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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아우디 R8 V10 플러스 “마블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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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범한 탄생

여느 영웅이 그렇듯, 아우디의 ‘경이로운 영웅’인 R8은 비범한 탄생 배경을 가지고 있다. 1세대 R8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그래서 흔히 R8을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에서 디자인만 바꾼 버전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알고보면, 가야르도는 아우디가 주도한 프로젝트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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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R8 스케치.

가야르도는 아우디의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했고, 차체는 아우디 공장에서 별도로 제작돼 람보르기니에게 배달됐다. 섀시 개발도 아우디의 엔지니어들이 주도했고, V10 엔진에는 아우디의 기술이 대거 접목됐다. 엄밀히 얘기하면 가야르도는 아우디가 R8을 제작하기 전 실시했던 임상시험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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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세대 R8 스케치.

시험은 성공적이었고,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아우디는 2006년 브랜드 최초의 미드십 스포츠카 R8을 선보였다. R8의 등장은 예고된 것이었음에도 충격적이었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은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했고, 아우디의 모터스포츠 기술력이 반영된 파워트레인과 사륜구동 시스템은 슈퍼카로 불리기 손색없는 성능을 발휘했다. 또 이탈리아 슈퍼카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뒤흔들었다.

# 성장기

십여년의 시간동안 R8은 지속적인 발전을 거뒀다. 엔진은 갈수록 힘이 세졌고, 다양한 에디션 모델도 추가됐다. 소프트톱이 탑재된 R8 스파이더도 출시됐다. 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한 차세대 콘셉트까지 공개됐다. R8은 여러 매스미디어를 통해 큰 인기를 거두기도 했고, 원메이크 레이스를 통해 모터스포츠에서의 기술력도 쌓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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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5년, 아우디는 2세대 신형 R8을 내놓았다. 성능은 큰폭으로 상승했다. V10 플러스 모델에 탑재되는 5.2리터 V10 자연흡기 엔진의 경우 최고출력은 550마력에서 610마력으로 높아졌다. 최대토크는 57.1kg.m에 달한다. 7단 S트로닉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로직이 더욱 똑똑해졌고, 콰트로 시스템은 전자제어 방식의 다판클러치가 적용되면서 주행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한쪽으로 전부 몰아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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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R8은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바디에 카본 파이버 강화 플라스틱이 대거 적용됐다. 프로펠러 샤프트가 지나는 부분과 엔진룸, 격벽 등은 카본 파이버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하이브리드 프레임을 통해 이전 모델에 비해 강성은 40% 증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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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은 여전히 신형 R8의 주된 테마였고,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공기역학 기술이 접목됐다. V10 플러스 모델에 적용된 프론트 & 리어 스포일러, 디퓨저 등을 비롯해 매끈한 언더플로어, 패널의 곡면까지도 전부 공기역학을 고려해 제작됐다. 실내엔 디지털 계기반인 ‘아우디 버추얼 콕핏’이 적용됐다. 12.3인치 컬러스크린을 통해 차량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만큼 실내는 금속과 카본 파이버 강화 플라스틱으로 곳곳이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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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힘엔 책임이 따른다

특별한 힘을 가진 영웅에겐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 능력을 올바른 곳에 사용하고, 스스로 그 힘을 컨트롤해야 한다. 신형 R8은 누구보다 스스로를 잘 헤아렸다. 운전자의 실수와 도발을 넓은 아량으로 포용했다. 그동안 수많은 차를 인제스피디움에서 몰아봤지만, 신형 R8만큼 빠르면서 안정적인 차는 없었다. 엔진이 등 뒤에 놓인 슈퍼카를 타면서 마음 편하게 서킷을 돌아보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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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짧은 인제스피디움의 직선구간에서 신형 R8은 폭발적으로 속도를 높였다. V10 자연흡기 엔진은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괴성을 질렀고, 디지털 계기반은 화려하게 빛나며 변속 타이밍을 알렸다. 인제스피디움에서 가장 두려운 1번 내리막 코너를 목전에 두고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서둘러 떼지 않아도 될 만큼 신형 R8은 신뢰감이 높았고, 조작은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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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빠르게 오른 만큼, 멈추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돈값을 톡톡히 했다. 가뜩이나 내리막이기 때문에 마치 땅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반나절 동안 계속된 서킷 주행에서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변치 않는 성능을 보여줬고, 이 때문에 더 과감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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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스피디움에서는 각별히 컨트롤에 신경써야 하는 오르막 코너가 몇군데 있다. 무게중심 이동을 고려하지 않으면, 하중이 덜 실리는 앞바퀴의 그립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별안간 스핀을 하기도 하는 곳이다. 신형 R8은 미드십 구조와 전자제어방식의 콰트로 시스템 덕분에 고저차가 주는 불안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무게중심이 유지되니 자연스럽게 네바퀴의 그립이 모두 균등하게 이뤄졌다. 콰트로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네바퀴의 구동력을 조절했다. 이런 신형 R8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은 고저차가 심한 인제스피디움을 마치 평지처럼 만드는 마법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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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로 선택할 수 있는 ‘다이내믹’ 모드만으로도 서킷을 충분히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주행모드에 따라 스티어링의 기어비, 가속페달 전개에 따른 엔진의 성격, 변속 프로그램, 사륜구동 시스템의 적극성, 서스펜션의 감도, 가변배기 시스템 등이 달라졌다. 특히 7단 S트로닉 듀얼 클러치의 변속은 기가 막혔다. 속도를 줄일 땐 파퀴아오의 ‘더블 스트레이트’보다 빠르게 변속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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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R8의 진가는 ‘퍼포먼스’ 모드였다. 퍼포먼스 모드는 마른 노면, 젖은 노면, 눈 쌓인 노면 등에서 각각 최적의 성능을 지원한다. 신형 R8의 모든 감각은 공격적으로 변했고, 오직 빨리 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변속은 수동모드, ESC의 개입은 최소화됐다. 스티어링은 날이 섰고,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단단하게 조여졌다. 코너의 정점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서부터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도 신형 R8은 요동치지 않았다. 오히려 엔진회전수를 8500rpm까지 끌어올리며 코너를 빠져나갔다.

# 내구레이스의 절대자가 만든 슈퍼카

예전부터 R8은 굉장히 다루기 쉬운 슈퍼카였다. 가야르도와 많은 것을 공유하지만 달랐다. 신형 R8 역시 그 성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신형 R8은 빠르고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먼 거리를 달려야 하는 ‘내구레이스’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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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레이스는 복잡하다. 많은 것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레이스카임에도 연비를 신경써야 하고, 밤새 달리기 때문에 조명 기술은 물론이고, 편안함을 위한 인체공학도 연구해야 한다. 신형 R8이 종종 한쪽의 다섯 기통을 쓰지 않고 달리는 것, 변화폭이 큰 드라이브 모드, 마치 세단을 탄 것 같은 넓은 시야, 레이저 라이트 상향등, 대형 디지털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표시되는 방대한 차량정보 등은 모두 내구레이스를 통해 얻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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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신형 R8은 굳이 빨리 달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도심을 천천히 달리는 것도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격렬한 성능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았다. ‘슈퍼카의 결핍’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각성한 히어로의 모습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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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를 가른 모세처럼, 신형 R8은 한국 시장에서 아우디의 공백을 깨고 더 많은 아우디를 이끌며 홍해를 건널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의 그늘 밑에서 서성이던 아우디를 양지 바른 곳으로 인도했던 것처럼, 신형 R8은 여전히 험난한 아우디코리아의 앞길을, 맨앞에서 헤쳐 나가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여느 영웅이 그렇듯, 아우디의 ‘경이로운 영웅’인 R8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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