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80 2.2d HTR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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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이 2세대 제네시스를 만난 것은 지난 2014년이었다. 당시 현대차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부각된 부족함이 안타까운 마음을 키웠던 바 있다. 그래도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바탕으로 고급스러움을 인정받아 할인 많이 받고 구입한 BMW 520d, 아우디 A6 35 TDI보다 ‘잘 사는 집안 차’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고급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이미지다.
제네시스는 BH를 시작으로 DH로 모델 체인지 됐다. 그리고 페이스리프트 시기에 맞춰 모델명으로 쓰이던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로 전환했다. 자연스럽게 제네시스(DH)의 모델명은 G80이 됐다. 이후 3.3 T-GDi 엔진을 더한 G80 스포츠가 나왔고, 올해 1월 디젤 모델이 더해졌다.
BMW 5시리즈는 520d가 차지하는 판매 비율이 60%가 넘는다. 그렇다면 제네시스 G80도 그럴까?
G80 소비자들 다수는 6기통 3.3리터 가솔린 버전을 선호한다. 디젤은 3.8리터 모델과 엇비슷한 판매 실적을 보인다.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다. 엔진 라인업에 대한 판매 비중을 보자면 고급차로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사실 ‘고급차=디젤’이 그리 이상적이지는 않다는 얘기다. 물론 고급차가 필요하며 연간 2~3만 km 이상을 달려 고연비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고급 디젤 세단이 최상의 답이 된다.
어찌 됐건 G80 2.2d는 메르세데스-벤츠 E 220d, BMW 520d, 아우디 A6 디젤, 재규어 XF 20d 등과 경쟁하기 위해 탄생했다. 시장에서는 철저한 도전자의 입장. 우선 국내에서 인정부터 받아야 해외에서 경쟁 모델 리스트라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지만 디자인의 변화는 크지 않다. 하지만 타사의 것을 모방한 흔적이 없어 제네시스만의 특징이 잘 살아난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살펴보자. 밋밋했던 그릴 디자인이 입체적으로 변경됐다. 여기에 어두운 색상의 금속 장식이 중후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헤드램프도 풀 LED 구성을 갖춰 트렌드에 발 맞춤했다. 펑퍼짐하던 범퍼 디자인이 멋스럽게 변했다는 것도 좋다. 머플러는 후면 범퍼 아래쪽으로 숨겨진 형태다. 원래 머플러가 위치했던 자리는 금속 장식을 넣어 머플러 모양처럼 꾸며 놨다.
확실히 크기에서 우세하다. 인지도가 낮은 모델은 경쟁 모델보다 큰 크기를 앞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제네시스 G80도 그렇다.
외관처럼 실내도 변화보다 부분적인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외관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조금 오래된 차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세월의 흔적이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높은 대시보드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 최신 모델들은 대시보드 높이를 낮춰 전방 시야를 개선하는데 집중한다. 아무래도 G80은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G80의 초기형인 DH의 개발 시기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당시엔 이런 형식이 유행이었기 때문이다.
계기판에는 아날로그식 속도계와 타코미터가 있다. 중간에 조그마한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최근 고급 중형 세단이라면 최소 4인치 이상, 옵션으로 풀 디지털 계기판을 갖추는 것이 보통이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8인치다. 최근 동향을 보면 역시 10인치 이상 탑재가 보통이다. 기아차의 입문 세단인 K3도 8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시점에 센터페시아를 뜯어고친다는 것이 시기적으로 애매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현대기아차의 행보로 본다면 차기 모델에서는 대형급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센터페시아에는 각종 버튼들이 자리한다. 현대 기아차의 버튼 배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말해도 충분한 수준이다. 물론 최신 현대기아차 모델들과 비교하면 조금 더 정리가 필요하지만 지금 것도 그리 큰 아쉬움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일부 버튼에 적용된 폰트 크기를 줄이면 좋겠다. 버튼의 역할이 잘 부각되긴 하나 너무 큰 폰트가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내에 사용된 각종 소재의 만족감은 충분하다. 제네시스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리얼 우드와 리얼 알루미늄도 사용했다고 말한다. 가죽이나 천장 마감, 박음질의 마무리도 좋다.
과거 모델과 달리 전자식 기어 레버를 사용한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있다. 특히 현대차의 무선 충전 시스템은 타사들과 달리 호환성이 좋은 편이다. 스마트폰 기종을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를 시작으로 안드로이드 오토까지 지원한다. 애플 카플레이와 사실상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다만 카카오 내비의 만족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다양한 테스트 결과 T-MAP, 자체 내비와 달리 돌아가는 길을 안내할 때가 많다. 내비게이션의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T-MAP이 낫다. 또한 현대차의 자체 내비게이션은 성능이 꽤나 좋은 편이라 굳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지 않아도 만족도를 올릴 수 있다.
뒷좌석은 충분하다. 특히 무릎 공간이 넓다. 경쟁 모델인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 등과 비교해도 우위에 선다. 다만 헤드룸이 조금 더 커지면 좋겠다. 키 180cm 이상의 성인이 앉을 때 머리가 천장에 닿기 때문이다. 반면 측면 및 후면 윈도우에 선셰이드를 넣고, 센터 암레스트에 리모컨을 달아 차량의 각 기능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좋다. 고급차라는 점을 알게 해주는 요소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음과 진동이 큰 디젤엔진을 사용하기에 각종 흡차음재를 보강했다고 한다. 여기에 엔진의 진동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힘을 발생시켜 진동을 줄이는 진동 저감형 토크 컨버터(CPA, Centrifugal Pendulum Absorber), 엔진 마운트를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전자제어식 엔진 마운트(ECM, Electronic Controlled engine mount), 실내 소음의 반대 파장을 만들어 소음을 상쇄시켜주는 실내 소음 저감장치(ANC, Active Noise Cancellation)도 달았다. 현대차의 소음 진동 억제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차라고 했을 때 자랑할 것이 있다면 바로 소음 진동 저감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것. 때로는 성능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순수 컴포트 차원에서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우선 정숙성부터 확인해보자. 시동을 걸면 G80에 디젤 엔진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젤 특유의 ‘겔겔’거리는 소리는 들린다는 것. 그럼에도 스티어링 휠과 시트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거의 없다. 정말 잘 억제시켰다. 디젤 엔진을 썼지만 적어도 고급차라는 것은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 좋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 38.5 dBA로 확인됐다. 폭스바겐 파사트 1.8 터보, 아우디 A4 45 TFIS 등 일부 가솔린 모델과 동등한 수치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G80 디젤은 55.0 dBA을 기록했다. 우리 팀이 계측한 제네시스 3.3 가솔린 모델과 동일한 수치다. 엔진의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미약한 노면 소음 정도만 느껴질 정도다. 디젤 엔진으로 이 정도 정숙성과 진동 억제력을 보여준 점은 분명히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소 아쉬움이 부각된다. 이는 자연흡기 방식의 3.3리터 엔진에서도 느끼던 것으로, 초기 가속이 답답하다. 엔진의 제원을 보자. 최대 토크나 최고출력 측면에서는 수입 모델을 능가한다. 그럼에도 답답한 가속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차체가 무겁기 때문. 과거 현대차는 차체 부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때문에 처음엔 좋은 모습을 보여도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차체에서 파생되는 부가적인 약점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아무리 서스펜션이나 부싱을 새것으로 바꿔도 승차감이나 성능 일부에서 나오는 아쉬움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 모델들을 3년 정도 운행하다 동일한 신차를 타보면 그 차이를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었다.
반면 제네시스 DH가 나오면서 상황이 바뀐다. 한층 탄탄한 차체를 갖게 된 것. 조금은 경직된 느낌이 들 정도였지만 적어도 탄탄한 차체로 거듭났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준이 됐다. 제네시스 BH 운전자가 DH를 타본다면 몇 분 만에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대중 브랜드들이 강한 차체를 만들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대중 브랜드는 한 가지를 얻기 위해 일부 요소를 포기한다. 모든 것을 갖기 위해선 고급 소재를 많이 써야 하는데 대중 브랜드 입장에서 타산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도 제네시스 DH를 내놓으며 부족한 강성을 무게로 채우는 방법을 택했다. 더 많은 철을 넣어 강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과거 이와 같은 방법을 주로 썼던 브랜드가 쉐보레다. 과거 쉐보레 모델들은 타사 대비 100~150Kg 이상 무거운 차체를 가져 동력성능, 연비에서 아쉬움을 키웠다. 반면 차체만큼은 탄탄했다.
제네시스 G80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사실상 2톤을 넘어서는 차체는 동력계에 큰 부담이 된다. 같은 이유로 3.3GDi 모델도 가속이 답답했고, 연비 저하라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반면 현재의 신차들은 경량화를 추구한 강판을 통해 강성을 높이고 무게를 낮춘다. 아마도 제네시스 엔지니어들은 이런 G80의 차체를 다시 만들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차체의 소재를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새로운 차를 개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가 경영을 담당하건 이런 선택은 어려울 것이다.
결국 동급 최고 수준의 엔진 성능을 갖췄음에도 성능은 동급 모델 대비 부족했다. 우선 가속 성능부터 확인해 보자. 제네시스 G80 2.2 디젤은 최고 발진 기록 9.92초를 기록했다. 이는 최단 시간이며 통상 10.4~10.6초 내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능력을 보였다. 기아 쏘렌토 2.2d와 유사한 성능으로 보면 된다.
차체를 이끄는 막강한 토크도 무게감을 이기는 데 한계를 보인다. 현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반면 속도가 오르기 시작하면 아쉬움이 해소된다. 쉽게는 탄력을 받은 이후로 보면 된다. 경쟁차들의 경우 주행모드 설정에 따라 차량의 반응성이 크게 달라지곤 하는데 G80 디젤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스포트 모드에서도 반응이 개선되지는 않았다. 조금은 답답하지만 초기 발진 부분을 차체 무게에 의한 특성으로 알고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차체 무게는 또 하나의 아쉬움을 키운다. 바로 제동성능. 제네시스 G80 2.2d는 시속 100km로 달리다 40m 내외에서의 거리에서 멈춰 선다. 반복 시험에 따라 거리가 다소 늘어나긴 하지만 승용차, 또한 차량 성격상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한 수준이긴 하다. 다만 최신 현대차로는 조금 긴 제동거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제동 감각은 좋은 편이다. 과거 현대차들처럼 초기에만 민감하다 후반에서 쳐지기 보다 일정 수준 좋은 감각으로 성능을 끌고 나가려는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무게에 의한 불리함은 코너링 때도 나온다. 생각보다 낮은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쉽사리 차체가 미끄러진다. 아무래도 차체 무게가 운동성능에서 아쉬움을 키운다. 또 하나 아쉬움을 주는 것은 타이어다. 제네시스 G80 2.2d는 컨티넨탈의 프로컨텍 RX라는 제품을 쓴다. 다양한 노면 조건과 타협한다지만 G80이 가진 약점을 극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제동거리를 늘리는데도 역할을 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국내 타이어 제조사 대신 수입 타이어를 많이 쓴다. 하지만 수입 타이어가 꼭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리 팀은 많은 테스트카를 통해 다양한 OE(순정) 타이어를 경험한다. 어떤 차는 필요 이상의 성능을 갖춘 타이어를, 또 어떤 차는 적정 수준의 타이어, 또 다른 경우로 차의 성능을 대폭 떨어뜨리는 타이어를 쓴 차들을 만난다. 제네시스 G80의 경우는 성능을 떨어뜨리는 경우였다. 특히나 코너를 조금 빨리 돌다 보면 리어 휠이 미끄러지는 경우를 자주 만난다.
우리가 테스트한 G80 2.2d는 4륜 구동 HTRAC을 장착한 모델인데 보통 4륜 구동 모델들은 일관적인 언더스티어 현상을 보인다. 반면 G80은 초기에 언더스티어를 보이다 리어 휠이 ‘훅’하고 빠져버리는 오버스티어로 빠르게 전환되는 아쉬움을 보인다. 특히나 전륜 245, 후륜 275mm 급의 타이어를 사용하는 모델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이다. 서스펜션 성능도 작용하지만 구조적인 부족함을 타이어 성능으로 채울 수도 있다. 결국 고가의 수입 타이어를 썼지만 제품 선택을 제대로 못해 여러 가지 아쉬움을 키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컨티넨탈은 독일계 브랜드로 많은 자동차 제조사에 타이어를 납품한다. 그리고 좋은 제품들도 많다. 다만 제네시스 엔지니어들이 이 타이어를 선택한 이유를 찾기는 힘들었다.
타이어는 자동차의 성능을 최종적으로 노면에 전달하는 중요한 부속이다. 이를 통해 성능과 안전도 구현한다. 다시금 소음을 줄이는데도 도움을 준다. 제네시스 엔지니어들은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外)들이 동급 모델에 어떤 타이어를 사용하는지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겠다. 참고로 우리 팀이 얘기하는 것은 빠르게 달리기 위한 성능이 아닌,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성능이다.
제네시스 G80 2.2 디젤. 운동성능과 연결된 부분으로 보면 아쉬움이 크다. 적어도 타이어 하나로 살릴 수 있는 부분도 많았을 텐데….
하지만 우리 팀은 제네시스 G80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 산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지금부터다.
최근 BMW 5시리즈 디젤의 발화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미 5시리즈의 밸류는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평이 많다. BMW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대부분이 입문형 모델 위주로 판매된다는 것이 문제다. 사실상 고급차는 가솔린이 중심을 잡고, 이후 고연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에 의해 디젤 모델들이 판매되는 것이 보통이다.
고급 브랜드에 있어서 자금이 넉넉한 소비자들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BMW 입장에서도 할인으로 5~6천만 원대에 5시리즈를 구입하는 소비자보다 8~9천만 원대 고급 상품들을 구입해 주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좋다. 또한 예산이 넉넉한 소비자들을 상급 7시리즈로 유도하기도 좋다. 반면 입문형 5시리즈와 7시리즈는 너무나 멀리 있다.
반면 제네시스 G80의 소비자들은 대부분 가솔린을 택한다. 시장에서 조금 더 로열티가 있는 소비자들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이유로 국산차를 탈 수밖에 없는 소비자도 많다지만 고급차의 주요 소비자층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제네시스 브랜드에게 있어 매우 큰 경쟁력이 된다.
해외에서 제네시스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브랜드다.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된다. 고급차 소비자들은 단지 얼마의 가격 차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보다 내가 고급 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남들의 시선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에쿠스, 지금은 제네시스 EQ900으로 이름을 바꾼 최고급 대형 세단이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미지를 이끈다. EQ900이 좋고 나쁜 것은 중요하지 않다. 국내 정서와 특성상 이차를 타는 소비자들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국내에서 EQ900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중 다수는 대외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물론 EQ900 보다 좋은 차도 많지만 주목받는 사람들은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길 원치 않는다. 정치계, 재계 등등 대외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EQ900을 탄다. 평상시엔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나 마이바흐를 이용한다고 해도 공식 석상에는 EQ900을 타고 등장한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성공한 다수가 이용한다는 것. 이는 브랜드 파워를 올리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G80은 조금 더 대중적인 성향으로 다수를 포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설명이 길었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란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누구도 돈이 없어서 제네시스를 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소 무거운 차체, 하지만 일상과 타협한다면 일정 부분 수긍할 수 있다. 초기 발진 때 버거움이 있지만 수초 정도 지나면 불편함 없는 주행성능이 나온다. 초기 발진 때 다른 모델 보다 가속페달을 많이 밟아야 하지만 이는 며칠이면 적응된다.
고속도로에 오른다. 시속 100km에 맞춰 정속 주행을 하고 있다. 속도계는 100km/h를 가리키고 있지만 실제 속도는 96km/h 정도다. 속도계 오차는 4km/h 내외라는 얘기다. 때문에 속도를 104km/h에 맞춰 주행해도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차들은 이와 같은 속도계 오차를 갖는다.)
제네시스 G80은 현대차의 고급 상품답게 다양한 안전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기반으로 한 반자율 주행 기능인 HDA는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다. 다만 완만한 코너에서 갑작스레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즉, 깜빡하고 졸았을 때 차선 이탈을 막아주는 부가적 안전기능으로 봐야지, 이를 자율 주행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반자율 주행 기능이란 사실 마케팅을 위한 요소라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ACC 만큼은 정말 편하다. 스티어링 휠(핸들)을 쥔 채 페달에서 발을 놓아도 되기 때문이다.
고속주행 안정감도 좋은 편이다. 과거 BH 시절만 해도 안정감이 나빴다. 사실 현대차는 후륜구동 차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했다. 과거에야 포니 등 일부 모델이 후륜구동으로 운영되었지만 90년대 이후 모델들은 모두 전륜구동(FF)을 기초로 했다.
이후 제네시스 쿠페, 에쿠스, 제네시스 BH를 통해 후륜구동에 대한 노하우를 만들기 시작했다. 과거 기아 K9을 생각해 보자. 하늘을 날 것처럼 붕붕 떠가는 느낌,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반면 G80은 좋은 수준의 안정감을 보인다. 서스펜션 성능보다는 무게에 의한 안정감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얻는 최종 결론은 안정감의 향상이다. 그것이 무게에서 오는 것이건 아니건 소비자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디젤 엔진을 선택하는 소비자들. 이들은 뛰어난 연비를 원한다. 물론 차체 무게에 의해 동급 모델 대비 좋은 연비는 아니지만 가솔린 모델과 비교한다면 대폭 향상된 연비를 얻을 수 있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결과 G80 디젤은 최대 18~19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이라고 해도 무난한 수치다. 또한 시내 주행 때도 가솔린 보다 좋은 연비를 확보했다.
제네시스 G80을 업무용 세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장거리 운행이 많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또한 전국 여기저기에 널린 현대차 협력사들은 이차의 A/S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줄 것이다.
승차감. 고급차에서 중요한 내용이다. 분명 과거 대비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체의 무게감이 조금은 도움을 준다는 느낌도 짙다. 최근 우리 팀이 테스트한 K9과 비교한다면 G80 쪽이 더 세련된 느낌이다. 자세한 것은 K9 테스트 때 언급하겠지만 우리는 제네시스 G80을 지지한다.
물론 제네시스에게 숙제도 있다. 가령 핸들링 감각은 역시나 아쉬움을 키운다. 하드웨어의 선택, 또한 소프트웨어 튜닝 능력도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차기 모델에서는 이런 아쉬움을 최소화시킬 것이다. 경량화를 추구할 것이며, 랙타입 스티어링 시스템(R-MDPS)의 튜닝에도 조금 더 적극적일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8단 자동변속기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빠른 편은 아니지만 승차감 측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가속페달 조작에 따른 탄력성은 다소 부족하다. 뭔가 조금 더 세밀한 프로그램이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리해보자. 제네시스는 국내서 성공한 브랜드다. 덕분에 다른 상품군 대비 가격이 높아도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적다. 또한 가솔린 중심의 판매도 G80의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차의 성능도 제법 잘 나오는 편이다. 무게란 아쉬움이 주행성능의 불만을 키워도 실제 G80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영역은 아니다. 그보다는 동급 모델로는 넓은 뒷좌석 공간과 트렁크, 차량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없다는 점이 실 수요층의 관심을 한층 더 끌어낼 것이다.
디젤 버전은 가격적인 메리트도 충분하다. 상급 트림으로 가면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해도 입문 트림의 가격은 정말 매력적이다. 입문 트림이라 해도 국산차들이 자랑하는 편의장비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최근 수입 중형 세단들이 한층 강화된 기술력과 성능을 내세우고 있다지만 지금까지 제네시스를 믿고 지지해준 소비자들이 다시금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 1년 남짓, 제네시스는 3세대 G80을 내놓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적된 요소들을 모두 만회시킬 것이다. 지금 것도 무난하지만 차기 모델이 기대되는 이유다.
제네시스는 BH를 시작으로 DH로 모델 체인지 됐다. 그리고 페이스리프트 시기에 맞춰 모델명으로 쓰이던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로 전환했다. 자연스럽게 제네시스(DH)의 모델명은 G80이 됐다. 이후 3.3 T-GDi 엔진을 더한 G80 스포츠가 나왔고, 올해 1월 디젤 모델이 더해졌다.
BMW 5시리즈는 520d가 차지하는 판매 비율이 60%가 넘는다. 그렇다면 제네시스 G80도 그럴까?
G80 소비자들 다수는 6기통 3.3리터 가솔린 버전을 선호한다. 디젤은 3.8리터 모델과 엇비슷한 판매 실적을 보인다.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다. 엔진 라인업에 대한 판매 비중을 보자면 고급차로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사실 ‘고급차=디젤’이 그리 이상적이지는 않다는 얘기다. 물론 고급차가 필요하며 연간 2~3만 km 이상을 달려 고연비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고급 디젤 세단이 최상의 답이 된다.
어찌 됐건 G80 2.2d는 메르세데스-벤츠 E 220d, BMW 520d, 아우디 A6 디젤, 재규어 XF 20d 등과 경쟁하기 위해 탄생했다. 시장에서는 철저한 도전자의 입장. 우선 국내에서 인정부터 받아야 해외에서 경쟁 모델 리스트라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지만 디자인의 변화는 크지 않다. 하지만 타사의 것을 모방한 흔적이 없어 제네시스만의 특징이 잘 살아난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살펴보자. 밋밋했던 그릴 디자인이 입체적으로 변경됐다. 여기에 어두운 색상의 금속 장식이 중후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헤드램프도 풀 LED 구성을 갖춰 트렌드에 발 맞춤했다. 펑퍼짐하던 범퍼 디자인이 멋스럽게 변했다는 것도 좋다. 머플러는 후면 범퍼 아래쪽으로 숨겨진 형태다. 원래 머플러가 위치했던 자리는 금속 장식을 넣어 머플러 모양처럼 꾸며 놨다.
확실히 크기에서 우세하다. 인지도가 낮은 모델은 경쟁 모델보다 큰 크기를 앞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제네시스 G80도 그렇다.
외관처럼 실내도 변화보다 부분적인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외관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조금 오래된 차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세월의 흔적이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높은 대시보드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 최신 모델들은 대시보드 높이를 낮춰 전방 시야를 개선하는데 집중한다. 아무래도 G80은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G80의 초기형인 DH의 개발 시기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당시엔 이런 형식이 유행이었기 때문이다.
계기판에는 아날로그식 속도계와 타코미터가 있다. 중간에 조그마한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최근 고급 중형 세단이라면 최소 4인치 이상, 옵션으로 풀 디지털 계기판을 갖추는 것이 보통이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8인치다. 최근 동향을 보면 역시 10인치 이상 탑재가 보통이다. 기아차의 입문 세단인 K3도 8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시점에 센터페시아를 뜯어고친다는 것이 시기적으로 애매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현대기아차의 행보로 본다면 차기 모델에서는 대형급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센터페시아에는 각종 버튼들이 자리한다. 현대 기아차의 버튼 배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말해도 충분한 수준이다. 물론 최신 현대기아차 모델들과 비교하면 조금 더 정리가 필요하지만 지금 것도 그리 큰 아쉬움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일부 버튼에 적용된 폰트 크기를 줄이면 좋겠다. 버튼의 역할이 잘 부각되긴 하나 너무 큰 폰트가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내에 사용된 각종 소재의 만족감은 충분하다. 제네시스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리얼 우드와 리얼 알루미늄도 사용했다고 말한다. 가죽이나 천장 마감, 박음질의 마무리도 좋다.
과거 모델과 달리 전자식 기어 레버를 사용한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있다. 특히 현대차의 무선 충전 시스템은 타사들과 달리 호환성이 좋은 편이다. 스마트폰 기종을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를 시작으로 안드로이드 오토까지 지원한다. 애플 카플레이와 사실상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다만 카카오 내비의 만족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다양한 테스트 결과 T-MAP, 자체 내비와 달리 돌아가는 길을 안내할 때가 많다. 내비게이션의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T-MAP이 낫다. 또한 현대차의 자체 내비게이션은 성능이 꽤나 좋은 편이라 굳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지 않아도 만족도를 올릴 수 있다.
뒷좌석은 충분하다. 특히 무릎 공간이 넓다. 경쟁 모델인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 등과 비교해도 우위에 선다. 다만 헤드룸이 조금 더 커지면 좋겠다. 키 180cm 이상의 성인이 앉을 때 머리가 천장에 닿기 때문이다. 반면 측면 및 후면 윈도우에 선셰이드를 넣고, 센터 암레스트에 리모컨을 달아 차량의 각 기능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좋다. 고급차라는 점을 알게 해주는 요소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음과 진동이 큰 디젤엔진을 사용하기에 각종 흡차음재를 보강했다고 한다. 여기에 엔진의 진동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힘을 발생시켜 진동을 줄이는 진동 저감형 토크 컨버터(CPA, Centrifugal Pendulum Absorber), 엔진 마운트를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전자제어식 엔진 마운트(ECM, Electronic Controlled engine mount), 실내 소음의 반대 파장을 만들어 소음을 상쇄시켜주는 실내 소음 저감장치(ANC, Active Noise Cancellation)도 달았다. 현대차의 소음 진동 억제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차라고 했을 때 자랑할 것이 있다면 바로 소음 진동 저감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것. 때로는 성능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순수 컴포트 차원에서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우선 정숙성부터 확인해보자. 시동을 걸면 G80에 디젤 엔진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젤 특유의 ‘겔겔’거리는 소리는 들린다는 것. 그럼에도 스티어링 휠과 시트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거의 없다. 정말 잘 억제시켰다. 디젤 엔진을 썼지만 적어도 고급차라는 것은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 좋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 38.5 dBA로 확인됐다. 폭스바겐 파사트 1.8 터보, 아우디 A4 45 TFIS 등 일부 가솔린 모델과 동등한 수치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G80 디젤은 55.0 dBA을 기록했다. 우리 팀이 계측한 제네시스 3.3 가솔린 모델과 동일한 수치다. 엔진의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미약한 노면 소음 정도만 느껴질 정도다. 디젤 엔진으로 이 정도 정숙성과 진동 억제력을 보여준 점은 분명히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소 아쉬움이 부각된다. 이는 자연흡기 방식의 3.3리터 엔진에서도 느끼던 것으로, 초기 가속이 답답하다. 엔진의 제원을 보자. 최대 토크나 최고출력 측면에서는 수입 모델을 능가한다. 그럼에도 답답한 가속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차체가 무겁기 때문. 과거 현대차는 차체 부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때문에 처음엔 좋은 모습을 보여도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차체에서 파생되는 부가적인 약점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아무리 서스펜션이나 부싱을 새것으로 바꿔도 승차감이나 성능 일부에서 나오는 아쉬움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 모델들을 3년 정도 운행하다 동일한 신차를 타보면 그 차이를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었다.
반면 제네시스 DH가 나오면서 상황이 바뀐다. 한층 탄탄한 차체를 갖게 된 것. 조금은 경직된 느낌이 들 정도였지만 적어도 탄탄한 차체로 거듭났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준이 됐다. 제네시스 BH 운전자가 DH를 타본다면 몇 분 만에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대중 브랜드들이 강한 차체를 만들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대중 브랜드는 한 가지를 얻기 위해 일부 요소를 포기한다. 모든 것을 갖기 위해선 고급 소재를 많이 써야 하는데 대중 브랜드 입장에서 타산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도 제네시스 DH를 내놓으며 부족한 강성을 무게로 채우는 방법을 택했다. 더 많은 철을 넣어 강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과거 이와 같은 방법을 주로 썼던 브랜드가 쉐보레다. 과거 쉐보레 모델들은 타사 대비 100~150Kg 이상 무거운 차체를 가져 동력성능, 연비에서 아쉬움을 키웠다. 반면 차체만큼은 탄탄했다.
제네시스 G80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사실상 2톤을 넘어서는 차체는 동력계에 큰 부담이 된다. 같은 이유로 3.3GDi 모델도 가속이 답답했고, 연비 저하라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반면 현재의 신차들은 경량화를 추구한 강판을 통해 강성을 높이고 무게를 낮춘다. 아마도 제네시스 엔지니어들은 이런 G80의 차체를 다시 만들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차체의 소재를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새로운 차를 개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가 경영을 담당하건 이런 선택은 어려울 것이다.
결국 동급 최고 수준의 엔진 성능을 갖췄음에도 성능은 동급 모델 대비 부족했다. 우선 가속 성능부터 확인해 보자. 제네시스 G80 2.2 디젤은 최고 발진 기록 9.92초를 기록했다. 이는 최단 시간이며 통상 10.4~10.6초 내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능력을 보였다. 기아 쏘렌토 2.2d와 유사한 성능으로 보면 된다.
차체를 이끄는 막강한 토크도 무게감을 이기는 데 한계를 보인다. 현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반면 속도가 오르기 시작하면 아쉬움이 해소된다. 쉽게는 탄력을 받은 이후로 보면 된다. 경쟁차들의 경우 주행모드 설정에 따라 차량의 반응성이 크게 달라지곤 하는데 G80 디젤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스포트 모드에서도 반응이 개선되지는 않았다. 조금은 답답하지만 초기 발진 부분을 차체 무게에 의한 특성으로 알고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차체 무게는 또 하나의 아쉬움을 키운다. 바로 제동성능. 제네시스 G80 2.2d는 시속 100km로 달리다 40m 내외에서의 거리에서 멈춰 선다. 반복 시험에 따라 거리가 다소 늘어나긴 하지만 승용차, 또한 차량 성격상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한 수준이긴 하다. 다만 최신 현대차로는 조금 긴 제동거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제동 감각은 좋은 편이다. 과거 현대차들처럼 초기에만 민감하다 후반에서 쳐지기 보다 일정 수준 좋은 감각으로 성능을 끌고 나가려는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무게에 의한 불리함은 코너링 때도 나온다. 생각보다 낮은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쉽사리 차체가 미끄러진다. 아무래도 차체 무게가 운동성능에서 아쉬움을 키운다. 또 하나 아쉬움을 주는 것은 타이어다. 제네시스 G80 2.2d는 컨티넨탈의 프로컨텍 RX라는 제품을 쓴다. 다양한 노면 조건과 타협한다지만 G80이 가진 약점을 극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제동거리를 늘리는데도 역할을 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국내 타이어 제조사 대신 수입 타이어를 많이 쓴다. 하지만 수입 타이어가 꼭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리 팀은 많은 테스트카를 통해 다양한 OE(순정) 타이어를 경험한다. 어떤 차는 필요 이상의 성능을 갖춘 타이어를, 또 어떤 차는 적정 수준의 타이어, 또 다른 경우로 차의 성능을 대폭 떨어뜨리는 타이어를 쓴 차들을 만난다. 제네시스 G80의 경우는 성능을 떨어뜨리는 경우였다. 특히나 코너를 조금 빨리 돌다 보면 리어 휠이 미끄러지는 경우를 자주 만난다.
우리가 테스트한 G80 2.2d는 4륜 구동 HTRAC을 장착한 모델인데 보통 4륜 구동 모델들은 일관적인 언더스티어 현상을 보인다. 반면 G80은 초기에 언더스티어를 보이다 리어 휠이 ‘훅’하고 빠져버리는 오버스티어로 빠르게 전환되는 아쉬움을 보인다. 특히나 전륜 245, 후륜 275mm 급의 타이어를 사용하는 모델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이다. 서스펜션 성능도 작용하지만 구조적인 부족함을 타이어 성능으로 채울 수도 있다. 결국 고가의 수입 타이어를 썼지만 제품 선택을 제대로 못해 여러 가지 아쉬움을 키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컨티넨탈은 독일계 브랜드로 많은 자동차 제조사에 타이어를 납품한다. 그리고 좋은 제품들도 많다. 다만 제네시스 엔지니어들이 이 타이어를 선택한 이유를 찾기는 힘들었다.
타이어는 자동차의 성능을 최종적으로 노면에 전달하는 중요한 부속이다. 이를 통해 성능과 안전도 구현한다. 다시금 소음을 줄이는데도 도움을 준다. 제네시스 엔지니어들은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外)들이 동급 모델에 어떤 타이어를 사용하는지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겠다. 참고로 우리 팀이 얘기하는 것은 빠르게 달리기 위한 성능이 아닌,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성능이다.
제네시스 G80 2.2 디젤. 운동성능과 연결된 부분으로 보면 아쉬움이 크다. 적어도 타이어 하나로 살릴 수 있는 부분도 많았을 텐데….
하지만 우리 팀은 제네시스 G80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 산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지금부터다.
최근 BMW 5시리즈 디젤의 발화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미 5시리즈의 밸류는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평이 많다. BMW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대부분이 입문형 모델 위주로 판매된다는 것이 문제다. 사실상 고급차는 가솔린이 중심을 잡고, 이후 고연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에 의해 디젤 모델들이 판매되는 것이 보통이다.
고급 브랜드에 있어서 자금이 넉넉한 소비자들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BMW 입장에서도 할인으로 5~6천만 원대에 5시리즈를 구입하는 소비자보다 8~9천만 원대 고급 상품들을 구입해 주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좋다. 또한 예산이 넉넉한 소비자들을 상급 7시리즈로 유도하기도 좋다. 반면 입문형 5시리즈와 7시리즈는 너무나 멀리 있다.
반면 제네시스 G80의 소비자들은 대부분 가솔린을 택한다. 시장에서 조금 더 로열티가 있는 소비자들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이유로 국산차를 탈 수밖에 없는 소비자도 많다지만 고급차의 주요 소비자층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제네시스 브랜드에게 있어 매우 큰 경쟁력이 된다.
해외에서 제네시스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브랜드다.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된다. 고급차 소비자들은 단지 얼마의 가격 차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보다 내가 고급 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남들의 시선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에쿠스, 지금은 제네시스 EQ900으로 이름을 바꾼 최고급 대형 세단이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미지를 이끈다. EQ900이 좋고 나쁜 것은 중요하지 않다. 국내 정서와 특성상 이차를 타는 소비자들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국내에서 EQ900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중 다수는 대외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물론 EQ900 보다 좋은 차도 많지만 주목받는 사람들은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길 원치 않는다. 정치계, 재계 등등 대외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EQ900을 탄다. 평상시엔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나 마이바흐를 이용한다고 해도 공식 석상에는 EQ900을 타고 등장한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성공한 다수가 이용한다는 것. 이는 브랜드 파워를 올리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G80은 조금 더 대중적인 성향으로 다수를 포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설명이 길었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란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누구도 돈이 없어서 제네시스를 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소 무거운 차체, 하지만 일상과 타협한다면 일정 부분 수긍할 수 있다. 초기 발진 때 버거움이 있지만 수초 정도 지나면 불편함 없는 주행성능이 나온다. 초기 발진 때 다른 모델 보다 가속페달을 많이 밟아야 하지만 이는 며칠이면 적응된다.
고속도로에 오른다. 시속 100km에 맞춰 정속 주행을 하고 있다. 속도계는 100km/h를 가리키고 있지만 실제 속도는 96km/h 정도다. 속도계 오차는 4km/h 내외라는 얘기다. 때문에 속도를 104km/h에 맞춰 주행해도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차들은 이와 같은 속도계 오차를 갖는다.)
제네시스 G80은 현대차의 고급 상품답게 다양한 안전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기반으로 한 반자율 주행 기능인 HDA는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다. 다만 완만한 코너에서 갑작스레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즉, 깜빡하고 졸았을 때 차선 이탈을 막아주는 부가적 안전기능으로 봐야지, 이를 자율 주행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반자율 주행 기능이란 사실 마케팅을 위한 요소라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ACC 만큼은 정말 편하다. 스티어링 휠(핸들)을 쥔 채 페달에서 발을 놓아도 되기 때문이다.
고속주행 안정감도 좋은 편이다. 과거 BH 시절만 해도 안정감이 나빴다. 사실 현대차는 후륜구동 차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했다. 과거에야 포니 등 일부 모델이 후륜구동으로 운영되었지만 90년대 이후 모델들은 모두 전륜구동(FF)을 기초로 했다.
이후 제네시스 쿠페, 에쿠스, 제네시스 BH를 통해 후륜구동에 대한 노하우를 만들기 시작했다. 과거 기아 K9을 생각해 보자. 하늘을 날 것처럼 붕붕 떠가는 느낌,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반면 G80은 좋은 수준의 안정감을 보인다. 서스펜션 성능보다는 무게에 의한 안정감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얻는 최종 결론은 안정감의 향상이다. 그것이 무게에서 오는 것이건 아니건 소비자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디젤 엔진을 선택하는 소비자들. 이들은 뛰어난 연비를 원한다. 물론 차체 무게에 의해 동급 모델 대비 좋은 연비는 아니지만 가솔린 모델과 비교한다면 대폭 향상된 연비를 얻을 수 있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결과 G80 디젤은 최대 18~19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이라고 해도 무난한 수치다. 또한 시내 주행 때도 가솔린 보다 좋은 연비를 확보했다.
제네시스 G80을 업무용 세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장거리 운행이 많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또한 전국 여기저기에 널린 현대차 협력사들은 이차의 A/S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줄 것이다.
승차감. 고급차에서 중요한 내용이다. 분명 과거 대비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체의 무게감이 조금은 도움을 준다는 느낌도 짙다. 최근 우리 팀이 테스트한 K9과 비교한다면 G80 쪽이 더 세련된 느낌이다. 자세한 것은 K9 테스트 때 언급하겠지만 우리는 제네시스 G80을 지지한다.
물론 제네시스에게 숙제도 있다. 가령 핸들링 감각은 역시나 아쉬움을 키운다. 하드웨어의 선택, 또한 소프트웨어 튜닝 능력도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차기 모델에서는 이런 아쉬움을 최소화시킬 것이다. 경량화를 추구할 것이며, 랙타입 스티어링 시스템(R-MDPS)의 튜닝에도 조금 더 적극적일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8단 자동변속기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빠른 편은 아니지만 승차감 측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가속페달 조작에 따른 탄력성은 다소 부족하다. 뭔가 조금 더 세밀한 프로그램이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리해보자. 제네시스는 국내서 성공한 브랜드다. 덕분에 다른 상품군 대비 가격이 높아도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적다. 또한 가솔린 중심의 판매도 G80의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차의 성능도 제법 잘 나오는 편이다. 무게란 아쉬움이 주행성능의 불만을 키워도 실제 G80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영역은 아니다. 그보다는 동급 모델로는 넓은 뒷좌석 공간과 트렁크, 차량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없다는 점이 실 수요층의 관심을 한층 더 끌어낼 것이다.
디젤 버전은 가격적인 메리트도 충분하다. 상급 트림으로 가면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해도 입문 트림의 가격은 정말 매력적이다. 입문 트림이라 해도 국산차들이 자랑하는 편의장비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최근 수입 중형 세단들이 한층 강화된 기술력과 성능을 내세우고 있다지만 지금까지 제네시스를 믿고 지지해준 소비자들이 다시금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 1년 남짓, 제네시스는 3세대 G80을 내놓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적된 요소들을 모두 만회시킬 것이다. 지금 것도 무난하지만 차기 모델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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