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일상이 지루하다면? 토요타 GR 수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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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상용화에 성공한 토요타는 최근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내세우고 나섰다. 기존 가솔린 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외에도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전기차(FCEV), 순수 전기차(BEV) 등을 내놓고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토요타는 2022년에 순수 전기차 bZ4X를 내놨고, 렉서스 디비전에서는 RZ를 출시했다.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만 7종을 내놓고 시장공략을 가속하겠다는 전략도 공개했다.
순수 전기차가 늘어나는 건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내연기관 마니아들에겐 이런 추세가 반갑지만은 않다. 내연기관 특유의 매력을 느낄 차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떠오른 차는 토요타 GR 수프라였다. 지난 2020년 1월에 출시했으니 3년이 넘었는데 왜 갑자기 이 차에 관한 궁금증이 커졌을까.
◆BMW Z4와 플랫폼·파워트레인 공유
사실 출시 직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토요타가 자체 튜닝을 거쳤다고 하나, BMW Z4의 플랫폼과 엔진을 이용한 탓에 새로운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차체 크기는 길이 4380㎜, 너비 1855㎜, 높이 1305㎜, 휠베이스 2470㎜다. BMW Z4 로드스터와 비교하면, 수프라가 55㎜ 길고, 10㎜ 좁고 5㎜ 낮다. 휠베이스는 두 차 모두 똑같다. 공차중량은 수프라가 1525㎏, Z4가 1610㎏이다.
같은 플랫폼을 썼지만 제원상으로 미세한 차이가 있는 데다, 무엇보다 공차중량이 다르고 Z4는 로드스터, 수프라는 쿠페 타입이라는 게 큰 차이점이다. 소프트 톱으로 이뤄진 차체는 하드톱과 드라이빙 차이가 있는데, 쿠페형이라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6개의 LED 헤드램프로 꾸며진 앞모습은 데뷔 초기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특히 사진으로만 본 이들은 역대 수프라와 결이 다른 느낌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발표회에 이어 시승 때 다시 만나 꼼꼼히 지켜보니, 4세대 수프라와는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특히 볼륨감이 풍부한 리어 펜더와 봉긋하게 솟은 트렁크 리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타이어 사이즈는 Z4와 마찬가지로 앞 255/35 ZR19, 뒤 275/35 ZR19이고,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 제품이다.
인테리어는 Z4와 다르긴 하지만 세부 부품에서 BMW의 흔적을 느껴진다. 한데 일부 부품은 아쉽게도 한 세대 전의 BMW에서 쓰던 부품들이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이나 공조/오디오 컨트롤 패널이 그런 것들이다. 게다가 디스플레이 모니터 디자인도 그다지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 인테리어에서 토요타 특유의 감각을 더 입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파워트레인은 Z4 M40i와 동일하게 직렬 6기통 3.0ℓ 트윈 스크롤 터보 387마력 엔진과 ZF의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Z4와 비교하면, 최고출력이 5800rpm에서 나오는 건 같은데, 최대토크(51.0㎏·m)의 경우 Z4는 1850~4500rpm, 수프라는 1800~5000rpm으로 차이가 있다. 미세하지만 좀 더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를 끌어내 조금 더 높은 회전수까지 이어지도록 한 것.
노멀, 스포트, 스포트 인디비주얼 등 세 가지로 구성된 주행 모드는 차이가 또렷하다. 노멀 모드에서는 일반 세단을 타듯 승차감이 꽤 안락하고, 스포트 모드에서는 배기음이 강해지면서 서스펜션이 더 탄탄해진다. 특히 Z4보다 85㎏ 가벼운 차체 덕분에 가속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Z4는 로드스터 특유의 오픈 에어링을 짜릿하게 즐길 수 있게 했다면, 수프라는 쿠페 차체의 강인한 섀시를 바탕으로 데일리카부터 스포츠카까지 두루 만족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런 차라면 매일 출퇴근 때 타도 즐거울 것 같다.
배기음은 기본적인 구성에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을 더해 좀 더 맛깔나게 들린다. 특히 가속 페달을 밟을 때와 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 들리는 소리가 아주 매력적이다. 아직 전기차가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점이다.
인증 연비는 도심 9.1, 고속도로 12.0, 복합 10.2㎞/ℓ다. 3.0ℓ 가솔린 엔진을 얹은 스포츠카로는 꽤 괜찮은 수치다. 이번 시승에서도 간선도로 위주로 달리니 리터당 10㎞를 어렵지 않게 넘겼다. 실제 수프라를 타는 오너들도 연비 측면에서 만족감이 높다고 한다.
가격은 7980만원이고, 매트 화이트나 매트 그레이 색상은 8160만원으로 약간 더 비싸다. 이 정도 가격 차이는 랩핑하는 정도 수준이어서, 매트 컬러를 좋아한다면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현재 한국토요타가 할인 판매하는 튜닝 파츠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 프런트 스포일러와 사이드 스커트, 리어 사이드 스포일러가 포함된 파츠의 정상 가격은 1450만원인데, 할인가는 1260만원이다. 이 파츠에 트렁크 스포일러와 사이드 도어 가니시가 더해진 파츠는 정상가 2440만원을 2100만원에 제공 중이다.
억대 슈퍼카나 스포츠카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한국 시장에서 GR 수프라의 존재는 특별하다. 국내에는 비교적 평범한(?) 수입차로 알려진 토요타가 BMW와 손잡고 작정하고 만들었고, 그 완성도가 기대 이상인 데다 가격도 적당한 편이기 때문이다. 순수 전기차가 시장의 대세가 되더라도 이런 차는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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