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조용한 미니밴, 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HEV
컨텐츠 정보
- 610 조회
- 목록
본문
2021년 등장한 현대자동차 스타리아는 모든 게 '파격' 그 자체였다. 로보캅 같은 독특한 앞모습, 낮은 벨트라인, 고급스러워진 실내로 기존 승합차의 한계를 벗어났고, 승용차로도 손색없는 활용도를 보여줬다.
3년이 지난 지금, 스타리아는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고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한다. 앞서 기아가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선보인 바 있는데, 이걸 스타리아에 그대로 이식해 선보인 것이다.
시승회는 3년 전과 비슷하게 진행됐다. 반환점까지 현대차가 고용한 기사가 운전하는 동안 기자들은 2열 좌석에 앉아 승차감을 느껴보고, 돌아올 때는 직접 운전하는 방식이다. 시승을 직접 하는 기자가 알기 힘든 2열 승차감 체크까지 배려한 꼼꼼한 진행 방법이다.
시승 모델은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이고, 7인승과 9인승 중 7인승이 마련됐다. 스타리아 라운지캠퍼(7067만원부터), 리무진(5867만원부터) 다음으로 비싼 모델로, 가격은 4110만~4614만원이다.
내·외관은 3년 전에 시승한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현대차는 스타리아 하이브리드에 전방 주차 거리 경고와 하이패스, 미세먼지 센서, 공기 청정모드, 오토 디포그, 애프터 블로우 기능이 모두 포함된 풀오토 에어컨과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후방모니터 등 고급 사양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이와 함께 이번 연식 변경에서 C타입 USB 충전기와 현대차 로고 모양의 4세대 스마트키, 2D 알루미늄 소재의 엠블럼 등을 적용했다. 또한 전방 주차 거리 경고와 하이패스를 모던 트림부터 기본화했으며, 파워 슬라이딩 도어 닫힘의 작동 속도를 줄이고 경고음을 추가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2024 스타리아의 고급 모델인 라운지는 휠 컬러를 블랙 고광택으로 일원화해 고급스러움을 향상했다.
2열 시승 때 가장 중요한 건 승차감 체크다. 3년 전 시승회 때의 코스는 노면이 유난히 울퉁불퉁해 좋지 않은 승차감을 남겼었다. 이번에는 현대차가 그런 '실수'를 만회하려 했는지 비교적 고른 노면에서 시승이 이뤄졌다.
라운지 모델과 투어러 모델은 후륜 서스펜션에 멀티 링크를 적용해 리지드 액슬과 판 스프링을 장착한 카고 모델과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스타리아는 1990㎜에 이르는 높은 차체가 주는 흔들림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특히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승차감이 미세하게 열세다. 일곱 명의 정원을 다 태우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으나, 운전자와 기자 이렇게 두 명이 탔을 때의 느낌은 그랬다.
높은 차체는 풍절음을 잡기에도 불리하다. 시승이 이뤄진 파주 자유로 일대가 평소에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는 걸 감안해도 그렇다. 윈드실드와 1열 도어에는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됐는데, 도어 유리를 내려서 만져보니 이중 접합 유리치고는 조금 얇다.
2열 시승은 지난해 한국에 선보인 토요타 알파드 시승회를 떠올리게 한다. 알파드는 최고급 세단 못지않은 안락한 시트와 뛰어난 편의장비로 기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특히 수납식 테이블과 함께 2열에서도 조작 가능한 선루프와 선 블라인드 등이 아주 편리했다.
이에 비해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는 2열에서 할 수 있는 게 시트 조작 외에는 없다. 원터치로 편한 자세를 만들어주는 시트는 아주 편하지만, 2열에서 선루프를 열 수 없고 선 블라인드도 운전자에게 부탁해서 열어야 한다. 게다가 2열 레그룸을 넉넉히 확보하면 컵 홀더가 너무 멀어진다. 스타리아 리무진 9인승에는 1열부터 3열까지(7인승은 2열까지) 이동 가능한 무버블 콘솔이 있는데, 이 장비를 라운지 하이브리드에도 마련해주면 좋겠다.
반환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직접 운전에 나섰다.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시동을 켜도 실내가 고요하다. 전기차처럼 '윙~'하는 구동음을 내다가 속도를 올리면 엔진이 가세해 힘을 보탠다.
최고출력은 245마력으로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같은데, 높은 차체와 무게 때문인지 가속력은 카니발보다 떨어진다. 그래도 디젤 모델의 늦은 초기 가속력보다는 약간 빠른 편. 급가속을 시도하면 엔진 소음이 좀 커지지만, 디젤 모델 특유의 진동과 소음보다는 낫다.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살피면서 운전하면 연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시승에서 체크해 보니, 시속 85㎞까지는 엔진 개입 없이 항속이 유지된다.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모터의 출력에 따라 엔진의 개입 시기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즉, 모터 출력이 낮으면 하이브리드 특유의 좋은 연비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의 인증 연비는 빌트인 캠 장착 모델이 도심 13.1㎞/ℓ. 고속도로 11.6㎞/ℓ, 복합 12.4㎞/ℓ이고, 빌트인 캠 미장착 모델은 도심 13.5㎞/ℓ. 고속도로 11.6㎞/ℓ, 복합 12.6㎞/ℓ다. 이번 시승에서는 연비가 가장 좋았던 기록은 13.8㎞/ℓ이고 최종적으론 11.8㎞/ℓ를 기록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시승회 코스가 달라서 맞비교하긴 힘들지만, 당시에 나는 17.1㎞/ℓ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차의 인증 연비는 도심 14.0, 고속도로 12.9, 복합 13.5㎞/ℓ인데, 훨씬 더 좋은 연비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에 시승한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 7인승의 가격은 풀 옵션 기준으로 4988만원이다. 디젤 엔진을 얹은 동급 모델은 4658만원, LPG 모델은 4628만원. 하이브리드 모델과 디젤 모델의 가격 차이는 330만원이다.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것은 이 가격 차이를 얼마 만에 상쇄할 수 있느냐다.
21일 기준 평균 유가는 휘발유가 1638.37원, 경유는 1538.11원, 부탄(LPG)은 970.05원이다. 2WD 모델로 1년에 2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하이브리드 모델의 기름값은 260만587원, 디젤 모델은 307만6220원, LPG 모델은 289만5671원이다. 하이브리드 모델과 디젤 모델의 연간 기름값 차이 47만5633원은 7년 정도면 상쇄된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차를 자주 바꾸는 운전자라면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제성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오래 탈수록 경제성은 돋보일 것이다.
스타리아는 카니발보다 더 다양한 수요층을 위해 개발된 차다. 화물 적재를 위한 '카고' 모델을 비롯해 어린이 통학차인 '킨더', 구급차, 특수 구급차, 장애인용 차 등으로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이런 모델들에 활용되기 위해 차체를 높게 설계한 특성이 있고, 그게 승차감과 공간활용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따라서 넓은 공간을 원한다면 스타리아가 더 낫고, 좋은 승차감을 원한다면 카니발을 더 추천한다. 리무진은 두 차 모두 갖추고 있지만, 캠핑 전용 모델은 스타리아에만 있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 RPM9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