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인피니티, QX30 2.0T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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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정치. 이를 실천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될까? 한국도, 일본 정치계도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단지 그들의 이권에 따라 정책을 바꿀 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일본 정권의 보복성 수출 규제에 맞서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시승기를 올리는 것에 불만 담긴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5월에 제작한 컨텐트를 정해진 시기에 맞춰 업데이트 했을 뿐이다. 우리는 정치꾼이 아니다. 상품을 바라보며 분석한 정보를 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다루는 차의 태생이나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순수한 자동차 얘기만 하고자 한다.
3개국 연합 자동차라고 해야 할까? 자동차 시장에 독특한 족보를 갖춘 자동차가 존재한다. 일본 브랜드가 팔지만 플랫폼이나 기술의 기초는 독일 브랜드의 것을 바탕으로 하며, 영국에서 생산되는 차다. 맞다! 인피니티 Q30과 QX30 얘기다.
많은 소비자들이 아는 것처럼 인피니티 Q30, QX30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에 두고 개발됐다. 그뿐만 아니라 엔진과 변속기까지 벤츠 것을 쓴다. 이는 지난 2010년 르노-닛산과 다임러의 기술 공유 파트너십에 의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2018년 7월, 인피니티와 메르세데스-벤츠 간 소형차 공동 개발 파트너십이 종료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인피니티와 벤츠의 관계를 넘어 르노 그룹과 다임러 그룹 간 파트너십 자체도 중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인피니티 입장에서는 흉흉한 소식이다. 소비자들도 이 차를 구입해도 괜찮을까?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 걱정이 자동차의 본질적인 장점까지 흐리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QX30을 만나봤다.
QX30은 지난해 말 출시됐다. 그 때문인지 여전히 신선한 디자인으로 다가온다. 인피니티 만의 볼륨감을 살린 디자인. 사람의 눈을 연상시키는 헤드 램프도 존재감을 키운다. 측면부에서는 인피니티가 내세운 C-필러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데, 은근히 세련된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지난번 만난 Q30 보다 껑충한 키를 갖췄는데, 지상고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Q30과 달리 SUV의 매력을 키우고자 전후 범퍼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추가하고 측면을 플라스틱 소재로 감싼 것도 특징이다. 루프레일도 기본이다.
휠 사이즈도 줄었다. Q30은 최대 19인치 크기를 썼는데, QX30은 18인치를 쓴다. 하지만 차량의 컨셉이나 파워트레인 성능을 생각하면 17인치를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이 17인치 휠을 사용한다는 것을 이해할 소비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18인치가 적정 사이즈다.
인테리어는 Q30과 동일하다. D 컷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이 원형으로 바뀌고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 타입 시트가 일반 시트로 변경된 정도가 눈에 띈다. 우리 팀이 만난 테스트 모델은 가성비를 추구한 에센셜 트림이다. 그래도 고급 가죽과 금속 장식을 썼고, 천장까지 고급 소재로 마감했다. 인피니티의 모든 모델들은 실내 소재의 고급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 때문인지 그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런 고급 소재보다 통풍시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을 넣었을 때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제 다른 곳들을 보자. 이건 그냥 벤츠다. 도어 패널, 스마트키, 시동 버튼에서 벤츠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다만 최신 벤츠가 아닌 이전 벤츠의 흔적이라는 것이 아쉽긴 하다.
시트는 열선 기능만 지원한다. 그래도 시트 자체는 편하다. Q30과 같은 스포츠 시트가 아님에도 몸을 꽤나 잘 잡아준다. 뒷좌석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차량 등급을 생각했을 때 수긍할 수 있는 정도.
테스트 모델보다 상급 트림인 프로 어시스트도 있는데, 가격은 약 500만 원가량 비싸다. 그리고 밑의 표와 같은 내용들이 추가된다.
자동 주차나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상급 트림에 추가시킨 것은 이견이 없다. 하지만 계기판의 컬러 디스플레이,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정도는 기본화 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단색 디스플레이는 너무 볼품없어 QX30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요소다. 인피니티는 닛산 내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던가?
그래도 10개 스피커를 갖춘 보스 사운드 시스템, 패들 시프트, LED 헤드램프와 오토 하이빔, 레인 센싱 와이퍼, 액티브 사운드 크리에이터 등의 기능은 갖춘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을 중심으로, ADAS 시스템 채용을 제한했다는 점이 아쉽다.
일부 기능성이 아쉬운 QX30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이제부터 QX30의 진면목이 펼쳐질 테니까.
시동을 건다.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특유의 작동음을 뿜어낸다. 엔진의 공회전 상태, 정숙함과는 거리가 있다. 벤츠가 만든 이 엔진은 시동이 걸렸다는 것을 명확히 표출한다. 고성능 모델 같은 약간의 부밍음도 낸다.
아이들 상태의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1.0dBA을 기록했다. Q30이 42.5dBA을 기록했으니 그보다는 조용했지만 푸조 3008 GT Line, 볼보 XC60 D4 등 디젤 모델과 동일한 수치를 보였다.
이제 주행에 나선다. 첫인상? ‘이 차가 SUV가 맞나?’였다. 생김새만 SUV다. 핫해치 같은 몸놀림이다. 탄탄한 승차감, 적당히 묵직한 스티어링 휠, 듀얼 클러치 특유의 직설적인 동력 전달 감각. 뭔가 잘 조율된 기계적인 감각을 전해주고 있다.
의외로 변속기의 부드러움이 좋았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미미하게 울컥거림을 보이지만 이후부터 변속 때 자동변속기와 다르지 않은 느낌을 낸다. 물론 기본적인 주행모드를 설정했을 때이며,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격하게 스포티한 면모를 보인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의 느낌, AMG 45 시리즈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스포티한 배기음을 뿜는다. 이것도 SUV보다 핫해치에 가까운 느낌을 키우는 요소다.
엔진은 211마력, 35.7kgf·m의 토크를 낸다. 여기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장점인 직결감이 수치 이상의 가속감을 만들어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는 6.64초였다. 상급 모델인 QX50이 6.65초를 기록했으니 유사한 수준의 가속 성능이다. 동급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재규어 E-PACE가 9.17초, 볼보 XC40가 10.00초를 기록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같은 플랫폼의 Q30S는 7.12초를 기록했었다. QX30이 더 빨랐다. 이유는 구동방식 차이 때문이다. QX30과 Q30S 모두 엔진 회전수를 3000rpm 부근까지 올린 상태에서 최대 가속 시험을 진행했다. 앞바퀴만 굴리는 Q30S는 초기 발진 때 약간의 휠 스핀을 보였고, 2단으로 넘어간 이후 짧은 휠 스핀을 만들었다. 미세한 것이지만 이는 기록을 더디게 만든다.
QX30은 4륜 시스템 덕에 정지 상태에서 휠 스핀 없는 가속을 이어나갔다. 이것이 약 0.4초의 차이를 만든 요인이다. 하지만 0.4초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긴 어렵다. 결론적으로 둘 다 빠른 편이다.
그럼 구동방식과 차고를 제외한 두 모델 간 차이는 무엇일까?
메르세데스-벤츠 GLA
Q30S와 QX30은 모두 벤츠의 GLA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SUV 특성에 맞춰진 벤츠 GLA는 해치백 A-클래스 대비 전륜 댐퍼 돔과 B-필러, 사이드 멤버, 언더바디 부분이 강화돼 있다. 물론 QX30도 이 차체가 보여주는 ‘견고함’이란 이점을 그대로 갖춘다.
그리고 서스펜션이 다르다. 인피니티는 Q30의 것을 노멀 서스펜션, Q30S는 스포츠 서스펜션, QX30은 오프로드 서스펜션을 쓴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프로드 서스펜션을 쓴 QX30은 지상고가 40mm 가량 높아졌다.
엔진과 변속기는 같다. 가솔린 2.0리터 터보 엔진,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조합이다. 다만 Q30S가 앞바퀴를 굴리고 QX30이 4륜 방식을 쓴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물론 이 시스템도 벤츠 A-클래스나 CLA, GLA 등에 쓰이는 것과 같다. 특징적인 부분은 4륜 시스템이 변속기와 오일을 공유해 쓴다는 것.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과거 할덱스 방식의 전륜 기반 4륜 시스템보다도 가벼운 편이며, 구동 손실 저감을 위해 저 저항 베어링도 썼다.
구동 배분을 위한 다판 클러치는 뒷바퀴 축에 있다. 이 클러치가 완전히 열리면 앞바퀴에 100%의 구동력이 보내지고, 완전히 닫히면 전후 구동력이 50:50으로 나뉜다. 이론적으로 1000분의 1초 만에 이뤄진다.
사실 Q30과 QX30 간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그래도 두 차의 성격을 구분하자면 Q30S는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핫해치, QX30은 이보다는 여유로운(?) 달리기 성능을 갖는다고 보면 된다.
다만 Q30의 상급 트림 Q30S과 QX30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다르다. Q30S는 벤츠의 AMG 스포츠 패키지에 적용된 것을 쓴다. 그 덕에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35.82m라는 좋은 제동성능을 보인 바 있다. 심지어 서킷에서 달려도 지치지 않았다.
반면 QX30은 일반 사양의 제동 시스템을 쓴다. 제동 거리는 36.99m로 나왔다. 테스트 후반에는 38m 중반대까지 밀렸다. 평균 37.7m 수준으로 보면 된다. 소형 SUV로는 평균 이상의 성능이지만 Q30S의 제동력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아쉬움이 남긴 한다.
눈앞에 펼쳐진 직선 구간,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조금은 독특한 사운드를 토해내며 속도를 높여나간다. 역시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보여주는 체결감이 좋다. 코너를 맞이하며 시프트 패들을 조작, 기어를 낮춘다. 변속 때 생성되는 둥둥거리는 엔진 음색도 좋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코너 중심으로 향한다. 4륜 모델 치고는 좋은 핸들링 성능이다. 지상고를 높인 서스펜션이지만 노면을 붙드는데 문제를 보이지 않는다. 정말 잘 달리고 있다. 타이어는 컨티넨탈이 만든 콘티 스포츠 컨텍 5 SUV(Continental ContiSportContact 5 SUV)다.
Q30S는 19인치 급 굿이어의 이피션트그립(EfficientGrip )이란 타이어를 썼는데, 그보다 QX30의 OE 타이어 성능이 더 좋았다. 한계를 읽기도 쉬웠고, 한계를 넘어섰다가 그립을 회복하는 시간, 급작스러운 변화가 없다는 점도 주행을 해나 갈 때 안정감을 줬다.
이제 코너의 중심을 지난다. 다시금 가속페달을 밟아 나간다. 기본적인 운동 특성은 앞바퀴 축이 바깥으로 밀리는 언더스티어(Understeer)가 기본이다. 하지만 전륜구동 모델처럼 궤도가 무작정 커지는 모습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4륜 구동 시스템이 상황에 맞춰 뒷바퀴에 동력을 공급해 주기 때문. 본격 달리기를 위한 AWD(4륜 구동 시스템)은 아니지만 안전성 도모 차원에서 보면 이점이 많다.
특히나 겨울철 노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강원권이나 경기북부 지역처럼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유리하다는 의미다. 제설이 잘 되는 지역 소비자들에게는 안정감을 주는 측면에 이점이 있다고 보면 된다.
연속된 코너, 이 조건에서는 차량의 순수한 기본기가 중시된다. 어떤 차들은 첫 번째 코너에서는 잘 버티다 연장되는 두 번째 코너에서 자세가 바뀔 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역시 벤츠는 그런 아쉬움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들 덕분에 QX30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그려나갔다.
재미있는 주행이다. 소형 SUV에서 이런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모델은 제한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파는 디젤 모델들은 연비는 좋지만 조금 따분하다. 381마력의 AMG 버전들은 너무 과하다. 반면 QX30은 적당했다. 일상에서도 편안한 성능을 제공해 줬으며, 운전 재미를 추구할 때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벤츠가 같은 스펙의 GLA를 인피니티 가격에 내놓으면 좋았을 텐데.
차의 성능은 좋았다. 그렇다면 구입할 만한 차인가?
인피니티에게 Q30, QX30은 그리 좋은 모델이 아니다. 벤츠에서 가져온 다양한 것들이 차 값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고 GLA 보다 비싸게 팔 수도 없다. 같은 가격을 가진 똑같은 차, 당신이라면 벤츠와 인피니티 어떤 차를 구입하겠는가?
인피니티는 높아진 원가를 감수하고도 GLA 보다 낮은 가격에 고급화된 소재를 넣어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이 공략하고 싶었던 유럽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다양한 파워 트레인을 갖춘 원조 모델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인피니티 브랜드로 GLA를 구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어떨까? 우선 한 가지를 알아야 하는데, Q30, QX30의 생산은 지난달 종료됐다. 그렇다면 피해 가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이런 조건이 경쟁력을 만든다. 현재 인피니티 Q30, QX30에 걸린 공식 할인이 조금 된다. 벤츠가 만들어준 이 차를 3천만 원대 초부터 구입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벤츠에도 3천만 원대 A-클래스가 있다. 하지만 구성이 다르다. 인피니티가 제공하는 4년 워런티(보증기간)도 장점이 된다. 4년 정도까지 신나게 타다 팔 수 있다는 얘기다. 가격만큼 매력적인 구매 이유가 있을까? 다만 앞서 언급한 시대의 흐름이 아쉽긴 하다. 일본 옷을 입은 녀석이기에 당분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이 시점에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시승기를 올리는 것에 불만 담긴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5월에 제작한 컨텐트를 정해진 시기에 맞춰 업데이트 했을 뿐이다. 우리는 정치꾼이 아니다. 상품을 바라보며 분석한 정보를 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다루는 차의 태생이나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순수한 자동차 얘기만 하고자 한다.
3개국 연합 자동차라고 해야 할까? 자동차 시장에 독특한 족보를 갖춘 자동차가 존재한다. 일본 브랜드가 팔지만 플랫폼이나 기술의 기초는 독일 브랜드의 것을 바탕으로 하며, 영국에서 생산되는 차다. 맞다! 인피니티 Q30과 QX30 얘기다.
많은 소비자들이 아는 것처럼 인피니티 Q30, QX30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에 두고 개발됐다. 그뿐만 아니라 엔진과 변속기까지 벤츠 것을 쓴다. 이는 지난 2010년 르노-닛산과 다임러의 기술 공유 파트너십에 의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2018년 7월, 인피니티와 메르세데스-벤츠 간 소형차 공동 개발 파트너십이 종료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인피니티와 벤츠의 관계를 넘어 르노 그룹과 다임러 그룹 간 파트너십 자체도 중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인피니티 입장에서는 흉흉한 소식이다. 소비자들도 이 차를 구입해도 괜찮을까?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 걱정이 자동차의 본질적인 장점까지 흐리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QX30을 만나봤다.
QX30은 지난해 말 출시됐다. 그 때문인지 여전히 신선한 디자인으로 다가온다. 인피니티 만의 볼륨감을 살린 디자인. 사람의 눈을 연상시키는 헤드 램프도 존재감을 키운다. 측면부에서는 인피니티가 내세운 C-필러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데, 은근히 세련된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지난번 만난 Q30 보다 껑충한 키를 갖췄는데, 지상고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Q30과 달리 SUV의 매력을 키우고자 전후 범퍼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추가하고 측면을 플라스틱 소재로 감싼 것도 특징이다. 루프레일도 기본이다.
휠 사이즈도 줄었다. Q30은 최대 19인치 크기를 썼는데, QX30은 18인치를 쓴다. 하지만 차량의 컨셉이나 파워트레인 성능을 생각하면 17인치를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이 17인치 휠을 사용한다는 것을 이해할 소비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18인치가 적정 사이즈다.
인테리어는 Q30과 동일하다. D 컷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이 원형으로 바뀌고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 타입 시트가 일반 시트로 변경된 정도가 눈에 띈다. 우리 팀이 만난 테스트 모델은 가성비를 추구한 에센셜 트림이다. 그래도 고급 가죽과 금속 장식을 썼고, 천장까지 고급 소재로 마감했다. 인피니티의 모든 모델들은 실내 소재의 고급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 때문인지 그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런 고급 소재보다 통풍시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을 넣었을 때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제 다른 곳들을 보자. 이건 그냥 벤츠다. 도어 패널, 스마트키, 시동 버튼에서 벤츠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다만 최신 벤츠가 아닌 이전 벤츠의 흔적이라는 것이 아쉽긴 하다.
시트는 열선 기능만 지원한다. 그래도 시트 자체는 편하다. Q30과 같은 스포츠 시트가 아님에도 몸을 꽤나 잘 잡아준다. 뒷좌석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차량 등급을 생각했을 때 수긍할 수 있는 정도.
테스트 모델보다 상급 트림인 프로 어시스트도 있는데, 가격은 약 500만 원가량 비싸다. 그리고 밑의 표와 같은 내용들이 추가된다.
자동 주차나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상급 트림에 추가시킨 것은 이견이 없다. 하지만 계기판의 컬러 디스플레이,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정도는 기본화 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단색 디스플레이는 너무 볼품없어 QX30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요소다. 인피니티는 닛산 내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던가?
그래도 10개 스피커를 갖춘 보스 사운드 시스템, 패들 시프트, LED 헤드램프와 오토 하이빔, 레인 센싱 와이퍼, 액티브 사운드 크리에이터 등의 기능은 갖춘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을 중심으로, ADAS 시스템 채용을 제한했다는 점이 아쉽다.
일부 기능성이 아쉬운 QX30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이제부터 QX30의 진면목이 펼쳐질 테니까.
시동을 건다.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특유의 작동음을 뿜어낸다. 엔진의 공회전 상태, 정숙함과는 거리가 있다. 벤츠가 만든 이 엔진은 시동이 걸렸다는 것을 명확히 표출한다. 고성능 모델 같은 약간의 부밍음도 낸다.
아이들 상태의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1.0dBA을 기록했다. Q30이 42.5dBA을 기록했으니 그보다는 조용했지만 푸조 3008 GT Line, 볼보 XC60 D4 등 디젤 모델과 동일한 수치를 보였다.
이제 주행에 나선다. 첫인상? ‘이 차가 SUV가 맞나?’였다. 생김새만 SUV다. 핫해치 같은 몸놀림이다. 탄탄한 승차감, 적당히 묵직한 스티어링 휠, 듀얼 클러치 특유의 직설적인 동력 전달 감각. 뭔가 잘 조율된 기계적인 감각을 전해주고 있다.
의외로 변속기의 부드러움이 좋았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미미하게 울컥거림을 보이지만 이후부터 변속 때 자동변속기와 다르지 않은 느낌을 낸다. 물론 기본적인 주행모드를 설정했을 때이며,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격하게 스포티한 면모를 보인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의 느낌, AMG 45 시리즈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스포티한 배기음을 뿜는다. 이것도 SUV보다 핫해치에 가까운 느낌을 키우는 요소다.
엔진은 211마력, 35.7kgf·m의 토크를 낸다. 여기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장점인 직결감이 수치 이상의 가속감을 만들어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는 6.64초였다. 상급 모델인 QX50이 6.65초를 기록했으니 유사한 수준의 가속 성능이다. 동급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재규어 E-PACE가 9.17초, 볼보 XC40가 10.00초를 기록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같은 플랫폼의 Q30S는 7.12초를 기록했었다. QX30이 더 빨랐다. 이유는 구동방식 차이 때문이다. QX30과 Q30S 모두 엔진 회전수를 3000rpm 부근까지 올린 상태에서 최대 가속 시험을 진행했다. 앞바퀴만 굴리는 Q30S는 초기 발진 때 약간의 휠 스핀을 보였고, 2단으로 넘어간 이후 짧은 휠 스핀을 만들었다. 미세한 것이지만 이는 기록을 더디게 만든다.
QX30은 4륜 시스템 덕에 정지 상태에서 휠 스핀 없는 가속을 이어나갔다. 이것이 약 0.4초의 차이를 만든 요인이다. 하지만 0.4초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긴 어렵다. 결론적으로 둘 다 빠른 편이다.
그럼 구동방식과 차고를 제외한 두 모델 간 차이는 무엇일까?
Q30S와 QX30은 모두 벤츠의 GLA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SUV 특성에 맞춰진 벤츠 GLA는 해치백 A-클래스 대비 전륜 댐퍼 돔과 B-필러, 사이드 멤버, 언더바디 부분이 강화돼 있다. 물론 QX30도 이 차체가 보여주는 ‘견고함’이란 이점을 그대로 갖춘다.
그리고 서스펜션이 다르다. 인피니티는 Q30의 것을 노멀 서스펜션, Q30S는 스포츠 서스펜션, QX30은 오프로드 서스펜션을 쓴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프로드 서스펜션을 쓴 QX30은 지상고가 40mm 가량 높아졌다.
엔진과 변속기는 같다. 가솔린 2.0리터 터보 엔진,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조합이다. 다만 Q30S가 앞바퀴를 굴리고 QX30이 4륜 방식을 쓴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물론 이 시스템도 벤츠 A-클래스나 CLA, GLA 등에 쓰이는 것과 같다. 특징적인 부분은 4륜 시스템이 변속기와 오일을 공유해 쓴다는 것.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과거 할덱스 방식의 전륜 기반 4륜 시스템보다도 가벼운 편이며, 구동 손실 저감을 위해 저 저항 베어링도 썼다.
구동 배분을 위한 다판 클러치는 뒷바퀴 축에 있다. 이 클러치가 완전히 열리면 앞바퀴에 100%의 구동력이 보내지고, 완전히 닫히면 전후 구동력이 50:50으로 나뉜다. 이론적으로 1000분의 1초 만에 이뤄진다.
사실 Q30과 QX30 간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그래도 두 차의 성격을 구분하자면 Q30S는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핫해치, QX30은 이보다는 여유로운(?) 달리기 성능을 갖는다고 보면 된다.
다만 Q30의 상급 트림 Q30S과 QX30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다르다. Q30S는 벤츠의 AMG 스포츠 패키지에 적용된 것을 쓴다. 그 덕에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35.82m라는 좋은 제동성능을 보인 바 있다. 심지어 서킷에서 달려도 지치지 않았다.
반면 QX30은 일반 사양의 제동 시스템을 쓴다. 제동 거리는 36.99m로 나왔다. 테스트 후반에는 38m 중반대까지 밀렸다. 평균 37.7m 수준으로 보면 된다. 소형 SUV로는 평균 이상의 성능이지만 Q30S의 제동력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아쉬움이 남긴 한다.
눈앞에 펼쳐진 직선 구간,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조금은 독특한 사운드를 토해내며 속도를 높여나간다. 역시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보여주는 체결감이 좋다. 코너를 맞이하며 시프트 패들을 조작, 기어를 낮춘다. 변속 때 생성되는 둥둥거리는 엔진 음색도 좋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코너 중심으로 향한다. 4륜 모델 치고는 좋은 핸들링 성능이다. 지상고를 높인 서스펜션이지만 노면을 붙드는데 문제를 보이지 않는다. 정말 잘 달리고 있다. 타이어는 컨티넨탈이 만든 콘티 스포츠 컨텍 5 SUV(Continental ContiSportContact 5 SUV)다.
Q30S는 19인치 급 굿이어의 이피션트그립(EfficientGrip )이란 타이어를 썼는데, 그보다 QX30의 OE 타이어 성능이 더 좋았다. 한계를 읽기도 쉬웠고, 한계를 넘어섰다가 그립을 회복하는 시간, 급작스러운 변화가 없다는 점도 주행을 해나 갈 때 안정감을 줬다.
이제 코너의 중심을 지난다. 다시금 가속페달을 밟아 나간다. 기본적인 운동 특성은 앞바퀴 축이 바깥으로 밀리는 언더스티어(Understeer)가 기본이다. 하지만 전륜구동 모델처럼 궤도가 무작정 커지는 모습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4륜 구동 시스템이 상황에 맞춰 뒷바퀴에 동력을 공급해 주기 때문. 본격 달리기를 위한 AWD(4륜 구동 시스템)은 아니지만 안전성 도모 차원에서 보면 이점이 많다.
특히나 겨울철 노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강원권이나 경기북부 지역처럼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유리하다는 의미다. 제설이 잘 되는 지역 소비자들에게는 안정감을 주는 측면에 이점이 있다고 보면 된다.
연속된 코너, 이 조건에서는 차량의 순수한 기본기가 중시된다. 어떤 차들은 첫 번째 코너에서는 잘 버티다 연장되는 두 번째 코너에서 자세가 바뀔 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역시 벤츠는 그런 아쉬움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들 덕분에 QX30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그려나갔다.
재미있는 주행이다. 소형 SUV에서 이런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모델은 제한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파는 디젤 모델들은 연비는 좋지만 조금 따분하다. 381마력의 AMG 버전들은 너무 과하다. 반면 QX30은 적당했다. 일상에서도 편안한 성능을 제공해 줬으며, 운전 재미를 추구할 때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벤츠가 같은 스펙의 GLA를 인피니티 가격에 내놓으면 좋았을 텐데.
차의 성능은 좋았다. 그렇다면 구입할 만한 차인가?
인피니티에게 Q30, QX30은 그리 좋은 모델이 아니다. 벤츠에서 가져온 다양한 것들이 차 값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고 GLA 보다 비싸게 팔 수도 없다. 같은 가격을 가진 똑같은 차, 당신이라면 벤츠와 인피니티 어떤 차를 구입하겠는가?
인피니티는 높아진 원가를 감수하고도 GLA 보다 낮은 가격에 고급화된 소재를 넣어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이 공략하고 싶었던 유럽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다양한 파워 트레인을 갖춘 원조 모델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인피니티 브랜드로 GLA를 구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어떨까? 우선 한 가지를 알아야 하는데, Q30, QX30의 생산은 지난달 종료됐다. 그렇다면 피해 가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이런 조건이 경쟁력을 만든다. 현재 인피니티 Q30, QX30에 걸린 공식 할인이 조금 된다. 벤츠가 만들어준 이 차를 3천만 원대 초부터 구입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벤츠에도 3천만 원대 A-클래스가 있다. 하지만 구성이 다르다. 인피니티가 제공하는 4년 워런티(보증기간)도 장점이 된다. 4년 정도까지 신나게 타다 팔 수 있다는 얘기다. 가격만큼 매력적인 구매 이유가 있을까? 다만 앞서 언급한 시대의 흐름이 아쉽긴 하다. 일본 옷을 입은 녀석이기에 당분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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