패널을 아낌없이 썼다. 실내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은 스티어링 휠도 디자인을 대폭 수정해 분위기 차별화에 앞장섰다. 크게 보면 구형과 같은 4-스포크 디자인을 담고 있지만, 자세한 생김새에서 차이를 보였다.
가치를 이어가다
정통 오프로드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험로 주파 능력은 모자람이 없었고 온로드 주행성능까지 매끈했다. 더불어 고급스러움을 더한 디자인까지, 더 뉴 모하비는 전작의 가치를 이어가기에 충분했다. 이런 상품성은 소비자 선택으로 증명되고 있다. 출시 전 시행된 사전계약에서 누적 계약이 4,500대를 돌파했고, 현재 하루 평균 250대가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월평균 판매대수가 1,050대인 점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다. 바꿔가야 할 것은 바꿔가면서도 지켜야 할 것을 지킨 기아차의 강인한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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