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기차 부럽지 않은 렉서스 ‘뉴 ES 300h’
컨텐츠 정보
- 604 조회
- 목록
본문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전동화의 거센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신차를 론칭하거나 기자회견을 할 때 빠지지 않는 질문도 전동화에 관한 것이다. 마치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곧바로 뒤처질 거 같은 느낌이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순수전기차(BEV)가 대거 쏟아져 나오는 요즘보다 훨씬 앞선 1997년에 이미 하이브리드(HEV) 자동차를 상용화했다.
1989년 데뷔한 렉서스 ES는 2012년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이 한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해 지금까지 누적 판매 5만 대를 넘겼다. 이들 모델이 이룬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량은 410만 톤에 이른다. 하이브리드 모델만으로도 환경 보호에 엄청난 기여를 한 셈이다.
물론 렉서스도 내년부터는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를 도입해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들 모델 도입에 앞서 렉서스가 선보인 차는 부분 변경된 뉴 ES다.
뉴 ES는 부분 변경인 만큼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세밀한 업그레이드에 힘을 기울였다. 마름모꼴이었던 LED 헤드램프는 직사각형으로 바뀌었고, 라디에이터 그릴도 좀 더 강인한 인상으로 탈바꿈했다. 큰 변화는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한 ES F SPORT(스포트)는 그래서 더 돋보인다. F SPORT 전용 스핀들 그릴과 19인치 블랙 마감 휠, F SPORT 전용 스포츠 시트와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AVS), F SPORT 퍼포먼스 댐퍼 등이 차별화 요소. F SPORT의 디자인은 일반형 렉서스 모델을 타는 많은 이들이 꾸미고 싶어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아 이번에도 좋은 반응이 예상된다.
렉서스코리아는 이번 뉴 ES의 미디어 시승회를 마련하면서 ‘연비 테스트’를 내걸었다. ‘연비’ 하면 토요타와 렉서스에서 빠질 수 없는 장점 아니겠나. 당연히 최고 연비가 궁금했고, 여기에 초점을 맞춰서 시승하기로 했다.
코스는 3가지가 제시됐는데, 나는 이 가운데 인천공항을 다녀오는 A 코스를 선택했다. 도로 구배가 비교적 평탄해 좋은 연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시승차는 F SPORT가 배정됐다. 휠 크기 차이로 인해 공인 연비가 불리하지만(ES 300h 17.2㎞/ℓ, ES 300h F SPORT 16.8㎞/ℓ), 시승의 공정성을 위해 추첨한 결과였다.
렉서스의 모든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그렇듯, ES F SPORT의 출발은 조용하고 부드럽다. 대략 시속 40㎞까지의 저속 주행에서는 전기모터로만 달리기 때문. 꽉 막히는 도로에서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달릴 수 있어서 연비 절감 효과가 탁월하다.
보통 연비 테스트를 한다고 하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서 속도를 낸 다음에 탄력주행으로 기름을 절약하려는 기자들이 많은데, 이게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다. 특히 전기모터 성능이 좋은 렉서스는 이런 방식을 쓸 필요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속 페달을 아주 살살 다뤄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소위 ‘깃털 악셀링’으로 불리는 기법이다. 물론 이렇게 할 경우 속도가 너무 느려질 수 있기 때문에, 렉서스코리아는 이번 테스트에서 도착 시간을 오후 6시로 제한했다.
나는 오후 2시 약간 넘어서 출발해 왕복 130여㎞ 정도의 구간을 달리고 오후 4시30분쯤 출발지로 되돌아왔다. 이때 기록한 연비는 29.9㎞/ℓ. 얼마 전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를 타고 30.0㎞/ℓ의 기록으로 1등을 차지한 데 이어 또다시 전체 1등을 차지했다.
뉴 ES는 연비만 우수한 게 아니라 승차감과 정숙성에서도 비교할 만한 차가 없을 만큼 돋보인다. 과거에는 안락함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적당히 탄탄한 감각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독일차에서 넘어오는 이들도 많다. 정숙성은 익히 알려진 장점인데, 특히 차를 오래 타도 잡소리가 거의 생기지 않는 점은 렉서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렉서스 ES 하이브리드는 차의 특성 면에서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종종 비교된다. 차의 길이는 그랜저가 4990㎜, ES가 4975㎜이고, 휠베이스는 그랜저가 2885㎜, ES가 2870㎜로, 근소한 차이로 그랜저가 살짝 크다.
반면 엔진 출력은 ES가 178마력, 그랜저가 159마력이고, 전기모터를 더한 총 출력은 ES가 218마력, 그랜저가 200마력으로 ES가 앞선다.
차체가 더 큰 그랜저의 출력이 ES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연비 또한 ES가 우월하다. 18인치 휠 기준으로 그랜저는 복합 15.2㎞/ℓ, ES는 17.2㎞/ℓ로 리터당 2㎞의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달려보면 전기모터의 출력이 우수한 ES가 도로에서 모터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ES는 수입차이고, 렉서스라는 럭셔리 브랜드인 만큼 가격에서 불리하다. 뉴 ES는 △럭셔리 6190만원 △럭셔리 플러스 6400만원 △이그제큐티브 6860만원 △F SPORT 7110만원이고,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3679만~4759만원이다.
단순하게 가격만 놓고 본다면 그랜저가 월등히 우월한데, 렉서스 특유의 꼼꼼한 품질과 오랫동안 새차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내구성은 선택할 때 고민을 하게 만들 요소다.
순수전기차가 주목받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내연기관이 사랑받을 수 있는 건 렉서스 ES 같은 모델이 있어서가 아닐까.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에 한 번쯤 경험하면 좋을 차로 적극 추천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