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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주행의 즐거움 강조한 혼다 어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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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주행의 즐거움 강조한 혼다 어코드

대중 브랜드의 D 세그먼트(중형급) 세단 시장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가 장악하고 있지만, 세계로 눈을 넓히면 정말 다양한 모델들이 피 터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치열한 세그먼트에서 일본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상륙한 차가 바로 혼다 어코드다. 1989년에는 대림자동차를 통해서 3세대 모델이 병행 수입되었으며, 혼다코리아가 설립된 이후 2004년에 7세대 모델이 한국에 공식 판매되기 시작했다. 토요타 캠리와 닛산 알티마가 2009년부터 한국에서 판매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행보였다.

혼다코리아가 최근 선보인 어코드는 어느덧 11세대로 진화했다. 외관은 직전 모델(10세대)보다 단순해졌는데, 구형에 있던 크롬 장식을 없애는 대신에 매시형 그릴을 위로 배치했다. 개인적으로는 10세대 모델의 디자인이 워낙 멋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의 앞모습은 다소 심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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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후측면과 뒷모습은 매끄럽고 세련된 인상이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콤비네이션 타입 테일램프와 봉긋하게 솟은 트렁크 리드가 안정적이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휠베이스(2830㎜)는 10세대 모델과 같지만, 차체 길이는 65㎜ 길어졌다. 트레드(좌우 바퀴 중심거리)의 경우 앞바퀴(1590㎜)는 그대로이고 뒷바퀴(1615㎜)는 구형보다 15㎜ 키웠다. 통상 앞바퀴보다 뒷바퀴의 트레드를 키울 때는 코너링에서의 주행안전성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트렁크 공간(473ℓ)도 경쟁모델보다 우위에 있다. 경쟁차의 경우 428~450ℓ 수준이고, 어코드는 25인치 여행용 캐리어가 4개까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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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는 최근 타본 CR-V와 비슷하다. 흔히 말하는 '와우(Wow)' 포인트는 약하지만, 기본에 충실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구형의 버튼식 기어 대신에 레버식 기어를 채택한 점이 반갑다. 다이얼식 온도조절장치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장비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가로 방향 길이를 키워서 시인성이 한층 좋아졌다.

주행성능의 하이라이트는 강력해진 모터 성능으로 인한 연비와 출력 개선이다. 엔진 출력은 147마력인데, 전기 모터 출력은 184마력으로 경쟁차 중 가장 강력하다. 전기 모터 출력은 10세대와 같고, 엔진 출력은 2마력이 늘었다. 엔진 토크 역시 17.8㎏·m에서 18.4㎏·m로 더욱 강력해졌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특이하다. 전기 모터가 초기 구동만 돕고 엔진이 구동하면 보조 역할에 머무는 일반적인 스트롱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달리,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 모터로만 달리다가 속도가 높아지면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해서 전기 모터 주행구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신형 어코드는 여기에 엔진 가동 구간을 앞당겨서 모터의 활용도를 더 높였다. 이때는 엔진이 바퀴 구동을 돕지 않고 발전기 역할만 하므로 연료 소모는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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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해진 e-CVT 변속기 역시 주행성능 향상에 기여했다. 특히 코너링 탈출 때의 로직이 재밌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코너링 때 속도가 줄어들면 전기 모드가 되었다가 재가속 때 하이브리드로 전환되면서 엔진 재가동으로 인한 응답성 지연이 발생하게 된다. 혼다는 여기에 횡가속도(G) 센서가 차체의 움직임을 감지해 코너링을 탈출하는 상황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드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셋업했다.

주행모드는 이콘(ECON), 노멀, 스포트, 인디비주얼 등 네 가지가 마련된다. 인디비주얼 모드는 파워트레인, 스티어링, ACC, 계기반을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셋업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이번에 추가됐다. 경제성을 강조한 이콘 모드에서도 급가속을 시도하면 가속력이 꽤 좋고, 스포트 모드에서는 경쾌하고 빠른 가속이 일품이다. 기본적으로 탄탄하게 설계된 서스펜션(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역시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타이어는 235/40 R19 사이즈이고, 시승차에는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 제품이 장착됐다. 10세대 모델에 장착돼 승차감과 주행안전성에서 호평을 받았던 제품이어서 이번에도 그대로 채택됐다. 다만 MXM4는 앞으로 단종될 모델이어서 향후 어떤 타이어가 장착될지 궁금해진다. 신형 어코드에는 미쉐린 제품 외에도 굿이어의 '이글 투어링' 제품도 무작위로 장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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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어코드의 연비는 도심 17.0㎞/ℓ, 고속도로 16.2㎞/ℓ, 복합 16.7㎞/ℓ다. 10세대 모델의 도심 18.0㎞/ℓ, 고속도로 17.0㎞/ℓ, 복합 17.5㎞/ℓ보다는 살짝 낮아졌지만, 대신 응답성과 가속력이 좋아져 주행성능에 관한 만족감은 더 높아졌다.

올 뉴 어코드의 판매 가격은 2.0 하이브리드 투어링이 5340만원, 1.5 가솔린 터보가 4390만원이다. 2022년 12월의 가격이 2.0 하이브리드가 4650만원, 1.5 가솔린 터보가 3790만원이었으므로 각각 690만원, 600만원이 올랐다. 엔저(円低) 현상인데 왜 이리 가격이 올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차는 미국산 모델이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또, 상품성이 대폭 개선되었으므로 오른 가격은 어느 정도 이해 간다. 다만 3000만~4000만원대 모델이 4000만~5000만원대 모델이 되었기 때문에 가격 인상 폭이 작진 않다. 따라서 옵션을 일부 뺀 보급형 모델을 추가해 가격이 낮아 보이게 하는 묘수도 필요해 보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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