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존재만으로도 빛이나다, 마세라티 기블리 S Q4
컨텐츠 정보
- 1,201 조회
- 목록
본문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멋이 나는 차, 멋진 소리로 귀를 즐겁게 하는 차. 이 말은 이번에 시승한 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주인공은 마세라티의 엔트리급 모델인 기블리다. 그중에서도 좀 더 강력한 성능을 내고 4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된 '기블리 S Q4'다. 햇살 가득한 날씨 대신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씨에 기블리를 시승했지만 기상상황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멋이 나는 차이기 때문이다. 고풍스럽게 귀를 감싸는 배기음과 함께 비가 오는 도로로 나갔다.
삼지창 앰블럼이 주는 우아함
기블리의 디자인은 공격적인 동시에 우아함이 묻어난다. 어딜 가든 단연 돋보이는 모습을 가지고 있어 시승 내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기블리의 앞모습은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이다. 낮게 깔린 차체와 중앙에 크게 자리한 그릴은 마세라티만의 감성이 잘 녹아들어 있는 느낌이다. 그릴 중앙에는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형상화한 엠블럼이 자리하고 있어 웅장함을 전달한다. 전체적인 느낌은 상위 모델인 '콰트로포르테'와 비슷한 모습이며 날렵하게 뻗은 헤드램프는 마세라티의 스타일을 가미시키고 있다.
옆모습은 세단보다는 쿠페의 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보닛이 조금 길게 뻗어 있고 뒤쪽이 짧은 롱 노우즈 숏 데크 형상을 가지고 있다. C 필러에는 마세라티 로고가 박혀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휠 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는 20인치 휠은 기블리의 멋을 한층 더 살린 부분이기도 하다. 참고로 시승차의 앞/뒤 타이어 사이즈는 각각 245mm, 285mm다.
공격적인 앞모습과 옆모습 대비 뒷모습은 차분한 느낌이 강하다. 살짝 솟아 오른 트렁크 라인을 비롯해 긴 형상의 테일램프는 안정감을 높여주고 있다. 기블리의 디자인 기풍은 콰트로포르테와 연계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기존 모델들에 비해 더욱 공격적인 면을 추가해 역동적인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강조한다는 게 마세라티의 설명이다.
플래그십 세단 같은 고급스러움
실내에 들어서면 공격적인 외관과 달리 고급스러운 느낌이 밀려온다. 대시보드를 비롯해 도어 트림 등을 가죽으로 감싸놔서 마치 플래그십 세단을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대시보드 중앙에 배치된 아날로그 시계는 클래식한 멋이 살아있다. 계기반은 시인성이 뛰어나고 가운데 창을 통해 차의 각종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센터패시아에 위치한 화면은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오디오, 차량 설정 등 다양한 부분을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있다. 시인성도 나쁘지 빠르게 작동해 만족감을 높여 줬지만, 처음에는 기능을 익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공조장치 버튼들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버튼의 크기 작아 조작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실내에서 가장 후하게 점수를 주고 싶은 점은 바로 마감 품질이다. 구석구석 느껴지는 가죽의 질감을 비롯해 각종 버튼들의 마감을 꼼꼼히 신경 쓴 모습이다. 버튼이 헐겁거나, 조립 마감 때문에 잡소리가 나는 경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뒷좌석은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는 아니었다.
도로를 수놓는 아름다운 사운드
디자인도 꼼꼼히 살펴봤고 본격적으로 달려보기 위해 시트 포지션을 맞췄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데 왠지 모를 긴장감이 밀려왔다.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는 차에서 느낄 수 없는 긴장감이었다. 긴장감을 억누르고 잠자고 있는 엔진을 깨웠다. 시동을 걸자마자 묵직한 배기음이 온몸을 감싸왔다.
시승한 기블리 S Q4에는 기블리 중 가장 강력한 엔진이 탑재됐다. 3.0리터 V형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10마력(@5,500), 최대토크 56.1kg.m(@1,750~5,000)의 성능을 뿜어낸다. 여기에 'Q4'라고 불리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시스템은 평상시에는 모든 힘을 뒷바퀴로 전달하지만 노면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필요한 구동력을 앞바퀴로 전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무게를 줄이고 지능형 기어 변속 스프트웨어가 적용된 ZF사의 신형 8단 자동변속기 매칭 돼 빠른 변속을 도와준다.
기블리 S Q4는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상당히 부드러운 주행느낌을 뽐낸다. 마치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는 호랑이 같은 느낌이다. 사실 차의 특성상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빠르게 모는 차는 아니다. 편안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GT카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부드러운 면모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어 레버 옆에 있는 '스포트'모드를 누르면 완전히 다른 차로 변신한다. 배기음은 한층 더 우렁차지고 변속 시점도 달라진다. 노멀 모드를 생각하고 달리다 보니 규정속도를 넘어서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일쑤였다. 참고로 마세라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시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8초, 최고 시속은 284km에 달한다.
맹수의 발톱을 꺼내고 달리다 보면 고성능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심장을 뛰게 하는 배기음, 단단하게 노면을 움켜지고 달리는 서스펜션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의 '달리는 맛'이 있다. 도로의 요철을 넘거나 다양한 상황의 노면을 지날 때 충격을 걸러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충격은 거의 없었다. 기블리의 서스펜션은 전륜, 후륜에 각각 더블 위시본, 멀티링크가 탑재됐고, 노면 조건에 따라 지속적으로 댐핑력을 조절하는 '스포츠 스카이훅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코너링 성능도 일품이었다. 3,000mm의 긴 휠베이스를 가지고 있지만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앞머리를 민첩하게 돌려버린다. 제동성능도 제 역할을 다해줬다. 고속에서 여러 번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지만 쉽게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제동력을 뽐냈다.
달리는 동안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짜릿한 성능이 아니라 배기음이었다. 약 3,000RPM 부근에서 증폭되는 배기음은 그 어떤 노래보다 아름답게 들렸다. 배기음을 느끼기 위해 터널을 찾아 헤맸다. 소리를 느끼기 위해 창문을 열고 달렸고, 터널의 먼지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물론 시승하는 동안 느껴진 단점도 있었다. 바로 연료 효율성이다. 이런 차를 타면서 효율성을 논한다는 것이 이상할 수 있지만, 낮은 효율성은 아쉬움으로 느껴졌다. 기블리 S Q4의 공식 연비는 복합 연비를 기준으로 리터당 7.6km(도심 6.3km/l, 고속도로 10.0km/l)다. 정속 주행을 할 때에도 리터당 11km 내외의 효율성을 보였다. 효율성이 조금 개선된다면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멋을 아는 자의 선택
'기블리 S Q4'를 시승하는 내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마세라티만의 이태리 감성이 제대로 스며들어있는 디자인을 비롯해 남부럽지 않은 성능은 성공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중후한 배기음은 이 차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쉽게 접근할 수 없던 마세라티의 진입장벽을 낮춰준 기블리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엔트리급의 모델이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직접 시승한 결과 마세라티의 혈통을 그대로 잇는 모델이 확실했고,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차였다.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