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준대형세단 K7..돋보이는 상품성으로 무장(武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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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올 뉴 K7 3.3 GDI를 시승했다. 신형 K7은 디자인과 공간, 8단 변속기의 부드러움, 그리고 풍부한 옵션을 비롯한 상품성에서의 경쟁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8단 자동변속기의 다운시프트 변속 속도와 변속 로직, 주행 안정장치의 동작에서는 개선의 여지도 확인된다.
신형 K7은 지난 2009년 출시된 1세대 K7의 후속 모델로 2세대로 접어들었다. 1세대 K7 출시 당시 앞선 디자인과 대형차급 편의사양을 적용해 고급 중형차 수요에 부응했다. 2세대 K7은 기존 K7 대비 운전자 중심의 모델로 거듭났다. 운전자 편의사양을 기본형 모델에서도 충실하게 지원하는 한편, 리어 암레스트의 기능을 줄이는 등 고급 트림에서의 뒷좌석 편의사양은 단촐하게 변경됐다.
신형 K7은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을 함께 선보였다. 3,3리터와 2.4리터 가솔린엔진으로 기존 준대형차 소비자를 만족시키며, 디젤엔진을 통해 3000만~4000만원대 수입 디젤차까지 함께 겨냥하고 있다. 신형 K7은 수입차 대비 다양한 편의사양을 통해 국산 중형차나 준대형차 가망 고객의 이탈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역할을 겸한다.
중형차 · 수입차 위협하는 가치
신형 K7의 가격은 마이너스 트림을 제외한 2.4리터 가솔린엔진 기준 3090만원에서 시작된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옵션으로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가죽 파워시트, 운전석 통풍시트, 스마트키, 열선 스티어링 휠, 내비게이션까지 갖췄다. 중형차 상위 트림과 비슷하거나 풍부한 구성으로 옵션을 더하면 3000만원을 쉽게 넘어서는 중형차의 구성보다 매력적이다.
또한 기본형 모델에서도 HID 헤드램프와 18인치 휠, 전동식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과 메모리 시트, 후면 전동 선커튼과 후측면 수동 선커튼을 추가할 수 있다. 특히 디젤엔진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3000만원대 중반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수입 디젤 해치백을 선택할 수 있는 가격으로 월등한 옵션과 공간을 얻을 수 있다. 가격 대비 가치라는 기준으로 신형 K7의 잇점은 크다.
신형 K7의 외관 디자인은 고급감이 돋보인다. 조각같은 그릴과 낮게 위치한 LED 주간주행등, 그리고 범퍼 하단의 크롬장식을 통해 존재감을 강조했다. 입체감과 고급감 부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느껴진다. 그릴의 위치를 아래로 끌어내려 보닛의 길이감을 강조했다.
측면 디자인은 전륜구동 임에도 시원스러운 프로포션을 갖는다. 앞바퀴와 범퍼 사이의 거리인 프론트 오버행이 짧아 보이도록 유도하고, 2855mm에 달하는 휠베이스와 루프에서 트렁크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은 세련되고 역동적인 감각을 담았다. 후면에서는 번호판을 범퍼로 내려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나 양끝을 올린 리어램프 형상은 안정감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실내는 수평적 레이아웃으로 공간감을 강조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운전석에서의 시트포지션으로 국산차 중에는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낮은 시트포지션에서도 시원한 전방 시야를 비롯해 안정감이 느껴진다. 버튼류의 조작감이나 실내를 구성하는 소재의 만족감은 높은 수준이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의 경우 해상도를 높이고 왜곡현상을 줄여 완성도를 높였다.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5kgm
시승한 모델은 K7 3.3 GDI로 3.3리터 V6 가솔린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3.3 GDI 엔진은 6400rpm에서 최고출력 290마력, 5200rpm에서 최대토크 35.0kgm를 발휘한다. 19인치 휠 기준으로 공차중량 1670kg, 복합연비는 9.7km/ℓ(도심 8.4 고속 11.8)를 기록한다.
18인치 기준 2.4 GDI는 1565kg, 2.2 디젤엔진은 1660kg으로 기존 K7 대비 무게 증가를 최소화했다. 비슷한 사이즈를 지닌 제네시스 DH의 경우 2WD 19인치 기준 공차중량은 1920kg다. 신형 K7은 구동방식의 차이를 감안해도 상당히 가벼운 수준이다.
시승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차체 개발한 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의 완성도다. 다단 변속기는 낮은 엔진회전을 유지해 연비를 높이며, 승차감 면에서도 잇점이 크다. 8단 이상의 다단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함께 변속기의 최신 트렌드다. 기아차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함께 후륜 8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신형 K7의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자체 개발했다.
일상주행에서 신형 K7은 정숙성이 돋보인다. 윈드실드와 앞좌석 도어에 적용된 이중접합 차음 글래스는 외부 소음의 실내 유입을 줄여준다. 상대적으로 하부 소음이 크게 느껴진다. 매끄러운 6기통 엔진과 부드러운 8단 자동변속기는 조화가 뛰어났다. 기존 6단 변속기 대비 촘촘한 기어비와 부드러운 업시프트 감각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부드러움이 강조된 파워트레인
3.3 GDI 엔진은 최고출력을 4마력, 최대토크를 0.3kgm 줄이고 2000rpm 부근의 실용영역 구간의 토크를 높였다. 하지만, 주행에서 이같은 수치의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8단 변속기의 적용으로 낮은 엔진회전을 사용해 토크감 보다는 부드러움이 크게 다가온다. 3.3 GDI에서는 낮은 저회전 토크로 인해 8단 변속기의 장점이 희석돼 디젤엔진과의 매칭이 기대된다.
고회전을 사용하는 적극적인 주행에서 V6 엔진은 썩 괜찮은 엔진음을 전한다. 빠른 속도로 200km/h에 도달하는 등 가속력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고회전에서의 회전 상승이 다소 더디게 느껴지며 가속 시의 토크감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부드러움을 강조한 준대형 차급을 감안하면 납득되는 수준이나 제원상 출력에 대한 기대감은 채워지지 않는다.
고속주행 시의 안정감은 상당히 개선됐다. 160km/h 전후의 고속주행에서도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등 차체 강성의 향상과 서스펜션의 개선을 통해 직진 안정성을 높였다. 반면 고속에서의 빠른 차선 변경에서는 롤이 다소 크게 나타나 자세 회복이 빠르지 않다. 승차감 향상을 위해 롤의 억제를 지나치게 희생했다.
과도한 주행 안정장치의 개입
스티어링 휠 조타에 따른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어 거동은 깔끔하나 한계는 높지 않다. 코너 주행시 한계가 드러나는 시점에서 주행 안정장치가 빠르게 개입하는데, 개입의 정도가 지나치다. 한쪽 바퀴에 지나친 제동이 가해지면서 거동이 불안해진다. 또한 빠르게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상황에서 밟는 깊이 이상으로 지나친 제동력이 발휘되며 무게 중심을 흔들어 놓는다. 갑작스러운 강한 제동은 당황스럽다.
브레이크 밸런스가 좋은 모델의 제동을 시작하는 속도나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하는 양과 밟는 속도에 따라 리니어하게 제동력을 높여가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신형 K7은 17인치에 달하는 대구경 브레이크 디스크를 적용해 제동성능을 높였으나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기아차는 최근 높아진 차체강성과 개선된 서스펜션으로 인해 고속주행에서의 밸런스가 좋아졌다. 또한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제동력을 늘려가는 등 제동에 대한 설정도 개선됐다. 이런 좋은 변화들이 주행 안정장치와 전자식 브레이크 어시스트의 지나친 제동으로 퇴색된 점은 아쉽다.
후측방 충돌회피 지원 시스템이나 선회 시의 자세제어 시스템과 같은 제동력을 통해 차량의 자세를 제어하는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에서 브레이킹의 제어는 보다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또한 차체강성 향상과 서스펜션 최적화를 통해 정립해 나가던 주행 안정감을 부드러운 승차감을 강조하는 새로운 과제로 인해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부분은 EQ900과 신형 K7이 닮은 모습이다.
8단 변속기는 업시프트가 부드럽고 안정적인 반면 강제적 다운시프트 조작에는 뜸을 들인다. 차의 성격을 감안해도 다소 느린 수준으로 변속기 내구성을 고려한 설정으로 생각된다. 또한 2단 이상 다운시프팅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정 기어단수를 찾는데 시간이 소요된다. 적극적인 주행환경에서의 변속 로직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신형 K7의 주행감각과 승차감은 만족감이 높을 설정으로 준대형 세그먼트 고객들의 성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준대형 세단 고객들의 연령층이 크게 낮아졌으며, 엔트리급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는 고객층이 K7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은 아주 높다.
3000~4000만원 대의 신형 K7은 외제차에 대한 경험이 있고 주행성능을 중요시하는 젊은 고객들까지 만족시켜야 한다. 실제로 신형 K7 계약 고객 중 30대와 40대 고객의 비율은 각각 31.5%와 31.4%로 50대의 20.5%를 크게 앞선다. 신형 K7의 주행감각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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