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80 2.5T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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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가 방향성을 잡았다. 편안함이 최우선이다. 나이 든 사람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가 강해질 우려도 있지만 너무 어린 세대들의 접근을 적당히 막는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G70 페이스리프트, GV70(가칭) 등의 컴팩트 모델을 내놓게 된다. 이들이 중점적으로 사용할 파워트레인은 4기통 2.5리터 터보 엔진과 8단 변속기 조합이다. 이 엔진은 현대 쏘나타 N 라인에도 공유된다.
3.5리터 터보 엔진의 역할은 상징이다. 북미에서는 V8을 대체하는 용도로 쓰인다. 반면 2.5리터 터보 엔진은 제네시스와 현대 기아차의 다양한 모델에 탑재되는 범용 엔진이다. 당연히 높은 완성도를 가져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2.5 터보 엔진을 제네시스 G80, GV80에 먼저 넣었다. 차가 꽤 크고 무거운 만큼 힘 부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엔진은 충분한 구입 가치를 보여줄까?
G80의 디자인은 2.5 터보나 3.5 터보나 같다. 엔진 배기량을 뜻하는 배지도 없다. 외관서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는 것이 2.5T 수요에게는 이점일 수 있지만 나름대로 상급 트림을 구입하는 3.5T 수요에게는 불만이 될 수도 있다. 제네시스는 수요가 더 많은 2.5T의 만족도를 먼저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만난 테스트 카는 모든 옵션이 더해진 것으로 휠도 가장 큰 20인치를 달고 왔다.
디자인은 보수적이다. 젊은 층보다 적당히 나이가 든 주력 소비자층에게 잘 먹힐 디자인이다. 두 줄로 구성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제네시스가 내세우는 크레스트 그릴, 차체를 가로지르는 각종 캐릭터 라인 등이 시선을 끈다.
실내는 간결하다. 다만 대중차인 쏘나타의 스티어링 휠과 유사한 형태의 디자인을 쓴다. 버튼 배치나 소재는 다르지만 제네시스만의 차별성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비싼 돈 주고 구입한 고급차인데 뭔가 하위 등급 차의 부품을 공유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반면 SUV인 GV80는 전용 스티어링 휠을 쓴다.
버튼 배열이나 메뉴 구성 등 인터페이스도 기존 제네시스 모델과 다르다. 적응이 필요하다. 기능이 많아졌지만 버튼을 최소화시키니 결국 복잡해지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자랑하던 간결한 인터페이스에서는 멀어졌다. 그래도 유럽 브랜드들보다는 낫다.
다만 중앙에 자리한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아쉽다. 너무 멀다. 사람이 아닌, 긴팔 원숭이를 위한 설계였나 보다. 터치를 하려면 몸을 앞으로 숙여야 한다. 물론 콘솔에 위치한 컨트롤러를 쓰면 되긴 한다. 그러나 불편하다.
트렁크 공간도 아쉽다. 좁지는 않다. 하지만 넓지도 않다. 트렁크 공간보다 뒷좌석 공간 확보에 주력한 모습이다. ‘세단이면 이 정도는 충분해. 트렁크 공간이 필요해? 그럼 조금 더 주고 GV80을 사’라고 말하는 것 같다. G80의 아쉬움은 이성적으로 이해되나 감성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기존에 잘하던 것들을 버린 느낌?
기능은 정말 많다. 현대차그룹의 특기다. 자세한 내용은 앞서 테스트한 G80 3.5T 모델의 것을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
엔진룸을 보자. 엔진룸 면적 대비 앙증맞아 보일 정도로 컴팩트한 엔진이 보인다. 4기통 엔진이 프런트 미드십 구조로 중앙부 안쪽에 자리해 있다. 대단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BMW 5시리즈는 과거부터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무게를 확인해보니 1958kg였다. 운전자만 탑승해도 사실상 2톤이다. 무겁다.
물론 G80이 가장 크긴 하다. 이것이 무게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경량화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아직은 완벽한 고급차로써 다양한 경량화 기술을 쓰기 어려운 것이 제네시스의 현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노리는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개발비나 소재에 대한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 대부분을 팔아야 하며, 북미 시장에서 소소한 판매량을 기대하는 제네시스에서 고급화된 소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 전용 비싼 차가 아닌, 세계 시장에서 고급차 브랜드로 제대로 서고 싶다면 후발 주자의 입장에서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시동을 건다. 4기통 엔진이지만 싸구려 같은 음색을 내지 않아 좋았다. 3.5 터보 모델과 비교해도 진동이나 소음 측면서 아쉬움이 적었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34.0dBA였다. 3.5 터보 모델과 동등한 수치다. 매우 좋은 수치로 정숙은 세계적 수준이다.
페달을 밟을 때의 감각도 무난했다. 차가 급격히 출발하거나 멈추지 않아 적당히 부드러운 운전을 지향할 때 좋겠다. 임원들을 모시는 기사님들이 좋아할 내용이다.
G80 2.5T는 감각적으로 가벼움에 초점을 맞춘다. 덕분에 2.5T 엔진임에도 힘 부족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물론 힘도 충분하다. 수치만 봐도 304마력과 43kgf.m에 달한다. V6 3.3~3.8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는 성격으로 적당한 힘을 가진다.
물론 저회전 토크가 타사 경쟁 모델 대비 부족하긴 하다. 그러나 같은 G80 3.5T와 비교할 때 거의 비슷한 저회전 토크감을 내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이 무게에 배기량도 작아졌는데 의외로 힘이 괜찮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러니하지만 3.5 터보는 기대만 못했고, 2.5 터보는 기대보다 나았다.
다양한 도로 환경을 달리는 중이다. 앞뒤 좌우로 출렁거리던 3.5 터보 모델과 달리 조금이나마 단단한 승차감을 만들고 있다. 오해는 말자. 유럽차들 대비 부드러운 편이니까.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로 나뉜다. 에코 모드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엔진 회전수를 제한적으로 쓴다. 제 성능조차 아껴 쓰는 자린고비 성격이다. 이때 변속기도 중립 주행 기능을 지원한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시트 쿠션이 안으로 더 내려가고 사이드 볼스터를 조인다. 몸부터 압박하니 뭔가 기대감도 커진다. 가속 페달 조작에 따른 엔진 반응도 빨라지며 변속기도 고회전을 유지하는 성격이 된다. 여기에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 기능도 활성화되는데,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수준 이하의 인위적인 사운드를 낸다. 나름대로 대배기량 엔진 느낌을 내보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세상에 좋은 소리를 내는 엔진은 많다. 그러나 억지스레 수준 낮은 음색을 만들어 낼 바엔, 차라리 정숙성을 더 높여 조용한 분위기에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로 포장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이 기능을 끌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하다.
G80 2.5T의 발진 가속 성능을 측정했다. 결과는 6.62초였다. 아우디 A6 45 TFSI 콰트로보다 빨랐고, BMW 530i xDrive보다는 느렸다. 동급 경쟁 모델보다 무거운 차체를 더 큰 배기량 엔진을 통해 보완한 것인데, 결론적으로 준수한 성능이었다.
2.5리터 터보 엔진은 현대차그룹의 엔진 만드는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상하게 저회전이 아닌, 고회전 영역에서 힘을 내는 타입이다. 심지어 최고급 G90에 쓰이는 5.0리터 엔진은 저회전 영역에서 힘이 없고, 고회전 영역에서 이상적인 마력감을 뽑아낸다. 고급 세단이 아닌, 스포츠카에 어울릴 엔진이다.
다시 2.5T 엔진을 보자. 배기량 대비 이상적인 효율은 아니다. 저회전 영역에서 다소 부족한 힘이지만 그래도 배기량 덕에 경쟁사의 2.0T 엔진 수준의 순발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미미하게 앞선다고 볼 수도 있다. 냉정히 말해 2.5T 치곤 부족하지만 그래도 2.0T 엔진 보다 배기량에 여유가 있으니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토크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엔진 자체의 부족함 보다 무거운 차체의 영향력이 클 수도 있다. 차체가 무거워지면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탄력을 받으면 힘차게 나아간다.
파워트레인팀과 차체 설계팀에서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면 차체 설계팀의 과오가 크긴 하다. 그러나 정해진 예산 안에서 고급 소재 사용에 제한을 받으며 안전성과 강성, 균형, 여기에 경량화까지 추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쉽지만 요즘 현대차그룹 상품들 개발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 집중적 투자가 아닌 넓은 영역에 걸쳐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이유다.
파워트레인만 봐도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내연기관(가솔린, 디젤)로 나뉜다. 다시금 대중 브랜드와 고급 브랜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고급 상품군은 아직 내수시장 전용에 가깝다. 이 상품에 대한 투자 여력은 얼마나 될까? 경량화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은 차체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기에 아쉽다고만 정리하기 어렵다. 우리가 말하는 아쉬움의 표현, 이것은 연구진의 노력이 아닌, 경영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제동 성능을 보자.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정확히 39m였다. 테스트가 반복되면 39.89m까지 밀리기는 했지만 평균적으로 39.4m를 보였다. 브레이크 성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이어가 제동 성능 저하의 원인일 뿐 순수 브레이크 시스템은 할 일을 다 했다. 3.5T 때는 다소 아쉬움이 생겼는데, 2.5T에서 불만은 없었다. 2.5T의 성능을 보니 3.5T 때 버니시가 끝나지 않아 페이드 등의 현상이 나온 것이 아닐까 싶긴 했다.
다시 한번 강한 제동을 건다. 타이어는 힘 없이 미끄러진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P ZERO 올 시즌. 현대차가 좋아하는 타이어인데, 사실 만족도가 높지 않다. 한국, 금호 타이어 보다 무엇이 나은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다.
타이어는 전륜 245mm, 후륜 275mm 너비를 쓴다. 엔진 성능 대비 큰 사이즈다. 하지만 넓은 너비는 연비만 떨어뜨릴 뿐, 성능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못한다.
브레이크 시스템 자체는 준수했다. 와인딩 로드에서 반복되는 제동계통의 압박도 잘 이겨냈다. 페달 작동 방식은 전자식으로 이뤄지는데, 별도의 에너지 회생 장치가 없어 하이브리드 같은 이질감을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페달을 급하게 조작할 때 아무런 저항 없이 쑥 밟히는 등의 이질감이 생기긴 한다. 미세한 압력 조절에 한계가 있고, 페이드 현상이 와도 초기에 인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노하우를 쌓아야 할 부분이다. 현대차는 대중차다. 그래서 이런 부족함이 있어도 타협할 수 있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고급차를 지향한다. 고급차에게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며, 여기에 감성이란 요소도 큰 역할을 한다.
와인딩 로드 주행으로 G80의 균형을 보자. 종합 성능시험이다. 앞서 만난 3.5T 모델은 주행 성능은 별로였다. 우리 팀은 바닥이라는 표현도 썼다. 이리저리 기울어지며 허둥거리는 차체가 그저 쓴웃음만 자아냈다. 현대차그룹의 일꾼들이 성능마저도 좋은 쪽으로 만들려 많은 노력을 하긴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엔진 출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일 뿐, 운동성능이 좋은 차는 아니다. 제네시스 연구진은 균형을 버리고 부드러움만 택했다. 주요 시장인 한국, 다시금 주요 소비자층인 50대 소비자들을 겨냥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었을 것이다.
2.5T는 어떨까? 제법 좋은 균형감을 보여준다. 유럽차만큼은 아니어도 컴포트한 세단치고 수긍할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최대 회전 범위가 2.5도 안될 정도로 짧은 스티어링 기어비를 보여준다. 이것으로 스포티한 맛을 내려 했다. 그 덕분에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무거운 차체가 제법 요리조리 잘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핸들링이 좋다고 말하긴 애매한데, 기어비 덕분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핸들링이 좋다고 느낄 것이다.
운동성능을 보자. G80 3.5T 모델은 이랬다. 달리는 도중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 앞 부분이 주저앉는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앞축이 빠르게 올라오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코너에 진입하면 옆으로 출렁인다. 이후 뒤축도 늦게 따라온다. 코너가 끝나고 다시 재가속을 하려고 하는데 하체는 아직 자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근데 엔진 힘은 세다. 하체 연약했고, 브레이크도 빠르게 지쳤다.
이 차의 운동성능이 좋다고? 서킷 주행을 들먹이는 제네시스 팬들도 있는데, 컴포트로 기울어진 세단 치고 수긍할 성능을 낸다는 것이지 동급 모델 통틀어 성능이 좋다고 말할 운전자는 없다. 만약 그리 말한다면? 아마도 5시리즈나 E-클래스를 슈퍼카라 말할 것이다. E63이나 M5 정도 되면 하이퍼 세단이라 부를 것이고.
똑똑한 소비자는 상품의 본질을 봐야 한다. 조작 가능한 유튜브 여론이 아닌, 그 차의 컨셉과 자신의 취향을 비교한 뒤 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G80은 컴포트한 세단이다. 애매하게 성능과 컴포트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다 가랑이가 찢어진 것이 아닌, 확실한 노선을 택하고 있다. 우리가 칭찬하는 것도 그 확실함이다.
하지만 2.5 터보 모델은 달랐다. 다양한 코너를 돌아도 자세를 크게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운전자에게 제법 안정된 감각을 전달하려 노력했다. 적당 수준 롤은 있지만 운전자가 부담을 가질 수준도 아니었으며, 커다란 차체를 가졌음에도 나름대로 다이내믹한 멋을 보여주려 했다.
특히 성능 떨어지는 타이어의 한계를 다른 섀시들이 잘 극복하려는 모습이었다. 타이어 자체는 불만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섀시 셋업의 일부로 봐야 한다. 향후 달라질 필요가 있다.
트레일 브레이크를 사용하며 코너에 진입하며 자연스럽게 요(yaw)를 만든다. 적당히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차량의 거동을 정리한다. 4개의 바퀴로 구동력을 배분하는 4륜 시스템도 부족한 타이어 성능 보완을 위해 노력 중이다. 부족한 타이어였지만 다른 친구들의 노력 덕에 운전자는 불안감을 느끼게 않게 된다.
비슷한 성격의 동급 모델을 찾는다면? 재규어와 유사한 주행 감각이다. 부드럽지만 제법 무난한 성능을 이어가는 성격인데, G80 2.5T가 이 범주에 들어간다. 물론 재규어의 셋업이 조금 더 세련되긴 했다. 전장에서 아쉬움이 큰 재규어이긴 하나, 그들 또한 역사를 자랑하는 제조사다. 단순 눈에 보이는 몇몇 장비만으로 폄하하기 어려운 제조사라는 의미다. 최근 BMW 5시리즈도 승차감이 좋아졌다. 부드러워졌다는 것인데, 아직 G80이 그들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 이건 노하우의 문제다. 그래도 이들과 한두 세대 격차 수준까지 와있다는 것으로 보면 제네시스 연구진들이 꽤 노력했다는 것이 보인다.
다만 변속기 기어비가 아쉬웠다. 2단과 3단 사이가 조금 넓은 편인데, 2단으로 달리기엔 너무 고회전 영역대고, 3단으로 주행하기엔 다소 애매한 영역들이 있었다. 물론 와인딩 로드 내 구간마다 다를 수 있는 것이라 단점으로 지적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조금 더 이상적인 기어비를 찾아주면 좋겠다. 기어도 8단에 달하니까. 그래도 제법 빠른 모습을 보여준 변속기 반응성이 좋았다. GV80 3.5T 때는 저속에서 큰 쇼크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 G80 2.5T 테스트 때는 별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G80 2.5T는 국내 시장에서 무난히 팔릴 모델이었다. 다만 한 가지 변수가 있다. 테스트 모델이 AWD 사양이라는 것. 4개 바퀴를 굴리는 구조적인 안정감은 4륜 시스템의 장점이다. 특별한 기술 없이 적당 수준의 안정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2개의 바퀴만 굴릴 때 나온다. AWD 버전은 무난하나 고속주행 안정감이 수준급은 아니었다. 후륜 모델로 가면 그 아쉬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같은 이유로 우리 팀은 고속도로 주행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AWD 모델을 추천한다.
종합적으로 G80 2.5T는 무난한 만족도를 보여준 모델이었다. 각종 편의 장비는 장거리 이동 때 편안한 운전을 도왔다. 다양한 안전 장비도 G80의 강점이다. 컴포트 세단으로서 승차감도 충분했다. 부족함도 있었지만 시장 특성상 상당수 소비자들은 G80에 좋은 점수를 줄 것이다. 다만 5시리즈나 E-클래스, A6 등을 맛본 소비자가 G80으로 내려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맛이 다르다. 그 맛을 알고 나면 단순한 물렁함으로 승차감을 말하기 힘들어진다. 세련미를 가미한 적당한 단단함, 그 속에 스며든 승차감에 젖은 소비자들에게 G80의 섀시 움직임은 그저 허둥거리는 발버둥처럼 보일 수 있다.
앞으로 제네시스에게 남은 숙제가 여기에 있다. 바닥에서 차를 보며 알루미늄을 많이 써서 좋다고 열광하는 층은 어차피 하수들이다. 70~80만 원대의 명품 지갑, 그리고 그 속을 채운 현금 10만 원, 평범해 보이는 30~40만 원 대 가죽 지갑, 그러나 안쪽을 채운 현금 수십, 그리고 수백만 원 상당의 수표 다발. 당신의 어느 지갑을 갖고 싶은가? 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속에 숨겨진 세련미, 프리미엄 소비자들은 그 맛을 안다. 그들을 잡을 수 있어야 비로소 제네시스는 고급차 대열에 오를 수 있다. 지금은 값비싼 한국차다. 그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제네시스 G80은 어떤 차인가? 아직 제네시스는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치를 갖지 못한다. 한국 시장에서야 이미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지만 제주도 이상 벗어나면 제네시스는 현실의 벽과 대면한다. 그래서 동급 모델 보다 저렴한 가격과 더 큰 차체, 넓은 공간, 더 많은 편의 장비들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해야 한다. 즉, 가성비라는 요소가 중심에 서는 차라는 것이다. 이에 우리 팀은 G80 3.5T보다 G80 2.5T를 추천한다. 더 저렴한 가격, 세금 혜택, 더 좋은 연비, 더 높은 완성도 등 이점이 많다.
하지만 테스트 모델처럼 값비싼 풀옵션 모델 구입은 말린다. 테스트 모델의 가격은 7400만 원을 넘어선다. 옵션(편의 장비)이 구입 목적이라면 모르지만 G80 2.5T는 합리적 소비자를 위한 솔루션이다. 적정 가격대는 5천만 원대 후반에서 6천만 원대 초중반까지다.
희망적인 것은 G80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유럽계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을 따라잡기엔 벅차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G70 페이스리프트, GV70(가칭) 등의 컴팩트 모델을 내놓게 된다. 이들이 중점적으로 사용할 파워트레인은 4기통 2.5리터 터보 엔진과 8단 변속기 조합이다. 이 엔진은 현대 쏘나타 N 라인에도 공유된다.
3.5리터 터보 엔진의 역할은 상징이다. 북미에서는 V8을 대체하는 용도로 쓰인다. 반면 2.5리터 터보 엔진은 제네시스와 현대 기아차의 다양한 모델에 탑재되는 범용 엔진이다. 당연히 높은 완성도를 가져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2.5 터보 엔진을 제네시스 G80, GV80에 먼저 넣었다. 차가 꽤 크고 무거운 만큼 힘 부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엔진은 충분한 구입 가치를 보여줄까?
G80의 디자인은 2.5 터보나 3.5 터보나 같다. 엔진 배기량을 뜻하는 배지도 없다. 외관서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는 것이 2.5T 수요에게는 이점일 수 있지만 나름대로 상급 트림을 구입하는 3.5T 수요에게는 불만이 될 수도 있다. 제네시스는 수요가 더 많은 2.5T의 만족도를 먼저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만난 테스트 카는 모든 옵션이 더해진 것으로 휠도 가장 큰 20인치를 달고 왔다.
디자인은 보수적이다. 젊은 층보다 적당히 나이가 든 주력 소비자층에게 잘 먹힐 디자인이다. 두 줄로 구성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제네시스가 내세우는 크레스트 그릴, 차체를 가로지르는 각종 캐릭터 라인 등이 시선을 끈다.
실내는 간결하다. 다만 대중차인 쏘나타의 스티어링 휠과 유사한 형태의 디자인을 쓴다. 버튼 배치나 소재는 다르지만 제네시스만의 차별성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비싼 돈 주고 구입한 고급차인데 뭔가 하위 등급 차의 부품을 공유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반면 SUV인 GV80는 전용 스티어링 휠을 쓴다.
버튼 배열이나 메뉴 구성 등 인터페이스도 기존 제네시스 모델과 다르다. 적응이 필요하다. 기능이 많아졌지만 버튼을 최소화시키니 결국 복잡해지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자랑하던 간결한 인터페이스에서는 멀어졌다. 그래도 유럽 브랜드들보다는 낫다.
다만 중앙에 자리한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아쉽다. 너무 멀다. 사람이 아닌, 긴팔 원숭이를 위한 설계였나 보다. 터치를 하려면 몸을 앞으로 숙여야 한다. 물론 콘솔에 위치한 컨트롤러를 쓰면 되긴 한다. 그러나 불편하다.
트렁크 공간도 아쉽다. 좁지는 않다. 하지만 넓지도 않다. 트렁크 공간보다 뒷좌석 공간 확보에 주력한 모습이다. ‘세단이면 이 정도는 충분해. 트렁크 공간이 필요해? 그럼 조금 더 주고 GV80을 사’라고 말하는 것 같다. G80의 아쉬움은 이성적으로 이해되나 감성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기존에 잘하던 것들을 버린 느낌?
기능은 정말 많다. 현대차그룹의 특기다. 자세한 내용은 앞서 테스트한 G80 3.5T 모델의 것을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
엔진룸을 보자. 엔진룸 면적 대비 앙증맞아 보일 정도로 컴팩트한 엔진이 보인다. 4기통 엔진이 프런트 미드십 구조로 중앙부 안쪽에 자리해 있다. 대단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BMW 5시리즈는 과거부터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무게를 확인해보니 1958kg였다. 운전자만 탑승해도 사실상 2톤이다. 무겁다.
물론 G80이 가장 크긴 하다. 이것이 무게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경량화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아직은 완벽한 고급차로써 다양한 경량화 기술을 쓰기 어려운 것이 제네시스의 현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노리는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개발비나 소재에 대한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 대부분을 팔아야 하며, 북미 시장에서 소소한 판매량을 기대하는 제네시스에서 고급화된 소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 전용 비싼 차가 아닌, 세계 시장에서 고급차 브랜드로 제대로 서고 싶다면 후발 주자의 입장에서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시동을 건다. 4기통 엔진이지만 싸구려 같은 음색을 내지 않아 좋았다. 3.5 터보 모델과 비교해도 진동이나 소음 측면서 아쉬움이 적었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34.0dBA였다. 3.5 터보 모델과 동등한 수치다. 매우 좋은 수치로 정숙은 세계적 수준이다.
페달을 밟을 때의 감각도 무난했다. 차가 급격히 출발하거나 멈추지 않아 적당히 부드러운 운전을 지향할 때 좋겠다. 임원들을 모시는 기사님들이 좋아할 내용이다.
G80 2.5T는 감각적으로 가벼움에 초점을 맞춘다. 덕분에 2.5T 엔진임에도 힘 부족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물론 힘도 충분하다. 수치만 봐도 304마력과 43kgf.m에 달한다. V6 3.3~3.8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는 성격으로 적당한 힘을 가진다.
물론 저회전 토크가 타사 경쟁 모델 대비 부족하긴 하다. 그러나 같은 G80 3.5T와 비교할 때 거의 비슷한 저회전 토크감을 내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이 무게에 배기량도 작아졌는데 의외로 힘이 괜찮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러니하지만 3.5 터보는 기대만 못했고, 2.5 터보는 기대보다 나았다.
다양한 도로 환경을 달리는 중이다. 앞뒤 좌우로 출렁거리던 3.5 터보 모델과 달리 조금이나마 단단한 승차감을 만들고 있다. 오해는 말자. 유럽차들 대비 부드러운 편이니까.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로 나뉜다. 에코 모드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엔진 회전수를 제한적으로 쓴다. 제 성능조차 아껴 쓰는 자린고비 성격이다. 이때 변속기도 중립 주행 기능을 지원한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시트 쿠션이 안으로 더 내려가고 사이드 볼스터를 조인다. 몸부터 압박하니 뭔가 기대감도 커진다. 가속 페달 조작에 따른 엔진 반응도 빨라지며 변속기도 고회전을 유지하는 성격이 된다. 여기에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 기능도 활성화되는데,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수준 이하의 인위적인 사운드를 낸다. 나름대로 대배기량 엔진 느낌을 내보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세상에 좋은 소리를 내는 엔진은 많다. 그러나 억지스레 수준 낮은 음색을 만들어 낼 바엔, 차라리 정숙성을 더 높여 조용한 분위기에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로 포장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이 기능을 끌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하다.
G80 2.5T의 발진 가속 성능을 측정했다. 결과는 6.62초였다. 아우디 A6 45 TFSI 콰트로보다 빨랐고, BMW 530i xDrive보다는 느렸다. 동급 경쟁 모델보다 무거운 차체를 더 큰 배기량 엔진을 통해 보완한 것인데, 결론적으로 준수한 성능이었다.
2.5리터 터보 엔진은 현대차그룹의 엔진 만드는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상하게 저회전이 아닌, 고회전 영역에서 힘을 내는 타입이다. 심지어 최고급 G90에 쓰이는 5.0리터 엔진은 저회전 영역에서 힘이 없고, 고회전 영역에서 이상적인 마력감을 뽑아낸다. 고급 세단이 아닌, 스포츠카에 어울릴 엔진이다.
다시 2.5T 엔진을 보자. 배기량 대비 이상적인 효율은 아니다. 저회전 영역에서 다소 부족한 힘이지만 그래도 배기량 덕에 경쟁사의 2.0T 엔진 수준의 순발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미미하게 앞선다고 볼 수도 있다. 냉정히 말해 2.5T 치곤 부족하지만 그래도 2.0T 엔진 보다 배기량에 여유가 있으니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토크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엔진 자체의 부족함 보다 무거운 차체의 영향력이 클 수도 있다. 차체가 무거워지면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탄력을 받으면 힘차게 나아간다.
파워트레인팀과 차체 설계팀에서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면 차체 설계팀의 과오가 크긴 하다. 그러나 정해진 예산 안에서 고급 소재 사용에 제한을 받으며 안전성과 강성, 균형, 여기에 경량화까지 추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쉽지만 요즘 현대차그룹 상품들 개발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 집중적 투자가 아닌 넓은 영역에 걸쳐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이유다.
파워트레인만 봐도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내연기관(가솔린, 디젤)로 나뉜다. 다시금 대중 브랜드와 고급 브랜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고급 상품군은 아직 내수시장 전용에 가깝다. 이 상품에 대한 투자 여력은 얼마나 될까? 경량화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은 차체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기에 아쉽다고만 정리하기 어렵다. 우리가 말하는 아쉬움의 표현, 이것은 연구진의 노력이 아닌, 경영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제동 성능을 보자.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정확히 39m였다. 테스트가 반복되면 39.89m까지 밀리기는 했지만 평균적으로 39.4m를 보였다. 브레이크 성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이어가 제동 성능 저하의 원인일 뿐 순수 브레이크 시스템은 할 일을 다 했다. 3.5T 때는 다소 아쉬움이 생겼는데, 2.5T에서 불만은 없었다. 2.5T의 성능을 보니 3.5T 때 버니시가 끝나지 않아 페이드 등의 현상이 나온 것이 아닐까 싶긴 했다.
다시 한번 강한 제동을 건다. 타이어는 힘 없이 미끄러진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P ZERO 올 시즌. 현대차가 좋아하는 타이어인데, 사실 만족도가 높지 않다. 한국, 금호 타이어 보다 무엇이 나은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다.
타이어는 전륜 245mm, 후륜 275mm 너비를 쓴다. 엔진 성능 대비 큰 사이즈다. 하지만 넓은 너비는 연비만 떨어뜨릴 뿐, 성능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못한다.
브레이크 시스템 자체는 준수했다. 와인딩 로드에서 반복되는 제동계통의 압박도 잘 이겨냈다. 페달 작동 방식은 전자식으로 이뤄지는데, 별도의 에너지 회생 장치가 없어 하이브리드 같은 이질감을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페달을 급하게 조작할 때 아무런 저항 없이 쑥 밟히는 등의 이질감이 생기긴 한다. 미세한 압력 조절에 한계가 있고, 페이드 현상이 와도 초기에 인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노하우를 쌓아야 할 부분이다. 현대차는 대중차다. 그래서 이런 부족함이 있어도 타협할 수 있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고급차를 지향한다. 고급차에게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며, 여기에 감성이란 요소도 큰 역할을 한다.
와인딩 로드 주행으로 G80의 균형을 보자. 종합 성능시험이다. 앞서 만난 3.5T 모델은 주행 성능은 별로였다. 우리 팀은 바닥이라는 표현도 썼다. 이리저리 기울어지며 허둥거리는 차체가 그저 쓴웃음만 자아냈다. 현대차그룹의 일꾼들이 성능마저도 좋은 쪽으로 만들려 많은 노력을 하긴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엔진 출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일 뿐, 운동성능이 좋은 차는 아니다. 제네시스 연구진은 균형을 버리고 부드러움만 택했다. 주요 시장인 한국, 다시금 주요 소비자층인 50대 소비자들을 겨냥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었을 것이다.
2.5T는 어떨까? 제법 좋은 균형감을 보여준다. 유럽차만큼은 아니어도 컴포트한 세단치고 수긍할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최대 회전 범위가 2.5도 안될 정도로 짧은 스티어링 기어비를 보여준다. 이것으로 스포티한 맛을 내려 했다. 그 덕분에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무거운 차체가 제법 요리조리 잘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핸들링이 좋다고 말하긴 애매한데, 기어비 덕분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핸들링이 좋다고 느낄 것이다.
운동성능을 보자. G80 3.5T 모델은 이랬다. 달리는 도중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 앞 부분이 주저앉는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앞축이 빠르게 올라오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코너에 진입하면 옆으로 출렁인다. 이후 뒤축도 늦게 따라온다. 코너가 끝나고 다시 재가속을 하려고 하는데 하체는 아직 자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근데 엔진 힘은 세다. 하체 연약했고, 브레이크도 빠르게 지쳤다.
이 차의 운동성능이 좋다고? 서킷 주행을 들먹이는 제네시스 팬들도 있는데, 컴포트로 기울어진 세단 치고 수긍할 성능을 낸다는 것이지 동급 모델 통틀어 성능이 좋다고 말할 운전자는 없다. 만약 그리 말한다면? 아마도 5시리즈나 E-클래스를 슈퍼카라 말할 것이다. E63이나 M5 정도 되면 하이퍼 세단이라 부를 것이고.
똑똑한 소비자는 상품의 본질을 봐야 한다. 조작 가능한 유튜브 여론이 아닌, 그 차의 컨셉과 자신의 취향을 비교한 뒤 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G80은 컴포트한 세단이다. 애매하게 성능과 컴포트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다 가랑이가 찢어진 것이 아닌, 확실한 노선을 택하고 있다. 우리가 칭찬하는 것도 그 확실함이다.
하지만 2.5 터보 모델은 달랐다. 다양한 코너를 돌아도 자세를 크게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운전자에게 제법 안정된 감각을 전달하려 노력했다. 적당 수준 롤은 있지만 운전자가 부담을 가질 수준도 아니었으며, 커다란 차체를 가졌음에도 나름대로 다이내믹한 멋을 보여주려 했다.
특히 성능 떨어지는 타이어의 한계를 다른 섀시들이 잘 극복하려는 모습이었다. 타이어 자체는 불만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섀시 셋업의 일부로 봐야 한다. 향후 달라질 필요가 있다.
트레일 브레이크를 사용하며 코너에 진입하며 자연스럽게 요(yaw)를 만든다. 적당히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차량의 거동을 정리한다. 4개의 바퀴로 구동력을 배분하는 4륜 시스템도 부족한 타이어 성능 보완을 위해 노력 중이다. 부족한 타이어였지만 다른 친구들의 노력 덕에 운전자는 불안감을 느끼게 않게 된다.
비슷한 성격의 동급 모델을 찾는다면? 재규어와 유사한 주행 감각이다. 부드럽지만 제법 무난한 성능을 이어가는 성격인데, G80 2.5T가 이 범주에 들어간다. 물론 재규어의 셋업이 조금 더 세련되긴 했다. 전장에서 아쉬움이 큰 재규어이긴 하나, 그들 또한 역사를 자랑하는 제조사다. 단순 눈에 보이는 몇몇 장비만으로 폄하하기 어려운 제조사라는 의미다. 최근 BMW 5시리즈도 승차감이 좋아졌다. 부드러워졌다는 것인데, 아직 G80이 그들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 이건 노하우의 문제다. 그래도 이들과 한두 세대 격차 수준까지 와있다는 것으로 보면 제네시스 연구진들이 꽤 노력했다는 것이 보인다.
다만 변속기 기어비가 아쉬웠다. 2단과 3단 사이가 조금 넓은 편인데, 2단으로 달리기엔 너무 고회전 영역대고, 3단으로 주행하기엔 다소 애매한 영역들이 있었다. 물론 와인딩 로드 내 구간마다 다를 수 있는 것이라 단점으로 지적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조금 더 이상적인 기어비를 찾아주면 좋겠다. 기어도 8단에 달하니까. 그래도 제법 빠른 모습을 보여준 변속기 반응성이 좋았다. GV80 3.5T 때는 저속에서 큰 쇼크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 G80 2.5T 테스트 때는 별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G80 2.5T는 국내 시장에서 무난히 팔릴 모델이었다. 다만 한 가지 변수가 있다. 테스트 모델이 AWD 사양이라는 것. 4개 바퀴를 굴리는 구조적인 안정감은 4륜 시스템의 장점이다. 특별한 기술 없이 적당 수준의 안정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2개의 바퀴만 굴릴 때 나온다. AWD 버전은 무난하나 고속주행 안정감이 수준급은 아니었다. 후륜 모델로 가면 그 아쉬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같은 이유로 우리 팀은 고속도로 주행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AWD 모델을 추천한다.
종합적으로 G80 2.5T는 무난한 만족도를 보여준 모델이었다. 각종 편의 장비는 장거리 이동 때 편안한 운전을 도왔다. 다양한 안전 장비도 G80의 강점이다. 컴포트 세단으로서 승차감도 충분했다. 부족함도 있었지만 시장 특성상 상당수 소비자들은 G80에 좋은 점수를 줄 것이다. 다만 5시리즈나 E-클래스, A6 등을 맛본 소비자가 G80으로 내려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맛이 다르다. 그 맛을 알고 나면 단순한 물렁함으로 승차감을 말하기 힘들어진다. 세련미를 가미한 적당한 단단함, 그 속에 스며든 승차감에 젖은 소비자들에게 G80의 섀시 움직임은 그저 허둥거리는 발버둥처럼 보일 수 있다.
앞으로 제네시스에게 남은 숙제가 여기에 있다. 바닥에서 차를 보며 알루미늄을 많이 써서 좋다고 열광하는 층은 어차피 하수들이다. 70~80만 원대의 명품 지갑, 그리고 그 속을 채운 현금 10만 원, 평범해 보이는 30~40만 원 대 가죽 지갑, 그러나 안쪽을 채운 현금 수십, 그리고 수백만 원 상당의 수표 다발. 당신의 어느 지갑을 갖고 싶은가? 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속에 숨겨진 세련미, 프리미엄 소비자들은 그 맛을 안다. 그들을 잡을 수 있어야 비로소 제네시스는 고급차 대열에 오를 수 있다. 지금은 값비싼 한국차다. 그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제네시스 G80은 어떤 차인가? 아직 제네시스는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치를 갖지 못한다. 한국 시장에서야 이미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지만 제주도 이상 벗어나면 제네시스는 현실의 벽과 대면한다. 그래서 동급 모델 보다 저렴한 가격과 더 큰 차체, 넓은 공간, 더 많은 편의 장비들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해야 한다. 즉, 가성비라는 요소가 중심에 서는 차라는 것이다. 이에 우리 팀은 G80 3.5T보다 G80 2.5T를 추천한다. 더 저렴한 가격, 세금 혜택, 더 좋은 연비, 더 높은 완성도 등 이점이 많다.
하지만 테스트 모델처럼 값비싼 풀옵션 모델 구입은 말린다. 테스트 모델의 가격은 7400만 원을 넘어선다. 옵션(편의 장비)이 구입 목적이라면 모르지만 G80 2.5T는 합리적 소비자를 위한 솔루션이다. 적정 가격대는 5천만 원대 후반에서 6천만 원대 초중반까지다.
희망적인 것은 G80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유럽계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을 따라잡기엔 벅차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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