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일상에서 즐기는 고성능, 아반떼 스포츠·K5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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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BMW M의 아버지 알버트 비어만을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더니 고성능 브랜드 N을 준비하고, 최근 스포츠 세단 스팅어를 선보이는 등 시장에 강렬한 한 방을 던지기에 이르렀다. '팔릴만한 차'만 만들던 이전 모습과는 분명히 다른 행보다.
이러한 변화는 대중적인 세그먼트인 준중형과 중형에서도 감지된다. 아반떼 스포츠와 K5 GT가 그 대표적인 예로, 첫 단추치고는 꽤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 단순히 가속에만 신경 쓰던 과거와는 달리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준수한 달리기 실력과 탄탄하면서도 민첩한 거동을 잘 담아냈다.
# 일상에서 즐기는 '펀'드라이빙…잘 달리고, 잘 돌고, 잘 멈춘다
아반떼 스포츠의 주행 능력은 꽤 안정적이다. 잘 나가고, 잘 서며, 잘 돌아 나간다. BMW M과 메르세데스-벤츠 AMG 등 '진짜' 고성능 모델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스포츠’라는 이름을 달기에 부족함이 없다. 연속으로 굽이진 S자 코스를 공격적으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다.
특히, 후륜 서스펜션에 멀티링크를 적용한 덕분인지 노면을 적극적으로 읽어 나가고, 좌우 균형을 쉽게 잃지 않는다. 이정도면 아반떼 스포츠와 아반떼는 아예 다른차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최고출력 204마력(6000rpm), 최대토크 27.0kg.m(1500~4500rpm)를 내는 직렬 4기통 1.6L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은 7단 DCT와 맞물려 능숙하게 가속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욱 촘촘한 변속으로 짜릿한 감각까지 선사하다. 끈기도 있어 고속에서 꾸준히 힘을 발휘한다. 속도계 바늘의 움직임에서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에서 안정감은 인상적이다. 하체를 단단히 조인 세팅에, 지상고를 일반형 대비 5mm 낮춘 덕에 달리면 달릴수록 불안감보다는 신뢰가 앞선다. 나도 모르게 가속페달을 밟은 발에 힘이 들어갔다.
K5 GT는 일반적인 중형 세단의 여유로움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하체를 보강한 덕에 롤링과 피칭이 잘 잡혀 있고, 추월 시 무게 이동이나 굽이진 길을 돌아 나갈 때 머뭇거림이 없다. 235/45 ZR18 사이즈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3은 이런 움직임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요소. 예전 K5 터보가 단순히 가속 성능만 끌어올린 차였다면, 이번 K5 GT는 가속뿐만 아니라 조종성까지 잘 매만졌다.
직렬 4기통 2.0L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45마력(6,000rpm), 최대토크 36.0kg.m(1350~4000rpm)를 발휘하고, 여기에 맞물린 6단 자동변속기가 발 빠르게 속력을 높인다. 스포츠 모드 선택 시 한결 신속해진 변속과 액티브 엔진 사운드 제너레이터의 우렁찬 사운드로 고성능 세단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영민하게 움직인다. 덕분에 고속에서도 차체 거동이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여기에 대형 브레이크 디스크가 적용돼 멈추고자 하는 시점에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딱 멈춰 섰다.
# 잘 달리는 차는 디자인도 멋져야 한다…시선 끄는 디테일
아반떼 스포츠와 K5 GT 모두 헤드램프와 범퍼 등 파츠 디자인 수정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BMW를 예로 들면, M 패키지가 추가된 정도의 변화다.
우선 아반떼 스포츠는 블랙 컬러 테두리로 무게감을 더한 그릴에 날렵함을 살린 헤드램프로 일반형보다 날카로운 이미지를 자아낸다. ‘ㄷ’자 모양의 테일램프와 듀얼 머플러 팁의 변화도 만족스럽다. 전체적으로 기본 바탕을 해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의 멋을 살려낸 모습이다.
실내 역시 마찬가지다. 기본 레이아웃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패들시프트가 달린 D컷 스티어링 휠을 장착하고 스포츠 전용 계기판과 스포츠 시트를 얹었다. 또, 실내 곳곳에 레드 스티치를 사용해 고성능 모델 특유의 강렬함을 느끼게 했다.
K5 GT 외관 디자인의 콘셉트는 블랙이다. 사이드 미러와 리어 스포일러 등을 블랙 컬러로 처리해 포인트를 줬다. 때때로 소소한 변화가 더 멋스럽게 다가올 때가 있다. 레드 캘리퍼를 품은 네 짝의 18인치 알로이 휠과 듀얼 머플러 팁, GT 배지는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한 역동성을 뽐낸다.
인테리어는 D컷 스티어링 휠, 스포츠 시트, 다이내믹 클러스터 등으로 차별화를 뒀다. 이 중 스포츠 모드 선택 시 전개되는 다이내믹 클러스터는 계기판 중앙 모니터가 다소 스포티하게 변한다는 것 외에 큰 특징은 없다. 블랙 스웨이드 재질로 처리된 루프는 시각과 촉각 모두를 만족시킨다.
# 일상에서 즐기는 고성능, 만족스러운 첫 단추
아반떼 스포츠와 K5 GT는 현대기아차 영역 확장의 첫 단추다. 이전에도 고성능을 표방한 모델이 있었지만, 이렇게 전체적인 균형을 잘 맞춘 모델은 아반떼 스포츠와 K5 GT가 처음인 듯하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당한 선 안에서 성능을 끌어올렸다. 특히, 실내외 디자인과 사양을 개선하는 등 성능 이외의 요소들까지 꼼꼼하게 잘 챙겼다.
어쨌든 현대기아차가 드디어 모험(또는 도전)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고, 첫 단추를 잘 끼운 듯하다. 다행히 두 번째 단추인 스팅어의 반응도 좋다. 앞으로 나올 G70과 고성능 브랜드인 N 모델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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