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이유 있는 흥행, 말리부 1.5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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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장안의 화제 신형 말리부를 대면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은데, 이전에 열렸던 출시행사는 물론 2.0 터보 시승행사와 연이 닿지 않은 이유가 컸다.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시승차가 주력 라인인 1.5 터보라서 그 의미가 사뭇 남달랐다. 생김새는 모니터로 봐온 느낌 그대로였는데, 시선을 잡아 끌만큼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조형미를 품고 있었다. 달리기 실력은 효율을 챙기면서도 답답함 없는 가속력을 발휘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 여기에 정교하게 조율된 운전대 조향감과 탄탄한 하체 세팅은 차를 몰면 몰수록 주행의 만족도를 높여줬다.

덜먹어서 더 괜찮은 중형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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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2.0 터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차이점이 없었다. 스포티 쿠페 스타일을 띈 세단 그 자체였다. 따라서 크게 짚고 넘어가진 않으려 한다. 어차피 디자인은 지극히 주관적인 사항이니까. 아, 그래서 언급하는 부분인데, 많은 이가 못생겼다고 지적한 앞면 번호판 위치는 실제로 보니 주변 디자인과 큰 이질감 없이 어울리고 있었다. 나름 괜찮았다. 실내는 널찍해서 좋았다. 준대형 세단에 앉은 것처럼 운전석이 여유로웠다. 계기반의 시인성도 좋았고, 무엇보다 LCD 패널을 개선해 최신 스마트폰을 보듯 명료한 색감을 드러낸 8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제일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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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쥐 죽은 듯 조용히 시동이 걸렸다. '하이브리드카 같다'란 생각이 들만큼 고요했다. 확실히 엔진 소음과 진동을 잘 잡은 것 같았다. 이와 같은 느낌은 저속은 당연하고 고속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나 풍절음 역시 상당히 억제됐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다. 운전대는 속도 감응식이었는데, 주차나 유턴, 혹은 좌·우회전 등 조향이 많이 필요한 도심에선 새끼 손가락을 써도 무리 없이 돌아갈만큼 가벼웠고, 높은 속력을 내는 고속도로에서는 매우 묵직한 움직임을 드러냈다. 속도에 따른 피드백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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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닛 아래에는 최고출력 166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내는 1.5리터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파워트레인이 구현하는 가속력은 화끈함보다는 부드러움에 가까웠는데, 변속 충격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발 빠른 변속감과 앞서 언급한 엔진 소음·진동을 최소로 줄인 것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판단된다. 출력을 도로에 뿜어내는 데 있어선 끈기가 있었다. 속도계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의 변화가 빠르면서도 망설임이 없었다. 터보와 만난 작은 엔진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기특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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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에서의 불안감은 크지 않았다. 이는 시시각각 변하는 노면 상태를 파악하고, 여기서 올라오는 충격을 유연하게 흡수하는 하체, 그리고 무거운 운전대 조향감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당연히 코너를 돌아 나가는 몸놀림도 안정적이었다. 네 바퀴가 도로에 딱 붙어 가는 느낌 그대로였다. 서스펜션 세팅은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 링크다. 제동은 주행 속도에 따라 답력을 달리한 게 특징이었는데, 고속에선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즉각적인 반응을, 저속에서는 어느정도 여지를 두고 제동력이 살아나는 단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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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연비는 약 50km를 달려 리터당 11.8km를 기록했다. 연비 주행을 하지 않은 것과 큼직한 크기를 지닌 중형 가솔린 세단인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연료 효율성을 보여 준 셈이었다. 참고로 이 차의 복합연비는 19인치 휠 기준 리터당 12.5km, 16 및 17인치 휠 기준 리터당 13.0km다. 시승차에는 19인치 휠이 장착돼 있었다. 1.5 터보에는 연비 향상을 위한 기능이 하나 추가됐는데, '오토 스탑 앤 스타트 시스템'이 그것이다. 불필요한 공회전을 없애 연료 소모를 줄여 줌으로서, 연비 좋은 터보 차 구현을 가능하게 해준 고마운 장치다. 덕분에 연비가 잘 나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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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운동성능이나 운전자의 주머니 사정을 이해해주는 적당한 먹성을 뽐낸 말리부 1.5 터보. 각종 편의품목도 많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양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이었는데, 기어박스와 센터콘솔 사이에 스마트폰을 수직으로 꼽아 충전을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평평한 판 위에 올려놓는 타 브랜드 충전 방식과 달라 처음에는 좀 어색했던 게 사실.

이에 대해 신형 말리부 개발 담당자는 "우리의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은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 모두를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을 운전자 시야 밖에 설계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방지하고,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충전 공간을 뽑아 수납공간을 넓혔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사용의 만족감이 한결 높아졌다. 또 디자인에 대한 이유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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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꼽자면, 토글시프트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기능은 '없는 게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굳이 쓰라면 쓰겠지만 기어노브 위치도 애매하고 손가락도 잘 닿지 않아 불편함이 컸다. 한국지엠 측에 문의를 하니 "일부 소비자 불편을 인지하고 있긴 하나, 글로벌적으로 통용되는 부품이라 임의로 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사고 후회 없을 말리부 1.5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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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을 마치고 딱 든 생각이 '사고 후회는 없겠다'였다. 특히, 우리네 평범한 30~40대 가장들이 몰기에는 괜찮은 선택지가 아닐까 싶었다. 멋진 디자인과 탄탄한 주행감각, 차급 이상의 연료 효율성, 여기에 널찍한 실내 공간까지 소비자가 혹할 만한 상품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2,310~3,181만원까지 6가지 트림으로 세분화한 합리적 가격정책도 놓칠 수 없는 구매 포인트다. 한가지 더, 배기량이 적어 세금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역시 세상의 돌풍에는 원인이 있는 법. 이번 돌풍이 쉐보레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작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문서우 기자 msw@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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