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Q4 e-트론, 반듯한 모범생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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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억원대 값비싼 전기차만 내놓던 아우디가 드디어 합리적인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아우디 최초 콤팩트 전기 SUV 'Q4 e-트론'이다.
글로벌 전동화 전략을 강화하는 아우디가 내놓은 콤팩트 전기 SUV는 어떨까. 국내 출시를 앞둔 Q4 e-트론을 독일 현지에서 먼저 만나봤다.
Q4 e-트론은 2019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Q4 e-트론 콘셉트의 디자인 기조를 계승한다. 기존 아우디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통합하기 위해 특유의 라디에이터그릴을 장식으로 남겨두었다. 실제로 공기가 흡입되는 부분은 범퍼 하단 뿐이다. 여기에 '조명 맛집' 아우디답게 길고 얇은 모양의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가 감각적인 얼굴을 완성한다.
측면에서는 짧은 앞·뒤 오버행과 더불어 윈드 실드에서 C필러까지 이어진 공격적인 루프라인 등을 통해 정지 상태에서도 마치 앞으로 달려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발산한다.
특히, 넉넉한 전장(4588mm)과 휠베이스(2764mm)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비율과 당당한 인상이 더욱 강조된다. 경쟁자로 볼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QA(전장 4465mm)나 볼보 XC40 리차지(4425mm)보다 훨씬 덩치가 크다.
뒷면 역시 콘셉트카 디자인 특징을 충실히 이어받았다. 루프 끝단 작게 튀어나와 있는 스포일러를 비롯해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테일램프 디자인과 범퍼 하단 가로줄 무늬 장식까지 닮아있다.
당당한 외모와는 다르게 공기저항계수는 0.28cd에 불과하다. 전고가 낮고 더 매끈한 A7(0.27Cd)은 물론, R8(0.35Cd)보다 공기역학 성능이 뛰어나다. 하나의 단단한 형태를 갖추기 위해 각 부분을 꼼꼼하게 다듬어놨다.
한 가지 특이한 점으로는 뒷바퀴에 드럼 브레이크가 탑재됐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는 경차마저도 디스크 브레이크를 탑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아할 수도 있지만, 전기차 특성을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구성이다. 전기차의 경우 전기 모터를 활용한 회생 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브레이크 사용이 적다. 오히려 경제적으로나 내구성이 좋은 드럼 브레이크가 합리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드럼 브레이크는 폐쇄된 구조 때문에 발열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회생 제동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걱정이 덜하다. 이는 폭스바겐그룹의 MEB 플랫폼을 탑재한 ID.3나 ID.4도 마찬가지다.
넉넉한 차체를 바탕으로 실내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구성됐다. 각 도어 상·하단부에 모두 수납공간을 마련했고, 심지어는 문 쪽에 1.5L 물병이 들어갈 만한 추가적인 공간까지 배치됐다.
2열 역시 넉넉한 수납공간과 여유 있는 무릎·머리 공간으로 쾌적하다. 다만, 덩치에 걸맞지 않게 2열 리클라이닝은 불가능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아우디 특유의 스티어링 휠과 디지털 계기판, 센터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디지털 계기판은 차량 전면의 그릴 모양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차량 가운데 11.6인치 디스플레이는 무선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미 모두에게 익숙한 디스플레이보다 반가운 것은 증강 현실(AR) 기능이 더해진 HUD다. Q4 e-트론에 탑재된 HUD는 평상시에는 일반 HUD처럼 작동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하면 AR 기능을 통해 앞차 꽁무니에 선을 표시해 차간거리를 더 알아보기 쉽게 표시한다.
사실 AR HUD는 아이오닉5나 EV6 등 국산차에도 탑재될 만큼 대중화된 기술이다. 그러나 Q4 e-트론에 탑재된 HUD의 프레임률이 좀 더 높아 부드럽게 작동하며, 차선을 벗어나려 할 때는 차선 모양대로 빨간 줄이 나타나 경고한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Q4 50 e-트론 콰트로 모델이다. Q4 50 e-트론은 앞·뒤 차축에 각각 전기 모터가 탑재되어 사륜구동 시스템을 구성한다. 두 모터가 협력해 발휘하는 최고출력은 299마력, 최대토크는 460NM(약 46.9kg·m)에 달한다. 다소 똥똥한 몸매 때문에 둔한 움직임을 예측했지만,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6.2초 만에 도달할 만큼 날쌔다.
배터리 용량은 82kWh, 실제 사용 가능한 용량은 약 76.6kWh로 넉넉하다.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WLTP 기준 488km에 달한다. 빡빡한 국내 주행거리 인증 기준을 생각해보면 400km 초반대까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타이칸이나 e-트론 GT처럼 800V 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125kW 급속 충전을 지원해 약 10분 만의 충전으로 130km(WLTP 기준)를 달릴 수 있다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딱 1마력 부족한 300마력의 전기 모터는 저속에서건 고속에서건 시종일관 경쾌하게 차체를 밀어낸다.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있어 덩치에 비해 좌우로 돌아나가도 차체가 뒤뚱거리지 않아 무엇인가가 옆구리를 든든하게 받쳐준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정돈되지 않은 시골길이나 요철이 있는 고속도로 공사 구간에서는 적당히 부드럽게 출렁이며 안정감을 유지해준다. 전반적으로 균형감 있는 모습이다.
앞차축에 설치된 모터는 상시 작동하진 않고 높은 출력이나 강력한 그립이 필요할 때만 작동한다. 이로 인해 필요한 순간에는 강력한 힘을 내주고, 평상시에는 배터리를 아낄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최고속도가 180km/h로 제한됐다는 점이다. 다만, 이는 제한 속도가 없는 아우토반에서 달렸기 때문에 느낀 단점이다. 국내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부족함을 느낄 수 없겠다.
야심한 밤, 시승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서 AR HUD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그리고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덕을 톡톡히 봤다. 온 사방이 캄캄하고, 가로등조차 없는 독일 고속도로에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용하면, 고속에서도 갑자기 앞에 나타난 차량이나 차로 이탈이 크게 무섭지 않다. 여기에 상향등을 오토 모드로 넣을 경우 앞차와 건너편 차선을 피해 멀리까지 비춰주기 때문에 시야 확보도 용이하다.
이는 고속도로뿐 아니라 시골길에서도 특히 유용했다. 시골길을 달리던 중 마을이 나타나면 사방으로 퍼지던 빛이 앞으로 모이고, 다시 마을을 빠져나가면 앞으로 모였던 빛이 사방으로 퍼지는 느낌이 마치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는 것처럼 웅장하다. 게다가 마을을 앞두면 회생제동 시스템이 더욱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제한 속도 표지판을 놓치더라도 속도를 줄여햐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뒤에서 확 잡아당겨주는 느낌이다.
아우디 Q4 e-트론은 현재 아우디가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 중에 가장 저렴하지만, 가격이 두 배에 달하는 상위 모델인 e-트론 GT 못지않은 편의사양을 갖췄다. 여기에 SUV 특유의 실용성과 안락한 승차감, 합리적인 실내 구성까지 더한 수작이다. 판매 가격만 적정선에서 정해진다면, Q4 e-트론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성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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