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재규어, XE 20d AWD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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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컴팩트 세단 시장의 경쟁이 한산한 모습이다. 현재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의 경쟁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의 대표 주자인 BMW 3시리즈도 이제 월 평균 400~500 정도만 팔린다. 모델체인지를 앞두고 있기에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반면 벤츠 C-클래스는 월 평균 800~900대 가량 꾸준히 팔리는 중이다. 캐딜락 ATS, 렉서스 IS, 아우디 A4는 나란히 월 20대 미만의 저조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틈새를 비집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모델이 재규어 XE다. 그래도 월 평균 100대 전후가 판매되며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 중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1, 2위 대비 격차가 크긴 하지만 말이다.

BMW 3시리즈가 새롭게 출시되기 전까지 재규어는 XE를 확실하게 시장에 안착시켜야 한다. 그런 재규어에 있어 가장 중심되는 것은 디젤 엔진을 갖춘 XE 20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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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XE S)

우리 팀이 과거에 테스트했었던 XE는 3.0리터 가솔린 슈퍼차저 엔진을 사용한 고성능 모델이었다. 모델명은 XE S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심형 XE 20d다. 여기에 2017년형으로 넘어오면서 사륜구동 시스템이 추가됐다.

외적인 모습은 동일하다. 한눈에 재규어 가족임을 알게 해주는 디자인이다. 물론 XE S보다는 수수한 모습이다. 범퍼나 휠, 머플러의 디자인도 순화시켜 스포티함에서 한 발 물러섰다. 또한 이런 외관이 이 차의 성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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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도 앞서 만났던 XE S 대비 한층 수수하다. 실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S 배지도 사라졌다. 대신 스포츠카인 F-타입을 연상시키는 디자인만큼은 같다.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8인치 인컨트롤(InControl)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2017년형으로 변경되면서 10.2인치 크기의 인컨트롤 터치프로(InControl™ Touch Pro)로 변경됐다. 8인치 모니터 대비 양옆으로 더 넓어졌다고 이해하면 쉽다. 덕분에 모니터 분할 사용이 가능해 멀티태스킹 부분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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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하단에는 공조장치와 오디오 컨트롤 버튼들이 나열된다. 버튼 조작감도 부위별로 다르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들은 부드럽고 깊게 눌리며, 센터페시아 부분 버튼도 아우디같이 쫀득한 느낌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이얼 조작감이 다소 조금 거칠고 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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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의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버튼을 비롯해 주행 안전장치 관련 버튼들의 크기도 작다.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부분을 아이콘으로 표시했지만 막상 조작 때는 양옆의 좌우 버튼을 눌러야 한다. 아이콘을 직접 눌러 주행모드를 설정하면 더 편할 텐데.

불편한 부분은 윈도우 스위치 위치다. 사실상 벨트라인 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조작을 위해서는 팔을 치켜들어야 한다. 윈도우 스위치 아래 부분에는 메모리 시트 설정을 위한 버튼이 자리한다. 창문을 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메모리 버튼 쪽에 손이 간다. 차라리 이 둘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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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시트는 좋다. 특히 바디롤에 의해 운전자가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환경에서도 좋은 수준의 지지능력을 보여줬다. 빠른 달리기를 떠나 장거리 이동에서도 편안한 자세로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반면 뒷좌석은 좁다. 레그룸과 헤드룸도 부족하다. 헤드룸 부족은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 때문이다. 요즘에는 디자인과 타협한 차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레그룸의 경우 3시리즈보다 긴 휠베이스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ATS 만큼 좁다. 대신 트렁크 공간은 455리터 용량으로 중형 세단에 버금간다.

테스트 모델은 최상급 트림에 해당하는 포트폴리오 모델이다. 하위 트림과 비교해 아래와 같은 추가 구성이 장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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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하위 트림인 프레스티지 모델에도 11개 스피커를 갖춘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트림에 탑재되는 사운드 시스템의 경우 서라운드까지 지원하며, 스피커 개수와 앰프 출력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사운드 톤 설정 역시 스테레오, 메리디안, 돌비 프로 로직, dts 4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개인별 취향에 맞춰 사운드 톤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각 모드 별 차이도 크다. 우리 팀은 메리디안 모드를 추천한다. 아무래도 조금 더 풍부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적정 수준의 입체감까지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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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 20d에는 180마력과 43.9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2리터 디젤엔진이 얹힌다. 재규어 측은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신기술로 탄생한 인제니움 디젤엔진’이라고 강조하지만 디젤은 디젤이다. 시동을 걸었을 때 바로 ‘겔겔’거리는 소음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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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성 확인 결과 아이들 상태에서 약 42.0 dBA의 수치를 나타냈다. BMW 320d가 약 42.5 dBA을 기록했으니 평균적인 디젤 세단 정도를 보면 된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는 약 60.0 dBA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일반적인 세단 평균으로 보면 된다.

주행을 시작한다. 잘 만들어진 컴포트 세단을 운전하는 느낌이 크다. 움직임 자체도 경쾌하다. 디젤 차량 특유의 조금은 무딘 반응이 엿보이지만 차량이 움직일 때의 느낌이 꽤나 경쾌하다. 차량의 무게가 의식되지 않고, 오히려 가볍다고 느껴진다는 점이 흡사 마세라티 차량과 유사하다.

알루미늄 차체라서 가벼운 감각이 전달됐던 것일까? 계측기를 통해 차체 무게를 측정했다. 결과는 1,767kg. 나온 지 6년이 넘은 BMW 320d(ED)가 1,508kg이었는데 많이 무겁다. 심지어 고성능 모델인 XE S(1,744kg)보다도 무겁다! 알루미늄을 아주, 매우, 정말 많이 사용해 차체 강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나 보다. 어쨌든 가벼운 무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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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했고 여기서 9.27초를 기록했다. 공식 제원은 7.9초다. 닛산 알티마 2.5(9.25초)나 폭스바겐 파사트 1.8 TSI(9.12초)와 비슷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성능을 갖지만 공식 제원과 차이가 벌어졌다는 점이 쉽사리 수긍되지는 않는다. 물론 시승차 만의 문제일 수 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디젤 세단답게 두둑한 토크감이 느껴진 이후 꾸준히 속도를 올려나가는 모습이다. 사람에 따라 조금 밋밋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여기에 4륜 구동 시스템까지 장착돼 가속감이 조금 둔화된 모습이다. 반면 고속 안정감은 수준급이었다.

고속 영역으로 도약하면 부드러운 서스펜션의 감각이 한층 더 부각된다. 때에 따라 조금 출렁거리는 모습도 보인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역이지만 적어도 승차감은 동급 최고 수준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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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승차감이 좋다고 차량의 운동성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재규어 XE는 매우 날카로운 핸들링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스티어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4륜 구동 세단임에도 후륜구동 세단에 가까운 감각을 보였다는 점이 좋았다. 참고로 재규어의 4륜 시스템은 평상시 후륜 쪽에 많은 동력을 보내다 노면 및 주행 상황에 따라 전륜 쪽에 보다 많은 동력을 전달해주는 성격을 갖는다.

핸들링은 역시나 뛰어나다. 과거에는 BMW 3시리즈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컴팩트 세단들은 모두 3시리즈를 벤치마크해 개발된다. 즉,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XE 역시 마찬가지다. 나온 지 어느 정도 된 3시리즈를 능가하는 감각을 전달한다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반면 코너를 돌아나가는 속도가 높지는 않는다. 서스펜션 등의 기본 하드웨어의 문제라기 보다 225mm 너비의 피렐리 친투라토(Cinturato) P7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타이어는 4계절 타이어와 입문용 스포츠 타이어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성격을 갖는데 마른 노면보다 젖은 노면 성능을 강조한 제품이다. 쉽게 말해 조금 괜찮은 성능을 가진 4계절 타이어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XE의 성능을 받아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물론 이 때문에 언더스티어가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변속기는 ZF의 8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이다. 신뢰도 높은 ZF 제품을 사용해 성능에 대한 이점도 잘 표현했다. 원형의 로터리 변속 레버를 누른 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S 모드로 진입한다. 곧바로 엔진 회전수를 높게 맞춰 언제든 빠르게 튀어나갈 준비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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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 하단에 위치한 주행모드 버튼을 눌러 차량을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한다. 이 환경에서 XE가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타사 차량과 달리 엔진 회전수가 레드존에 가까워져도 자동으로 기어 단수를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운전자의 통제권이 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변속기 이외에 주행 안전장치의 경우 개입 시기를 늦춰주는 트랙 DSC와 완전히 OFF 시켜주는 2단계 모드를 지원함으로 운전자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XE 20d AWD의 100-0km 제동성능은 36.11m를 기록했다. 기록만 보면 뛰어난 제동성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테스트가 반복됨에 따라 제동거리는 39m까지 늘어났다. 특히 패드 부분에서 한계가 빠르게 찾아왔다. 와인딩 로드에서 조금만 달려도 패드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일상에서 이용하는 데는 부족한 없는 성능이다. 또한 이 차가 디젤 버전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큰 아쉬움은 아니었다.

연비도 물론 좋았다. 시속 80km로 정속 주행 때 약 23km/L의 연비를 보였다. 속도를 높여 100~110km의 속도로 주행할 때는 약 21km/L의 효율을 갖는다. 특히 평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 결과는 약 9.1km/L 수준이었다. 수치들이 조금 더 높았으면 좋았겠지만 실제 체감 연비가 좋았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편하게 운전해도 약 14km/L를 전후하는 효율을 보였다는 점이 좋았다. 적어도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이유가 명백해지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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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XE 20d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부드럽지만 감각적인 세단이다. 평상시에는 편안한 고급스러운 승차감으로 컴포트한 세단의 멋을 보여주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스포티한 주행까지 겸할 수 있다. 후륜 기반의 4륜 시스템도 운전 재미와 주행 안정감을 높이는 요소다. 물론 우리 팀 구성원들은 조금 더 단단한 서스펜션을 선호한다. 하지만 대중과 타협함에 있어 XE는 충분한 성능과 승차감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우리 팀이 테스트했던 모델인 XE 20d AWD 포트폴리오는 무려 6,060만원에 판매된다. BMW 3시리즈 디젤에 xDrive까지 넣은 모델 가격이 5,390만원이다. 670만원이나 비싼 가격이다. 메르세데스-벤츠 C220d 4MATIC 정도는 되어야 6,060만원이라는 가격을 갖는다. 같은 값이라면 벤츠를 살까 재규어를 살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아닐까? 우리 팀이 제시하는 XE 디젤의 적정 가격은 5천만원 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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