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반떼 XD 오너가 타본 신형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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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타던 2002년식 아반떼 XD 스포츠 수동변속기 모델을 데려와 탄 지 40개월째다. 운전면허 딴 이후 자동변속기 차만 10년 넘게 타다가 3년 전 수동변속기 차를 샀다. 차를 받은 첫 날, 클러치 페달을 밟으며 1단 기어를 넣고 출발할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멈췄다 출발할 때마다 시동이 꺼져서 진땀을 흘렸던 모습도 떠오른다. 그 후 3년 넘게 수동변속기의 재미를 알게 해 준 고마운 녀석이다.
XD, AD와 만나다
지금 타는 차는 2002년 생산된, 1.5 DOHC 가솔린 엔진에 5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아반떼 XD 스포츠다. 주행거리는 총 16만km를 넘어섰지만 아직까지 쌩쌩하게 잘 달린다. 제원상 성능은 최고출력 108마력, 최대토크 14.3kg.m의 힘을 낸다. 그렇지만 이 차를 언제까지 탈 수 있을지 확신하긴 어렵다. 이런 와중에 매력적인 신차 출시가 넘쳐난다. 신형 아반떼는 그 중 으뜸이다. 타던 차에겐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새 차에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세대를 세 번이나 지나온 아반떼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주변 사람들도 호평 일색이다. 비록 구형이지만 아반떼 오너로선 꽤나 반가운 소식이긴 하다.
지난 9월에 첫 선을 보인 2016년형 6세대 아반떼 AD는 1.6 LPi, 1.6 GDi, 1.6 e-VGT와 최근 추가된 2.0 CVVT까지 총 네 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췄다. 그 중 시승차는 1.6리터 GDi가솔린 감마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최고출력 132마력(PS), 최대토크 16.4kg.m의 힘을 내며 6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됐다.
'1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힘이 세지고 덩치도 커졌다. 출력은 24마력, 2.1kg.m 토크가 더 좋아졌다. 그리고 75mm 길어지고, 80mm 넓어지고, 15mm 높아졌다. 길이x너비x높이가 XD는 4,495x1,720x1,425(mm)이고, AD는 4,570x1,800x1,440(mm)다. 휠베이스는 2,610mm에서 무려 90mm가 늘어난 2,700mm가 됐다. XD와 비슷한 시절의 중형차 ‘EF 쏘나타’와 같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14년동안 아반떼는 준중형에서 ‘중형’에 가까워진 셈이다.
디자인은 몇 세대를 거치면서 많이 달라졌다. 바로 전 세대, 5세대(MD) 아반떼는 무척 과감했다. 개성이 강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디자인은 강렬했다. 이에 비해 AD 디자인은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AD와 XD를 나란히 놓고 보면, 오히려 두 모델이 이어진 세대처럼 이질감이 없어 보인다. 차분한 디자인 때문인 듯하다.
외형은 그렇다 치더라도 실내만큼은 많이 다르다. AD는 형님인 '쏘나타(LF)'와 닮아 고급스럽다. 스티어링 휠은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리모트 컨트롤 버튼이 달려있어서 운전에 집중할 수 있었고, 운전대 위아래 높이 조절(틸팅)뿐만 아니라 앞뒤 간격까지 조절(텔레스코픽)되는 스티어링 휠은 최적의 시트 포지션을 맞출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열선 및 냉풍 기능이 있는 전동 시트 등 운전자의 편의 기능이 많아진 것은 부러울 수 밖에 없다.
AD와 함께 달려보니…
달리기 성능은 어떨까? 신형이 구형보다 나은 건 당연하다. XD나 AD 모두 엔진 회전수를 높이며 힘있고 빠른 출발을 보였다. 변속기 차이가 있지만,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두 차 모두 고속에서는 가속이 더뎠다. 배기량 탓도 있지만, 신형 AD는 실사용 구간(시속 100km이하)에 자동변속기 기어비를 몰아넣어서 고속보다 저속 가속력이 좋다.
코너에서는 예상대로 AD가 압도했다. 좌우로 출렁이는 XD와는 달랐다. 연속되는 코너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빠르고 안정적으로 돌아나갔다. 차체가 단단하고 서스펜션도 유연해서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코너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XD엔 없고 AD엔 있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기능을 써봤다. 에코, 노멀, 스포츠 세 단계가 있는데 에코는 가속시 힘을 아끼는 느낌이다. 스포츠 모드는 노멀에 비해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힘이 붙지만 터보차저의 강한 펀치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연료 직접분사 방식(GDI)이라 해도 배기량 1.6리터 급 자연흡기 방식의 한계다. 가속력만 놓고 보면 그렇단 얘기다.
계속 달리다보니 바람 소리가 심했던 XD 에 비해 AD는 실내가 조용하고 아늑했다. 특히 시내 주행에서는 엔진 소리나 외부 소음이 잘 차단됐다. 특히 신호대기로 멈춰 있을 때 ISG(정차 시 시동이 꺼지고 출발하면 시동이 걸리는 기능) 시스템이 있는 줄 착각했을 정도다. 다만 고속으로 달리면 노면 소음이 올라왔다.
트립 컴퓨터에 찍힌 연비를 살펴봤다. AD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3.7리터다.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나온 트립 연비는 13.4리터가 나왔다. 연비주행과는 거리가 먼 스포츠 주행을 한 탓일 게다. 이만하면 예상보단 훨씬 좋았다.
트립 컴퓨터가 없는XD의 연비 측정은 주유를 하고 주행거리로 나누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제원상 연비는 리터 당 15.5리터지만 이보다 적은 12.7리터가 나왔다. 차가 노후됐고 최적의 상태가 아닌 것을 감안해도 낮은 수치다. 수동변속기는 운전 습관에 따라 연비 차이가 많이 난다. 이번 시승에 고회전 영역을 많이 쓴 탓이다. 평상시 연비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고속도로 주행이 많은 경우에 리터당 17.5리터까지 기록했다.
과거를 뛰어넘는 '슈퍼 노멀'
신차와 14년이나 된 차를 비교하는 건 무모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큰 차이가 있었다. 이번 시승은 단순한 제원 비교가 아닌, 세월을 뛰어넘는 기술의 발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주행감, 안전성, 편의성 등 모든 부분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다. ‘슈퍼 노멀’이라는 다소 어색하고 상반된 두 단어의 조합이 왜 신형 아반떼에 붙게 됐는지 알 것 같았다. 대표 국민차로 불리는 아반떼가 '노멀'을 뛰어넘는 '슈퍼'가 되려 하고 있다. 평균치를 높이고, 그걸 일반화 했다는 의미가 있는 차다. 준중형을 뛰어넘어 중형까지도 넘보는 아반떼가 앞으로 얼마나 더 좋아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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