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인피니티 Q60 “진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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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의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Q60을 인제스피디움에서 만났다. 겉모습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하는 마력을 지녔고, 인피니티만의 독보적인 첨단 전자 장비는 한층 무르익었다. 무엇보다 400마력에 달하는 강력한 엔진은 Q60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진짜 인피니티가 나타났다.
# VQ에서 VR의 시대로
VQ 엔진은 오랜 시간동안 닛산과 인피니티를 대표했다. 1994년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사골’이라 불리는 것도 당연하다. VQ 엔진의 역사는 닛산 엔진 기술의 역사나 다름없다. 닛산은 이 엔진을 수도 없이 업그레이드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접목시켰다.
닛산은 2007년 GT-R을 위한 전용 엔진을 개발했고, VR이란 코드명을 붙였다. GT-R을 위한 VR 엔진은 지극히 실험적이고, 성능에만 포커스를 뒀다. 하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알루미늄 엔진 블록 제작,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의 정교함, 터보 차저의 운용 능력, 엔진의 열 효율 관리 등에 있어서 높은 기술적 성취를 이뤘다. 이때 얻은 기술력과 노하우는 차세대 엔진 개발에 많은 영향을 줬고, 인피니티는 2015년 새로운 엔진인 ‘VR30DDTT’를 공개했다.
새 코드네임을 붙였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VR 엔진은 VQ 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부품의 85%가 달라졌다. 구조가 비슷할 뿐, 설계는 완전히 다르다는게 인피니티의 설명이다. 알루미늄 블록과 알루미늄 실린더 헤드를 사용하며, 실린더 안쪽 벽면에는 미러 코팅 기술이 적용됐다. 덕분에 주철 실린더 라이너를 쓰지 않았다. 무게도 줄고, 열 효율도 높아졌다. 직분사 시스템도 새롭게 개발됐다.
가장 큰 변화는 트윈 터보 차저의 존재다. 특별한 GT-R을 제외하고, 닛산은 물론 인피니티도 터보 엔진에 인색했다.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었던 만큼, 고성능이 요구될땐 배기량을 높였다. Q60에 탑재된 VR30DDTT 3.0리터 엔진은 트윈 터보의 도움으로 최고출력은 400마력(hp)에 달한다. 최대토크는 48.4kg.m며 1600-5200rpm에서 발휘된다. 새로운 수냉식 인터쿨러 시스템이 도입됐고, 2개의 워터펌프가 적용됐다.
# 마성의 Q60
기온이 많이 올랐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만큼 인제스피디움의 노면도 뜨거워졌다. Q60은 외부 온도가 20도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상황이 좋아 총 세번의 스포츠 주행을 신청했다. 한 세션당 25분을 달리게 되고, 마지막엔 강병휘 드라이버가 랩타임을 측정하기로 했다.
피트 로드에서는 조용하기만 했었던 Q60이 서킷에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엔진회전수가 3000rpm을 넘어서자 목소리부터 달라졌다. 카랑카랑한 엔진 소리가 실내로 파고 들었고,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두터운 배기음이 스며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난 인피니티의 포효였다. 그동안 디젤 엔진과 하이브리드에 주력했기 때문에 강력한 가솔린 엔진의 사운드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엔진의 힘은 풍족했다. 시속 200km에 다다른 상태에서도 오른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터빈이 본격적으로 회전하면 그 폭발력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단번에 엔진회전수를 끌어올렸다. 속도를 줄이고 재가속을 전개할 때도 반응은 시원시원했다. 코너에서 차체가 움찔움찔할 정도로 펀치력이 강했고, 거칠 것 없이 속도를 높였다.
400마력의 힘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차제 자세 제어 장치를 해제하면 코너를 탈출할 때마다 뒷바퀴를 격렬하게 돌렸다. Q60은 스포츠 쿠페와 스포츠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달렸다. 맹목적인 스포츠카는 아니었지만, 독일 스포츠 쿠페에 비해 더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었고, 반응이나 몸놀림이 민첩하고 섬세했다.
엔진만큼 섀시도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DAS)은 2.0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DAS도 VQ 엔진처럼 소소한 업그레이드가 계속 됐는데, 이번엔 대대적인 발전이 있었다. DAS는 마치 게임기의 조이스틱처럼 전자신호로 작동하는 스티어링 시스템이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각도에 따라 전자 신호가 전기 모터를 돌려 바퀴의 방향을 바꾼다. 위험 상황을 대비 약간의 기계적 연결만 해놨다.
기계적 연결이 최소화되면서 노면 상황에 따른 불규칙한 스티어링 간섭은 거의 사라졌다. 서킷의 연석을 밟고 달릴 때의 감각도 사뭇 달랐다. 톡톡 튀며,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는 타이어의 느낌이 스티어링 칼럼을 타고 운전대로 전달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Q60의 스티어링휠은 평화롭기만 했다. 불필요한 피드백만 골라서 삭제시킨 느낌이었다.
전자식 컨트롤 유닛을 통해 스티어링이 작동하는 만큼, 주행 모드에 따른 변화폭도 확연히 구분됐다. 기본적으로 DAS 역시 속도, 횡가속도에 따라 조향감도가 달라진다. 여기에 주행 모드를 변경하면 추가로 기어비가 바뀌면서 더 예리하고, 민감하게 스티어링을 조종할 수 있다. 스탠다드 모드에서 시속 100km로 주행할 때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4%, 스포츠+ 모드에서는 12% 기어비가 더 높다.
스티어링휠로 전달되는 무게감은 상당했지만, 스티어링휠을 조금만 움직여도 앞머리는 적극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티어링휠 중심의 반발력 세팅이 탁월했고, 예전 DAS에 비해 이질감도 크게 줄었다.
여기에 새롭게 개발된 전자제어 서스펜션인 ‘다이내믹 디지털 서스펜션’은 차의 균형감을 유지하기 위해 DAS와 함께 노력했다. Q60의 서스펜션은 구조는 기본적으로 Q50과 동일하다. 앞엔 더블 위시본을 쓰고, 뒷쪽엔 멀티링크가 적용됐다. 다만 Q60을 위한 전용 부품을 개발됐고, 링크나 부싱도 개선됐다.
브레이크는 일본에서 가장 큰 브레이크 제조사인 아케보노의 것을 썼다. 전륜엔 4피스톤, 후륜엔 2피스톤이 적용됐다. 파워트레인, 스티어링, 서스펜션에 비해 브레이크는 그 성능이 특출나지 않았다. 서킷보다는 와인딩, 고속도로 등에 더 잘 어울렸다.
Q60은 굳이 달리지 않아도 가슴 설레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G37 쿠페가 등장했을 때만큼이나 Q60의 디자인은 매력적이다. 이목구비는 더욱 또렷해졌고, 사나워졌다. ‘수평’을 최우선으로 하는 요즘 추세와는 조금 다르다. 전체적인 조형미를 추구했다. 그래서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람의 눈을 본떠 만든 헤드램프는 더 날카로워졌고, 그릴은 더 입체적으로 꾸며졌다. 차체가 넓고, 낮아지면서 바닥에 깔린 듯한 인상을 준다. 곳곳에 볼륨감을 느낄 수 있는 주름을 잡았고, 도어 패널이나 휀더도 두툼하게 만들었다.
날렵하게 깎인 루프는 전형적인 스포츠 쿠페의 것보다 더 극적이다. 머리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루프를 최대한 낮췄다. 휠베이스를 최대한 늘려놓고, 20인치 휠을 심었다. 덕분에 극단적인 비율이 완성됐고, 유려한 루프 라인과 함께 매혹적인 실루엣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는 Q50과 거의 같다. 스티어링휠, 시트 등이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시트는 척추 곡선에 따라 제작돼, 일관성 있는 지지력을 갖는다. 사용된 소재도 차별화됐다. 실내에 쓰인 가죽은 인피니티 중에서도 으뜸이다. 부드러운 감촉에 바느질도 꼼꼼하다. 뒷좌석도 마찬가지로 공간에 대한 품질은 좋다. 다리 공간도 기대 이상으로 넉넉한 편이지만, 머리 공간이 협소해서 장시간 타긴 힘들다.
카메라와 센서를 통한 첨단 안전장비도 빼곡하다. 이젠 프리미엄이 고급스럽기만 해선 안된다. 트렌드를 이끌고, 기술적인 성취도 높아야 한다. Q60에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차간거리 제어 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이동 물체 감지, 전방 충돌 예측 및 경고, 전방 긴급제동, 후방추돌방지, 액티브 레인 컨트롤 등의 첨단 안전 및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적용됐다.
인피니티 Q60은 BMW 4시리즈 쿠페,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쿠페, 렉서스 RC 등과 경쟁한다. Q60은 이들 중 가장 ‘달리기’에 적극적이고, 눈에 띄는 외모를 지녔다. 판매가 활발한 세그먼트는 아니지만, 인피니티의 이미지를 아로새기기 충분하고, 선망의 대상이 되기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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