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여럿이 즐기는 스포츠 드라이빙, 인피니티 QX50
컨텐츠 정보
- 1,869 조회
- 목록
본문
스포츠카를 날마다 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짜릿한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이래저래 포기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남다른’ 연료비는 제쳐두더라도, 갑자기 사람을 더 태우거나 짐을 실어야 할 경우가 그렇다. 게다가 낮고 넓은 구조 탓에 다닐 수 있는 길도 한계가 있다. 이에 자동차 회사들은 사람들의 이런 불편함을 인식해 요구를 충족시킬 ‘변종’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고, 이번에 시승한 인피니티 QX50도 이런 흐름 속에서 태어난 차 중 하나다.
‘압도적인’ 퍼포먼스, AWD와 3.7리터 엔진의 작품
QX50을 타며 가장 기억에 남은 걸 꼽으라면 단연 ‘성능’이다. 요즘처럼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차저 따위의 과급기를 붙여서 힘을 내는 방식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배기량을 키운 자연흡기 방식의 가솔린 차라니! 분명,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퍼포먼스’를 중시 여기는 인피니티의 고집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엄청 ‘쎈’ 녀석이라는 걸 표현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쉬운 방식은 ‘소리’다. “크릉” 시동이 걸리면서 동시에 박진감 넘치는 맹수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인위적으로 뻥튀기한 게 아니라 기계들이 맞물려 돌아가며 내는 묵직한 소리다.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 땐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차엔 3.7 리터 V형6기통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329마력, 최대토크 37.0kg.m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똑똑한 7단 자동변속기와 ‘아테사(ATTESA) E-TS AWD’ 시스템이 만나 엔진의 강력한 힘을 필요한 바퀴에 빠르게 전달한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줄수록 VQ엔진 특유의 우렁찬 사운드가 귓가를 울리면서 강한 압박감이 심장을 파고든다. 차에 함께 탄 사람들도 여지없이 탄성을 자아낸다. 쭉 뻗은 도로에서의 가속감은 생각 이상으로 시원하다. 고회전 영역에서 진가가 드러나는 VQ엔진의 특성 탓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은 6,000rpm 이하에서 변속되는 게 보통이지만, 이 엔진은 7,500rpm에서 변속된다. 평소 경험하기 힘든 영역대의 엔진 회전수다. 다이내믹한 사운드나 회전질감 모두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보기 드문 독특한 구조다. 자연흡기 방식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은 모두 집어넣었다. 오로지 성능을 추구하기 위한 설계다. 일단 들이마시는 공기 양을 늘리기 위해 3기통씩 1개의 흡기구를 따로 쓴다. 6기통이니까 공기를 들이마시는 곳이 두 개(듀얼 에어 인테이크)라는 얘기다. 무작정 빨아들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공기를 들이마시는 타이밍(가변흡기)과 각도도 조절(가변식밸브리프트)해가며 필요한 공기를 필요한 만큼 활용한다.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와 높을 때 모두 최고의 성능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다.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니 기어 단 수에 상관 없이 운전자의 실력을 뽐내며 즐길 수 있게 된다. 민첩한 7단 자동변속기는 자연흡기 엔진의 즉각적인 반응을 바퀴에 빠르게 전달해준다. 이런 조합에 매력을 더해주는 아테사 AWD 시스템 덕에 고속에서도 안정감을 유지하며 생각 이상의 속도로 코너링을 즐길 수 있다.
단순히 네 바퀴 굴림 방식이어서 안정적이라기 보단 밸런스가 참 좋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차를 이리저리 몰아붙여도 앞-뒤-좌-우 무게배분이 잘 이뤄졌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엔진을 세로로 배치해 좌우 밸런스를 맞췄고, 앞 바퀴 축 위에서 운전석 쪽으로 살짝 옮겨놓은데다 네 바퀴 굴림 방식을 쓴다. 앞뒤 무게배분에도 충실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코너를 공략할 때에도 녀석의 머리가 경쾌하게 돌아나갔고, 엉덩이도 씰룩거리지 않았다. 생각하는 대로 반응해준다. 차가 한 덩어리처럼 움직여서 다루기가 참 쉬웠다.
실용성 높아진 고성능 SUV
새로운 QX50은 허리가 길쭉해진 게 특징 중 하나다. 단순히 잘 달리기만 하는 차가 아니라 SUV로서 실용성까지 챙겼다는 거다. 여럿이 함께 탈 일이 많은 우리나라 환경에서 약점으로 지적된 구형의 좁은 뒷좌석 공간이 해결된 셈이다. 구형과 비교하면 길이가 110mm, 휠베이스는 80mm 늘어났다. 덕분에 뒷좌석의 무릎 공간도 110mm 여유로워졌다.
허리가 살짝 길어졌지만 안정된 차체 비율은 여전하다. 인피니티 디자인 요소인 더블 아치 그릴, 스포츠 쿠페의 바디 라인, 스포티한 디자인의 프론트 범퍼와 LED 안개등이 장착됐다. 리어 스포일러로 구형보다 높은 곳에 설치했고, 듀얼 크롬 머플러, 전면 그릴과 대칭되는 더블 아치 트렁크 라인 등을 통해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완성했다.
사소한 불편은 최소화
운전자라면 누구나 치를 떠는 생활 속 스크래치. 주차장에서 누군가 문을 세게 열면서 내 차에 상처를 내는 경우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흠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QX50엔 이런 흠집을 자동으로 복원시켜주는 스크래치 쉴드 페인트(Scratch Shield Paint)가 적용돼 관리 편의성을 높였다. 복원 시간은 온도에 따라, 상처 깊이와 범위에 따라 다르다. 날씨가 따뜻한 곳에선 2시간 이내로 복원되기도 하고, 반대로 추울 땐 1주일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이 기술은 휴대폰에도 적용돼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11개 스피커를 갖춘 보스(Bose)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웰컴 라이팅 시스템(Welcome lighting system), 차에 타고 내리기 쉽게 도와주는 이지 엔트리 시스템(Easy Entry System), 인텔리전트 포지셔닝 시스템(IPS, Intelligent Positioning System) 등 운전자를 지원하는 각종 기능을 잔뜩 담아냈다.
안전도 챙겼다. 앞좌석 어드밴스드 에어백 시스템(AABS, Advanced Airbag System)을 비롯, 전동식 제동력 배분 시스템(EBD, Electronic Brake force Distribution), 4륜 휠 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ABS, Anti-locking Braking System), 차체 자세 제어 장치(VDC, Vehicle Dynamic Control),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TPMS, 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 따위의 여러 안전 기능도 탑재했다.
매력적인 ‘Sport Utility Vehicle’
그동안 스포츠카는 뛰어난 운동성능을 느끼는 데만 집중했지만 그만큼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QX50은 이런 사소한 불편함을 해결했다. AWD 시스템이 들어가고, 엔진 성능이 좋고, 변속기가 빠르다고 반드시 운전이 즐거운 건 아니다. 즐거움의 요소일 뿐이다. 이런 점을 어떻게 잘 섞고, 차 컨셉트에 맞춰서 잘 표현해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QX50은 SUV의 ‘Sport’, ‘Utility’라는 본연의 목적을 인피니티의 철학과 기술력으로 제대로 표현한 차가 아닐까 싶다.
|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