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유럽산 준중형 디젤 SUV 진짜 매력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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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콤팩트 SUV 시장은 가장 ‘핫’한 장르 중 하나다. 다루기 쉬운 적당한 차체에 알찬 구성, 수입차임에도 접근성이 낮은 가격 등을 이유로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운 시장이 됐다. 때문에 수입차 회사들은 앞다퉈 콤팩트 SUV를 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몇몇 차들이 있다. 줄곧 우리나라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폭스바겐 티구안, ‘포드의 실수’라고 부르며 완성도 높은 차로 돌아온 쿠가, 그리고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한국에 상륙한 닛산 캐시카이다.
사실 한 대만 갖고 시승기를 써도 자랑할 거리가 많은 차들이다. 하지만 그런 뻔한 시승기는 이미 많이 나온 상태. 조금 더 재미있고 알찬 정보를 전달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라이드매거진 편집부는 이 ‘핫’한 세 차종을 모두 모아봤다. 서로 일정을 잡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여기에 각자의 차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순위를 매겨서 승자를 가릴까? 아니면 비교 시승을 통해 장단점을 나눠볼까?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세 차종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명성이 높아 콧대 높은 자존심을 깎는 건 별로 의미가 없었다. 결국 각 차들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2박 3일동안 차와 함께 하며, 다양한 부분에서 숨은 매력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이번 시승기는 단순 비교가 아니다. 불필요한 경쟁보다는 각 모델이 지닌 특장점에 초점을 맞췄다. 내부적으로도 명확한 승자를 제시할 것이 아니라면 ‘비교 시승기’란 거창한 타이틀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일등과 꼴찌가 없다. 수평적이고 객관적인 시승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닛산 캐시카이와 폭스바겐 티구안, 그리고 포드 쿠가일 뿐이다.
민첩한 몸놀림이 일품인 닛산 캐시카이
문서우 기자.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한 모델을 이렇게 많이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아무래도 캐시카이는 나와 인연이 깊은 듯하다. 그만큼 이 차가 가진 여러 특징을 많이 접해 봤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주제에 맞게 매력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캐시카이의 매력은 첫인상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한 디자인과 함께 전체적인 균형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양새가 질리지 않는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짜임새 있는 레이아웃 안에 블랙 하이그로시와 금속 재질 느낌이 나는 패널을 써 멋을 냈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특히 2개의 양면 플로어 판넬을 적용해 다양한 공간 활용성을 연출하는 트렁크는 인상적이었다. 닛산은 총 16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짜맞춰도 개수를 다 활용하지 못했다. 아무튼 생각해보면 정말 사소한 배려인데 경쟁 차종에는 없는 이 특별한 기능이 생각보다 많이 유용할 것 같다. 이 외에도 2열을 폴딩하고 판넬을 모두 제거한 적재 공간은 한눈에 봐도 넓었다. 이 정도면 합격! 나머지 두 차들은 공간이 어떨까? 캐시카이의 넓은 공간을 보고 있으니 괜스레 남은 두 차들 걱정이 들기도 한다.
여러 안전편의품목도 눈에 띄었는데, 그 중에서도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 비치는 어라운드뷰모니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차와 주차공간을 마치 하늘에서 보는 것처럼 표현해 좁은 공간에서도 무리 없이 주차할 수 있게 도와줬기 때문이다. 평소 공간감이 부족한 사람이나 주차 초보인 이들에게는 큰 보탬이 되어 줄 기능이었다.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내는 1.6리터 디젤 엔진의 달리기 성능은 화끈함보다는 민첩함에 가깝다. 직선 코스보다는 와인딩 로드에서 운전 재미가 더 높다는 의미다. 움직임이 기대 이상이다. 코너에서 네 바퀴에 각기 다른 미세한 브레이크 압력을 가하는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과 마찬가지로 굽이진 길을 돌아나갈 때 엔진에 브레이크를 줘 주행 안정성을 높여주는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 덕분이다. 일반 세단에 비해 껑충한 자세를 지닌 SUV지만 속도를 좀 높여 코너를 공략해도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감각적인 코너링을 만끽하며 달리니 일본차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역시 유럽에서 검증 받은 판매 1위 모델답다.
이처럼 캐시카이는 세련미 있는 디자인과 운전의 편의성을 높이는 안전편의품목, 그리고 기술의 닛산이 세밀하게 조율한 민첩한 주행능력을 갖춘 차였다. 너무 장점만 나열하는 것 같지만, 특별히 아쉬운 점이 없었다. 어쩌면 이 부분이 역시 또 하나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크게 트집 잡을 곳이 없는 차. 즉, 준중형 SUV라는 세그먼트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상품성을 기본에 충실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소비자가 유럽에서 태어난 닛산의 준중형 SUV 캐시카이의 진가를 알아 가기를 바란다.
연륜을 무시할 수 없는 폭스바겐 티구안
김성환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에게는 연륜이 있다. 나온 지 꽤 된 모델이란 뜻이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정확히 빗겨 갔다. 지나온 시간을 통해 갈고 닦은 상품성으로 여전히 현역 1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제 티구안은 국내 수입차 최다 판매기록을 갈아치우며 그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이유로 꼽을만한 부분은 인테리어다. 보통 도심형을 지향하는 콤펙트 SUV들은 하나같이 아늑하고 감싸는 듯한 실내를 구현한다. 하지만 티구안은 다르다. 겉보기엔 투박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직관적인 디자인과 버튼 배열로 실용적인 SUV의 느낌을 잘 살렸다.
이는 독특한 센터페시아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운전석 쪽으로 살짝 기울어지면서 8개의 동그란 송풍구와 전면으로 툭 튀어나온 모니터가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창문 스위치를 비롯해 전체적인 버튼이 위쪽에 있어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시인성도 좋다. 여기에 변속기 주변을 비롯해 문짝, 센터콘솔에 깊은 수납공간을 만들어 쓰임새가 좋다.
다음으로는 준중형 SUV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크기다. 작은 차체 덕분에 도심 속 골목길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고 주차도 편리하다. 또 재빠른 차선변경이나 굽이진 도로를 돌아 나갈 때도 부담스럽지 않다. 마치 키 높은 해치백을 타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래서일까. 차를 몰면 몰수록 운전은 편해졌고, 그 누가 스티어링 휠을 잡아도 쉽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실제 티구안 구매 고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단다. 부담스럽지 않은 SUV를 찾는 소비자들이라면 분명 만족할만한 차란 의미다.
파워트레인은 무난하다. 직렬 4기통 2.0리터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힘을 발휘하는데 다른 폭스바겐 모델에도 두루 쓰이는 엔진답게 흠잡을 곳이 없었다. 신속한 반응 속도와 함께 코스팅 모드로 효율까지 챙긴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마음에 들지만 이 외에 무심한 듯 탄탄한 서스펜션과 잘 세팅된 승차감은 크게 좋거나 나쁘지 않은 지극히 안정적인 느낌을 잘 보여줬다.
티구안은 곳곳에서 농익은 장점이 묻어 나왔다. 다시 말해, 높은 실용성과 안정적인 주행감은 물론 작은 차가 주는 장점을 고루 살리면서 패밀리 SUV로도 손색이 없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소비자가 좋아할 알짜배기 요소들만 모아 놨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다소 심심한 계기반 화면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정도만 빼면 말이다.
몰면 몰수록 만족도 높아진 포드 쿠가
허인학 기자. 포드 쿠가는 직접 타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사실 이 차를 시승하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밋밋한 차 인줄 알았다. 그러나 3일 간의 짧은 만남 뒤 머릿속에는 온통 쿠가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동안 경험한 포드 모델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포드의 실수’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닌 것 같다.
외관 디자인은 수수했다. 실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디자인은 언급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길게 말하지 않겠다. 실내 공간은 준중형 SUV치고는 꽤 넓었다. 1열과 2열의 다리 공간, 머리 공간 모두 만족스러웠다.
쿠가의 장점은 첨단 편의장치에서 나온다. 이중 손을 사용하지 않고 발 동작으로만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많은 짐을 들고 있어도 쉽게 트렁크를 열어 짐을 실을 수 있어서다. 이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차들도 요즘은 많이 나오지만 한 단계 윗등급으로 가야 달려있다. 그마저도 인식률이 떨어져 종아리에 멍만 드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쿠가는 다르다. 10번중에 9번은 열릴 정도로 인식률이 뛰어났고, 작동도 부드러웠다.
또 센서를 통해 주차 공간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주차를 해주는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기능도 좋았다. 안전 부분도 크게 신경 쓴 모양새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전방 충돌 감지 센서, 액티브 시티 스톱 기능 등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달리기 실력은 진짜 의외의 매력이다. 보닛 아래의 2.0리터 듀라 토크 TDCi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내며, 듀얼 클러치 방식인 파워 시프트 6단 자동 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이 맞물렸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언제 언제든지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SUV 특성상 코너에 약한 모습을 보일 것 같았지만, 나름 짜릿하고 정확한 몸놀림을 뽐냈다. 혹독한 유럽 메이커들과 경쟁하기 위해 원포드 전략으로 유럽내 개발 및 생산 공정을 모두 거친 힘이 오롯이 드러난다.
쿠가의 다양한 안전편의품목은 경쾌한 달리기 실력과 함께 몰면 몰수록 심리적 만족감을 높여줬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직접 체험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각종 첨단 장비의 추가로 다소 높아진 가격 정책은 아쉬움으로 작용했다. 그래도 이 부분 역시 쿠가가 주는 높은 상품성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무엇을 선택하던 후회 없을 세 차종
라이드매거진이 시승한 세 차종은 모두 SUV라는 성격에 잘 부합했고, 그 안에서 수준 높은 상품 경쟁력을 보여줬다. 모두 각자만의 장점과 더불어 개성이 살아 있었다. 캐시카이는 공간 활용성과 여러 전자 제어 시스템에서 비롯된 민첩한 몸놀림을, 티구안은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탄탄한 상품성을, 마지막으로 쿠가는 발군의 엔진 성능과 각종 편의품목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격 얘기를 빼 놓을 수 없다. 닛산 캐시카이는 3,070~3,800만원, 폭스바겐 티구안은3,860~4,880만원, 포드 쿠가는 3,990~4,470만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단순히 가격표만 놓고 보면 캐시카이가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콤펙트 SUV가 된다. 그렇다고 나머지 두 차의 매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모두다 가격대비 만족할만한 SUV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에는 디자인이 들어갈 수도 있고, 경쟁차에는 없는 옵션이 들어가있을 수도 있다.
이는 유럽이라는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때로는 경쟁자로, 또 때로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 상생해 온 덕이 크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수입 준중형 디젤 SUV 시장의 캐시카이, 티구안, 쿠가 중 소비자가 어떤 차를 고르던 후회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 내 상황과 필요에 가장 잘 부합하는 매력을 찾아 선택하면 된다. 무엇을 고르던 매력적인 발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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