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A5 45 TFSI 콰트로 스포트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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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컴팩트 세단 3시리즈, 이를 바탕으로 만든 쿠페형 모델이 4시리즈로 불린다. 아우디도 비슷하다. 컴팩트 세단은 A4, 쿠페형 모델에는 A5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숫자가 높으니 더 상급 모델 같아 보이고 제조사 입장에서는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이렇게 동일한 차체를 기반으로 모델명을 나눠 판매하는 방식은 아우디가 2007년 A5를 통해 먼저 도입했다. 그리고 BMW가 이를 보고 2013년부터 3시리즈와 4시리즈를 나눠 운영하는 중이다.
2세대 A5 페이스리프트 모델
그런 A5가 2세대로 변화했다. 1세대 모델이 A4에서 도어 2개만 삭제한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A4와 제법 다른 차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해외에서는 이미 2세대 A5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국내 출시와 함께 구형 모델을 파는 꼴이 됐다. 물론 배출가스 인증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시점이 꼬인 것으로 해석되긴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재고 모델만 판매한다는 소리는 들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래도 아우디 하면 폭풍 할인이 있지 않은가? 걱정 마시라 할인은 당신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준일 테니까.
국내에 출시된 A5는 45 TFSI 라는 이름의 2리터 터보 사양이다. 쿠페, 카브리올레, 스포트백 3종이 모두 출시됐는데, 테스트 모델은 4도어의 A5 스포트백이다.
2세대 모델인 만큼 디자인이 크게 달라졌다. 물론 해외에서 판매되는 페이스리프트 버전은 램프를 비롯해 한층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긴 한다. 그래도 국내 출시 사양은 S 라인 패키지가 적용돼 스포티한 스타일의 전후 범퍼, 듀얼 머플러 등이 적용돼 있다.
1세대와 비교해보자. 아우디를 상징하는 싱글프레임 그릴이 더 낮고 넓어졌다. 엔진 후드의 주름 장식도 멋지다.
측면부는 아우디 특유의 패스트백 스타일을 유지한다. 부드러운 루프라인이 아우디 쿠페들의 특징이다. 도어는 프레임리스 방식이며, 문을 열면 퍼들 램프를 통해 아우디 로고가 보인다. 그런데 뒷좌석 유리창이 절반보다 조금 더 내려가는 수준에서 끝난다. 어린이가 밖으로 떨어지게 만들지 않기 위한 아우디의 배려였을까? 아니면 쿠페 차체에 억지로 4개의 도어를 욱여넣다 보니 뒷좌석 도어 사이즈가 작아져 발생한 문제일까?
휠은 정말 크다. 20인치다. 놀라긴 이르다. 여기에 타이어 너비가 265mm나 된다. 해외 사양은 17인치부터 시작되는데, 국내 사양에는 S, RS 급에 쓰일 타이어 너비가 기본이다. 주행 성능은 기대되지만 타이어 교체비가 만만하지 않을 듯…
후면부를 보자. 리어램프가 멋스럽게 다듬어졌다. 디퓨저 디자인도 좋다. 트렁크는 리프트게이트 형식으로 넓게 열린다. 입구가 넓어 화물 공간도 꽤 넓어 보인다.
인테리어는 아우디의 최신 스타일이 적용됐다. 앰비언트 라이트로 멋스러운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다.
계기판은 버추얼 콕핏이라는 이름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다. 이제는 꽤 익숙한 형태인데, 이 디스플레이가 최초로 적용된 것이 2014년 나온 3세대 TT부터였다. 당시엔 파격 그 자체였다. 어떻게 보면 디스플레이 계기판의 원조격 브랜드인데, 이제는 타사 대비 다소 복잡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국산 대중 브랜드인 현대 기아차의 디스플레이 계기판이 훨씬 깔끔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은 얇게 디자인했다. 스포티한 성격에 맞춰 패들도 달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태블릿 타입의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착된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게 터치 방식이 아니다. 반면 공조장치 버튼에 터치 기능을 넣어놨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등 스마트폰 호환성을 갖췄다. 하지만 후방카메라가 화질이 떨어진다.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내주면 좋겠다. 프리미엄 브랜드 기준이 아닌 대중 브랜드와 비교해도 화질이 좋지 못했다.
기어 레버는 현재 아우디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디자인이다. 주위에 MMI 조작을 위한 다이얼과 버튼을 배치해 조작성도 높였다. 하지만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터치가 불가능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은 MMI에 의존해야 한다. 이미 해외시장에서는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되고 있는데 MMI에 의존하는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사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MMI 다이얼 위에 손글씨를 쓴다고 해도 이건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 들이다.
각종 버튼 조작감은 좋다. 아우디만의 특징도 살아있다. 특유의 쫀득한 버튼 조작감을 전달하기 때문. 게다가 이 조작감은 배치된 버튼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스티어링 휠 버튼과 공조장치 버튼, 기어 레버 주위 버튼들 조작감이 모두 다르다.
시트는 스포티한 성격에 맞춰 몸을 잘 잡아준다. 기능적으로는 열선만 지원되는데, 통풍시트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아쉬워할 듯하다.
쿠페형 모델이라 뒷좌석은 제한적이다. 머리 공간에서도 아쉬움이 남고 센터터널도 높아 비좁게 느껴진다. 그래도 무릎 공간은 넉넉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45 TFSI 엔진이 깨어난다. 45라는 숫자가 마치 4.5리터 엔진을 뜻하는 것 같지만 사실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탑재를 뜻한다. 중력가속도 1G를 100으로 봤을 때 45만큼의 중력가속도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우디는 엔진의 역할이 점점 작아지고 갈수록 전동화가 이뤄지는 추세이기에 새로운 분류법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아마 여기에 숫자가 높아질수록 좋은 차, 고성능 차처럼 인식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도 이용했을 것이다. 다운사이징 바람에 의해 배기량이 작아지면서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어찌 됐건 2.0 TFSI라는 명칭을 45 TFSI라고 바꾸면서 숫자는 무려 22배 이상 커졌다.
스포티한 성격이지만 엔진은 조용하다. 실내에서 배기음도 부각도 크지 않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 37.0 dBA을 기록했다. 캐딜락 CT6 3.6, 기아 K7 3.3 등과 유사한 정숙성이다.
아이들 상태에서만 조용한 것이 아니다. 일상 주행 상황에서도 A5는 좋은 수준의 정숙성을 유지했다.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일 때도 58.5 dBA 수준을 보였다. 265mm 너비의 고성능 타이어 4개가 굴러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준급 정숙성이다. 참고로 2.0리터 급 국산차들이 60.0 dBA 전후 수준을 보인다.
프리미엄 브랜드 일원답게 기본적인 주행 감각은 고급스러움에 맞춰진다. 엔진이나 변속기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에 따라 급격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좋다. 안정된 모습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다.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편이다. 어쩔 수 없다. 성능을 앞세운 쿠페 모델이고 여기에 20인치 휠과 편평비 30짜리 타이어를 쓰고 있으니까. 하지만 기분 나쁜 단단함이 아니다. 단단하지만 그 안에서 부드러움도 보여준다. 대중차인 기아 K3 GT나 현대 쏘나타 센슈어스가 일반 도로에서 그저 단단함만 보였다면 A5 스포트백은 그 단단함의 강도도 낮을뿐더러 보다 여유 있는 감각을 보여줘 좋았다.
엔진은 252마력과 37.7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같은 급에서 벤츠 2.0리터 터보 엔진이 245마력과 37.7kgf·m, BMW 2.0리터 터보 엔진이 252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내고 있으니 출력과 토크가 셋 중에서 가장 앞선다. 하지만 캐딜락이 이미 272마력과 40.8kgf·m의 토크를 만들어 내고 있어 이 수치가 월등해 보이지는 않는다.
250마력짜리 승용차라고 생각하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어라? 체감 성능이 이보다 더 높게 느껴진다. 적어도 300마력 급 차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우디는 4륜 구동 특유의 안정감으로 때문에 가속감이 둔하게 전달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A5 스포트백은 꽤 자극적이다.
단순히 느낌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도 빠른 것인지 가속성능을 테스트해봤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6.16초. 같은 엔진이 탑재됐던 아우디 3세대 TT의 6.18초도 앞섰다. A5보다 출력과 토크가 높았던 캐딜락 ATS의 6.89초(일반유 사용)보다 빨랐다.
원인은 4륜 시스템과 런치 컨트롤 조합 덕분이다. 엔진과 변속기가 제 성능을 발휘해주기도 했지만 일반적인 스톨 상태보다 더 높은 엔진 회전수에서 출발을 했다는 점, 그리고 정지 상태에서 출발을 할 때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고 단번에 튕겨나가듯 가속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빠른 가속의 주요 요인이었다. A5를 제외한 나머지 경쟁 모델(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캐딜락 ATS, 볼보 S60, 렉서스 IS) 대부분은 2개의 바퀴만 굴린다.
주행모드 변경에 따라 주행 감각이 크게 바뀐다는 점도 재미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힘이 없는 것 같다. 다이내믹 모드로 변경하면 차량 힘이 확 좋아진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고 가속 페달에 따른 엔진 반응도 빨라진다. 변속기의 반응 속도도 향상된다.
재미있는 것은 주행모드에 따라 서스펜션의 댐핑 압력도 변화시킬 수 있는데, 정작 서스펜션 자체는 그리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이내믹 모드로 변경해도 승차감은 비슷하다. 운전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이나 엔진, 변속기 특성은 확 바뀌게 만들고 주행 성능과 관련된 서스펜션은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게 만든 것이 ‘재미’라는 요소에 집중한 듯하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속도계 바늘이 스트레스 없이 상승한다. 4개의 바퀴를 굴리는 독일차답게 고속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아우디가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보다 저평가 받기 일쑤지만 주행 질감을 비롯한 고급스러움 느낌, 고속 안정감 등을 살펴보면 확실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일원임에 분명하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자 지원 시스템, ADAS 성능을 살펴본다. 차량 및 보행자까지 인식 가능한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간거리 경고,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오토 하이빔 기능이 탑재돼 있다.
하지만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아우디도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처럼 최신 ADAS 시스템을 먼저 상용화 시킨 브랜드 중 하나인데, 국내에는 뭔가 하나씩 빠져서 들어온다. 페이스리프트 버전에서는 추가되겠지?
브레이크를 밟으면 ‘끼~익’ 소리가 들린다. 아무리 유럽차들이 소음 진동 부분에서 신경을 덜 쓴다지만 최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 브레이크에서 소리가 나는 차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소리는 나지만 성능을 높인 패드, 다시 말해 금속 함량이 높은 패드가 사용됐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소리가 제법 큰 편. 이런 부분을 보면 확실히 아우디는 벤츠나 BMW보다 더욱 독일차스러운 면모를 보인다.
제동성능은 어땠을까? 100km/h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이동한 최단거리는 34.69m였다. 오랜만에 34m 대 제동거리를 확인했다. 이러한 제동거리는 마세라티나 쉐보레 카마로 SS 등 일부 고성능 모델들만 나타난다.
제동 테스트를 반복해서 가장 많이 밀렸을 때 36.23m로 좋은 성능을 보여줬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소리는 좀 나지만 제동성능은 확실하다.
짧은 제동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요인에 타이어를 빼놓을 수 없다.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콘티 스포츠 컨택 5P. 여름용으로 사용되는 고성능 타이어 그룹에 속한다. 타이어 너비는 265mm이며, 4개의 바퀴에 똑같이 장착됐다. 짧은 제동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티한 성격의 쿠페형 세단에 고성능 타이어까지 장착된 A5 스포트백은 와인딩 로드에서 얼마나 잘 달릴까? 고성능 라인업인 S5나 RS5를 제외하고 일반 A5 중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이 바로 45 TFSI 버전이기에 기대감이 커진다.
주행모드를 다이내믹(DYNAMIC)으로 바꾸고 주행 안전장치도 해제 시켜 순수한 기본기를 확인할 준비를 한다.
엔진 회전수를 높여도 자극적인 배기음이 들리지는 않는다. 적당히 스포티한 정도다. 하지만 달리기 성능은 충분하다.
넓은 타이어를 사용하는 만큼 확실히 일반적인 승용차보다는 코너 한계가 높다. 여기에 4륜 시스템도 힘을 보태며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변속기는 7단 DCT를 쓴다. 일상 주행 상황에서는 부드러운 변속 감각이 전달됐지만 스포티한 주행을 할 때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 특유의 빠르고 직관적으로 동력 전달 능력을 뽐낸다. 같은 폭스바겐 그룹이지만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 감각에 조금의 차이가 있다.
일상 주행 상황에서 조금 단단하게 느껴졌던 서스펜션이지만 와인딩 로드를 만나니 어느 정도 부드럽게 다가온다. 접지 면적이 넓은 스포츠 타이어와 4륜 시스템 덕분에 코너를 보다 빠른 속도로 통과할 수 있다 보니 그만큼 서스펜션이 받아내는 힘도 커졌다.
이 부분에서 일반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 간 차이가 나타난다. 유연하고 부드럽지만 안정적이라는 것, 다시금 확실한 믿음을 전해주는 것. 운전자가 차를 믿고 다룰 수 있는 감각을 전달해준다. 이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서스펜션 구조가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아우디는 다소 독특한 방식을 쓰기에 언급해본다. 전륜과 후륜 모두 멀티링크 방식을 사용한다. 전륜에 멀티링크 방식을 도입했던 초창기에는 4링크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5링크로 발전시켰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바퀴를 좌우로 회전시키게 만드는 축에 있다. 이 축은 바퀴의 중심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서스펜션 구조물에 있다. 그러니까 회전축 바깥에 바퀴가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완성도를 추구한다면 구조의 한계로 인해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일체감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바퀴를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어떻게 하면 바퀴를 중심축으로 조향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 결과 지금의 멀티링크 방식으로 발전했다. 물리적인 회전축은 바퀴 안쪽에 있지만 멀티링크의 구조를 통해 마치 바퀴에 회전축이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아우디는 이렇게 광고한다. “스포티한 정확성을 높이다(Promote Sporty Precision)” 라고 말이다. 분명 구조적으로 우수하다. 다시금 아우디는 완성도를 높였다. 완성도가 낮다면 오히려 맥퍼슨 스트럿 구조보다 못할 수 있는 것이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단점이다. 각 구조물을 지지하는 연결대(링크)가 많아지는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기술이 부족하면 성능이 이도 저도 아닌 유지 관리만 비싼 구조가 될 수 있다. 몇몇 국산차들이 여기에 속한다.
욕심을 내서 코너를 빠르게 진입해 본다. 가속 페달을 밟고 탈출하려는데, 차량이 일시적으로 먹통이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변속기도 별도의 조작이 안된다. 강한 횡 G(중력가속도)가 발생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무래도 고성능 라인업인 S나 RS 모델이 아닌 만큼 매우 스포티한 주행에는 제한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20인치 휠 타이어 조합은 성능보다 그저 멋을 위한 조합일까? 확실히 주행 한계 측면으로 보면 BMW가 강하다. 어지간해서 지치는 일이 없기 때문.
타이어의 편평비가 30시리즈에 이르다 보니 서스펜션이 유연해도 노면의 자잘한 정보가 직설적으로 올라온다. 흔히 노면을 탄다고 하는데, 노면의 울퉁불퉁 함에 따라 차량이 여기저기 흔들리는 경향도 있다.
또한 A5 스포트백은 타이어의 너비보다 휠의 너비가 조금 더 넓은 구조다. 아무리 타이어에 림프로텍터(휠 파손 방지를 위해 타이어가 휠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구조) 디자인이 적용됐다고 해도 조심하지 않으면 휠이 긁힐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순수한 타이어의 성능은 265mm에 이르는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에 4륜 구동 시스템의 지원까지 생각하면 타이어 자체의 접지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일반적인 승용차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한계지만 타이어의 접지 면적을 생각했을 때 의외로 한계점이 낮다는 것이다.
4륜 시스템은 아우디가 자랑하는 기계식 4륜, 흔히 말하는 토센(Torque Sensing) 방식이다. 전후 구동 배분은 40:60이 기본이며, 상황에 따라 70%의 구동력을 전륜에, 85%의 구동력을 후륜에 보낸다. 이 구동방식이 재미있는 것은 운전 스타일에 따라 두 가지 특성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언더스티어 현상이 기본이다. 하지만 주행하는 상황에 따라 오버스티어도 나타난다. 뒷바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려는 느낌이 나는데, 이것에 의한 위험 부담 보다 코너에서의 빠른 방향 전환에 이점이 크다고 평하고 싶다.
연비는 어땠을까? 10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을 하면 약 14.5km/L의 효율을 내준다. 넓은 타이어가 장착된 4개의 바퀴를 굴린다지만 최근 2리터 급 세단들이 보여주는 연비를 생각했을 때 조금 아쉽다.
폭스바겐 사태가 터지고 아우디코리아는 거의 3년의 시간을 개점휴업 상태로 보냈다.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아우디 만의 감각을 전달하지 못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신모델이 연이어 출시되는 동안 아우디는 잊혀져 갔다. 여기에 ‘벤츠, BMW 다음에 아우디’라는 인식도 바뀌지 않아 아우디에 대한 기대감까지 낮아지는 상황이다. 심지어 준 프리미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우뚝 선 볼보에게 밀린다는 평도 나온다.
앞서 언급됐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A5 신모델이 나왔다. 우리가 보는 A5 스포트백이 구형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A5 스포트백은 ‘역시 아우디,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해줬다. 직접 타보면 주행 완성도 면에서 대중 브랜드와 확실히 다른 격을 느끼게 해준다.
차 자체만 따지면 좋다. 아니, 우수하다. 문제는 가격이다. 6천만 원이 넘는 가격의 컴팩트 모델. 애초에 멋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BMW Z4도 구입할 수 있다. 거의 비슷한 가격에 출력과 연비까지 높은 메르세데스-벤츠 C 350 e도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해외에서는 신모델이 출시됐고, 국내에서는 가격도 높다. 구성도 떨어진다. 과거와 달리 대안도 많아졌다.
결국 아우디코리아는 다시금 큰 폭의 할인을 해야 한다. 지금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향후 폭풍할인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차를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아우디의 이런 가격 정책은 좋은 차를 출시하고 욕만 먹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제 소비자들도 안다. 아우디는 할인 없이 사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아우디는 독일을 대표하는 3대 브랜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브랜드 이미지. 이제는 아우디 코리아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
숫자가 높으니 더 상급 모델 같아 보이고 제조사 입장에서는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이렇게 동일한 차체를 기반으로 모델명을 나눠 판매하는 방식은 아우디가 2007년 A5를 통해 먼저 도입했다. 그리고 BMW가 이를 보고 2013년부터 3시리즈와 4시리즈를 나눠 운영하는 중이다.
그런 A5가 2세대로 변화했다. 1세대 모델이 A4에서 도어 2개만 삭제한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A4와 제법 다른 차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해외에서는 이미 2세대 A5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국내 출시와 함께 구형 모델을 파는 꼴이 됐다. 물론 배출가스 인증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시점이 꼬인 것으로 해석되긴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재고 모델만 판매한다는 소리는 들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래도 아우디 하면 폭풍 할인이 있지 않은가? 걱정 마시라 할인은 당신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준일 테니까.
국내에 출시된 A5는 45 TFSI 라는 이름의 2리터 터보 사양이다. 쿠페, 카브리올레, 스포트백 3종이 모두 출시됐는데, 테스트 모델은 4도어의 A5 스포트백이다.
2세대 모델인 만큼 디자인이 크게 달라졌다. 물론 해외에서 판매되는 페이스리프트 버전은 램프를 비롯해 한층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긴 한다. 그래도 국내 출시 사양은 S 라인 패키지가 적용돼 스포티한 스타일의 전후 범퍼, 듀얼 머플러 등이 적용돼 있다.
1세대와 비교해보자. 아우디를 상징하는 싱글프레임 그릴이 더 낮고 넓어졌다. 엔진 후드의 주름 장식도 멋지다.
측면부는 아우디 특유의 패스트백 스타일을 유지한다. 부드러운 루프라인이 아우디 쿠페들의 특징이다. 도어는 프레임리스 방식이며, 문을 열면 퍼들 램프를 통해 아우디 로고가 보인다. 그런데 뒷좌석 유리창이 절반보다 조금 더 내려가는 수준에서 끝난다. 어린이가 밖으로 떨어지게 만들지 않기 위한 아우디의 배려였을까? 아니면 쿠페 차체에 억지로 4개의 도어를 욱여넣다 보니 뒷좌석 도어 사이즈가 작아져 발생한 문제일까?
휠은 정말 크다. 20인치다. 놀라긴 이르다. 여기에 타이어 너비가 265mm나 된다. 해외 사양은 17인치부터 시작되는데, 국내 사양에는 S, RS 급에 쓰일 타이어 너비가 기본이다. 주행 성능은 기대되지만 타이어 교체비가 만만하지 않을 듯…
후면부를 보자. 리어램프가 멋스럽게 다듬어졌다. 디퓨저 디자인도 좋다. 트렁크는 리프트게이트 형식으로 넓게 열린다. 입구가 넓어 화물 공간도 꽤 넓어 보인다.
인테리어는 아우디의 최신 스타일이 적용됐다. 앰비언트 라이트로 멋스러운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다.
계기판은 버추얼 콕핏이라는 이름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다. 이제는 꽤 익숙한 형태인데, 이 디스플레이가 최초로 적용된 것이 2014년 나온 3세대 TT부터였다. 당시엔 파격 그 자체였다. 어떻게 보면 디스플레이 계기판의 원조격 브랜드인데, 이제는 타사 대비 다소 복잡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국산 대중 브랜드인 현대 기아차의 디스플레이 계기판이 훨씬 깔끔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은 얇게 디자인했다. 스포티한 성격에 맞춰 패들도 달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태블릿 타입의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착된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게 터치 방식이 아니다. 반면 공조장치 버튼에 터치 기능을 넣어놨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등 스마트폰 호환성을 갖췄다. 하지만 후방카메라가 화질이 떨어진다.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내주면 좋겠다. 프리미엄 브랜드 기준이 아닌 대중 브랜드와 비교해도 화질이 좋지 못했다.
기어 레버는 현재 아우디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디자인이다. 주위에 MMI 조작을 위한 다이얼과 버튼을 배치해 조작성도 높였다. 하지만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터치가 불가능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은 MMI에 의존해야 한다. 이미 해외시장에서는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되고 있는데 MMI에 의존하는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사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MMI 다이얼 위에 손글씨를 쓴다고 해도 이건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 들이다.
각종 버튼 조작감은 좋다. 아우디만의 특징도 살아있다. 특유의 쫀득한 버튼 조작감을 전달하기 때문. 게다가 이 조작감은 배치된 버튼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스티어링 휠 버튼과 공조장치 버튼, 기어 레버 주위 버튼들 조작감이 모두 다르다.
시트는 스포티한 성격에 맞춰 몸을 잘 잡아준다. 기능적으로는 열선만 지원되는데, 통풍시트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아쉬워할 듯하다.
쿠페형 모델이라 뒷좌석은 제한적이다. 머리 공간에서도 아쉬움이 남고 센터터널도 높아 비좁게 느껴진다. 그래도 무릎 공간은 넉넉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45 TFSI 엔진이 깨어난다. 45라는 숫자가 마치 4.5리터 엔진을 뜻하는 것 같지만 사실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탑재를 뜻한다. 중력가속도 1G를 100으로 봤을 때 45만큼의 중력가속도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우디는 엔진의 역할이 점점 작아지고 갈수록 전동화가 이뤄지는 추세이기에 새로운 분류법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아마 여기에 숫자가 높아질수록 좋은 차, 고성능 차처럼 인식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도 이용했을 것이다. 다운사이징 바람에 의해 배기량이 작아지면서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어찌 됐건 2.0 TFSI라는 명칭을 45 TFSI라고 바꾸면서 숫자는 무려 22배 이상 커졌다.
스포티한 성격이지만 엔진은 조용하다. 실내에서 배기음도 부각도 크지 않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 37.0 dBA을 기록했다. 캐딜락 CT6 3.6, 기아 K7 3.3 등과 유사한 정숙성이다.
아이들 상태에서만 조용한 것이 아니다. 일상 주행 상황에서도 A5는 좋은 수준의 정숙성을 유지했다.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일 때도 58.5 dBA 수준을 보였다. 265mm 너비의 고성능 타이어 4개가 굴러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준급 정숙성이다. 참고로 2.0리터 급 국산차들이 60.0 dBA 전후 수준을 보인다.
프리미엄 브랜드 일원답게 기본적인 주행 감각은 고급스러움에 맞춰진다. 엔진이나 변속기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에 따라 급격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좋다. 안정된 모습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다.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편이다. 어쩔 수 없다. 성능을 앞세운 쿠페 모델이고 여기에 20인치 휠과 편평비 30짜리 타이어를 쓰고 있으니까. 하지만 기분 나쁜 단단함이 아니다. 단단하지만 그 안에서 부드러움도 보여준다. 대중차인 기아 K3 GT나 현대 쏘나타 센슈어스가 일반 도로에서 그저 단단함만 보였다면 A5 스포트백은 그 단단함의 강도도 낮을뿐더러 보다 여유 있는 감각을 보여줘 좋았다.
엔진은 252마력과 37.7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같은 급에서 벤츠 2.0리터 터보 엔진이 245마력과 37.7kgf·m, BMW 2.0리터 터보 엔진이 252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내고 있으니 출력과 토크가 셋 중에서 가장 앞선다. 하지만 캐딜락이 이미 272마력과 40.8kgf·m의 토크를 만들어 내고 있어 이 수치가 월등해 보이지는 않는다.
250마력짜리 승용차라고 생각하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어라? 체감 성능이 이보다 더 높게 느껴진다. 적어도 300마력 급 차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우디는 4륜 구동 특유의 안정감으로 때문에 가속감이 둔하게 전달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A5 스포트백은 꽤 자극적이다.
단순히 느낌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도 빠른 것인지 가속성능을 테스트해봤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6.16초. 같은 엔진이 탑재됐던 아우디 3세대 TT의 6.18초도 앞섰다. A5보다 출력과 토크가 높았던 캐딜락 ATS의 6.89초(일반유 사용)보다 빨랐다.
원인은 4륜 시스템과 런치 컨트롤 조합 덕분이다. 엔진과 변속기가 제 성능을 발휘해주기도 했지만 일반적인 스톨 상태보다 더 높은 엔진 회전수에서 출발을 했다는 점, 그리고 정지 상태에서 출발을 할 때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고 단번에 튕겨나가듯 가속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빠른 가속의 주요 요인이었다. A5를 제외한 나머지 경쟁 모델(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캐딜락 ATS, 볼보 S60, 렉서스 IS) 대부분은 2개의 바퀴만 굴린다.
주행모드 변경에 따라 주행 감각이 크게 바뀐다는 점도 재미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힘이 없는 것 같다. 다이내믹 모드로 변경하면 차량 힘이 확 좋아진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고 가속 페달에 따른 엔진 반응도 빨라진다. 변속기의 반응 속도도 향상된다.
재미있는 것은 주행모드에 따라 서스펜션의 댐핑 압력도 변화시킬 수 있는데, 정작 서스펜션 자체는 그리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이내믹 모드로 변경해도 승차감은 비슷하다. 운전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이나 엔진, 변속기 특성은 확 바뀌게 만들고 주행 성능과 관련된 서스펜션은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게 만든 것이 ‘재미’라는 요소에 집중한 듯하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속도계 바늘이 스트레스 없이 상승한다. 4개의 바퀴를 굴리는 독일차답게 고속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아우디가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보다 저평가 받기 일쑤지만 주행 질감을 비롯한 고급스러움 느낌, 고속 안정감 등을 살펴보면 확실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일원임에 분명하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자 지원 시스템, ADAS 성능을 살펴본다. 차량 및 보행자까지 인식 가능한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간거리 경고,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오토 하이빔 기능이 탑재돼 있다.
하지만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아우디도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처럼 최신 ADAS 시스템을 먼저 상용화 시킨 브랜드 중 하나인데, 국내에는 뭔가 하나씩 빠져서 들어온다. 페이스리프트 버전에서는 추가되겠지?
브레이크를 밟으면 ‘끼~익’ 소리가 들린다. 아무리 유럽차들이 소음 진동 부분에서 신경을 덜 쓴다지만 최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 브레이크에서 소리가 나는 차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소리는 나지만 성능을 높인 패드, 다시 말해 금속 함량이 높은 패드가 사용됐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소리가 제법 큰 편. 이런 부분을 보면 확실히 아우디는 벤츠나 BMW보다 더욱 독일차스러운 면모를 보인다.
제동성능은 어땠을까? 100km/h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이동한 최단거리는 34.69m였다. 오랜만에 34m 대 제동거리를 확인했다. 이러한 제동거리는 마세라티나 쉐보레 카마로 SS 등 일부 고성능 모델들만 나타난다.
제동 테스트를 반복해서 가장 많이 밀렸을 때 36.23m로 좋은 성능을 보여줬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소리는 좀 나지만 제동성능은 확실하다.
짧은 제동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요인에 타이어를 빼놓을 수 없다.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콘티 스포츠 컨택 5P. 여름용으로 사용되는 고성능 타이어 그룹에 속한다. 타이어 너비는 265mm이며, 4개의 바퀴에 똑같이 장착됐다. 짧은 제동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티한 성격의 쿠페형 세단에 고성능 타이어까지 장착된 A5 스포트백은 와인딩 로드에서 얼마나 잘 달릴까? 고성능 라인업인 S5나 RS5를 제외하고 일반 A5 중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이 바로 45 TFSI 버전이기에 기대감이 커진다.
주행모드를 다이내믹(DYNAMIC)으로 바꾸고 주행 안전장치도 해제 시켜 순수한 기본기를 확인할 준비를 한다.
엔진 회전수를 높여도 자극적인 배기음이 들리지는 않는다. 적당히 스포티한 정도다. 하지만 달리기 성능은 충분하다.
넓은 타이어를 사용하는 만큼 확실히 일반적인 승용차보다는 코너 한계가 높다. 여기에 4륜 시스템도 힘을 보태며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변속기는 7단 DCT를 쓴다. 일상 주행 상황에서는 부드러운 변속 감각이 전달됐지만 스포티한 주행을 할 때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 특유의 빠르고 직관적으로 동력 전달 능력을 뽐낸다. 같은 폭스바겐 그룹이지만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 감각에 조금의 차이가 있다.
일상 주행 상황에서 조금 단단하게 느껴졌던 서스펜션이지만 와인딩 로드를 만나니 어느 정도 부드럽게 다가온다. 접지 면적이 넓은 스포츠 타이어와 4륜 시스템 덕분에 코너를 보다 빠른 속도로 통과할 수 있다 보니 그만큼 서스펜션이 받아내는 힘도 커졌다.
이 부분에서 일반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 간 차이가 나타난다. 유연하고 부드럽지만 안정적이라는 것, 다시금 확실한 믿음을 전해주는 것. 운전자가 차를 믿고 다룰 수 있는 감각을 전달해준다. 이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서스펜션 구조가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아우디는 다소 독특한 방식을 쓰기에 언급해본다. 전륜과 후륜 모두 멀티링크 방식을 사용한다. 전륜에 멀티링크 방식을 도입했던 초창기에는 4링크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5링크로 발전시켰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바퀴를 좌우로 회전시키게 만드는 축에 있다. 이 축은 바퀴의 중심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서스펜션 구조물에 있다. 그러니까 회전축 바깥에 바퀴가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완성도를 추구한다면 구조의 한계로 인해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일체감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바퀴를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어떻게 하면 바퀴를 중심축으로 조향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 결과 지금의 멀티링크 방식으로 발전했다. 물리적인 회전축은 바퀴 안쪽에 있지만 멀티링크의 구조를 통해 마치 바퀴에 회전축이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아우디는 이렇게 광고한다. “스포티한 정확성을 높이다(Promote Sporty Precision)” 라고 말이다. 분명 구조적으로 우수하다. 다시금 아우디는 완성도를 높였다. 완성도가 낮다면 오히려 맥퍼슨 스트럿 구조보다 못할 수 있는 것이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단점이다. 각 구조물을 지지하는 연결대(링크)가 많아지는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기술이 부족하면 성능이 이도 저도 아닌 유지 관리만 비싼 구조가 될 수 있다. 몇몇 국산차들이 여기에 속한다.
욕심을 내서 코너를 빠르게 진입해 본다. 가속 페달을 밟고 탈출하려는데, 차량이 일시적으로 먹통이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변속기도 별도의 조작이 안된다. 강한 횡 G(중력가속도)가 발생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무래도 고성능 라인업인 S나 RS 모델이 아닌 만큼 매우 스포티한 주행에는 제한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20인치 휠 타이어 조합은 성능보다 그저 멋을 위한 조합일까? 확실히 주행 한계 측면으로 보면 BMW가 강하다. 어지간해서 지치는 일이 없기 때문.
타이어의 편평비가 30시리즈에 이르다 보니 서스펜션이 유연해도 노면의 자잘한 정보가 직설적으로 올라온다. 흔히 노면을 탄다고 하는데, 노면의 울퉁불퉁 함에 따라 차량이 여기저기 흔들리는 경향도 있다.
또한 A5 스포트백은 타이어의 너비보다 휠의 너비가 조금 더 넓은 구조다. 아무리 타이어에 림프로텍터(휠 파손 방지를 위해 타이어가 휠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구조) 디자인이 적용됐다고 해도 조심하지 않으면 휠이 긁힐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순수한 타이어의 성능은 265mm에 이르는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에 4륜 구동 시스템의 지원까지 생각하면 타이어 자체의 접지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일반적인 승용차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한계지만 타이어의 접지 면적을 생각했을 때 의외로 한계점이 낮다는 것이다.
4륜 시스템은 아우디가 자랑하는 기계식 4륜, 흔히 말하는 토센(Torque Sensing) 방식이다. 전후 구동 배분은 40:60이 기본이며, 상황에 따라 70%의 구동력을 전륜에, 85%의 구동력을 후륜에 보낸다. 이 구동방식이 재미있는 것은 운전 스타일에 따라 두 가지 특성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언더스티어 현상이 기본이다. 하지만 주행하는 상황에 따라 오버스티어도 나타난다. 뒷바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려는 느낌이 나는데, 이것에 의한 위험 부담 보다 코너에서의 빠른 방향 전환에 이점이 크다고 평하고 싶다.
연비는 어땠을까? 10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을 하면 약 14.5km/L의 효율을 내준다. 넓은 타이어가 장착된 4개의 바퀴를 굴린다지만 최근 2리터 급 세단들이 보여주는 연비를 생각했을 때 조금 아쉽다.
폭스바겐 사태가 터지고 아우디코리아는 거의 3년의 시간을 개점휴업 상태로 보냈다.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아우디 만의 감각을 전달하지 못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신모델이 연이어 출시되는 동안 아우디는 잊혀져 갔다. 여기에 ‘벤츠, BMW 다음에 아우디’라는 인식도 바뀌지 않아 아우디에 대한 기대감까지 낮아지는 상황이다. 심지어 준 프리미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우뚝 선 볼보에게 밀린다는 평도 나온다.
앞서 언급됐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A5 신모델이 나왔다. 우리가 보는 A5 스포트백이 구형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A5 스포트백은 ‘역시 아우디,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해줬다. 직접 타보면 주행 완성도 면에서 대중 브랜드와 확실히 다른 격을 느끼게 해준다.
차 자체만 따지면 좋다. 아니, 우수하다. 문제는 가격이다. 6천만 원이 넘는 가격의 컴팩트 모델. 애초에 멋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BMW Z4도 구입할 수 있다. 거의 비슷한 가격에 출력과 연비까지 높은 메르세데스-벤츠 C 350 e도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해외에서는 신모델이 출시됐고, 국내에서는 가격도 높다. 구성도 떨어진다. 과거와 달리 대안도 많아졌다.
결국 아우디코리아는 다시금 큰 폭의 할인을 해야 한다. 지금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향후 폭풍할인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차를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아우디의 이런 가격 정책은 좋은 차를 출시하고 욕만 먹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제 소비자들도 안다. 아우디는 할인 없이 사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아우디는 독일을 대표하는 3대 브랜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브랜드 이미지. 이제는 아우디 코리아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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