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중독’, 아우디 TT 로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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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을 정도였다. 입체적인 생김새의 스티어링 휠이나 금속 재질로 멋을 낸 기어노브, 페달 모두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장난감 같았다. 지금까지 접했던 여느 차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게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아우디의 아이코닉 컨버터블, ‘TT 로드스터’ 얘기다. 이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 건 운전자의 시각을 시시각각 자극하는 아우디 신기술 버추얼 콕핏(virtual Cockpit)의 힘이 컸다. 신개념 계기반이 주는 색다름 덕분에 시승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게다가 강력한 엔진과 오픈-에어링이 가능한 차여서 모는 재미가 두 배였다. 자연스레 이 차에 ‘중독’될 수밖에 없었다.

레볼루션, 버추얼 콕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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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TT 로드스터의 핵심은 따로 있다. 오픈에어링이나 아우디 특유의 디자인, 성능 따위의 것이 아니다. 신기술인 ‘버추얼 콕핏’을 으뜸으로 꼽고 싶다. 계기반 계의 ‘혁명’이라 불러도 과함이 없는 이 기술은 12.3인치 고해상도 LCD 계기반 위에 다양한 그래픽으로 차의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대신 차 어디에도 다른 모니터는 없다. 쉽게 보면 예전엔 센터페시아에 자동차의 이런저런 정보와 내비게이션을 담은 화면이 있었지만, 새로운 TT는 계기반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바꾸면서 모든 기능을 통합한 것이다. 그냥 합친 게 아니라 정말 매끄럽고 세련되게 기능을 합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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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버추얼 콕핏의 하이라이트는 내비게이션 맵이 계기반 화면 전체에 드러날 때다. 지도가 기존 사각 프레임을 벗고 널찍한 계기반 안에서 유연하게 도로 정보를 쏟아냈다. 그 어떤 차에서도 볼 수 없던 모양새다.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차와 직접 교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좌·우회전이나 교차로에서 움직임이 계기반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었고, 상황에 따라 지도의 회전이나 확대 및 축소가 거듭됐다. 마치 따사로운 햇살에 비쳐 만들어진 한 사람의 그림자(가짜)가 실체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 자연스러웠다.

버추얼(virtual, 가상의)이란 이름처럼 가짜인 걸 알면서도 마치 진짜 같은 현실이 차 안에서 펼쳐진 것이다. 이런 특별함이 차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줬다. 무엇보다 싱글프레임과 LED 주간 주행등 등으로 디자인은 물론 기능적으로 자동차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아우디가 ‘또 하나의 자동차 트렌드를 만든 게 아닌가’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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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안내는 다른 수입차와 달리 직관적이고 똑똑해서 마음에 들었다. 선명한 파란색으로 목적지를 명쾌하게 알려줬고, 주행 중 헷갈릴 수 있는 교차로나 골목길에서 추가 그래픽과 음성 안내로 운전자에게 올바른 길을 알려줬다. 큼직한 화면으로 시인성도 좋았다. 아울러 길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야 하는 불편(?) 아닌 불편을 겪지 않아도 돼 꽤나 만족스러웠다. 기능과 기능 간의 부드러운 화면 전환도 기억에 남았다.

다만, LCD 모니터에서 비치는 그래픽이 아닌 실제 바늘이 꿈틀대는 움직임을 아날로그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 아우디 첨단 계기반 시스템이 거북할 수도 있겠다.

짜릿한 주행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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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새로움으로 무장한 기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TT의 짜릿한 주행성능이었다. 최고출력 220마력(@4,500-6,200rpm), 최대토크 35.7kgm(@1,600-4,400rpm)의 힘을 내는 2.0리터 직분사 터보 가솔린(TFSI) 엔진이 6단 S트로닉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와 만나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5.9초 만에 도달하도록 돕는다. 지붕을 열거나 닫을 때 시간은 10초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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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달릴 땐 콰트로(Quattro, 상시 사륜구동 방식)가 선사하는 주행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코너를 다소 높은 속도로 돌아도 차선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느끼기 어려웠고, 걱정을 안심으로 바꾸는 건 순식간이었다. 옆구리를 잡아주는 S 스포츠 시트의 기능까지 더해져 불안감은 없었다. 게다가 짧은 휠베이스(2,468mm)도 큰 무기다. 민첩하면서도 역동적인 몸놀림까지 자랑했다. 여기에는 1,500kg의 가벼운 무게도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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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달리는 만큼 멈추는 힘도 강했다. 속도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브레이크 성능을 뽐냈다. 앞으로 쏠리는 것도 적었고, 좌우 흔들림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균형감이 좋았다. 지치는 기색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지붕을 열고 달렸을 때와 닫고 달렸을 때 주행질감은 외부 소음과 바람이 느껴지느냐 안 느껴지느냐 차이에 불과했다. 소프트탑 무게가 39kg로 가볍기 때문이다. 천으로 된 지붕은 시속 50km로 달리면서도 여닫을 수 있었다.

딱딱한 승차감은 몸에 불편을 줬다. 크고 작은 요철에서 전달되는 충격이 부드럽게 걸러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스포티 콘셉트여서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서스펜션 세팅이 불가피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주행모드 중 ‘승차감’이 있어 선택해 봤지만,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4-링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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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모드는 ‘효율’과 바로 전 언급한 ‘승차감’, 그리고 ‘자동’, ‘스포츠’, ‘개별’로 구성됐다. 효율모드에서는 차가 힘을 쫙 빼는 느낌을 받았다. 2,000rpm 이하에서 변속됐고,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지 않는 이상 느긋하게 도로를 읽어나갔다. 이때의 기분은 스포츠 컨버터블이 아닌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패션카를 모는 듯했다.

하지만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을 스포츠로 두면 완전히 다른 차로 돌변했다. 달릴 준비를 마친 듯 낮고 명확한 엔진음이 보닛 아래에서 울려 퍼졌고, 민감해진 가속 페달이 오른쪽 발의 ‘터치’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차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런 기다림에 응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있는 힘껏. 머릿속은 이미 흥분의 도가니였다. 4,000rpm을 넘어 변속이 이뤄질 때마다 머리 뒤로 강렬한 배기음이 들려왔고, 시야는 점점 좁아져 갔다. 서스펜션도 더 단단해져 화끈한 주행을 도왔다. 덕분에 폭발적인 가속에도 안정적인 자세 유지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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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연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레이싱 게임이 떠오를 정도로 화끈한 주행감성을 갖춘 차 치고는 놀라운 수치다. 약 500km를 주행하고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10.7km. 복합연비가 리터당 10.0km(도심연비 리터당 9.0km, 고속연비 리터당 11.5km)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자람 없는 연료 효율성이었다.

이렇듯 참신한 신기술과 함께 불같이 뜨거운 성능, 예상 외의 연료 효율성까지 갖춘 이 차를 계속 몰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탑을 닫고 달릴 때 지붕을 구성하는 뼈대와 뼈대 사이에서 귀를 거슬리게 하는 소리가 자주 났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하나의 프레임이 아니므로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이라 추측된다.

세련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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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서는 아우디만의 세련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로드스터의 우아함 속에서 넘치는 남성미를 지녔다. 직선의 헤드·리어라이트는 강렬한 인상을 자아냈고, 작지만 조형미 있는 차체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구현했다. 실내는 ‘첨단’이 자리했다. 동시에 아우디의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 방향성이 드러났다. 그 중심에는 화려한 계기반과 스포티한 D-컷 운전대, 그리고 간결한 센터페시아 등이 특징인 버추얼콕핏 디자인이 있었다.

세상에 없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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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TT 로드스터의 정체성 중심에는 ‘Creative(창조적인)’가 있었다. 한마디로 세상에 없던 차란 뜻이다. 어떻게 보면 계기반이라는 작은 부품을 새롭게 바꾼 것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그 작은 변화가 기존 차들과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기술을 통한 진보’가 스티어링 휠 너머에서 펼쳐졌다. 색다른 차, 기존에 없던 참신한 모빌리티를 원하는 이는 아우디 TT 로드스터를 타보길 권한다. 새로운 자동차 트렌드는 물론 첨단의 길에서 오픈-에어링이란 낭만을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문서우 기자 msw@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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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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