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젊어진 재규어 XF와 340km 달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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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가 통큰 시승행사를 준비했다. 여수에서 지리산 일대를 도는 총 330km구간의 시승코스는 물론 고속도로와 굽이치는 산 속 와인딩, 아름다운 벚꽃 길까지 약 5시간의 시승이 마치 짧은 단편영화를 본 것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XF는 많이 젊어졌다. 전통과 브랜드 철학을 중시하며 무게감 있게 자리를 지켜온 이미지를 벗어나 한결 가뿐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런 느낌은 운전을 하면서도 알 수 있고, 뒷좌석에 앉아 있어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거나 차가 서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때도 느낄 수 있었다. 또, 안팎으로 과하게 치장하지 않은 담백한 모습으로 돌아온 XF 덕분에 차를 타는 내내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한결 가벼운 옷차림 속 봄날씨처럼 화사하게 다가온 XF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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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디자인은 언제 봐도 아름답고, XF역시 마찬가지다. 깊은 굴곡을 파거나 화려한 곡선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경쟁모델과는 다른 우아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한 눈에 봐도 재규어 모델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재규어식 디자인의 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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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처럼 박힌 LED 헤드램프는 한층 가늘고 길어져 플래그십 모델인 XJ와 많이 닮았고, 단정하면서도 크롬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격자무늬 그릴과 빨간색 재규어 엠블램도 눈에 띈다. 옆모습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C필러의 형상을 조금 바꾸고, 세로로 내려오던 휀더 장식을 가로로 디자인해 조금 더 날렵한 느낌이다.

뒷모습은 꽤 많이 바뀌었다. 2개의 ‘U’자형 제동등은 최근 재규어 모델들과 통일감을 살렸고, 램프 사이를 길게 연결하는 크롬장식과 제규어 로고, 모델명을 뜻하는 레터링 등이 차를 꽉 차보이게 만들었다. 두툼해진 뒷범퍼와 양쪽으로 나눠 뽑은 배기구(가솔린모델)도 신형 XF만의 세련된 특징이다.

화려한 신기술 속 단정함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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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단정한 XF의 구성을 흐트리지 않으면서 재규어가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을 잘 표현했다. 수평으로 길게 뻗은 센터페시아와 커다란 모니터, 돌출 부위가 없는 각종 버튼들은 말끔한 인상이다. 자칫 허전해 보일 수 있는 실내는 커다란 모니터 속 화려한 엔터테인먼트 구성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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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2.3인치 대형 디지털 계기반은 시선을 압도한다. 간단한 스티어링 휠 버튼조작만으로 테마 설정은 물론 계기반 전체를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쓸 수도 있다. 풀 HD화면을 채택해 선명하면서 입체적이고, 바늘의 변화 등도 상당히 정교하고 민첩하다. 이 외에 센터페시아 가운데에는 재규어가 개발한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인텔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해 빠른 반응을 보여주며, 깔끔한 구성과 직관적인 터치감이 경쟁차종에서 볼 수 없는 장점으로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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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세단에 걸맞게 공간도 대폭 늘렸다. 휠베이스를 51mm 늘리고 레그룸과 무릎 공간, 헤드룸도 각각 15㎜, 24㎜, 27㎜ 넓어졌다. 덕분에 한결 여유로운 공간이 나온다. 여기에 시트와 문짝은 물론 대시보드 끝까지 덮은 질 좋은 가죽과 섬세한 마무리, 스르륵 움직이는 송풍구덮개와 조그셔틀 변속기는 물론 17개 메르디안 사운드와 은은한 파란색 조명까지 차분하면서 고급스러운 감각은 단연 으뜸이다.

완벽한 기술력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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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은 주력 모델인 2.0리터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준비됐고, 먼저 운전석에 앉은 모델은 직렬 4기통 2.0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탑제된 20d 모델이었다. ‘동생’격인 XE와 랜드로버 이보크를 통해 한 차례 선보인 엔진이라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운전을 해보니 그들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숫자는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여유로운 가속감을 보여줬고, 철저하게 잡은 엔진 소음과 진동은 내가 알던 인제니움 엔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마치 가솔린 차를 타고 있는 것 같은 부드러운 감각은 다분히 프리미엄 중형 세단다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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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240마력, 최대 34.7kg.m를 발휘하는 2.0리터 가솔린 모델은 그 감각이 한 층 높아진다. 풍부한 엔진 회전수와 터보차저의 강력한 힘이 만나 시종일관 부족함 없는 역동적인 가속력을 뿜어낸다. 8단 자동변속기의 반응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여유로운 엔진 출력 덕분에 크게 단점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고개가 젖혀지는 짜릿함보단 소리 없이 꾸준히 높은 속도로 올리는 가속 세팅은 동승자를 배려한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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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강성과 무게배분은 신형 XF의 가장 큰 매력이다. 초경량 알루미늄 프래임을 통해 무게를 무려 190kg이나 줄였다고 한다. 초대형 양문형 냉장고 하나가 빠진 셈이다. 반대로 차체 강성은 28% 더 강해졌으며 리벳 본딩 방식을 적용해 무게 배분도 50:50으로 맞췄다. 이러한 노력은 고속에서 빠르게 코너를 돌거나 와인딩 구간을 통과할 때 오롯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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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움직임은 더욱 민첩해졌고 극한의 상황에서는 단단하게 차체를 잡으며 빠르고 안전하게 코너를 통과한다. 여기에 더블위시본 전륜 서스펜션과 인테그럴 링크 후륜 서스펜션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단단하게 땅을 지지하고, 토크 백터링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이고 정확한 동선을 그리며 차가 나아간다. 이러한 첨단 기술들이 운전자로 하여금 믿음과 신뢰를 주고 이는 곧 편안함과 주행 만족감으로 돌아온다.

영국식 세단이 주는 특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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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F는 냉철한 독일 차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부드럽게 운전자를 감싸면서도 강한 면모가 필요할 땐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무리를 이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언제나 신사적이며, 행동 하나하나에 배려심이 묻어난다. 자연스럽게 감동으로 밀려오고 투박한 독일차는 이미 기억 속에 잊혀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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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차를 만들 때 덧붙이고 화려하게 치장하는 게 전부가 아닌 적절히 다듬고 비워내는 것이 훨씬 완성도 높은 차로 나온다는 걸 재규어는 알고 있다. 그래서 XF는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부족했던 곳을 보강해 탄탄해진 상품성으로 돌아왔다. 또한, 운전을 하면서 그들이 준비한 8년간의 노력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이상적인 완전변경이 어떤 건가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차가 재규어 XF다.

글/사진
김성환 기자 swkim@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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