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반떼 스포츠, 완벽한 진화…"왜 이제야 나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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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보기 전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마니아를 위한 차'가 나온 점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인데, 혹시라도 겉만 번지르한 차가 아닐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막상 시승을 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젊은이들 취향을 저격하는 실내외 디자인을 비롯해 완성도를 높인 파워트레인 조합, 신형 플랫폼에서 나오는 능숙한 주행 성능 등은 동급 준중형차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품성이 뛰어났다. 차를 타고 나니 이번엔 너무 칭찬만 하게 될 것 같아 오히려 걱정될 정도였다.
# 디테일 살린 외관,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
입이 절로 벌어졌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놀랐지만, 실제로 보니 더 예뻤다. 신형 아반떼의 스타일이 멋지면서도 한편 아쉬움도 있었는데, 아반떼 스포츠에선 모두 해결된 느낌이다. 차체 곳곳의 특화 부분들 또한 기존 아반떼와의 조화를 깨지 않으면서도 스포츠 모델 특유의 화려함과 역동적인 느낌을 잘 살려냈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터보 엠블럼을 넣고 테두리는 검은색으로 처리해 묵직한 인상이다. HID 헤드램프는 그릴로 이어지게 바꿨는데, BMW 3시리즈의 '앞트임' 헤드램프가 연상되기도 한다. LED 주간주행등 디자인도 한층 세련돼 졌다.
후면부도 스포티한 범퍼와 하단 디퓨저를 비롯, 돌출형 듀얼 머플러를 장착했다. 단순히 디자인을 위해 머플러팁을 2개로 만든게 아니라, 배기사운드를 위한 기능적인 이유도 있다. 또, 기존 ‘ㅁ’자 형태였던 LED 리어램프의 구성도 트렁크 중심을 향하는 ‘ㄷ’자 모양으로 바꾸는 등 다양한 변화를 줬다.
아반떼 스포츠 전용 튜익스(TUIX)도 있다. 취향에 맞게 윙타입 리어 스포일러를 비롯, 스포츠 튜닝된 스태빌라이저바 및 서스펜션, 18인치 경량 휠, 전용 엔진 커버 및 클러스터 등을 선택하면 된다.
# 스포티하려 노력한 실내
실내는 일반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스포츠 모델에 어울리는 요소가 추가됐다. 우선 전체 구성을 붉은색과 검은색 투톤으로 처리한 점이다.
세부 사양으로는 빠른 변속을 위해 스티어링휠 뒤편에 패들시프트를 장착했고, 스티어링휠도 D컷으로 잘라냈다. 또, 측면 지지대를 두껍게 올린 스포츠 버킷 시트를 비롯, 전용 계기반과 전용 주행모드 시스템도 적용했다.
몇가지 아쉬움도 있다. 일단, 스티어링휠 등에 붉은색 스티치를 넣은 것은 좋았지만, 시트는 좀 지나친 느낌이다. 애써 따로 만든 전용 클러스터도 그리 인상적이진 않다. 이왕 새로 만들었다면 큰 폭의 디자인 변화를 줘도 좋았겠다. 주행 모드 변경은 버튼을 누르는 방식인데, 로테이션 방식이니 급할때(?) 바로 스포츠 모드로 들어가기 쉽지 않다.
# 아반떼 스포츠에 최적화된 파워트레인 조합
파워트레인은 벨로스터 터보에도 사용된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DCT의 조합이 그대로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27.0kg.m로, 비슷한 배기량의 터보 모델과 비교해 제원상 숫자는 꽤 앞선다. 실제로 한등급 높은 말리부 1.5 터보는 166마력, SM6 1.6 터보는 190마력이다. 작은 차체까지 고려하면 주행 성능에서는 아반떼 스포츠가 이들보다 훨씬 유리할 것 같다.
쏘나타와 K5 1.6 터보의 경우 204마력을 내던 엔진을 180마력으로 줄였는데, 아반떼 스포츠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에게 물으니 “쏘나타는 주행 성능과 효율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다 보니 출력을 낮췄다"면서 "아반떼 스포츠는 효율보다는 주행 성능에 더욱 신경쓴 모델이어서 그대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7단 DCT를 더해준 점은 꽤 고맙기 까지 하다. 현대차 측은 “스포티한 주행도 그렇고, 효율 좋은 7단 DCT가 더 잘 어울릴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이 조합은 아반떼 스포츠에 최적화된 파워트레인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잠깐만 타봐도 안다. 몰라보게 좋아진 기본기
같은 파워트레인의 벨로스터 터보를 탔을 때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제원상 숫자는 동급 최고지만, 차체가 이를 제대로 받아주지 못했다. 속도를 낼수록 차가 불안정해져 맘편히 달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반떼는 신형(AD)으로 바뀌면서 주행의 단단함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게다가 스포츠 모델에 맞게 서스펜션 튜닝을 단단하게 했고, 덕분에 지상고도 5mm 낮아져 차체 거동이 더욱 좋아졌다. 거센 측면 바람이나 과격한 코너링에서도 별다른 롤링 없이 매끈한 곡선을 그려냈다. 벨로스터 터보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안정감이다.
자동변속 모드에서는 시프트 다운을 할 때까지 약간의 머뭇거림이 있었지만 패들시프트로 기어를 한단 낮춰 운전하면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와 속도가 올라가는 정도, 배기음이 커지는 정도가 모두 적절하다.
다만, 브레이크 감각은 너무 초반에 몰려있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디스크 크기를 키워 제동력을 키운건 반갑지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느낌이다.
# 이정도 스펙이면 대만족, 터보 엔진을 받쳐주는 다양한 변화들
스티어링휠은 여전히 칼럼 타입의 C-MDPS지만 기어비 증대로 조향 응답성을 향상시켰다는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조향의 유격도 적었다. 그러나 쏘나타 2.0 터보에 그랬던 것처럼 소비자들을 위해 아반떼 스포츠에도 랙타입 R-MDPS를 장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변속기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였다. 현대기아차의 7단 DCT는 성능보다는 효율에 더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약간의 충격을 주는 스포티한 변속이 아니라, 조금 느리지만 부드럽게 바뀐다. 그러나 수동 변속에서 반응은 꽤 빨랐다. 변속 충격을 적당히 억제하면서도 빠르게 기어를 바꿔주는 능력은 발군이다. 일반 자동변속 모드에서는 효율, 수동변속 모드에서는 성능에 초점을 맞춘 듯 하다.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면 차는 한 번 더 달라진다. 물론, 고급차처럼 서스펜션이나 스티어링휠의 감도가 바뀌는건 아니고 변속 타이밍을 늦춰 고RPM을 사용한다. 일반 아반떼에선 변화폭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 아반떼 스포츠는 기대 이상으로 차등화 돼 있다. 일반 모델보다 출력은 55%, 토크는 65%나 높다 보니 스포트 모드의 변화가 더욱 극단적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짧은 시승으로 토션빔과 멀티링크의 차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러나 '플라시보 효과'인 것처럼 차체 후면부의 거동이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 아반떼 '쿠페'의 악몽은 "이제 그만"
현대차 관계자에게 '아반떼 쿠페도 만들 계획이냐'고 물었다. 순간 움찔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반떼 쿠페는 현대차에선 일종의 금기어다. '문짝만 두개면 쿠페냐'는 혹평과 판매 저조로 혹자는 전설로만 전해지는 모델이라고도 말한다.
현대차는 절치부심했고 결국 쿠페가 아닌 '아반떼 스포츠'를 만들어냈다. 쿠페 뺨치는 스포티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에 동급 최고의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 차급과 배기량, 주행능력, 사양, 가격 등을 모두 고려하면 매우 매력적인 상품 구성이다. 아반떼 쿠페의 악몽을 떨치기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드디어 자동차 마니아들을 위한, 그리 많이 팔리지 않을 모델까지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을 높이 살만 하다. 더구나 출시 계획을 살펴보면 내년까지 스포티한 자동차들이 속속 등장하게 된다. 미운 점도 적지 않겠지만 젊은 운전자들을 위한 이런 시도는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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