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중한자동차, 켄보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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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아직은 이미지가 좋지 않다. 디자인만 모방할 뿐 잘 달리는 것도,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 자동차를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중국 차도 많이 발전했고 어느덧 국내에서도 중국차를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 시작을 알린 모델이 중한자동차가 수입한 켄보 600이다.

중국차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내수 전용 모델이다. 높은 수준의 독자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모델부터 소위 말하는 짝퉁 자동차까지 다양한 모델이 중국 내수시장만을 위해 만들어지고 팔린다. 중국 내에도 배출가스와 충돌 안전기준이 있다지만 아직은 못 미더운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해외 시장에서 팔 수 없는 모델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다음은 합작 회사 제품이다. 베이징-현대, 상하이-폭스바겐과 같이 중국 업체와 해외 업체가 중국에서 합작회사를 만들어 해외에서 판매하는 차량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이렇게 되면 벤츠 E-클래스라고 해도 중국에서 생산하는 국산차가 되기 때문에 높은 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수입차 공장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이어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차량은 수출되지 않고 오직 중국 시장을 위해서만 판매된다. 하지만 최근 볼보와 BMW가 중국 생산 차량을 해외에 수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시장의 움직임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수출 전용 모델이 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겨뤄보고자 하는 의지를 살려낸 모델들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배출가스 측정이나 안전도 테스트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에 일단 기본적인 자격요건은 충족한 셈이 된다. 켄보 600도 여기에 속한다.

켄보 600은 중국에서 2015년 11월 출시됐다. 베이징 자동차가 수출 전용 브랜드로 만든 모델이다. 중국에서는 환수(幻速) S6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소형 SUV인 S2, 여기에 롱휠베이스 버전인 S3, 컴팩트 SUV인 S5, 중형급 SUV인 S6로 구성되는 만큼 나름 기함급 SUV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은 괜찮다. 금속 장식을 많이 사용했지만 과거의 중국차처럼 촌스러운 느낌도 크지 않다. 어떻게 보면 세련됐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전면부는 X-프레임이라는 그릴 형태로 렉서스 모델을 연상시키게 한다. 구성적으로 제논 라이트와 전동접이식 사이드미러도 갖췄다.

측면은 가니시 디자인부터 시작하는 캐릭터 라인으로 멋을 냈다. 휠은 17인치 크기이며 디자인도 무난하다.

하지만 뒷모습은 조금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인상적인 전면부와 비교해 리어램프는 힘을 잃은 모습이다. 패널 부분도 밋밋한 느낌이 크다. 대신 LED 리어램프와 크롬 장식을 적용하고 스키드 플레이트도 추가하는 등 구성적인 부분은 뒤처지지 않도록 했다.

전체적인 크기는 4,695x1,840x1,685mm를 갖는다. 현대 싼타페와 비교하면 5mm 짧고 40mm 좁으며, 5mm 높은 크기다. 휠베이스는 2,700mm로 동일하다. 중형급 SUV의 체격을 갖는 것이다.

실내 역시 세련된 이미지를 갖는다. 촌스럽다는 느낌은 받기 어렵다. 시트에 적용된 고급 가죽은 촉감이 좋다. 계기판은 과거 벤츠를,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과거 인피니티를 떠올리긴 하지만 그래도 노골적인(?) 수준으로 모방하지는 않았다.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한글화가 이뤄져 있다. 일부 수입사들은 높은 판매량을 가졌음에도 한글화가 인색하다. 반면 켄보 600은 몇 대가 팔릴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글화까지 할 정도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중한자동차의 의지를 칭찬하고 싶다. 사실… 중국어가 그대로 나왔으면 국내에서 난리가 났겠지?

내비게이션은 아틀란 맵을 사용한다. 당연히 무난한 수준의 완성도를 갖는다. 이외에 오토 에어컨, 레인센싱 와이퍼, 크루즈 컨트롤, 스마트키, ECM 룸미러 등 구성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 조립 완성도 부분은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기어 레버는 덜렁거릴 정도로 유격이 심하며 시트나 스티어링 휠의 가죽 재봉 선도 고르지 못하다. 스티어링 휠 아래쪽을 살펴보면 칼럼 내부가 그대로 드러나는 등 아직도 엉성한 부분이 많다. 후방카메라도 화질이 많이 떨어진다. 없는 것보다 나은 정도랄까?

뒷좌석은 쌍용 코란도 C를 연상시킨다. 센터 터널이 없는 평평한 바닥과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 뒷좌석 시트 덕분에 만족감이 높다. 중국차로는 공간을 넓게 잘 뽑았다. 트렁크 공간은 평상시에 1,063리터, 뒷좌석을 폴딩 하면 2,738리터까지 늘어난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의외로 걸걸한 소리가 들린다. 가솔린이지만 디젤 못지않을 정도로 거친 감각이다. 아이들 소음 수치는 41dBA. 디젤 SUV에서 보이는 수준이다. 엔진룸을 보면 상당히 두꺼운 스펀지로 덮여있음이 확인된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억제시키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스티어링 휠과 시트, 기어 레버 등 실내 곳곳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출발을 하면 답답하다는 느낌이 커진다.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밟아야 정상적으로 출발하는 느낌이다. 저배기량 터보 엔진의 늦은 반응+CVT의 더딘 초반 응답성이 만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느낌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30km 부근까지 나타나며, 이후부터 별다른 불만이 없다.

참고로 답답함이 가중되는 환경이 있는데 오르막길에서 정차 후 출발할 때가 그렇다. 가속페달을 많이, 다시금 조금 더 많이 밟아야 출발할 수 있다. 차량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꽤나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 회전수를 높게 고정시켜놓은 상태로 천천히 속도를 올린다. 예상은 했지만 속도 상승이 빠르지는 않다.

켄보 600에는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147마력과 21.5kg.m의 토크를 만들어내 저배기량 엔진으로는 나쁘지 않은 제원을 갖는다. 하지만 뭔가 CVT 변속기에서 출력 손실을 많이 만들어내는 느낌이라 실제 구동 출력이 꽤 낮을 듯했다.

하지만 실제로 구동 출력을 측정한 결과 127마력과 20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14.2%와 6.5%의 동력 손실률이다. 동력 손실률 자체만 놓고 보면 꽤 만족할만하다. 아무래도 중국차에 대한 편견이 있었나 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13.12초. 251m나 달려 도달한 속도다. 오랜만에 13초대 차를 만난다. 우리 팀의 자료를 찾아봐도 13초대 승용차는 르노삼성 QM3와 혼다 S660 정도다. 아! 푸조 2008은 14초대를 기록했었다.

켄보 600이 달리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문제 될만한 성능은 아니다. 오히려 저배기량 SUV로는 선방한 성능이다. 그보다 저속 구간의 더딘 반응과 터보랙 자체가 길게 느껴진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불만으로 작용할 듯싶다.

이러한 답답함은 변속기를 수동모드로 설정하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수동모드에서는 의외로 빠른 변속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그에 따라 차량의 성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차량도 한층 힘차게 움직인다.

켄보 600의 변속기는 펀치 파워트레인(Punch Powertrain)의 VT3 제품이다. 이 변속기는 토크 대응력이 22.4kg.m로 21.5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켄보 600 엔진에 맞춰져 개발됐다. 참고로 펀치 파워트레인은 네덜란드 DAF의 자회사인데, 최근 중국 업체들이 종종 사용한다.

주행을 하면 아무래도 국산 혹은 수입차와 비교했을 때 기술적 차이가 느껴진다. 크기가 싼타페와 비슷하니 비교하자면 전 세대(CM) 싼타페 중고차를 타는 감각이다. 사실 DM 이전의 싼타페는 그리 견고한 차체를 갖지 못했다. 즉, 켄보 600의 차체가 견고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가장 아쉬운 부분은 스티어링 시스템이다. 켄보 600도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한다. 하지만 직선 주행을 하는 동안 보정하는 영역이 꽤 크다. 이질감도 크다. 우리 팀은 그동안 쌍용 자동차의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이 현대차 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켄보 600은 쌍용차에도 미치지 못한다.

승차감은 무난하다. 하지만 저속에서는 어느 정도의 단단한 느낌을, 속도가 올라가면서 부드러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행 안정감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나름대로 서스펜션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과거 국산차 브랜드들이 시도하던 과도기적 셋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짙었다.

하지만 코너링 성능을 기대할 수 있거나 한 수준까지는 아니다. 우선 225mm 너비의 타이어는 접지 성능보다 무난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성격에 가깝다. 차라리 켄보 600과 같은 성격에는 오히려 알맞다. 타이어는 금호타이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중국 차이기 때문에 그런지 타이어도 중국산 제품을 사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코너에서 빠르게 달리려 하면 이른 시기에 ESP가 개입하면서 속도를 낮춰준다. SUV 특징에 맞춰 전복 위험을 낮추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ESP는 해제를 시켜도 다시 개입하는 성격이다. 또한 개입시 브레이크 시스템이 작동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초기형 ESP의 느낌을 받게 해주는 감각이다. 하지만 ESP 개입시 부드럽게 개입해 운전자를 당황시키지 않고, 셋업 부분도 좋기 때문에 불만은 나오지 않는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1.06m 였다. 메르세데스-벤츠 GLC 220d도 41.04m를, 포드 익스플로러 2.3 모델도 41.1m를 기록했으니 무난한 제동성능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테스트 반복에 따라 44m 대까지 제동거리가 늘었지만 다인 승차 환경서 운영되는 SUV라는 점을 고려해 제동성능을 보강해 주면 좋겠다. 최단 거리도 중요하지만 지속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는 초반 응답성을 강조한 타입은 아니다. 그렇다고 비례 제어되는 성격도 아니다. 초반보다 후반에 제 성능이 나오는 편이라 조금은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한다. 이러한 조작법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나 가볍게 조작하는 경향이 짙은 여성 소비자들이라면 차가 조금 밀린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공인 복합연비는 9.7km/L 수준으로 인증받은 만큼 연비 자체가 높은 편이 아니다. 우리 팀의 테스트 결과 시속 80km의 속도에서 약 13km/L 정도를, 시속 100~110km 구간에서는 12km/L 대의 연비를 보였다. 평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 결과 8.5km/L를 기록했다. 물론 가솔린엔진 특성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연비가 빠르게 떨어졌다.

테스트를 마치고 팀원 간 의견을 나누면서 국내 제조업체에서 위기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테스트 전, 막연히 중국차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10년 이상 뒤처지지 않았을까 예상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차는 빨리 쫓아오고 있었다. 켄보 600의 다양한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보였지만 그 부족함이 국산차와 비교해서 크지는 않았다. 역사를 생각한다면 소폭 부족한 정도다. 국산차와 비교하자면 약 4~5년 정도 뒤처진 수준이다. 모델 체인지 이후 이 격차는 더 좁아질 것이다.

사실 국산차가 정말 제대로 기본기를 따지며 완성도가 높아진 시기도 최근이다. 현대차로 보자면 LF 쏘나타, 아반떼 AD, 그랜저 IG가 나오면서부터 달라졌다. YF 쏘나타, 아반떼 MD, 그랜저 HG 시기만 해도 중국차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도 그런 차들이 아직도 도로 위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물론 엔진, 변속기 등의 노하우에서는 국산 브랜드가 월등히 앞선다. 하지만 파워트레인을 사다 쓰는 브랜드들도 있다. 스포츠카로 유명한 로터스 역시 그중 하나가 아닌가?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다. 중국차는 이제 시작이다. 켄보 600 하나로 모든 중국차를 평가할 수 없지만 적어도 중국차는 단시간에 좋은 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 폭, 기대되면서도 우려된다. 이미 일부 전기차는 국산 전기차를 앞선 상황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우리가 앞설지 모르겠지만 그다음 세대 자동차부터는 우리가 후발주자가 될 수도 있다.

가격적으로도 그렇다. 중형 SUV가 2천만원의 가격을 갖는다. 풀옵션 경차가 1,600만원, 소형 SUV가 2,500만원이 넘어서는 국내 자동차 환경을 생각하자면 시사하는 바도 크다. 경제성장, 혹은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국내 자동차 값은 너무 빨리 상승해왔다. 국내 기업의 이러한 행태를 견제한다는 의미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자동차의 역할이 커질 것이고, 앞으로 더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국에게는 드넓은 자국 시장이 존재한다. 과거 우리네 자동차 회사들이 내수 시장의 수익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확보해 왔다. 반면 중국은 넓은 시장에서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일 능력을 갖췄다. 현대차는 우리네 자동차 기술력을 올리기 위해 BMW의 스타급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현직 최고 레벨 엔지니어들이 중국 브랜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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