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엔진·변속기 바꾼 쌍용차 렉스턴W·코란도투리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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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가 잘 팔리긴 잘 팔리나 보다. 확실히 주머니가 두둑해야 판도 크게 벌이고, 어깨에 힘도 들어가는 법이다. 차안에 의례 넣어주던 석수도 이번 시승회에선 에비앙으로 바뀌어 있었다.
쌍용차가 7일, 경기도 청평 켄싱턴 리조트에서 실시한 렉스턴W·코란도투리스모 유로6 모델 시승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렉스턴W 30대와 코란도투리스모 30대가 리조트 앞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쌍용차가 이렇게 많은 차를 가지고 시승회를 진행하다니. 최근 들어 이런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차들은 새롭게 등장한 파격적인 신차도 아니고, 겨우 엔진과 변속기를 바꾼 상품성 개선 모델임을 감안하면 더 놀랍다.
코스 선정도 과감했다. 무려 시승 시간의 절반가량을 오프로드 주행에 투자해 산과 개울을 뚫고 달려야 했다. 비싼 차 망가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기자들이 걱정 할 정도였다. 경기도 청평 인근의 국도와 오프로드를 달리며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코란도투리스모와 렉스턴W를 시승했다.
◆ 코란도투리스모…아쉬운 온로드, 발군의 오프로드
차에 올라타자마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래된 실내는 여전히 촌스럽고 저렴해 보였다. 쌍용차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경쟁 모델인 기아차 카니발이 왜 그렇게 잘 팔리는지 절로 이해될 정도다.
스티어링휠 뒤편의 간이 계기반은 장난감 같았다. 이를 대신해 센터페시아 상단에 가로로 긴 특이한 모양의 계기반이 있지만, 볼 때마다 고개를 돌려야해 불편했고 그마저도 햇빛이 강할 때는 반사돼 잘 보이지도 않았다. 하단의 모니터는 요즘 나오는 차에 비해 너무 작았고, 각종 조작 버튼들도 투박하기 그지없다. 기어봉에 있는 손톱 같은 변속 버튼은 수동 변속의 의지를 단숨에 꺾어버렸다.
그래도 정신을 가다듬고 시승했다. 어쨌든 이 차는 원래 이렇게 생겼고, 월 500대가량 팔릴 정도로 꾸준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다른것 말고 파워트레인의 변화로 차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엔진 배기량을 키우고 변속기를 바꿨음에도 코란도투리스모의 주행 능력은 다소 실망스럽다. 2.2 LET 엔진의 제원 및 벤츠 7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합은 꽤 좋은 스펙이지만, 커다란 차체에 2185kg에 달하는 묵직함을 감당하기에 178마력은 다소 부족한 듯했다. 40.8kg·m의 최대토크도 1400rpm부터 나오도록 했지만, 벤츠 7단 변속기가 신속함보다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춰 세팅된 탓인지 변속 속도가 한 박자씩 느려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초반에는 부드럽게 쭉 밀어주는데, 속도를 조금만 올려도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엔진이 데시벨을 높이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도, 가속은 더디다. 쌍용차는 엔진 변화로 가속 성능이 20%가량 향상됐다(0→100km/h 14%, 100→140km/h 24%)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흡·차음재도 넉넉하게 사용하지 않은 듯 진동·소음도 꽤 큰 편이다. 공회전뿐 아니라 회전수가 2000~2500rpm만 올라가도 불편할 정도의 진동·소음이 몸으로 전달된다. 요즘에 이렇게 NVH가 취약한 디젤차는 드물 듯하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시트포지션은 요즘 나오는 RV·밴 모델에 비해 다소 높다. 덕분에 고속에서는 살짝 불안하고, 차선 변경이나 코너 진입 시 생각보다 더 휘청거린다. 차가 길기 때문에 뒤가 살짝 흐르는 듯 낭창낭창함이 느껴진다. 차의 특성상 후륜보다 전륜이 더 안정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요즘 나오는 도심형 밴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쌍용차는 코란도투리스모는 도심형 밴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SUV 성능을 높인 레저용 밴이라 강조했다. 특히, 달라진 엔진에 맞춰 서스펜션을 다듬어 주행감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확실히 방하리 오프로드 구간 약 14km를 왕복하는 동안 코란도투리스모의 험로 주파 능력은 돋보였다. 꽤 험난한 코스였음에도 안정적이고 편하게 달렸다.
시트포지션이 높은게 오프로드 코스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다. 시야가 탁 트여 가시성이 좋아 도로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달릴 수 있었다. 여기에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부에 180도 어안 카메라가 장착돼 사각지대 없이 안전한 험로 주행도 가능했다.
스티어링휠도 도심형이라기보다 오프로드용으로 세팅됐다.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회전수는 약 3.7바퀴 정도로 꽤 큰 편인데, 고속 주행에서는 다소 둔감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울퉁불퉁한 험로에서는 흔들리는 차체 거동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타이어도 235/60/R17로, 승차감을 높이는데 신경 썼다.
구동 방식은 2H(이륜 하이)와 4L(사륜 로우), 4H(사륜 하이) 등 3가지 기어를 사용할 수 있다. 각 방식을 전환할 때는 정차 상태에서 기어를 중립이나 파킹에 놓고 버튼을 눌러 바꿔야 한다. 약 3~4초가량 소요되는데, 중간에 기어를 바꾸면 전환되지 않는다.
◆ 렉스턴W 2.2…온·오프로드 가리지 않는 뛰어난 주행 능력
렉스턴W 역시 실내외 디자인은 썩 만족스럽지 않다. 최근에 나오는 다른 브랜드의 신형 SUV에 비하면 언제 나온 모델인지 궁금할 정도로 오래된 느낌이 강하다. 그동안 연식 변경 등을 통해 라디에이터 그릴과 램프 등의 외관 디자인을 개선했지만, 크게 티가 나는 수준은 아니다. 실내 역시 일부 사양을 추가하면서 변화를 줬지만, '대한민국 1%'를 외치던 1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이번에 나온 렉스턴W는 내년 하반기 풀체인지를 앞두고 실시한 파워트레인 변경 모델로, 쌍용차 측은 '더욱 고급스러운 정통 오프로드 SUV'라고 강조했다. 국산차 유일의 프레임 바디 유로6 모델임을 강조하며 지프와 랜드로버 등 SUV 전문 브랜드와 경쟁할 '뼛속부터 SUV'라는 것이다.
같은 엔진과 같은 변속기를 장착했음에도 렉스턴W의 주행 능력은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코란도투리스모보다 뛰어나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등 제원이 다른 것도 아니고, 무게도 비슷한데 파워트레인 변화로 인한 성능 개선 효과는 렉스턴W에 몽땅 쏠린 듯하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 없는 수준으로, 부드러운 가속력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날 정도다.
초반부터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가속력은 고속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무거운 차체 탓에 가속력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부족하지 않게 차근차근 속도를 높였다. 코란도투리스모처럼 엔진이 힘들어하는 기색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쌍용차에 따르면 렉스턴W는 엔진 변화로 인한 가속 성능 향상 폭은 약 10%가량인데(0→100km/h 6.5%, 100→140km/h 14%), 막상 시승해보면 렉스턴W가 훨씬 더 좋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시트포지션도 높은 편이지만, 울컥거리지 않고 단단하게 거동을 유지한다. 웬만한 요철과 과속 방지턱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편안하다. 급한 차선 변경이나 고속 코너링에서도 차체가 그리 휘청거리지 않는다. 쌍용차가 그렇게 강조했던 '3중 구조의 강철 프레임 바디'의 진가는 몸이 먼저 알아챈다. 여기에 4WD 시스템이 노면을 단단하게 잡아줬으며, 코란도투리스모와 달리 NVH도 신경을 많이 써 안정적이고 정숙하게 주행을 이어갔다.
칼봉산 자연휴양림에 펼쳐진 약 10km의 오프로드 구간에서도 렉스턴W는 거침없었다. 코란도투리스모도 달렸던 방하리 오프로드보다 훨씬 험난한 코스였는데, 얕은 개울과 거친 자갈길, 울퉁불퉁 커다란 돌이 널려있는 험로 등을 시원하게 주파했다.
서스펜션과 스티어링휠 세팅, 타이어 구성, 구동방식 전환 방식 등은 코란도투리스모와 비슷하게 오프로드에 특화됐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만족시키는 주행 능력으로, 도심형으로 체질 개선을 끝낸 경쟁 SUV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서울만 조금만 벗어나도 렉스턴이 눈에 띄게 많이 보이는 이유가 절로 이해됐다.
◆ 같은 파워트레인, 엇갈린 호불호
사실 쌍용차가 파워트레인 개선 모델 시승회에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한 것은 돈이 넉넉해서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방증이다. 티볼리가 잘 팔리고는 있다지만, 나머지 모델의 판매량은 모두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달 먼저 2.2로 바꾼 코란도C 판매량은 30%가량 감소했다. 동력 성능이 좋아졌지만, 그만큼 가격도 올라 소비자들에게 부담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코란도C에 2.2 엔진(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은 조금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쌍용차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회사 형판상 티볼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의 엔진 라인을 통일해야만 했고, 고심 끝에 2.0을 포기하고 2.2로 바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서 2.2 LET 디젤 엔진은 렉스턴W에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메르세데스-벤츠 7단 변속기도 마찬가지다. 코란도C에는 넘치고 코란도투리스모에는 버겁다. 반면, 렉스턴W의 경우 이제야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시종일관 부드럽다. 다행히 이 파워트레인 조합은 쌍용차가 내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인 프레임 바디 대형 SUV에 그대로 들어갈 예정이다. 렉스턴W 후속 모델 출시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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